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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4/25 16:54:17
Name ls
Subject 공군 ACE, 그리고 임요환과 이재훈
어제있었던 공군과 삼성전자의 경기를 보고 쓴 글입니다. 편의상 경어를 생략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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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군 ACE와 삼성전자 칸의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에 관심을 둔 것은 임요환의 팀플 출전 탓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재훈의 개인전 출전 때문이었다. CJ 소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가 군대에 입대한 파파곰 혹은 한량토스 이재훈. 토스 유저가 한 명도 없었던 공군팀이었기에 그의 출전은 더욱 반가웠다. 저그를 상대로 하는 경기라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어이쿠 싶더라. 커세어-리버 체제를 염두에 두고 캐논과 질럿으로 입구를 막은 이재훈이 처음 나온 셔틀에 질럿 셋을 태워 저그의 본진을 노린 틈을 타, 주영달이 히드라와 저글링으로 이재훈의 본진 입구를 두드렸다. 토스 진영 본진의 수문장은 캐논 한 기와 드라군 한 기. 막을 수 있을 턱이 있나. 커세어는 다섯 기 정도 모여있었지만 지상유닛들을 상대로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재훈은 맥없이 GG를 치고 말았다.

어찌보면 주영달이 본진으로 치고 들어온 타이밍이 절묘했달 수 있겠다. 리버가 나오기 직전 타이밍을 노렸고, 그것이 보기 좋게 먹혀든 셈이니까. 하지만 이재훈의 플레이에는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그의 타이밍 러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입구에 달랑 캐논 하나에 드라군 하나 뿐이라니. 그 많은 커세어들 중 한 두기만 돌려서 꼼꼼히 정찰을 해주었어도 이렇게 쉽게 밀려버리지는 않았을 게다. 게다가 질럿 세 기 드랍도 뜬금 없었다. 견제 플레이로 저그의 진군을 늦춰보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게지만 그 타이밍에 질럿 세 기를 적 본진에 내린다고 해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방어 병력의 부재로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바로 이재훈이 당했던 것 처럼 말이다. 하다못해 질럿으로 입구 막아 놓고 리버 나올 때까지만 기다렸어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패배를 하고 말았으니. 그것 참.



어제 팀플에 출전했던 임요환도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강도경이 SCV 러시를 필사적으로 막으며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에 스피드업 벌쳐를 대여섯기 정도 모아서 한 번에 밀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올리고 바이오닉 위주에 탱크를 조합하는 쪽으로 나가는 건? 테란의 테크 속도로 봐서는 충분히 먹힐 법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임요환은 몰래 팩토리 메카닉을 고집했다. 그것도 어정쩡한 숫자의 골리앗으로 공격을 감행하면서 말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노 스피드업 벌쳐 -> 골리앗 테크는 임요환의 판단 미스였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면 다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역시 임요환이다, 임요환은 뭔가 다르다라고 말들을 하지만, 군대에 가서 그의 실력에 녹이 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군팀의 프로리그 경기를 보고 있으면 군대에서 게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 늘어간다. 도대체 공군 ACE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입대를 택한 프로게이머 구제? 임요환을 e-스포츠 시장에 잔류시켜서 조금이라도 리그의 흥행을 높여보고자 하는 발상? 모든 팀들이 공군팀을 좋게 말하면 '1승의 제물', 나쁘게 말하면 '샌드백' 수준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공군팀이 프로리그에 출전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물론 이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일지도 모른다. 공군팀의 성장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을테고. 하지만 팀이 제대로 정비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리그에 밀어 넣는 것도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리그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뿐이지 않나. 물론 방송에서 임요환이나 이재훈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반갑지만 말이다. ..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면 할 말 없고.

아무튼 협회나 리그를 주최하는 주최사, 방송국 입장에서 공군팀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때 그 때 시청률이야 올라가긴 하겠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감이 한참 떨어져 있는 스타 선수들을 무작정 내보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테니. 언제까지나 임요환의 네임밸류에 기댈 수는 없지 않겠나.



딴 소리 한 마디.
이런 상황임에도 - 이런 저런 잡음이 있긴 했지만 - 임요환이 MSL 32강에 올라간 건 정말 그 자체로 기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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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7/04/25 17:03
수정 아이콘
공군의 존재가치는 단순히 승리를 위함이 아닙니다. 공군쪽에서는 홍보요 선수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며 팬들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협회역시 그런 정치적인 이유로 공군팀을 반기고 있는것이구요. 꼴찌라서 팀없애자-라는 식의 논리라면- 옛날 옛적에 없어졌을 팀들도 많습니다. 그 팀들이 몇년씩 소위 삽질하는것은 괜찮았는데 공군팀(신생입니다 신생.--;;)이 겨우 3패를 한것에 왜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모르겠군요.(죽자 한빛.)

각설하고 공군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재훈 강도경 조합이나 김선기 강도경 조합(요새 유행이 테란저그이니)으로 팀플을 꾸리고 임요환 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을 개인전으로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조형근 김선기 조합이라던가....
엔트리예고제로 인한 스나이핑엔트리는 불가능 하지만 경험많은 노련한 선수들이 모여있는 만큼, 외려 타 팀의 방심과 준비된 전략이라면 개인전 2승은 불가능하지 않다고보고 팀플에서 무언가 방법을 찾아만 준다면 3할승률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07/04/25 17:10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얘기로 까기엔 공군이란 팀이 너무 매력덩어리라 (성학승 선수 완전소중 +_+ 군대 가서 실력이 더 는듯) 더 지켜보고 싶어지네요
07/04/25 17:13
수정 아이콘
까칠하십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공군팀을 애정으로 봐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녀메딕
07/04/25 17:21
수정 아이콘
매력덩어리 맞습니다. 이재훈 선수를 응원하는 제 모습이 생소하기조차 하네요. 첫승을 신고하는 그날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애정이 가는 팀이네요.
My name is J
07/04/25 17:25
수정 아이콘
어제 오프를 갔다왔는데...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임요환 강도경 이재훈선수의 모습에 뭔가 모르게 많이 웃었습니다. 으하하하-
그런 매력이 있는 팀이지요. 농담이지만.. 임요환 최인규 팀플이 보고싶어..를 외치고 왔습니다. 으하하하!

성학승선수 완전소중(2)+_+
07/04/25 17:30
수정 아이콘
얼마간의 공백기와 연습시간과 파트너의 부족 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갖고있는 이상, '정비된 시간'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역시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적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실전을 치른 다는 현 상황이 공군팀에게는 최고의 연습인 셈이죠.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친구랑 매일 pc방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대회한번 나가서 부딫혀보는게 기량향상을 위해서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슷한 이유로 어쨌든 공군팀에게는 빠른 시간에 리그에 참가해 실전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공군팀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실상 은퇴를 하거나 은퇴에 준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2승을 올린 성학승 선수 조차도 t1에선 지속적인 출전이 어려웠던 입장이었던 만큼, 오히려 선수가 부족한 공군팀이라는 것이 선수들의 잦은 출전으로 인해 실전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기에 그 나름의 공군팀으로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07/04/25 17:40
수정 아이콘
임요환, 이재훈, 성학승..입대전 소속팀 경기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된거 만으로도 전 너무 좋네요
모십사
07/04/25 18:52
수정 아이콘
댓글들에서 공군팀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네요. 저는 그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생명연장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사실상 군입대 = 은퇴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요. 케텝의 임재덕 김동수 선수가 그 공식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공군 프로팀이 창단한 자체 만으로도 이제 입대 = 은퇴라는 공식이 무색해졌습니다. 군대에서도 실전 경기 감각과 트랜드를 그대로 흡수하여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군의 존재 이유는 분명합니다.
더해서 팬들의 입장에서도 타팀의 중요선수들이 군대에 갈 경우 색다른 팀의 모습을 볼수 있다라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글쓴 분께서 여타 스포츠에서 상무팀의 존재이유를 생각했었다면 아마도 글이 많이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인민의무장
07/04/25 21:09
수정 아이콘
공군팀은 단지 '임요환을 이용해' 공군 홍보 한번 해보자는 의도로 만들어 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게임에 올인을 해도 금방 도태되는게 스타판인데 훈련과 게임을 병행하며 리그에서 버티기는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그것을 아는 에이스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실력이 건재할때 군대를 절대 갈리 없습니다. 일명 한물간 선수들이 군대로 가겠죠. 그래서 실력으로 확실한 임팩트를 주기는 힘들겁니다. 오히려 샌드백 이미지만 들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창단했느냐 묻는다면 앞서 말했듯이, 임요환이란 초대형스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력은 녹슬겠지만 임요환이란 이름 하나로 여태까지 쌓인 그의 팬들의 관심을 공군으로 돌림으로서 확실한 반짝 홍보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봅니다. 공군팀 창단은 바로 그걸 노리는것일테고요. 그런면에서 공군팀의 수명은 임요환의 인기와 비례해서 떨어질거라 주장합니다. 예전 4대천왕들이 나이도 좀 있으니 군대에 입대한다면 그때까지도 버텨볼수 있겠군요.

하지만 그 뒤로는 가뜩이나 수명이 불안한 스타판에서 실력에 크게 상관없이 나오는것 만으로도 (이름값만으로도) 확실한 홍보효과를 가져다 줄만한 스타는 군대에 입대할리가 없습니다. 할수 있을때까지 끝까지 해보고 군대후에는 스타가 아닌 다른걸 찾아보겠죠. 군대까지 갔다오면 나이도 적지 않아 미래도 생각해야 할 나이니깐요. 정리하자면 공군팀은 단순히 임요환이란 어느 스포츠에도 전무후무한 스타를 이용한 공군의 홍보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며 지금 현역 선수들에게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인민의무장
07/04/25 21:14
수정 아이콘
경기는 못챙겨 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공군이란 팀에 웬지 애착이 가네요. 과연 어느팀을 상대로 첫승을 챙길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저의 부정적인 생각을 좀 깨끗이 씻어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일월오봉도
07/04/25 21:40
수정 아이콘
서울대 야구팀이 생각나네요...1승만 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군에게만은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모든팀에 퍼진 상황이라 그마저도 어려워 보입니다만...이제3패일뿐...앞으로 19경기가 남아 있으니 끝까지 응원 하렵니다.
(죽자 한빛) 에서 크게 웃었습니다...+_+
07/04/25 21:49
수정 아이콘
딴건 몰라도 연습상대 부족이 정말 심각할 겁니다..

자체네 인터넷이 안되니 공군선수들 끼리만 연습해야 하는데

후.. 암튼 임선수는 제발 개인전에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_-;;
여자예비역
07/04/26 00:37
수정 아이콘
아빠곰은 믿어요...
07/04/26 11:13
수정 아이콘
제가 쓴 글이지만 다시 읽어보니 toto님의 지적처럼 참 까질합니다. ^^;;

공군팀이 제대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투입된 것 같아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한 시즌 더 쉰다고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였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만,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토스 유저들을 포함해서 착실히 준비를 한 뒤에 올 후기리그부터 참가했으면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juny님 말씀처럼 시간을 더 주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공군팀이 매력적인 팀이라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공군팀은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서 이리저리 치이는 소국이라는 인상이 강해 보기가 조금 안타깝네요.
07/04/26 17:12
수정 아이콘
이제 첫시즌입니다. 1승이라도 하면 좋은거고..
성적에 대해서는 연습량,팀웍 여러가지로 불리한 상황이고 해서
기대는 안하고, 그저 올드게이머들 모여있고 군생활중에도 이렇게 출전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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