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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3/06 15:20:05
Name 분수
Subject [펌]아름다운 이별
오늘 받은 편지속에 들어있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편지를 받을 때 잘 읽어보지 않는 나였기에 손이 갔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징후였을까요? ^^
그렇게 읽은 글이 마음에 들어서 다른 분들에게도 들려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립니다.
스타 관련 이야기는 아니지만 괜찮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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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병원 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가끔 아빠의 손을 잡고 " 내가 아무래도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 같구나" 하고 말했다.

할머니가 겨울을 넘기지 못할거라는 담당의사의 말을 아무도 말한 적이 없었지만 할머니는 당신이 떠나갈 시간을 알고 있었다.

가끔씩 의식을 잃곤 하면서도 할머니는 기어코 그 해 겨울을 이겨냈다.

그리고 6월 어느 화창한 날,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말한 것보다 4개월이나 더 사셨다.

할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엄마는 가족들의 겨울옷을 장롱 속에 넣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이런거, 할머니가 정말 몰랐을까?"

"모르셨을꺼야. 몇달을 마루에도 한 번 못나오시고 누워만 계셨던 분이 뭘 아셨겠어? 나중엔 엄마 얼굴도 못 알아보셨는데..."

"하긴 그래."

우리 가족은 6월의 초여름에도 할머니 방에 들어갈 때면 늘 겨울옷을 입었다.

어떤 날은 장갑을 끼고 목도리까지 하고서 할머미 방에 들어간 적도 있다. 심지어 나는 할머니 손을 잡기 전에 차가운 얼음을 만져서 아직도 겨울이어서 손이 차갑다는 것을 느끼게 해 드렸다.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할거라던 할머니에게 우리는 그렇게 해서라도 봄이 오는 것을 막아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그토록 소중한 4개월을 할머니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데려가 버린다.
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가족들의 사랑이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탄길 중에서... 이철환>

마치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만의 느낌일까요?
오늘 하루쯤은 옆에 조부모님이 계신다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날이 되었으면 싶어서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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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전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근 27년을 함께 해 주신 분이죠.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 대신 제 모든 걸 챙겨주신 분이십니다. 여든 두해의 생애 동안 한번도 자신의 행복을 가져보지 못하신 분이시죠. 그리고 가실 때도 남겨질 자식들을 위한 일만 하셨죠. 사실은 그래서 더 힘이 듭니다. 돌아가시기 한달 전에야 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남은 한달은 점점 흐려지는 할머니의 정신과 싸워야 하는 날들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예전같지 않아서 무서웠었지요. 돌아가신 그 날 새벽, 몇날을 의식불명이시다가 눈을 뜨시고 가장 예뻐하시던 제 남동생을 보고서야 그 눈을 감으신 할머니는 정말 가진 것 없이 다 주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저흰 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하고 끝내는 그렇게 보내드려야 했죠. 후회하지 마세요.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좋아한다는 말 이제와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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