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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5 18:53:21
Name 어떤날
Subject [일반] 오늘은 내가 쏠..까?
  최근에 제 회사일 관련하여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있었습니다.
  여태까지는 제가 잘 모르고 적성에도 안 맞는 걸 하던 도중에 제 전공과 매우 유사한 업무에 발을 걸칠 기회가 생겼고
  부서장과 약간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일단은 어떤 식으로든 그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거의 결정은 되었지만 최종 승인이 남은 상태죠.

  저에게는 당연히 좋은 일이었습니다.
  전공에 딱히 미련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긴 김에 지식과 경험을 살려보고 싶은 생각이 컸거든요.
  지금 하던 것과 비교하면 제 입장에서도, 회사 입장에서도 잘 된 거 아닌가 싶었구요.
  주변에서도 그런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잘 되었다고 말을 해주십니다.
  이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축하한다'는 말보다 '쏴라'라는 말이었는데요,
  물론 저도 좋은 일이 생긴 이상 주변 분들께 식사 한끼 정도야 거하게 대접할 생각이 물론 있었고
  위에 언급한 일에 힘써주신 분들에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있었죠. 감사하다는 마음과 함께요.
  근데 오히려 그 분들은 별 말씀 없으신데... -_-

  얘기가 구체화된 이후로 옆에서 '지속적으로'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슬슬 기분이 이상합니다.
  농반 진반으로 하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최고급 한우등심이니, 몇십만원짜리 양주니, 룸싸롱이니 이런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_-a
  하루에도 몇 번씩 얘기를 하는 거 보면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하는 소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다 보니 쏘는 문화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본질적인 상태까지 와 버렸네요.
  제가 버는 걸 감안하면 생활에 타격이 갈 정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좀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냥 날 벗겨먹을 생각뿐인 건가라는 씁쓸한 기분까지 들면서요.
  그렇다고 그 정도는 생각 없다고 딱 잘라 말하자니 좀 정없어 보이고...
  이래서 인간 관계라는 게 어렵다는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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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DVD
11/05/25 19:07
수정 아이콘
어느 책에서 봤는데요 친구 아니라 직장에서 쏠때는 절대 등떠밀려 마지못해 쏘지 말고 미리 쏜다고 생색을 내고 쏘는데 금액을 정하는게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그 금액이 먹는사람 생각보다 아쉽다 한들 대놓고 뭐라 할사람은 없고 쏘는사람도 정액제니까 일단 맘만 먹으면 되고요.
예를들어서 고기를 쏘면 언제 어느 고깃집에서 제가 쏘겠습니다 한다음에 오늘 20만원까지는 제가 쏠게요 이런식으로요.
파란무테
11/05/25 19:30
수정 아이콘
좋은방법은.
미리 식당을 예약하는 겁니다. 그리고 고기집은 비추입니다. 얼마를 먹을지 계산이 안나오죠. 대충은 나와도 부위별로 다른걸 시켰을 시 계산자체가 안되죠.
그래서 미리 식당을 예약하고,(특히, 1인분 가격이나 4명에 한테이블 찜종류) 통보하는것이 훨씬 좋죠.
쏜다는 의미는 쏠테니 드세요 하는 겁니다.
이리저리 분위기에 휩쓸리면, 쏘는 사람이 되려 기분나빠지는 법입니다.
정 없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오늘 여기 식당을 미리 예약해 놨으니, 갑시다" 라고 문자로 일방통보 해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마음속에 이 일로 스트레스 키우진 마세요~
가만히 손을 잡으
11/05/25 19:52
수정 아이콘
어렵죠. 제가 연초에 딱 그런 상황이었다가 행동이 좀 늦어서 안 좋은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술도 안하는 사람이라 쏘는 문화는 여전히 어렵더군요. 결론은 돈 좀 들더라도 쓰고 속 편히 지내는게 좋더군요. [m]
어떤날
11/05/25 20:07
수정 아이콘
임요환의 DVD 님// 파란무테 님// 저도 비슷하게 하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것과 상관없이 주변에서 하도 분위기를 조성하니 등떠밀려가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_-

좋게좋게 하려고는 하지만.. 그 미묘한 컨트롤이 참 어렵네요.
그리고또한
11/05/25 20:35
수정 아이콘
이미 어느 정도는 등 떠밀린 모양새가 되신거 같네요. 어찌되든 이미 상한 기분이야 돌아오지 않겠지요. 그럴땐 속으로 웃으면서 '이 대범한 내가 쏜다!' 라는 자기최면이라도 걸어보심이 어떨까요.

그리고 주변에서 쏴라, 라는 말이 나오는 건... 윗분들 말씀대로 본인이 주도하고 선을 긋는게 제일 나아 보입니다. 옆에서 사라,사라 떠드는 사람도 어지간히 두터운 얼굴이 아니면 얻어먹는면서 더 내라마라 말은 못하니까요.
백호요둔
11/05/25 21:24
수정 아이콘
좋은 일이 생기면 주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글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쏴라' 하는 부류,
극소수지만 두번째는 축하한다! 내가 축하의 의미로 밥 한번 살께! 하는 부류.

좋은 일 생겼다고 쏘는 문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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