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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17 01:01:52
Name 시퐁
Subject SO1 스타리그 16강 마지막주차 관전후기.
1. 너의 방식 속에 나의 답이 있다.

임요환 선수의 강점은 드랍쉽과 메인 병력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병력이 본진 밖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드랍쉽은 상대의 본진 내지는 멀티를 공격하는데 비록 주병력이 상대의 병력과 양패구상을 하더라도 동시에 들어간 드랍쉽 병력이 상대편의 기지 하나를 무력화시켜버립니다. 이것은 테란이라는 종족의 자체 화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저그라는 종족이 확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생산력을 강점으로 하고 있지만 그 생산 기지를 파괴해버리기만 한다면 그 강점은 오히려 약점으로 돌아서버리기 때문에 임요환 선수의 이런 방식은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저그의 병력 모이는 속도가 테란이 병력 모으는 속도와 비슷해져버린다면 당연히 테란의 승리로 굳어져버리는 것이지요.
게다가 임요환 선수의 또 하나의 강점은 공격 패턴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상대하는 선수의 스타일에 맞추어 여러가지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속된 말로 혼을 빼버립니다. 지형을 이용한 공격이나 상대 병력의 유인이나 급습에 가장 능한 선수가 임요환 선수입니다. 반면에 박성준 선수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평가받는 '네버 하이브'의 스타일은 좀더 많은 중급 이하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진 몰라도 화력 자체가 그렇게 막강해지진 않습니다. 때로는 울트라 한마리가 히드라 열마리보다 나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테란이라는 종족이 모였을 때의 화력이 워낙 막강해서 그렇지 임요환 선수는 상대적으로 주병력의 화력이 그렇게 강한 선수가 아닙니다. 다크스웜과 저글링 울트라 쇼를 보여줬다면 저그가 압도적으로 병력을 남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성준 선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히드라, 럴커 조합만을 고수했기에 임요환 선수의 스타일에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성준 선수는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임요환 선수가 천적으로까지 변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2.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운영이다.

GO팀은 팀 자체의 컬러가 워낙 독특하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 방식 또한 전체적으로 운영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서지훈 선수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중장기전을 선호하는 서지훈 선수에게 적응된 GO팀의 저그들은 마찬가지로 중장기전이 강하고 초반의 불리함을 운영으로 극복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운영을 잘하는 선수의 장점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데 있습니다. 이것은 역으로 상대 테란이 초반에 저그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었을 경우 실수만 없다면 무난하게 승리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테란은 초반에 병력을 상대 본진까지 난입시켰고, 드론을 확장으로 빼게 만들었으며 그 병력이 모두 잡힌 이후에 진출시킨 병력으로 상대의 주요 테크인 히드라덴과 스파이어를 파괴시키는 성과까지 거둡니다. 저그는 앞마당을 제외하고는 멀티가 없는 상황이었고 뽑을 수 있는 유닛은 저글링과 드론 뿐이었습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이병민 선수가 앞마당을 지키는 플레이를 하면서 꾸준히 병력을 모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저그가 부서진 건물을 복구하고 병력을 모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테란은 테크를 올리면서 더욱 강력한 한방을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아스럽게도 이병민 선수는 바이오닉 병력만으로 또 다시 진출을 시도했고, 생산 유닛이라고는 드론과 저글링만이 가능한 상황에서 방어 건물인 성큰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이주영 선수에게는 이 이병민 선수의 진출을  발견한 것이 '땡큐'인 결과가 되어버립니다. 이병민 선수가 예정대로 사이언스 베슬을 뽑을 때까지 병력을 모으고 함께 진출했다면 오늘의 승리자는 그가 되었을 것입니다.

3. 나에게 있어서 운영이란, 바로 병력에 있다.

물량이 뛰어나다는 말은 자원의 사용을 극대화할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언제든 상대의 기지를 위협할수 있는 병력을 소유하고 있는 상대에게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변은종 선수 또한 이것을 알고 있기에 끊임없는 게릴라로 상대의 자원줄을 끊는데 주력했고 꽤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자신도 메인 병력을 모을 수 없다는 데 단점이 있습니다. 프로토스의 장점은 강력한 한방 병력인데 이 주 병력과 감히 맞설 병력은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고 상대의 넥서스를 자주 파괴하며 짭잘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주 병력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기에 그 병력들이 자신의 멀티로 달려들때는 눈 뜨고 구경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넥서스가 파괴되어 순간적으로 자원줄이 끊기더라도 박지호 선수는 짜낼 수 있는 최대한도의 병력을 짜내었고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넥서스를 소환해가면서 거대 병력으로 중앙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가히 저그와 프로토스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컨트롤과 유닛 운용에 집중하기보다 물량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그 운영을 통해 한층 더 놀라운,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물량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박지호 선수의 스타일을 두고 우리는 '박지호 스피릿'이라 부르며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4. 이것이 최연성 스피릿!!

테란이 물량을 쏟아내는 방식은 프로토스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프로토스가 테란을 초반에 흔들어줌으로써 자신은 멀티를 안전하게 가져가는 '상대적인 물량의 우위'를 추구한다면 테란은 초반의 안전한 방어를 통해 차근차근 멀티를 가져간 이후의 타이밍을 노리는 '절대적인 물량의 우위'를 추구합니다. 선수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테란의 첫 진출은 프로토스의 첫 진출보다 느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모은 물량은 동일한 조건에서의 프로토스의 물량보다 화력면에서 더욱 강합니다. 최연성 선수는 이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이고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공격올지를 예측하여 초반 방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후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버렸습니다. 공식 자체는 간단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초반 방어 이후, 타이밍을 노린 러쉬, 중앙에 자리를 잡고 지속적인 물량 추가, 그리고 진군.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방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룩하는 것이 최연성이고 상대를 압박함으로써 얻어낸 확장을 통해 더욱 충격적이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놀라운 물량을 뽑아내는 것이 최연성입니다. 그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기 위해 걸린 시간과 업적은 그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렇게 성공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네요. 다음엔 더욱 잘하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온게임넷 스타리그만큼은 매주 후기를 쓰겠습니다.

추가 : 마지막 최연성 선수의 미소 보셨습니까?. 저는 경기 끝나고 간간히 보여주는 선수들의 은근한 웃음이 왜 이리 감동적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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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바보
05/09/17 01:05
수정 아이콘
확실히 임요환 선수는 올드스타일의 저그는 말그대로 압살했던 경력이 있기에 박성준 선수는 그점을 잘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Has.U-N-ZERG
05/09/17 01:07
수정 아이콘
요즘에 이런 후기글이 무척적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시퐁님의 관전후기는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My name is J
05/09/17 01:10
수정 아이콘
지금 보고있습니다..
마지막 경기 중이네요. ^_^
05/09/17 01:12
수정 아이콘
아, 오늘 정말이지 변은종 선수와 오영종 선수 너무 아쉽더군요.ㅠ.ㅠ
05/09/17 01:13
수정 아이콘
확실히 과거(한 2~3년전 정도?) 스타일의 저그를 구사하면 임요환 선수가 '땡큐'라며 미소를 짓겠죠...ㅡㅡ))
★가츠처럼★
05/09/17 01:28
수정 아이콘
마지막 경기 최연성/오영종 경기중 최연성 선수의 메카닉 첫 진출시
자꾸 후퇴하다가 앞으로 갔다가 하는 데 저는 이부분을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는데요.
병력 끊어먹기에 대한 대처방법이기도 하고,
스캔을 뿌리면서 (관심사가 물량싸움이었으니)압도적으로 이기기위한 물량을 더모으기 위함.
그리고 보시다시피 오영종선수 진형을 짜서 어택하는 걸 방해하는 목적
이기도 한거 같더군요.
보다 유리한 싸움을 이끌기 위한 최연성 선수의 플레이가 느껴졌네요.
-_- 오번가
05/09/17 02:04
수정 아이콘
★가츠처럼★// 별로 오버 아닌듯합니다..
선수들은 눈치 싸움이 치열하죠..
호수청년
05/09/17 02:08
수정 아이콘
4강전에서 영종-연성 선수가 다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가츠처럼 님 말씀이 오버가 아니것 같습니다. 정말 불똥튀더라구요~
last nada
05/09/17 04:04
수정 아이콘
삼성의 박성준 선수는... 엠비씨 게임때도 그랬지만... 플레이의 유연성에서 문제점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딱딱하니만큼 강력한 힘싸움을 잘하긴 하지만... 보완이 필요할것 같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의 변화라고 봅니다.
새로운별
05/09/17 07:06
수정 아이콘
언제한번은 삼성 박성준선수와 서지훈선수에경기에서 루나 대각선에서 서지훈선수가 가스전3해처리를피는상대로 빠른드랍쉽을 준비하던 도중 본진난입을 시도하다가 성큰에 깔끔히 막힌후 다음드랍쉽도 비교적 쉽게막혀 거의 지지스러운 분위기였는데 그때도 그렇더군요 하이브를 절대안가고 히드라러커만 8부대가까이... 스커지도 안써서 드랍쉽에 멀티견제도 좀 당했구요 저그가 하이브 안가니 서지훈 선수는 탱크만 2부대가까이 모았구... 진출 한방러시 승리 그때 다잡은 경기를 놓친거같아 아쉽더군요 가디언 8마리정도만 있어도 이겼을거라고 보는 경기인데 너무 고집이...
키튼투
05/09/17 08:06
수정 아이콘
크게 웃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미소를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호수청년님// 16강 같은 조는 만나도 결승에서 만나게 됩니다.
수달포스
05/09/17 09:29
수정 아이콘
객관성을 유지하기보다는 어느정도 주관을 가미시키면 글에 더욱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테마를 중심으로 서술해 나가는 방식이 깔끔하고 보기좋네요. ^^

여담이지만 요즘 온겜이 TV로 안나오는 관계로 온겜스타리그를 보기 참 까다로워졌네요. 실시간방송과 고화질vod 유료서비스를 따로 받는점과 얼마전 고화질패키지 가격이 오른점.. 서비스 신청하기가 싫어집니다. 예전에 스타관련방송이 적을때 온겜을 통해 접할수 있다는 고마운 생각에 유료서비스도 곧 잘 신청했었는데, 요즘엔 엠겜과 비교를 해보니 상대적으로 많이 밉네요. vod화질도 제가보기엔 비슷해보이는데... 해서 요즘은 엠겜만 한달정액 하고있어요.

온겜 나오시는 분들은 이런고민 안하시겠죠?
firewolf
05/09/17 09:40
수정 아이콘
키튼투//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번 아이옵스 배때 최수범-홍진호 선수나, 전상욱-김근백 선수의 경우는 이 선수들이 8강에서 탈락해서 그렇지, 이 네 선수가 올라갔었다면 16강에서 한 조한 선수들이 4강에서 맞붙게 되었습니다.
비호랑이
05/09/17 10:27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가 미소를 보인건 관중석에서 경기후 구호 외치는 분이 약간 버벅 거리면서 최연성 하나 둘 셋을 외쳤습니다. 그걸 듣고 미소를 보이는거 같더군요. ^^
수달포스
05/09/17 10:33
수정 아이콘
박지호 : 변은종 선수 경기를 방금 봤는데, 해설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박지호 선수가 유리해보이더군요.
질럿 한부대 가량이 변은종 선수 앞마당 성큰 범위 돌아서 갔을때 박지호 선수가 낌새를 눈치채고 질럿 3기만 잃으면서 바로 뺐던 점도 상당히 감각적으로 보였구요. 박지호 선수가 8시 앞마당 가져가는 시점부터는 변은종 선수가 주력싸움을 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생산력이 뛰어나다는것이 이런경우 빛을 발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멀티 테러에 의존했고, 그 동시에 확장을 노렸는데,.. 제가 볼때 박지호 선수가 가장 잘한 부분이 변은종 선수의 추가확장 체킹 및 저지입니다. 해처리 펴지기 전에 추가확장을 모두 간파하고 적절하게 끊어준 점이 참 좋았습니다.
아쉬운점은 멀티방어가 너무 소홀했네요. 변은종선수의 의도를 간파했다면 병력분배에 신경써서 멀티방어도 신경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글링 울트라 디파일러 게릴라라면 다크아칸에 다수 다크템플러조합이 좋았을거라는 생각도 들엇구요.(드래군 아칸이라니 난감했습니다. )
해설 분들께서도 지적하셨지만 캐논도배와 다크템플러 조합으로 멀티방어하며 주력으로 추가 확장 저지 센터 병력 끊기를 했다면 정말 안드로메다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변은종선수의 초반 기세와 게릴라 능력은 정말 발군이었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올드카이노스
05/09/17 11:10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박지호 선수의 물량의 비밀은 캐논을 적게 짓는 것에 있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네요..정말 물량을 좋아하시는듯;
05/09/18 23:19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의 마지막 미소...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미소였습니다.
스스로에게 참 뿌듯해하고 좋아라하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최연성선수 화이팅~ 다음 스타리그의 2번시드를 꼭 잡으세요~
(1번시드는 임요환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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