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이머들을 사랑합니다.
게이머와, 그들의 세상을 하나의 인격체라고 보고 우리 연인사이 혹은, 학교에서 가장 예쁜 아이를 집단으로 짝사랑하는 사람들로 생각해 봅시다.
혹은 팬클럽도 어울리지만, 우리나라에 그렇게 제 맘에 썩 합당해 주는 곳은 없는 듯 합니다.
게이머들, 그들이 노력하는 곳, 그 결과, 그 과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 있는 세계, 그들의 삶과 미래, 건전한 꿈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인격체로 뭉뚱그려서 "프로게임"이라고 합시다.
저는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쁨, 희열, 감동. 긴장과 뒤따르는 감정의 폭풍.
...
저는 "프로게임"이라는 인격을 사랑하되, 그저 부담을 주는 짝사랑이고만 싶지는 않습니다.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이런 경우에 그런 성숙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보통 "매니아"라고 불러도 될 듯합니다. 네, 저는 매니아 입니다.
그리고 pgr21.com은, 적어도 그러한 사랑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서 매니아가 되는 것은 괜찮지만, 와서도 매니아가 되기를 거부한채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공간은 그 목적성을 좁게 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교실안의 이야기가 이럴때는 꽤 다가옵니다. 극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법 되는 성숙된 사랑의 이야기가 매니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효용성을 지니면서, 결국은 더 많은 이들이 매니아가 될 수 있는 공간.
그저 찾아옴으로써, 약간은 어려울때 신문처럼 읽고, 약간 친숙할때 소감을 쓰고, 이제는 나의 일이라고 느낄때는 무언가 사랑을 표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그런 곳을.. 매니아들은 찾고 또 헤메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나, 이곳을 늘 쓸고 닦고 또 준비해서 손님들에게 내어 놓는 주인들은 굉장히 고전적인 사랑의 방법밖에는 모르는 탓에, 서로가 힘들어하면서, 서로를 헤치면서 결국 그 일을 멈추지 못하면서 계속되는 애정의 길잃은 여행을 그닥 반가워 해 볼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압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과정을 겪으며 사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애써서라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습니다.
게시판의 list를 클릭하면 맨 위에는 항상 게시판이 지금껏 없었던 이유라는 글이 뜹니다.
게임큐가, 온게임넷이 그 나름의 공간이 되었다면 pgr21은 또 다른 성격을 가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사랑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계십니까? 너무나 벅찬데도 조심스러워서 어찌 풀어나가야 될 지 모르는 애정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입을 여십시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그러한 마음들을 흔쾌히 받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시간은 충분히 부족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날마다 그런 글들만을 쓰려고 덤벼도 날마다 부족하고 또 어리석습니다.
우리는, 힘들어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부러 힘들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글을 보면, 그것이 원래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생명을 지니고 모든 이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가면서, 뜻하지 않은 상처와 오해를 낳고, 자꾸만 커져가는 증오가 덧씌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운영진들은 이미 수십, 수백차례 그런 일들을 겪어 왔고, 더러는 넘기고, 더러는 그만해 달라는 완곡한 부탁도 드립니다.
그러나, 완곡한 부탁은 어느새 강인한 명령처럼 들리고, 도저히 자제심으로는 모두들 댓글을 멈출 것 같지 않은 상황은 삭제로 밖에는 해결하는 법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
하지만, 여러분은 과연 .. "익명의 다수"라는 인격에게 얼만큼을 기대하고 살아가시는 지요?
저는 솔직히 어떤 사안이 10%이상의 오해의 여지를 지닐때, "익명의 다수"의 인격은 그 1%인 최악의 사태로 달려간다는 것을 믿는 편입니다.
저는 사람을 믿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게이머들과, 그들의 팬이 존재하는 "프로게임"이라는 인격체를 사랑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시간을 쪼개어 pgr21에서 무언가를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소중한 나의 사랑이 신뢰할 수 없는 대상에게로 넘어가는 일은 참을 수 없습니다.
물건을 닦아 내다 보면, 유난 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잡초를 뽑다 보면, 더러는 땅이 헤어지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헤어진 마음을 깁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또 하루를 기워가며 잠이 들 것 같습니다.
왜 온 종일을 사랑한 기쁜 날에, 지쳤지만 기쁜 맘으로 몇 마디를 더 하고 웃으며 잠들 수는 없을까요?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별히 어렵지 않다면, 서로를 다독이며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서로의 사랑을, 모두 격려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