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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09 11:49:53
Name 부대찌개
Subject [일반] 실사화의 어려움 (feat. 드래곤 길들이기), 스포 有
연휴 때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왔습니다.

기대 하나도 안하고 봤는데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최근 디즈니 실사화 영화들이 다 망했는데 이건 왜 재미있었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사화 영화라는 것은 실제 배우들이 연기를 한 작품을 뜻하는데요..

1. 원작(만화, 소설, 게임) -> 영화
2. 원작(만화, 소설, 게임) -> 애니메이션 영화 -> 영화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1번의 예는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마블 시네마틱, 매트릭스

뭐 사실 아주 많은 영화들이 1번과 같은 형태이긴 하죠.

2번의 예는 디즈니 영화들을 들 수 있습니다.(ex. 미녀와 야수, 정글북, 알라딘, 뮬란, 백설공주, 인어공주)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2번의 경우 정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성공했을 때 보통 실사화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져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 부족한 점이 무엇이라도 있는지 두눈 부릅뜨고 찾아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하다든지.. 애니메이션과 싱크로율이 너무 안맞는다든지 말이죠..


애니메이션 -> 실사화 영화는 2지선다 가불기 때문에 비판받을수밖에 없습니다.

1. 애니메이션과 똑같다 -> 똑같아서 지루해. 뭐하러 다시 만듬?
2.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 도리어 원작 망쳤네.. 원작만 못하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미 봤던 이야기를 또 보는 것은 당연히 지루합니다.

그래서 차별화를 두려고 각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개연성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두번째로 어려운 점은 음악입니다.

음악을 완전히 똑같이 할 수는 없죠..

그래서 보통 원작 음악을 가지고 각색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가불기입니다.

원작과 너무 똑같다 -> 지루하다

원작과 너무 다르다 -> 원작이 낫네.. 뭐하러 바꿈


결국 원작 애니메이션을 잘 재현해야 하지만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합니다.

원작을 똑같이 구현해야 하지만 똑같으면 안됩니다.

원작보다 나은 점이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2025)는 (제가 보기에) 두 가지 면에서 성공했습니다.

1. 연출이 좋았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본지 15년이 지나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출을 다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잘했습니다.

아일랜드 북부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배경이 매우 멋졌습니다.

신참 바이킹들이 훈련받는 장면을 재미있게 묘사했습니다.

비행 장면이 매우 스릴있었습니다.

전투의 스케일이 꽤나 큽니다.


2. 음악이 좋았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아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감상하면서 음악에 매우 감탄했습니다.

주제 멜로디가 계속 변주되서 나오는데 듣기 좋았습니다.

음악의 스케일도 웅장했습니다.

심지어 클로징 크레딧에 나오는 음악조차 좋아서 끝까지 앉아서 들었습니다.

합창단까지 쓰면서 오케스트레이션에 매우 공을 들였더군요..


감독과 음악감독이 원작 애니메이션 때와 같은 분이었던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1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성장한 두 분의 능력이 잘 발휘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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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급금지
25/06/09 11:59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제일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군요.

원작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늘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지라...

후기 감사합니다. 시간되면 한 번 봐야겠네요.

투슬리스 딱 대라.... 크크
카페알파
25/06/09 12:0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도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른 쟝르고, 다른 연출법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조차도 상황에 따라 같은 장면에서 다른 연출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지요. 영화를 제작할 때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 망하기 쉬운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겁니다. 또, 아무래도 그냥 그림인 애니메이션 영화에 비해 실사 영화는 관객들이 장면의 현실성에 대해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마련이거든요.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도전은 아닐 것 같습니다.
25/06/09 12:15
수정 아이콘
눈높이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좋았던 작품을 무리하게 실사화하려다 외면 당하거나(일본발 코스프레 영화들, 디즈니 밤비 등), 백설공주, 인어공주처럼 제작진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가 기존 IP까지 갉아먹으며 침몰하는 경우죠.
욕심부리지 않고 왕도만 따라도 미녀와 야수, 알라딘처럼 충분히 사랑받는 실사화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생각보다 너그러워요.
설탕가루인형형
25/06/09 14:39
수정 아이콘
15년전에 최고의 4D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최고의 4D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매버릭 이상이에요.
LuckyVicky
25/06/09 14:50
수정 아이콘
배우를 기깔나게 뽑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알라딘...
부대찌개
25/06/09 14:55
수정 아이콘
배역 매우 중요하죠
쵸젠뇽밍
25/06/09 15:13
수정 아이콘
대체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의 경우 그 선택이 쉬운 선택이었던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선택지라는 게 원작과 비슷하게 갈 것인가 다르게 갈 것인가 정도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라는 차이는 있지만, 핵심은 리메이크라는 겁니다. 리메이크를 하는 이유가 연출자에게 있어야합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화는 리메이크의 이유가 연출자에게 없었다고 봅니다. 제작자가 캐쉬카우를 노렸을 뿐이죠.

애니메이션 실사화 만이 아니고 리메이크는 실패가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성공했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하는 거고, 연속을 성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리메이크는 연출자가 목적을 가져야합니다.
부대찌개
25/06/09 16:06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 -> 실사화는
물론 다시(re) 만든(make) 영화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리메이크 영화와는 결을 좀 달리한다고 봅니다.
리메이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좀 틀어서 할 수 있죠.
또 그래야 하구요.
실사화는 이야기를 많이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리메이크 영화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쵸젠뇽밍
25/06/09 16: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금까지 실사화를 할 때 이야기를 많이 안 바꾼 거지, 바꿀 수 없다는 건 고정관념 같은데요.
전 반대로 제작 쪽에서 목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실사화에서 이야기를 많이 안 바꾼 것일 뿐이라고 봅니다. 실사든 그림이든 리메이크라고 보고요. 실사화도 이야기를 좀 틀어서 할 수 있습니다. 실사화를 제작하는 쪽에서 보통 그걸 원하지 않는 것 뿐이죠.
당장 백설공주는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걸 바꿨는데요.
냠냠주세오
25/06/09 17:51
수정 아이콘
타이밍이 좋았던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몇년 안됐다고 생각한 원작이 15년전..
예술이나 올바름을 가르친다고 이상하게 비틀어버린게 많았다보니 오히려 원작대로 가서심심하다고 욕먹을거같은게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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