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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1/01 22:40:29
Name 자유형다람쥐
File #1 199f158f16b591a50.png (112.0 KB), Download : 504
Subject [LOL] 완성에 가까워지는 미완성의 팀을 지켜보며


오늘 경기를 보고, 이 팀이 저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일 큰 이유는 언더독이 최강팀을 잡아내서겠죠. 근데 단순히 그런 업셋으로 느끼는 도파민과 지금의 KT롤스터가 저에게 주는 이 여운은 분명히 많이 다릅니다.
아마도, 그들이 매우 흔들렸던 과정들을 속 태우며, 믿음과 불신을 롤러코스터 타듯 지켜봐왔기에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 봅니다.

그들의 2025년 시작은 미약하다 못해 미진했습니다.
선수 개인 기량은 분명 나쁘진 않은데, 툭하면 발생하는 판단미스와 하나씩 나사빠진 듯한 팀합.
1라운드 3승 7패라도 거둔 건 비디디가 해줘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발전해 나갔습니다.
비디디를 핵으로 삼아 조금씩 뭉쳐갔습니다.
실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목표는 분명히 해 나갔고, 이전 경기에서 잘못한 부분은 다음 경기에서 최대한 보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좀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려 레전드 그룹에 합류합니다.

다시 덜컹거렸습니다. 그것도 이번엔 아주 심하게.
상위권 팀과의 경기는 여기가 이들의 한계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좌절을 주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무너지기도 하고, 충분히 이길 경기를 본인들 손으로 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3라운드까지 한번도 상위 3강과의 매치승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레전드/라이즈는 잘못된 시스템임을 증명하는 장본인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다시 갈고 닦았습니다.
본인들의 단점은 최대한 커버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점점 깔끔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농심과의 대결에서는 항상 승리를 거두었고, 젠지와 티원에게 일격을 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레전드 4위를 굳히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 직행권을 손에 쥡니다.

그리고 그들은 플레이오프 승자조에서 5전제의 젠지를 3:2로 꺾고
자신들의 손으로 월즈 3시드를 쟁취한 뒤, 무패행진으로 월즈 4강에 안착하고,
끝내 오늘 어엿한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결승의 봉우리에 도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들에게 희망을 볼 수 있게 되고, 그만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기대하지 않으려 애써 부정해왔습니다.
살다 보면 종종 큰 기대는 큰 고통으로 돌아오곤 했으니까요.
이제는 실망하고 아파하게 될지라도, KT롤스터 선수들과 감코진들에게 크게 기대하고 마음껏 응원하려고 합니다.

약간 비약이 많이 섞인 과도한 감흥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미숙했던 어린아이같은 존재가 상처입고 극복하기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우리 인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저는 느낍니다.
지금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도 언젠가 목표하고자 한 바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마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을 보여준 이전의 DRX처럼요.
그게 제가 느끼는 감동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설레발을 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결승 나머지 한 자리에 누가 올라올 지 모르고, 우승팀 역시 결정된 바 없습니다.
다만 이 여정의 마무리가 우승이 아닐지라도 저는 행복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왜인지 모르게 이십여 년 간 마음 떠나지 못했던 이 팀을, 특히 올해의 이 팀을 가슴 저리게 사랑할 존재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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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 25/11/01 22:52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월즈 전에 완성돼 있던 팀보다 월즈에서 완성되어 가는 팀들이 우승한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네요. 어쩌면 kt도...
그러지말자
+ 25/11/01 22:57
수정 아이콘
레전드 그룹에서 티젠한에 답없이 속절없이 깨질때도 승리를 향한 염원을 잃지 않은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 거름이 되어 기어이 결실을 이룬게 아닐까 싶습니다. 티원을 응원하지만 리스펙 하지 않을 수 없는 팀이지요. 우리 티원도 같이 설레고 즐거운 일주일의 기다림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군요.
라라 안티포바
+ 25/11/01 23:00
수정 아이콘
예전엔 월즈가 증명하는자리지 성장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했는데, 22 drx의 기적 이후 모두 깨져버렸죠.
일단 진출하기만 하면, 월즈도 성장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것...
점점 더 최적화되 고인물 게임, 고인물 리그가 되어가는데 이런 즉흥적인 기적이 계속 튀어나오는게 너무나도 신기합니다.
+ 25/11/01 23:05
수정 아이콘
플옵 1라운드 BFX전 커즈의 감 찾은거같은 표정... 그 이후부터 젠지를 잡더니 완전히 딴 팀이 된거같아요
차은우
+ 25/11/01 23:25
수정 아이콘
2세트에서 안졌으면 전승우승 각이었는데
바카스
+ 25/11/02 00:16
수정 아이콘
kt가 결승을 대떡내면 젠지는 고개 당당히 들어도 되죠.
당근케익
+ 25/11/01 23:47
수정 아이콘
진정한 우상향팀이죠
도움이 되지 못하면 방해나 하지 말란 소리 듣던 팀
Janzisuka
+ 25/11/02 00:06
수정 아이콘
솔직히 지금 잠 못자겠어요. 꿈일거 같아서..
아...리딸하다 뒤지것네...
명예5렙...언제 올라오나...어제 그렇게 신나하시던데..크크크크크크크
다시마두장
+ 25/11/02 00:31
수정 아이콘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676624
많은 분들께 감동을 준, 시즌 포부와 각오를 내비친 인터뷰

https://www.fmkorea.com/?amp;s_comment_srl=3201426122&mid=lol&category=2857578777&page=1&document_srl=8265478685
KT의 어려웠던 시즌의 단면과도 같은 클템의 이 발언

너무나도 뚜렷한 고난과 성장의 궤도를 목격해왔기에 이 감동이 더 배가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밀크티라떼
+ 25/11/02 01:31
수정 아이콘
월즈 기간 동안 비슷한 실력의 팀들이 모여서 온몸 비틀어가며 연구할텐데
일종의 정신과 시간의 방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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