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매치에 아르센 벵거가 온다고 하여 친구 두 명과 함께 예매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친구가 무려 앞에서 네 번째 줄인 곳에 예매를 성공했죠.
문제는 능지 이슈로 인해 스피어 자리에 예약을 해야했는데 쉴드 자리에 한 것….
그래도 너무 좋은 자리라서 그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벵감 온다는데 그냥 갈 수 있음?
단체 티 고고
뭐라도 들고가야 한 바퀴 돌 때 봐주지 않겠어?
현수막 고고
그렇게 좌석 값 + 알파라는 거대한 지출을 하고 경기날을 기다렸죠.
14일 오후 27개월, 3개월 아이 둘이 낮잠을 자기 시작했을 때,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짐을 챙겨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해방감 + 기대감 때문인지 차에서 시동 걸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더군요. 크크.
차를 끌고 합정역 근처에 가니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오레노 라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50분 웨이팅 하는 동안 많은 유니폼을 봤네요.
아스날 유니폼을 입으신 분들도 꽤 많아서 내적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어떤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만 봐도 재밌었어요.
아스날은 외데고르, 앙리가가 제일 많이 보였는데 사카가 생각보다 적어서 의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멋졌던 건 어느 여성 분이 입고 계시던 22번(재임기간) 아르센 벵거였습니다.
백수 때라 돈 없어서 못 샀던 건데 흐흐...
개인 샷
현수막 들고 단체 샷
큐데고르 샷
아스날 옷을 입은 분에게 사진을 부탁했었는데 그 분은 마킹이 외데고르가 아니라 큐데고르인걸 아셨겠죠. 크크...
킷백에서 주문을 했었는데 그 곳에서 Ø를 Q로 마킹해서 보내줬었어요.
다시 제대로 된 것도 보내줬는데 저희끼리의 추억이 담긴 유니폼이 되어서 입고 갔습니다. 흐흐.
사진 찍어 주신 분이 저희가 바보라서 잘 못 산 게 아니었단 걸 아셨으면 좋았을텐데...
경기장 입장 후 화장실에서 벵거 티셔츠로 갈아입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아스날 팬 중 인플루언서인 피터가 저희 앞을 지나가면서 벵거 티를 알아보고 따봉을 날려줬습니다.
순간 놀라서 유투브 잘보고 있다고 말도 못했네요.
유명인은 알베르토, 정준하, 윤수빈 아나운서, 송영주+황덕연 해설위원을 봤습니다.
촌놈이라 미디어에서 접하는 사람들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터라 많이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역시 벵거를 제 눈으로 봤다는 거였습니다.
바로 앞에서 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가까운 거리였고 등장 하실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더군요.
죽기 전에 뵐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좋았네요.
아직 정정하시고 얼굴 주름 외에는 달라진 게 없는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스쿼트를 꾸준히 하시는 건지 힙업된 엉덩이가 인상적이었죠. 크크.
앙리, 피레스, 실바, 캠밸 모두 게임에서 많이 조종했는데 그 양반들이 실존해서 뛰고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숄 캠밸은 토트넘 뒤통수 치고 아스날 갔는데 어떤 토트넘 팬도 그를 해꼬지 못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덩치 진짜 장난 아니더라고요.
경기 재미있었고 선수들 매너도 괜찮았지만 딱 한가지 아쉬운게 있었습니다.
벵거 감독이 마지막에 한 바퀴 돌면서 하는 인사를 안하고 갔어요...
저희 앞 지나갈 때 불러서 티랑 현수막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네요.
경기 막바지에 시계 계속 보더니 빠르게 퇴장을...
좀 속상했는데 바쁘면 그럴 수 있는거죠 뭐.
원래 다 끝나고 집으로 향할 때 피온 브금 틀고 오려고 했는데
차 몰고 오는데 여운이 남아서 그냥 아무 소리도 안 키고 운전만 하면서 왔습니다.
전 피파 접은 지 오래되서 박정무씨 옆 길로 지나갈 때 박수 크게 쳐줬는데 그래주길 잘했네요.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