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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16 22:54:45
Name 비갠후에
File #1 yeon9_1024.jpg (496.0 KB), Download : 24
Subject 29살 독신남이 보는 연애시대




내 나이 스물 아홉.

아직 20대인 것에 안심하면서도 곧 서른이 된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얼굴에 묻어나오는 나이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살며시 펼쳐보일 수 있는 연애다운 연애는 내 인생에 없었다.

그런 내 가슴을 채운 건 언제나 실패로 끝나는 짝사랑의 아픔.

이제는 달라지고 싶어 딴 곳을 바라봐도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가슴.

헛된 상상으로 내 머리를 채우지만 가슴은 결코 머리에 있는 가공된 기억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민영방송의 드라마라도 거기에 고민이 없으면 전파낭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애시대' 지금까지의 내 연애사를 돌아보게 하는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것이 비록 상대방이 없는 주인공 혼자의 드라마이지만......



망설임은 모든 아픔의 시작이다.

멈칫거리는 말과 행동, 주저하는 태도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가 상처받을까

걱정되고 나때문에 그사람이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한번 더 껍질을 벗기면 상처를 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이고 두려운 것은

내 아픔이요, 불행이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기 어려운 것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는 경험의 부족보다는

그 여자가 내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의 아픔이 더 크기때문이다.



아픔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과거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뚜렸해지기보다는 희미해진다. 그 흐릿함은 행복했던 추억에서

더욱 그렇다. 오래전의 행복한 기억들은 지금의 현실에서는 씁쓸한 웃음만을 남길뿐......

서로를 기억하고 보낼 수 없음은 가슴 속에 묻고 꺼내기 싫은 사건과 기억들이다.

그것때문에 헤어지고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지만 그래도 잊지 못하는 관계로 남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버리지 않음은 과거지향적이다.

아침을 커피와 도너츠로 시작하는 것은 같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버릇이요, 같은 동네에 살고

매일 지나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함도 과거부터 해오던 애정의 확인이다.

새로 시작하기도 힘들고 시작하는 관계는 과서의 덫에 빠져 진전이 어렵다.

이혼한 부부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관계로 지내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향수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거다.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끝을 보고 싶다. 이 '연애시대'의 결말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의 마지막도......

하지만 두려워. 그 끝이 또다시 아픔으로 될까봐......

아니, 부러워.

헤어지고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아프더라도 추억할 수 있는 수많은 기억이......

난 사랑이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연애를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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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6/05/16 22:58
수정 아이콘
이 드라마..
너무 예쁘게 솔직해서..

참.. 뭐라고 모질게 쏘아붙이기도 뭐할 정도로 힘이 빠집니다.
그러면서도 보게 되네요.. 흠..
은경이에게
06/05/16 22:58
수정 아이콘
후..진짜 초강추 드라마입니다.대사하나하나가 명대사라는..특히 추억에 관한것은 정말 공감가더군요.
마법사scv
06/05/16 23:00
수정 아이콘
지금 동진이 결혼식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은호가 동진이집에서 추억 회상할 때 정말 뭉클했었는데..
지금 은호가 너무 안쓰럽네요 ㅠㅠ
06/05/16 23:03
수정 아이콘
식사할때만 가끔씩 봤지만,드라마 분위기가 너무 멋지네요.
아~ 가을이었다면 더 가슴이 아팠을지도..
그녀지킴이
06/05/16 23:12
수정 아이콘
헐... 가슴이 저립니다. 결혼식....
부들부들
06/05/16 23:13
수정 아이콘
동진이 진짜 결혼하는겁니까?ㅜㅜ
따로 헤어져 결혼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진짜 결혼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hyun5280
06/05/16 23:13
수정 아이콘
아쉬워요.. 그저 아쉽다는 생각밖에는 안드네요..
네멋대로 해라 이후에 오랜만에 깊이 빠져봅니다.
yellinoe
06/05/16 23:13
수정 아이콘
저도 연애는 안해봤어요,, 걍 여자애에게 빠질까봐 관심도 일부러 안기울이고 그러다 보니... 괜찮겠쬬? 전 연애 사랑 결혼의 순서가 아니라 아무랑 결혼해서 연애하고 사랑하면 이상할려나요? 이렇게 생각하는 배필이 있다면 참 잘맞을텐데..
Radiohead
06/05/16 23:23
수정 아이콘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담기는, 그런 드라마..
개인적으로는 너무 억지로 동진과 은호를 연결시키려는 상황이 안나왔으면 하네요.. 오늘 결혼식 장면, 참 밤을 슬프게 만드네요..
Neo_Knight
06/05/16 23:25
수정 아이콘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요..

저는 결혼도 아직 안 해봤는데...
연애는 이제 싫어요...
사랑은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날카롭고 차디찬...무서운 거거든요..

어린 넘이 별 소릴...ㅋ
암튼 연애시대 ^ ^b
아레스
06/05/16 23:29
수정 아이콘
연애시대...
요즘 너무 슬프더군요..
오늘꺼는 아직 안봤지만..
우루루쿵쿵
06/05/16 23:38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플뿐입니다!!!
Katase Ryo
06/05/16 23:41
수정 아이콘
요새 유일하게 보는 한국드라마네요.
이번주꺼는 아직 안봤는데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06/05/17 00:10
수정 아이콘
동진의 결혼식과 은호의 나레이션이 교대로 나오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연애시대>를 보면서, 사랑과 그 이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은호의 대사처럼 서로의 인연의 끈이 눈에 보이면 참 좋겠더군요. 마음아파할 일도 줄어들것 같고요.
라푼젤
06/05/17 00:24
수정 아이콘
또다른 형식의 남성판타지라고 할까요.....역시 사전제작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필수로군요....
06/05/17 00:32
수정 아이콘
저도 따라서 봤는데 괜찮더군요. 제가 보기엔 드라마이기에 가능하지 않
나 싶군요. 12회를 몰아서 보고 13,14회를 보니 너무 답답하더군요.
06/05/17 00:36
수정 아이콘
sbs에서 만든 드라마가 맞답니까 이 드라마가..

이번 결말은 실망스럽지 않을 느낌입니다...
(아 근데 이 드라마 완전사전제작인가요?)
hyun5280
06/05/17 00:37
수정 아이콘
환타님 제가 듣기론 70% 사전제작 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5월 초까지 촬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06/05/17 00:38
수정 아이콘
hyun5280님 /
앗 그렇군요..그럼 이미 다 제작되었나보군요..
감사합니다^^
낭만덩어리
06/05/17 00:51
수정 아이콘
작은 소품하나 흘려보낼 수 없는 그런 드라마죠.
잘 안잡히는 택시, 출연진과 똑같은 포즈의 인형, 지나가는 동진에게 길을 물어보는 행인.
노영심씨가 만든 음악들과 함께 깔리는 잔잔한 나레이션들..
(어제 기억편은 정말 역대 드라마 최고의 명대사가 아닐지...)

여담으로 손예진의 대표작은 이제 클래식이나 외출이 아닌 연애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정말 가슴 저리도록 연기를 잘합니다.
김군이라네
06/05/17 00:51
수정 아이콘
원작이 일본소설이이라 시나리오가 정말 탄탄 -_-;;
또 하나의 즐거
06/05/17 01:12
수정 아이콘
정말 완전 소중 손예진 입니다..
저도 어제 그 손예진의 회상신이 너무 기억에 남았는데..
왠걸... 오늘의 결혼식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다음주가 끝인데... 정말 이렇게 일찍 끝나는게 아쉽기도 하고...
간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 한편 봐서 너무 기쁩니다..
담배피는씨
06/05/17 02:14
수정 아이콘
너무나 현실 같은 드라마..
김선우
06/05/17 02:34
수정 아이콘
연애라는 것 조차 하지않으면 인생이 너무나 심심하겠죠.남녀가 만나서 웃고 울고 하는게 사는 낙일때가 있는거죠
METALLICA
06/05/17 02:40
수정 아이콘
흠잡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드는 꽤 만족스런 드라마.
혼자서 최고 최고 최고 .....요럽니다.
라파엘르
06/05/17 04:16
수정 아이콘
모래시계 이후 첨으로 집중해서 봤던 드라마 같네요.
ost의 잔잔함도 좋고 전반적으로 연출의 힘이 돋보입니다.
관객의 몫까지 배우가 울어버리는 신파가 전혀 없다는게 가장 맘에 들어요.
알포인트 거미숲을 거치면서 예전과 다른 왠지모를 내공이 쌓인 감우성(동진)의 연기가 참 리얼하고 편한 느낌
원작의 비참한 결말이 그대로 일지 정말 궁금하네요.
06/05/17 10:05
수정 아이콘
이드라마 좋아요!!
06/05/17 11:52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괜찮은 드라마 한편.
06/05/17 12:40
수정 아이콘
완전 팬이에요...손예진의 독백들은 볼때마다..가슴을 짠하게 만들어요...흑...
수미산
06/05/17 13:39
수정 아이콘
완전 소중!
어제 은호가 동진 집에서 나와서 내리막길을 걸어가는데
마주오던 커플 중 여자가
'저 여자 우는 것 같아..'
하는데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호의 얼굴이 머리속에 그려져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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