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03/06 22:16
삭제 아이콘
이번 겨울 전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근 27년을 함께 해 주신 분이죠.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 대신 제 모든 걸 챙겨주신 분이십니다. 여든 두해의 생애 동안 한번도 자신의 행복을 가져보지 못하신 분이시죠. 그리고 가실 때도 남겨질 자식들을 위한 일만 하셨죠. 사실은 그래서 더 힘이 듭니다. 돌아가시기 한달 전에야 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남은 한달은 점점 흐려지는 할머니의 정신과 싸워야 하는 날들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예전같지 않아서 무서웠었지요. 돌아가신 그 날 새벽, 몇날을 의식불명이시다가 눈을 뜨시고 가장 예뻐하시던 제 남동생을 보고서야 그 눈을 감으신 할머니는 정말 가진 것 없이 다 주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저흰 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하고 끝내는 그렇게 보내드려야 했죠. 후회하지 마세요.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좋아한다는 말 이제와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