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1/25 10:47:05
Name 이쥴레이
Subject [일반] 아래 친구 이야기를 보고...
아래 친구 이야기를 보고 잠시 제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착한다라는 표현과는 다르지만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내가 한만큼 그들 역시 저에게 나눠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유가 되면 주위 친구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부탁할때 가능한 빌려주었고
받은돈도 혹은 못 받은돈들도 많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감당할수 있는 정도선으로
말이죠.

한 친구녀석이 있었습니다. 알고지낸것은 2년남짓이지만 무척 재미있고
사고방식이 독특한 녀석이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표현일까요?

어느날 연락이 오더니 딱 1달만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작은돈도 아닌 꽤 큰돈이었고 마침 저에게 여유돈이 생긴 시점이라
흔쾌히 빌려주었고 그뒤로 그 친구와는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집이 상당히 잘 살던 녀석이었고 마인드가 제대로 박혀 있다고 생각하였거든요

나중에 알았지만 다단계에 빠져 가족들 전재산을 날리고 어머니와 자신에 형을,
그리고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 없는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씁쓸함과 사람을 너무 믿었던 제 자신을 책망하지만 지나온일을 후회보다 앞으로 다시 모아보자는
생각이었죠.



얼마전 제가 과거 공부할때 신세를 진 여성분이 있습니다.
아버지한테는 입학금만 받아와서 생활하였기에 숙식이나 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혹은 가족에게 도움 받지 않고 혼자 스스로 자립적으로 살아보겠다는 다짐도 있었겠죠.
그런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언제가는 신세진것을 갚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더이상 그분에게 미안하여 마지막은 쿨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몇년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변명할것은 없지만 제가 나쁜놈 입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제가 첫녀석에게 큰돈을 날린 시점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게되었습니다.
그 여성분에 친구분이 저에게 소식을 알려왔고 도움을 요청하기에 여유가 없던 저로서는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야 그정도쯤이야.. 내가 못도와주겠냐 라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친구녀석이 잠적한뒤
돈 여유가 없던 저로서는 그 돈을 마련하는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간단히 거절하였으면 되었겠지만, 저에게 처음으로 큰 도움을 주신분이기에 신세를 갚아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것이 있어 조금이라도 받을수 있는지 연락해보았지만 최근 이러저런 일이 있기에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화는 수신거부 되어 있고 문자를 보내도 답변이 없기에 씁쓸하지만 이분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것을 알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주위 친구들 사정 역시 뻔히 알기에 손을 빌릴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죠.
그래도 조금이나마 빌린후 2~3개월뒤에 여유가 생기니 그때 드리겠다며 하나하나 연락은 해보았습니다.

정 안되면 대출이라도 하자였습니다...

남에게 돈을 빌린다는것이 처음하는것이라 가능한 여유가 있는 녀석들에게 조금이나마 빌릴수 있었지만
그 돈을 빌린다는 심정 잊지 못하겠더군요

떠오른 생각이 제가 인생을 헛 살았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친구녀석한테 돈을 떼어 먹혔어도 이런 심정은 아니었는데, 막상 어려울때 날 도와줄 사람은 없구나라는 느낌...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돈으로 과거 도움을 받았던 여성분 수술비를 낼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제 신세는 조금이나 갚았으며  자기만족이 될지 모르지만요.


앞으로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금전관계를 안할것 같습니다.

돈을 모두 날렸을때도 내가 여유가 되는 한도선에, 도움을 줘도 의가 상하지 않을정도로라는것이 지론이었는데
이번 수술비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면서 느낀것은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었으니까요

그 누군가 충고한것처럼 차라리 금전관계 없는것이 가장 무난하다는거..

그렇게 살아도 되는것이 잘못된것은 아니겠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음속의빛
09/11/25 11:01
수정 아이콘
잘못된 것 아닐 겁니다.
그런데, 아래 글과 지금 글을 읽다보니 돈을 빌려주지 않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닌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그 도와주는 게 [돈]에만 한정된 거라면 저 역시 친구가 없습니다.

저도 글쓰신 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줬지 빌려쓰고 안 갚는 그런 행동은 안 하고 살아왔습니다만,
제가 어려울 때 돈 안 빌려준다 하더라도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적은 액수에 한해서)

누가 저에게 액수에 부담을 느낄 정도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저도 왠만해서는 돈 안 빌려줄 거 같네요.
하지만, [돈]이 아닌 다른 쪽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제게 돈 빌려달라고 하면 비록 돈은 안 빌려주지만, 그래도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다]라는 낙인은
안 찍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이기적인가요?

저 역시 제 친구들이 제가 도움을 청할 때 물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 가지고 [진정한 친구]
잣대가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 어린 시절..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의 삶이 얼마나 재미없었을지...
선데이그후
09/11/25 11:05
수정 아이콘
심정 잘 이해가됩니다.
이쥴레이님께서 후에 돈을 많이 벌면 아마도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겁니다. 그때 지금의 경험때문에 사람들을 물리치지마세요.
사람이란 그런것이기때문입니다.
돈이 많으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런저런 부탁을 많이 할것입니다. 그중에서 어렵고 힘든사람을 잘 가려서 도와주시면됩니다.
나머지사람들은 욕을 얻어먹지않고 야마리없다라는 평을 듣지않을정도로 걷어먹여주시면됩니다.
경험에서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율리우스 카이
09/11/25 11:08
수정 아이콘
'진정한' 의 뜻이 조금 애매한거 같아요.

저만해도 나름 정말 이친구는(서로) 믿을만하고 친하다... 라고 해도 윗분말씀대로 막상 돈을 꿔줄려고 생각해보면은(혹은 내가 돈을 꾼다고 생각해보면은), 여윳돈이상 꿔줄수 없을것같고(혹은 많아야 친구 연봉의 4분의1~5분의1 선????을 빌릴 수 있던지..).. 그렇거든요..

그러나 만약 내 형제나 부인 등이 정말 급한돈이 필요하다면은 대출에 모에 다 껴서라도 꿔줄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러면 저도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진정한 친구' 가 아닌걸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정말 진정한 친구라면 죽지 않는 선에서 돈 꿔줄수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긴 드네요. ..

진정한 친구는 1명만 있어도 많은거다.. 라는말이 정말 부정하기 힘든 말 같네요..

그래도 전 친구복 많은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DJ`Tukutz
09/11/25 11:09
수정 아이콘
친구와 금전관계를 갖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가 되버리는 요즘 현실....

금전관계가 없는게 차라리 훨씬 나을거 같네요..
율리우스 카이
09/11/25 11:16
수정 아이콘
DJ`Tukutz님// 보통은 그렇죠. 그래서 아닐 경우에 '진정한' 이 되는게 아닐까 해서요. 저도 돈꿔줬는데 갚지도 않고 연락안받는 친구 한놈 있는데... 되게 아쉬워요. 돈이 아까운건 둘째치고, '미안하다 내 사정이 정말 힘들다' 라고 말해주면 오히려 좋을텐데요. 그냥 연락 안받는... ..
카시야신
09/11/25 11:18
수정 아이콘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돈때문에 배신당하면 어떨지 상상조차 안가네요..

돈 빌려주면 돈잃고 친구잃는다는 말 명심하면서 살아야 겠습니다.

못받을 돈이다 생각하고 주면 될거 같기도 하지만 큰 돈이면 현실적으론 쉽지않구요..
여자예비역
09/11/25 11:19
수정 아이콘
저는 받을 생각 없는 금액은 빌려줍니다. 받으면 좋고 아님말구요...
다만.. 진짜 친한친구가 돈땜에 힘들어하는데 못 도와줄때는..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왜 난 부자가 아닌걸까... ㅠㅠ
C.P.company
09/11/25 11:19
수정 아이콘
그냥 친한관계에선 안받아도 될만큼만 빌려주고 빌립니다.

100만원 넘어가는돈은 아버지한테 빌리는게 서로 속편하더군요.(게다가 무이자 흐흐흐)
마음속의빛
09/11/25 11:23
수정 아이콘
C.P.company님// 흐흐흐...무이자...
09/11/25 12:37
수정 아이콘
돈을 안빌려준다고 해서 진정한 친구가 아닌 건 아닙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친구에게 돈 빌려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안속이지만 돈은 사람을 속입니다.
친구가 돈이 없어서 힘들어하면 빌려주지 말고 그냥 주세요.
그럴 수 없으면 마음으로 위로해 주면 됩니다.
더이상피치못
09/11/25 12:44
수정 아이콘
저는 친구사이에 작은 돈이지만 당시에 저에겐 큰 돈을 빌려주고 떼어먹힌 경험이 있어서 되도록 지인과 금전거래는 안하는데요.
뭐 지금은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제가 현재 처한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돈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도록 잊으려 합니다.

간이고 쓸개고 빼줄순 없고.. 무식하게 보증들어주고는 못해도 차라리 제가 이돈 없어도 살만하겠다 싶은 돈을 그때 그때 주면..
왠만한 친구에게 갚지 말라 해도 안갚는 친구는 별로 없더랍니다.

아주 작은 돈이면 잊기나 하지만 큰 돈은 잊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도 딱 제가 감당할 정도만 해주려 합니다
보증 잘 못서셨다가 집팔고 친구 하나에 집안이 무너진 분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친구에게 무리한 보증을 요구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KnightBaran.K
09/11/25 12:58
수정 아이콘
이쥴레이님 지난 번 그 커플이 아닌 친구들 어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쥴레이
09/11/25 14:12
수정 아이콘
KnightBaran.K님// 저도 궁금합니다. 추후 소식이 듣게 되면 후기라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6046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801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738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8112 3
102750 [일반] 우리가 실험실의 뇌가 아닌 것을 알 방법이 있을까? a-ha121 24/11/26 121 0
102749 [일반] 기독교 작가 GOAT의 귀환. G. K. 체스터턴 탄생 150주년 기념판 [19] Taima1857 24/11/26 1857 2
102748 [일반] 지금까지 이용했던 항공사 소감-1 [46] 성야무인2782 24/11/26 2782 2
10274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3. 골 곡(谷)에서 파생된 한자들 [2] 계층방정737 24/11/26 737 1
102746 [일반] 울트라에서 프로맥스로..아이폰 10달 사용기 [8] Lord Be Goja2273 24/11/26 2273 13
102745 [일반] SNS, 메신저는 아무리 엄청나게 성공해도 오래 못 가는 듯 합니다. [43] 뭉땡쓰5735 24/11/26 5735 1
102744 [정치] 오세훈 시장 측, 명태균에게 21년 보궐선거 당시 3,300만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28] 린버크4706 24/11/25 4706 0
102743 [정치] '오세훈 스폰서' 강혜경에게 "명태균에 20억 주고 사건 덮자" [28] 물러나라Y4617 24/11/25 4617 0
102742 [일반] <위키드> - '대형' '뮤지컬'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약스포?) [18] aDayInTheLife1500 24/11/25 1500 1
102741 [정치]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242] 물러나라Y17634 24/11/25 17634 0
102740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31] meson5317 24/11/24 5317 63
102739 [일반] <아케인 시즌 2> - 기대보단 아래, 걱정보단 위. (약스포) [13] aDayInTheLife4033 24/11/24 4033 2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21] Kaestro6019 24/11/24 6019 10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4113 24/11/24 4113 1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8] a-ha5884 24/11/23 5884 21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36] Kaestro4598 24/11/23 4598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22] 메존일각3933 24/11/23 3933 14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5] a-ha5188 24/11/23 5188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3947 24/11/23 394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