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마치고 허겁지겁 메가웹으로 뛰어 갔지만, ^^ 역시나 조금 늦었습니다. 하지만 8시 16분이 되어서야 경기 시작 멘트가 나와 안심했구요. ^^
제일 중요한 경기였던, 이재훈 선수의 승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씀드려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덜어드리고 싶네요.
경기 시작 전에 이윤열 선수의 팬이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같이 먹고 있었는데 (아카시아님 감사요 ^^) 윤열이가 그러더군요. "요환형 오늘 진짜 기발한거 하나 준비해 왔지 ^^."
몇 안되는 이재훈 선수의 응원단(?)이 되어 최인규, 김정민 선수와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터라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임요환 선수가 눈부신 전략으로 다시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도 강했구요 ^^ (저는 황제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때 이재항 선수가 와서 인사를 하고는 이야기 하더군요.
"오늘 준비해 온 전략은 8배럭정도로 입구를 막고, 뒷길을 막으면서 3배럭해서 밖으로 날린후 마메를 생산하고 스팀업 타이밍에 8마린 2메딕 정도가 달려가는 것" 이라구요.
또, 덧붙여 "드라군이 조이기 방지나 입구 두드리기 등을 하려고 앞으로 나와 있다면 프로토스는 질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했습니다.
"아.."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그렇게 되면 그다지 러쉬 거리가 먼 것도 아닐 뿐더러. 스팀 업이라니 +_+ . 굉장하다는 생각밖에는.. 전 이재훈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최인규 선수가 그러더군요. "어? 재훈이 프로브 서치가 보통 배럭으로 막히기 전에 가던데? 막히면 바로 돌아서 들어가구.. 들키지 않을까.."
그렇게 폭풍전의 고요를 삼키면서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8배럭? 정도를 본진 내부에 지으면서 서플라이로 입구를 막더군요. 굉장히 빠른 타이밍이라서 그런지 이재훈 선수의 프로브가 도착했을때 아슬아슬하게 막혀 버렸습니다. +_+
이재훈 선수가 바로 돌아 갔으면 어쩌면 본진으로 들어갈 수 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농부 부족 상태에서 250(배럭+서플)을 소비한 임요환 선수가 다시 뒷길에 서플라이를 짓는 것은 미네랄 문제로 꽤 시간이 걸릴듯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재훈 선수는 잠시 주춤 하더군요.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그리고는 본진에서 다른 프로브를 끄집어 내서 의심스러운 영역을 탐색했습니다. 이재훈 선수의 말에 따르면, 건물을 날린다기 보다는 미리 나간 Scv가 숨겨서 건물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군요.
임요환 선수는 2배럭을 연습대로 적절히 날렸고, 농부 추가 없이 개스를 캐면서 (1-2마리로 캐더군요) 아카데미에서 스팀업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재훈 선수의 드라군이 입구를 두드릴때는 정말이지 임요환 선수의 필승이 눈에 보이는 듯 하더군요. ^^ 그때 마침 이재훈 선수의 프로브는 이미 마린이 다수 생산된 배럭을 발견하게 됩니다.
드라군을 황급히 돌리는 이재훈 선수, 그리고 로보틱스를 가까스로 취소하며 2게이트로 전환합니다. 여기서 이재훈 선수의 좋은 판단 하나와 부족한 판단 하나를 지적할수 있겠네요.
좋은 판단 하나는 로보틱스를 적절한 시기에 취소하고 2게잇을 선택했다는 시기 적절함 입니다.
하지만, 본진에서 그렇게 빠른 시간에 2서플라이를 지었다는 것으로 부터, 상대가 무언가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 이재훈 선수라면, 그것이 팩토리 계통이 아닌 배럭 계통임을 예측할수 있어야 했다는 것이 현장 선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미네랄 200을 초반 scv생산 지연을 겪으며 소비한 테란이 팩토리체제로 넘어가는 것은 힘이 들지요. 이재훈 선수의 빠른 평소 정찰이 입구 막히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을 고려할때, 그 정도는 자신이 생각할수 도 있었다고 인정하더군요.
여기서 부터 이재훈 선수는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말로는 "떨려서 어찌 할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드라군으로 후속 마린과 메딕을 지연시키고, 다리에서 본진 드라군들이 또 상대방을 지연시킵니다.
그리고 본진에 배터리를 짓고, 입구에 파일런을 짓습니다. 여기서임요환 선수가 입구 파일런을 공격하고, 또 다시 본진의 파일런을 공격하는 것이 아슬아슬한 승부의 갈림길이 된 모양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갓 생산되어 마나가 부족한 두 기의 메딕이 감당할수 없을 정도로 스팀팩을 연사했다는 것도 아쉬움이 되겠지요.
이재훈 선수는 2드라군과 프로브의 조합으로 그야말로 눈물겨운 싸움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초반 마린메딕 러쉬를 가장 잘 막는 선수가 이재훈 선수이고, 그 손 빠르기와 정확한 컨트롤은 충분히 빛났습니다. 첫 러쉬를 막았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또 여기서 하나 지적할 만한 일은, (반론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만) 임요환 선수가 생산력이 100%가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개인화면에서 분명히 임요환 선수는 배럭에 부대지정이 안되어 있고 직접 클릭하여 마린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동료 게이머들은 초반의 필살기인 이상 더더욱 완벽한 생산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고 지적하더군요.
이재훈 선수가 막아내었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프로토스의 프로브가 얼마나 남아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공격 전에 이미 프로브가 scv보다 7기 이상 많아 미네랄 양의 차익 좀 났었겠지만, 그래도 프로브가 scv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프로토스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프로토스의 프로브는 12기 이상 있더군요. 또 하나의 잘한 일은 질럿을 생산한 일입니다. 드라군과 질럿의 조합으로 마나가 부족한 메딕의 영향을 벗어나 마린을 줄여줄 수 있었죠.
입구를 확보한 이재훈 선수는 프로브로 다시 정찰을 다니면서 팩토리를 발견하고 시터델 오브 아둔을 건설합니다. 아둔의 존재는 스캔으로 곧 발견이 되지만, 스캔 마나가 부족한 테란은 공격을 서둘러야 했고, 이재훈 선수는 다크 템플러는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상대의 스캔 마나를 계속 부족 상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재훈 선수는 다크 템플러를 한기 빼내 뒷길로 보내고, 마린 메딕의 후방 공격을 차단 한 후, 그대로 상대방 본진으로 공격을 갑니다. 동시에 테란의 병력도 모두 잡아내고 말지요.
결국, 이재훈 선수는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짧은 경기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숨어 있다니 쓰면서도 놀라울 정도네요. ^^
제가 강조하고 싶은건, 이런 명승부를 연출한 두 선수에 대한 감사와 황제에 대한 격려, 그리고 샤이닝 프로토스에 대한 끝없는 칭찬입니다. 명승부를 승리한 선수에게 커다란 칭찬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