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얼핏... 정일훈님이 올리신 글에서
이번 왕중왕전에서 선수들 BGM을 정할 거라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나서요.
출근하는 전철간에서 그냥 이생각 저생각을 해봤습니다.
종족별로는, 움직임이 세심한 테란은 크로스오버 클래식,
힘있고 묵직한 느낌의 프로토스는 락음악,
날렵하고 민첩한 저그는 테크노 쪽으로 가닥을 잡아봤습니다.
늘 그렇듯이, 100% 사견입니다. ^^
1. 임요환 : Vaneesa Mae,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바네사 메이와 임요환님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그 자유로운 정신이 닮았고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것도 닮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라는 점도 닮았습니다.
이 곡은 잘 아시는 대로, 바흐의 원곡을 바네사 메이가 리메이크 한 것인데
바이올린 특유의 현란한 연주가 마치 요환님의 마메 컨트롤을 연상시킵니다. ^^
현란하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곡으로서
테란의 황제에게 가장 걸맞는 곡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2. 김정민 : Bond, "Victory"
이 곡은 본드라는 그룹의 연주를 보기 전까지는
크로스오버 맞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비교적 전통적^^;인 곡입니다.
(본드는 음악이 크로스오버라기보다는 무대 매너가 크로스오버에 가깝죠 ^^;)
앞서서 소개한 바네사 메이의 토카타&푸가와 같은 재기발랄함은 부족하지만
크게 흘러가는 메인 테마의 선율과 그 빈틈을 받혀주는 사이드의 움직임이
대규모 센터 싸움을 위해 입구를 나서는
정민님의 베틀 탱크의 움직임을 연상시킵니다. ^^
우아하고 기품있으면서도 힘있는 곡...
귀족테란의 테마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조정현 : Eugene Park, "Dramatic Punk"
유진 박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떠오르는 인상 한 가지는
아마 2000년으로 접어드는 그날 새벽이었나 본데
어느 공연에 나와서, 전자바이올린으로 666의 'amokk!'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 참 자유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입니다.
이 드라마틱 펑크라는 곡은 바네사 메이와 비슷한 길을 가는 듯 하지만
조금 더 선이 굵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매우 유진박다운 곡으로써 ^^
입구를 막지 않고 시작하는 대나무류 빌드를 무려 2년간 연구했다는
정현님의 우직함과 고집스러움, 테란 유저로서는 보기 힘든 공격성과
그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메카닉에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4. 김동수 : Metallica, "I Disappear"
온게임넷 스타리그 선수소개때 나왔었던 곡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 나온 곡들중에서, 가장 메탈리카스럽다고 생각하는 곡입니다.
조금은 씨니컬한 듯하면서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는 제임스 헷필드의 보컬과
터져나갈듯한 기타 사운드가 일품인 곡이죠.
프로토스란 역시, 아기자기한 맛보다는
일격에 밀어부치는 남자다운 힘이 느껴지는 종족이고...
지난 결승전에서 보여주었던 동수님의 카리스마에 걸맞는 곡을 찾다보니
이 곡이 낙점되었습니다. ^^
5. 홍진호 : Apollo 440 feat. Jean Michel Jarre, "Rendez Vous"
이곡은 98 프랑스 월드컵의 공식 테마이기도 했던 곡입니다.
(리키 마틴의 'Cup of the Life'말구요... --;)
진호님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날렵하고 민첩하고 재기발랄하면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극악--;한 컨트롤과 경기운영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는데요. ^^
(개인적으로 가장 경기를 '재미있게' 하시는 프로님들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98 월드컵때 선보였던 마이클 오웬의 갈지자 드리블을 보는 듯한 기분의 이 곡이
이겨도 멋지게 이기고 져도 멋지게 지는 멋진 저그, 진호님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6. 장진남 : Prodigy, "Breathe"
굉장히 좋아하는 밴드의, 좋아하는 곡입니다.
프로디지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듣는 사람을 정신없이 만드는 와중에서도 느껴지는
몽환적이고 음울한 비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의 진남님은 전혀 음울 따위의 말과는 상관 없는 분이시지만 ^^;
게임에 임해, 엄청난 물량으로 서서히 상대를 압박해오는
그 악마적인 카리스마(이말 자꾸 나오네요 --;)와 딱 들어맞는
약간은 사악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랍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사/견. ^^
-Apatheia, the Stable Spir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