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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14 22:05:46
Name zephyrus
Subject 5월 15일...
5월 15일. 내일은 '스승의 날' 이네요.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찾아뵈려고 날짜 맞춰서 휴가를 나왔는데
교직원 체육대회 날이라네요.. 그래서 찾아가는 건 포기하고
생각나는 선생님들께 전화라도 한통화 드리려고 생각 중입니다.

##

부대에서 집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서 TV를 보다가
뉴스에서 '스승의 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스승의 날'에 휴교를 하는 초중고등학교가 많아지고 있다는 뉴스였는데
그 휴교로 인해 '촌지'문제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 때, 5월 15일 날 저희 반은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꽃 한송이도 말이죠.. 사실 선생님과 그리 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옆 반에서 선생님께 자전거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서..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선생님께 새 자전거를
"선물" 로 드린것이었습니다. 바로 옆 반이었기에 그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고 감동하시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순간 담임 선생님께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순식간에 의견이 나오더니 결국 점심시간에
돈을 조금씩 모으고 점심시간에 나가서 케잌과 꽃을 사오고..
넓은 칠판을 롤링페이퍼 삼아 가득 채우고, 남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풍선까지 사서 마지막 종례 시간 전에 준비를 해서 종례시간에 들어오는 선생님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은혜'를 다같이 불렀습니다.

급조한 이벤트여서 너무나도 죄송했었지만, 정말 기뻐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화학 선생님 한 분의 별명이 '눈물' 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들이 담임선생님이었던 화학 선생님께
스승의 날에 돈을 모아서 양복을 한 벌 사 드렸었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너무 감동하신 나머지 눈물을 쏟으신거죠.
덕분에 아마 아직도 제 후배들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 이라고 선생님을 부르고 있을겁니다.

##

스승의 날에 학교를 안간다면, 이런 모습들도 볼 수 없겠죠.
스승의 날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조차 들을 수 없는 선생님이 되어서,
스승의 날에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릴 선생님을 뵐 수 없는 학생들이 되어서,
안타깝습니다.

##

짧은 뉴스 하나가 예전 일들 까지 떠올리게 만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네요.

촌지..
며칠 전에 있었던 교사의 자살..
교권 침해..
그리고 수많은 것들..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점점 이상해지고,
그리고 학교가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처럼 보여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고치는 것은 불가능 하고 점점 더 안좋아지는 방향으로 밖에 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졌었습니다.

그래도......

##

여기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겠지요..
우리도 학부모가 될테고, 교사가 될 사람들도 있을테고, 물론 이미 학부모이거나 교사인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우리부터 시작하면 학교를 학교답게, 선생님을 선생님 답게, 학생을 학생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노래를 불러드릴 수 있는..
학생들의 진심을 진정 고마워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런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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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ess
06/05/14 22:14
수정 아이콘
저랑 친구들은 스승의 날 다음 날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2년 만에 뵙는 거라 살짝 긴장되네요^^; 하하하

대학 와서 선생님과 처음으로 술자리 같이 할 때 상당히 들떴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사소한 일로 감정 상한 적 있었는데 '다 날 생각해주신 건데, 그 때는 몰랐네'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었죠. 후후

그 동안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못찾아뵜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반회원
06/05/14 22:15
수정 아이콘
내일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성년의 날이기도 하지요.
slambeat
06/05/14 22:18
수정 아이콘
부적절한 학교와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고 다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저두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존경할만한 선생님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스승의날에 좋은 추억대신 의무적인 선물 사례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서 무척 않타깝게 여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편으로 스승의날에만 국한되있는 진심이 아니라 졸업할때까지... 아니 졸업하고 나서도 이어질 선생님에대한 진실된 마음을 학생들이 가질수 있길 바랍니다.
zephyrus
06/05/14 22:21
수정 아이콘
저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나온 학교만 해도 스스로 정말 학교다운 학교라 생각하고, 또 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말 그대로 가끔씩 들려오는 소식들이 안타까운거죠..
06/05/14 22:27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저도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작은 선물만 한 기억밖에 나지 않는 군요....... ;;;



아니 근데, 스승의 날에 휴무한다고 촌지가 없어진답니까? 어제도 우리학교에 아주머니들이 손에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학교로 찾아오시더니만..... (물론, 촌지는 아니어겠습니다만 -_-;;)
나야돌돌이
06/05/14 22:31
수정 아이콘
요즘은 인터넷때문에 촌지문제가 예전보다는 낫다고 들었는데

오늘 선생님에게 드릴 선물을 샀는데, 차랑 화장품이었죠...^^
마냥 좋은 은사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같아요
06/05/14 22:51
수정 아이콘
교생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의 생각도 정립해 볼 수 있고
5월 15일은 왜 쉬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도 확실해 져가는
그런 느낌까지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죠.

직접 아이들에게 강조까지 해줘가며 전달해줬습니다.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며 부모님께 반드시 읽어보도록 하라는 말을
하였을 때 전 이미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렸음을
느끼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슬픈 일이죠. 그러나 그것이
비단 제가 근무하는 곳만이 아닌 여러 학교에서 공통된
문제였음을 알았을 때 제 충격은 더 커져 있었습니다.

분명 5월 15일의 의미는 바뀌었습니다.
06/05/14 22:53
수정 아이콘
촌지에 관해서는 학부형으로서 할 말은 무척 많지만 참는 것이 좋겠지요^^
아직도 음지에서 묵묵히 참 스승의 길을 가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의 댓글에서는 좋은 스승님의 모습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06/05/14 23:08
수정 아이콘
스승의 날... 내일 학교 쉬어서 (저는 고3이라서 공부하러 가긴갑니다만) 제가 있는 반은 5월 13일날 했었는데 , 학부모들은 몰라도 학생들이 해주는 그런 선물이나 파티는 정말 다른뜻이 있어서 하는게 아닌데 사회에서 그런걸 알아 주질 않으니까 다 싸잡아서 나쁘다고 하고 휴교해 버리고..

사실 스승의날 없다고 해도 그런게 없어지는건 아닌데-_-;
가끔 시도때도 없이 학교 오시는 학부모들 정말 저렇게 할일이 없나라고 생각듭니다...
달려라투신아~
06/05/14 23:17
수정 아이콘
몇 십년째 초등학교때 선생님을 찾아 뵙습니다. 이제는 한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 되셨죠. 매번 찾아 뵐때마다 스승의 날에만 찾아 뵈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 선생님의 학교도 이번 스승의 날은 휴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선생님과 같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학교가 많이 변했다며 웃음을 짓는 선생님의 모습에 가슴이 조금 아파옵니다.
글루미선데이
06/05/14 23:59
수정 아이콘
전 어릴 때 가출을 밥먹듯이 했던 적이 있었는데 끝까지 찾으려 하시고
(집까지 쫒아오셨다는....)
적절한 매질과 더불어 군인 장교출신다운 "사나이"의 길을 알려주셨던 담임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처음엔 선생님의 행동이 웃기기만 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감동했더랬죠..
저란 꼴통(?)을 사람답게 많이 만들어주셨는데..
문제 학생인데도 자기 일처럼 나서서 금전적인 도움도 해주시고
지방으로 가시는 모습이 마지막 기억인데...평생 잊지 못할 은사이십니다

몇일 전에 엘레베이터에서 젊은 학부모가 남편과 통화하면서
담임이 "부정적인"뉘앙스로 나무랬다고 펄펄 뛰고 있더군요
체벌논란으로도 모자라서 이젠 말투까지 조심해야하는건지....
비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이래놓고 무슨 공교육 붕괴가 어쩌고 저쩌고 떠드는지..

선생님들 전부가 착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경험자로써 대부분이 훌룡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이 거부하는 스승의 날....
허구헌 날 교육개혁만 울부짖을게 아니라 우리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좀 생각들 해봤으면 좋겠네요..

글 읽다보니 이유없이 맞았던 기억 누명썼던 기억도 나지만
그것보다 몇배는 많았던 좋은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스피넬
06/05/15 02:09
수정 아이콘
스승의 날에 반 친구들이랑 했던 파티도 좋았지만,
한 학년이 끝날때쯤 어머니와 함께 선물을 들고 찾아뵌 기억이 더 남네요.
선물이 너무 비싼거 같고, 친구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봐, 선생님이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등등 이런 걱정들을 했었죠...
"친구들이 뭐라하고 오해하면 니가 잘 설명해주고 이해시키고
선생님께서 안 받으신다면, 엄마가 잘 말씀 드릴께"
어머니는 어린 절 타이르고 매년 그 일을 하셨답니다.
나중에 제 걱정들은 정말 쓸때없는 걱정이었다는걸 알았죠.

이제서야 나이가 조금 먹었는지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네요...
이제서야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이해하게 됩니다...

"1년동안 내 역할을 하신분께 너무 약소하단다"
06/05/15 10:29
수정 아이콘
중학교 교사를 4년째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도 작년부터 5월 15일은 쉬고 있답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학부무회에서 간단한 떡,과일,주스.. 이런걸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교장 선생님께서 마다하셨다고 합니다.
그 얘길 듣고 참 씁쓸했었습니다.
글루미선데이님 말씀대로, 정말로 '스승이 거부하는 스승의 날' 이 맞습니다...사실 저희도 원치 않으니깐요...
FreeComet
06/05/15 17:19
수정 아이콘
스승의날에 쉬는건 확실히 좋은것 같습니다. 촌지나 선물 주고싶은 사람이 따로 찾아가서 주는건 안없어지겠지만, 아무것도 안주는 학생들의 부담감은 확실히 줄어들었죠. 예전같은 경우엔 어떻게 감히 스승의 날에 빈손으로 학교에 갈 수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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