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스토브리그가 달궈지면서 선수들과 코치진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좀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려봤습니다. 이번에 롤드컵에서 LCK팀이 모두 결승에 가지 못하는 바람에 많은 팬들이 실망했고, 저 또한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특히 거의 전 경기를 외국 해설로 보고 나서 든 생각은 현 메타 안에서 손익계산에 대한 접근이 매우 달랐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용/전령에 크게 비중을 두거나, 돌발 발생시 우왕좌왕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 외국 해설들이 한국해설들보다 좀 더 객관적이고 직설적으로 꼬집어줬다랄까요. 한 예로, 클리드가 그라가스 궁으로 블루스틸에 실패하자마자, 이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적/플레이적 손해를 곧바로 설명하며 리스크만큼 이득이 없는 안 좋은 플레이었다고 얘기 하더라구요. 클리드 선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류의 손익계산을 해설들이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G2의 플레이를 보면서 예전 최연성 선수 인터뷰가 생각났는데, 본인은 스타의 본질이 자본주의(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라서 결국 모든 손익을 계산해서 내가 더 많이 벌면 이기는 게임이라고, 싸움이든 자원이든 결국 돈으로 환산 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G2에게서 받은 느낌은 이런류의 손익계산에 매우 빠르고 유연하며 의사결정 또한 빠르게 이뤄진다는 것이었죠.
자본도 딸리고, 시청자수도 딸리는 LCK가 어떻게 하면 셀링리그로의 (마치 축구로 치면 네덜란드 리그나 브라질 리그 같은) 몰락을 막고 다시 예전처럼 올라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유튜브에서 크리스탈팰리스 분석관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한 팀에 분석관이 여러명
- 분석관의 주요 임무는 경기촬영
- 촬영된 내용을 종류 상황별로 분류해서 코딩 (모든 선수의 터치, 킥, 드리블, 오프더볼 움직임 등등)
- 선수들이 본인의 플레이를 집에가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한다.
- 이걸 팀 단위로 모든 선수들에 대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심지어는 후보/유소년까지도 분석 데이터를 제공함
- 예 : 선수가 집에가서 내가 실패한 크로스만 보고싶으면 그것만 모아서 볼 수 있음
- 분석관은 회의에도 참여하고 전략적인 의견도 낼 수 있음.
- 코치들이 먼저 특정 부분을 분석해달라고 할 때도 있고, 분석관이 먼저 자발적으로 분석해서 의견을 내기도 함.
- 여러명의 분석관이 돌아가면서 시합이 있기 전 2주 전부터 상대팀 분석에 들어감.
이 영상을 보고 난 후 제가 든 생각은 LCK에 분석관이라는 롤이 좀더 전문적으로 자리잡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제가 만약 T1 단장이라면 당장 본사에 요청해서 롤에 대한 지식이 있는 빅데이터/딥러닝 전문가를 팀에 전문 분석관으로 고용할 것 같습니다. 일단 테스트로 1명만 돌려보고 효용성이 검증된다면 2-3명을 둘수도 있겠네요. 커져가고 있는 게임리그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실력있는 분석관에게는 연봉 1억씩 줘도 안 아까울 것 같습니다. 짧은 선수 생명에 비해서는 이런류의 인력은 훨씬 안정적일것도 같구요. 당장 생각나는것만 분석가능한 분야만 적어도 꽤 많은것 같고, 축구/야구 같은 피지컬 스포츠에 비해서 데이터화에도 이스포츠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활용가능성도 높을듯 합니다.
- 와딩 위치/타이밍
- 스플릿 패턴
- 한타 위치 선정
- 스킬 사용 순서
- 정글 동선
- 논타겟 피하는 무빙 패턴
- 메타/상대 주요픽 카운터 치는 꿀챔 찾기
- 타 리그 분석
마지막으로 아래는 이번 글의 계기가 된 영상입니다. (유튜브 홍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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