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을 마치고 귀가 하던 날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갔는데 소변이 마렵습니다
1정거장 앞두고 있습니다
서두르면 소변을 보고 손 씻고 지하철 탑승 가능합니다
그래서 서둘러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힘을 주면서 쌌습니다
그런데...
싸다가 방귀를 꼈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설사는 아니고 약간 물똥을 살짝 싼 느낌
아까 점심때 시간에 쫓겨서 똥을 빨리 끊은 그 여파인가..
근데 빨리 집에는 가고 싶고
이제 지하철은 도착하려고 하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냥 가자'
1시간 30분 동안 서서 간다면 무사히 갈수있다는 판단하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행인건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빨리 움직일수 있었습니다
다리를 크게 움직이면 뭔가 문제가 있을거 같아서 종종 걸음으로 움직였습니다
티가 날수있으니 어색하지 않은 종종 걸음으로 움직였습니다
자주 이용한 동선이라서 지하철 어느 칸에 타야 사람이 적게 탄다는걸 알기에 한가한 칸으로 탑승했습니다
예상대로 승객은 별로 없었고 제가 서있는 그 자리는 마침 자리가 비었습니다
앉고 싶었지만 앉을수가 없었습니다
괜히 앉았다가 팬티에 똥이 묻을수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할머니가 스윽 오더니 제가 앉을건지 눈치를 봅니다
저는 손짓으로 앉으시라고 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할머니는 고맙습니다 하면서 앉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옆에 자리가 생겼습니다
그 할머니는 앉으라고 했지만 저는 괜찮다면서 서서갔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그 할머니 옆에 앉습니다
앉아갈수있는데 젊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한다면서 저를 칭찬했습니다
그 옆에 앉은 할머니도 아까도 앉을수있는데 자리를 양보했다면서 칭찬했습니다
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할머니 저도 앉아서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똥 때문에 앉을수가 없습니다...'
반강제적으로 저는 예의 바른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이 5번 반복되었습니다
할머니-할머니-할아버지-할머니-할머니
4번째 할머니는 저한테 모모 역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고 하길래 제가 여유있게 40분 생각하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5번째 할머니한테 자리 양보를 했을때 4번째 5번째 할머니는 자리를 양보한 기특한 젊은이라고까지 말해줬습니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자리 양보를 안해서 많이 서운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만 아무말 안했습니다
똥 때문에 서있다는걸 알면 비웃거나 잔소리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테니까요
그래도 제 덕분에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들이 지하철에서 앉아갔고 저한테는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유게 올라왔던 9호선에서 발생한 그런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집으로 갈때도 여유있게 걷는 척 했습니다
어기적 어기적 걸으면 티가 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보면 뭐라고 할게 뻔하기 때문이죠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부끄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팬티를 지켜냈고 어르신들에게는 지하철에 앉아갈수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제 원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저는 예의바른 젊은 사람이 된 부분은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지하철을 타기 전에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화장실에 가서 어떻게든 똥을 싸서 화근을 제거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지하철을 타자
이게 저의 새로운 생활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다가 아니다 싶으면 참지 않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무조건 화장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생각하면 아찔했던 그 날
내 의지와 관계없이 예의바른 젊은 사람이 되었던 그 날
잊을수없는 그 날 입니다
물론 저는 그 지하철 9호선에서 사건을 일으킨 글을 보다가 생각나서 제 경험담을 써봤습니다
오해하실 분들이 있으실텐데 저는 그 사람처럼 아무데나 똥을 싸지 않습니다
저.는.도.덕.적.이.고.윤.리.적.인.사.람.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