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보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날에 제가 썼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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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들에게 하나밖에 없던 반려묘 보리가 떠난지 이제 6일이 지났다. 원래는 저번주 안에 이 글을 쓰려고 했으나 당시 피지알의 상태가 잇다른 정국 혼란으로 인해 도저히 이 글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줄 분위기가 아닌거 같아서 그동안 쓸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정국 혼란이 어제를 기점으로 사실상 일단락되어가는것으로 생각해서 이 글을 이제 쓰려고 한다.
우리집 가족들이 고양이 보리를 반려묘로 들였던 때는 내가 막 수능을 마치고 난 2008년 12월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은 해외취업을 하고 살고 있는 여동생의 권유로 인해 들이게 되었고, 그 이후 보리는 하루하루 나와 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사실 우리 가족은 이전에도 병아리, 잉꼬, 십자매, 햄스터 등을 반려동물로 키웠던 적은 있었지만 보리만큼 나중에 떠나보낼때 슬퍼했던 적은 없었다. 그만큼 보리는 우리 가족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식구였고 반려동물 그 이상이었다.
보리는 올해부터 새벽만 되면 토하는 날이 잦아졌고 몸도 쇠약해져가서 골골대는 날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우리 가족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보리를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떠나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지난 12월 9일, 내가 막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우리 부모님은 보리가 그때만 해도 엄청 아파했지만 살아는 있었던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보리의 상태를 확인했을 떄, 보리는 이미 우리 집 소파에서 숨을 거둔 뒤였다. 그때가 우리 가족들 모두가 가장 많이 울고 가장 많이 슬퍼했던 날로 기억난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보리가 자면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게 어찌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였지만 치명적인 치매 증상으로 인해 더이상의 배우생활은 물론 이전에 돈독한 사이였던 다른 헐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된 지금의 브루스 윌리스의 상황을 인터넷으로 최근에 접하고 나서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보리가 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지 않고 한동안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죽었다면, 우리 가족들은 그때보다 훨씬 더 슬퍼했을 것이고 더더욱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도 초래했을 것이다.
지금도 보리가 갑자기 죽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보리는 저세상에서는 분명히 그 세상의 다른 고양이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지금도 엄청 많이 해줄 것이고, 거기에서는 항상 행복하게 지내리라 믿는다.
p.s. 저를 위해 짧게나마 보리 추모영상을 만들어 저에게 보내주신 모 피지알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