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1/12/17 16:57:27 |
Name |
사이오닉스톰 |
Subject |
So Good !!! |
미소년 세르게이 선수의 게임을 보면서 프로게임에서 좀체로 접하기 힘든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임요환의 탱크들을 보면서 세르게이가 날린 메시지는 So good.
스타크는 원래 전쟁을 치르는 게임이기에 상대방을 까부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도 무자비하게 확실히 밟아주지 않으면 다시 살아나 오히려 나를 깨부술지 모른다. 더군다나 순간의 판단 착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수도 있다. 따라서 스타를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본능적으로 스포츠맨쉽 보다는 적에 대한 적개심(?)이 먼저 생기는 것 같다. 스타 지고 기분 좋아하는 사람 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세르게이 선수는 자신의 진지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가운데서 So good 이라고 상대방에 대한 격찬을 보냈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에 더욱 대견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프로게임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때가 아닐까 한다.
오직 승리만이 보상받을 수 있기에 승리를 위해 몰두한다. 하지만 이건 어느 스포츠든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승리를 둘러싼 게이머들과 게임팬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가 문제이다.
스타에서 맵핵을 썼다든지 치트키를 썼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모든 것은 서로에게 공평하다. 전술이 치사하다든지 정석이 아니라느니 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 스타크는 전쟁인데 정석이 어디 있는가?
바둑에서 프로기사가 정석이 아닌 수를 뒀다고 해서 비난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보통 정석이 아닌 변칙은 그것이 성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시도한 쪽에서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그것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전략을 세우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제갈량과 사마의는 서로 정석만으로 싸웠던가? 서로를 속이고 함정에 몰아넣고 이기기 위한 온갖 계략을 짜내지 않았던가? 그것은 변칙이나 반칙이 아니라 전술이고 전략인 것이다.
최선을 다한 후 상대방의 승리에 대해 진심으로 승복하고 (출발 드림팀?) 축하해 줄줄 아는 훌륭한 매너가 프로게임의 토양을 더욱 기름지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프로선수의 거의 대부분은 연봉 3000이 안된다고 알고 있다.
그럼 프로게이머가 살아 남으려면...?
모든 게임을 독식하면 그 상금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럼 나머지 선수들은?
모든 선수들이 사라진 뒤에도 혼자 독야청청할 수 있을까?
프로게이머가 생존하기 위해선 프로게임의 문화자체가 바껴야 한다.
프로게이머가 존재할 수 있는 토양자체가 비옥해 져야 하는 것이다.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서 얻는 상금이 많을까, 아니면 기타 수입이 많을까?
프로게이머가 우승해서 상금 먹고 살아갈려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되는 얘기이다. 게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도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게임계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한다.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게임의 문화가 보다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타는 철부지 학생들이 피씨방에서 즐기는 오락일 뿐이라는 인식을 걷어내고 온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란한 콘트롤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품위와 스포츠맨쉽을 갖춰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명승부를 연출하고 승리한 선수를 향해 진정한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때 스타를 즐기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고 이는 프로게이머들이 살아가는 더욱 풍부한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고에고 쓰다보니 논설조에다 좀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렸군요.
하지만 상대방을 향애 so good 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세르게이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바가 있어 몇자 끄적거려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소년 세르게이 선수를 향해 메시지를 날려주고 싶네요.
세르게이의 그 스포츠맨쉽이야말로 정말 "So good!!!" 이었다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