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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5/18 23:09:4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869875116
Subject [일반] 책 후기 - <1973년의 핀볼>
원래 다른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공학에 대한 역사서를 읽고 있었는데, 도저히 진도가 잘 안나가서 책을 사서 쌓아놓기만 하고 정리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있던 책 중에 가장 친숙한 작가의 책을 다시 들고 읽었습니다. 분량도 짧았구요.

<1973년의 핀볼>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얘기하듯, 주방 탁자에서 쓴 마지막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후 하루키는 전업작가가 됩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언제나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현재 나이와 시점은 다르지만, 과거의 무엇인가를 '상실'했고, 그 상실로 인해 어딘가로 빠져드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1973년의 핀볼>이 조금 다른 점이라면, 하루키의 대다수의 이야기는 상실과 다른 세계를 연결지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비해, 이번 작품은 꽤 '현실적'이라는 거겠죠. <노르웨이의 숲>과 유사하게, 기담이나 판타지적 요소를 줄이고 훨씬 현실에 천착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소설 내에서 '나'와 '쥐'의 서술자가 헷갈리게 쓰여있습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부담없는 분량과 더불어) 막 되게 어렵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어떤 물건이나, 때때로는 어떤 장면, 경험 같은 게 어떤 시기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또 그런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측면에서, '핀볼'이라는 건 입구인 셈이겠죠.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건, 하루키의 초기작에서 드러나는, '단절'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하루키의 초기작들은, 긍정적인 결말이더라도, 관계를 끊는, 고립과 단절로 시작하는 것 같거든요. (반대로 후기작으로 갈수록 포용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기 시작하구요.)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은 그 단절과 불연속에 대한 지점이 조금 더... 취향에 맞습니다. 개인적인 감상과 감정에 조금 더 맞는 느낌이긴 하거든요.

덧. 하루키 책인데 오랜만에 성적인 요소는 약간 숨어있을 뿐 대놓고는 별로 안보이긴 하네요. 아쉽다.(?)
덧2. 뭔가를 해야겠다.는 강박감 때문인지 이번 주말에는 유독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되네요. 꼭 좋은 것 같진 않습니다만... 뭐 결과가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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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블루
25/05/19 07:11
수정 아이콘
90년대에 노르웨이의 숲에 빠져서 그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 읽었더랬어요.

핀볼 기계를 찾아내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저는 다 좋아합니다.
20대 때부터 지금까지도 늘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죠.
다른 작품과의 연결고리이자, 그 자체로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aDayInTheLife
25/05/19 15:27
수정 아이콘
하루키를 추천하냐는 좀 애매하더라도, 저도 하루키의 (거의) 모든 책을 좋아합니다. 그 분위기는 하루키만 낼 수 있는 거 같아요.
25/05/20 08:52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 말부터 갑자기 꽂혀서 하루키 장편소설들을 발표한 순서대로 읽고 있는데, 양 사나이와 쥐가 나오는 초기작의 느낌이 좋더라구요. 이후 하루키 소설의 모티프가 되는 모든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달까요. 그나저나 공학에 대한 역사서가 궁금하네요흐흐
aDayInTheLife
25/05/20 08:57
수정 아이콘
아 흐흐 디지털화에 대한 서적입니다. 디지털 이미지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서 넘어가질 못하네요. 크크크
25/05/20 10:37
수정 아이콘
이 책읽을까하다가 만엔원년의 풋볼알게되고 오히려 그책만 읽고 핀볼 이 책은 아직 안읽었네요
aDayInTheLife
25/05/20 11:43
수정 아이콘
흐흐 그거도 재밌나요? 추천해주시죠!
25/05/21 10:20
수정 아이콘
1973의 핀볼이 만엔원년의 풋볼에 대한 오마쥬인것만 알고있습니다. 책은 뭐 익히 알고 있는 그시기 일본 소설입니다. 피폐하고 문장력 아름답고 중간에 읽기 힘들다가 마지막에 폭발하는 크크크
25/05/22 12:54
수정 아이콘
저는 출판본에 함께 묶여있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더 취향이었습니다. 핀볼이 겨울 느낌이라면 바람은 여름 느낌인데, 제가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인 성적 묘사도 좋지만(?) 하루키가 묘사하는 젊고 풋풋한 여성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시각 뿐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을 모두 불러일으키는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하고 싱그러워서, 언제 읽어도 곧바로 저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25/05/22 12:57
수정 아이콘
저는 따로 있는 책을 구매해서 그런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아직 못읽어봤네요.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묘사는 비슷한데가 있지만 저도 참 좋아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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