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7/26 21:54:01 |
Name |
Let It Be |
Subject |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
그 경기.
참으로 많은 말을 불러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충분했다.
난 그 두 선수 중의 한 명의 거의 광적인 팬이다.
그리고 그가 이기기를 무척이나 바랬었다.
그 경기 자체를 기다렸다기보다 그가 이기기를 무조건적으로 바랬던 것 같다.
랜덤.
뭔가 많이 잘못되어가는 느낌.
경기 내용을 기대하지 않았던 나로써도 빗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난 새하얗게 변해버린 머릿 속을 어떻게든 회복해 보려고 애썼다.
차라리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주종족이 나오지 않았으면 어느 정도 사태가 나아지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던 나에게는 더이상 긍정적인 부분이란 남아있지 않았다.
분명 두 선수 모두 웃고 있었다.
경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 웃음 속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을까.
두 선수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지은 웃음이었을까.
서로 친하다고 한다.
같은 팀이고 같은 종족을 사용하는 두 선수는 어쩌면 다른 이들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로토스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때에 두 선수는 흔히 말하는 동족상잔을 비극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한 선수의 카페에는 실망했다는 투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다른 선수의 카페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내용을 글들이 올라와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어떤 차이 때문에 둘 사이에 다른 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을까.
기대치라는 것이 있다.
우리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고, 그들의 경기를 평가한다.
나름대로의 잣대로 평가되어진 경기들은 빅 매치가 되기도 하고, 그저그런 경기가 되기도 한다.
빅 매치만큼의 기대치를 얻었던 경기가 그저그런 경기가 되었을 때, 그 기대치들은 어디로 갈까.
공중에서 분해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 기대치들을 어떻게든 나누어 어깨에 지어준다.
어제 그들의 경기가 그렇지 않았을까.
빅 매치.
진행자들조차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해대고, 기다리던 경기.
많은 이들이 TV 앞에 앉아 시선을 떼지 않았던 경기.
하지만 기대치만큼 경기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기대치들은 그들에게 짐이 되었다.
이기적인 인간.
인간이란 동물은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이다.
그래서 자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것이 남에게는 어떤 상처가 될지 생각해 보지도 않은채.
실망이라 한다.
나도 그 경기를 지켜보았던 사람으로 실망이란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우리의 실망이란 말 한 마디가 그들에겐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내가 이 이야기를 오늘에서야 꺼낸 이유는 어제의 격한 감정으론 도저히 어떤 식으로 글을 쓰더라도 그들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프로 게이머의 수명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지금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경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선수들에게, 또 지난 경기에 이렇고 저렇고를 따지는 것 보다 앞으로 있을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친구, 동료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엔 경쟁자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우리가 모르는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다.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는 그들에게.
PS.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상처를 덜어주고 싶은 맘에 주절거림...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