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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3/10 14:25:25
Name 류지나
Subject [일반] 윤석열 당선인에게 올리는 말씀.
사설 형태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하 내용을 평어로 썼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대선 역사에서 가장 적은 퍼센트포인트, 그리고 표차이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그의 정적들이 거주하는 커뮤니티는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듯이 굴고 있지만, 실제로는 윤 당선인은 고작 넘어야 할 산 1개를 넘었을 뿐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닥쳐올 일들이 그에게는 마치 가시밭길과도 같을 수 있다.

일단 여소야대의 국회 정국은 물론이거니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수 만큼이나 쌓아올린 반대자들의 숫자, 그리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초보인 윤의 경력,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내부의 적들. 이런것들을 고려하면 윤 당선인이 권력을 휘두르는 군주가 되기는커녕 까딱 잘못하면 임기 내내 적에게 뺨맞고 아군에게 뺨맞는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도 높다. 사실 지금 정치지형 자체가, 노련한 정치인도 매우 힘든 환경에 속한다. 지금처럼 여소야대의 현장에 있었던 정치인 둘이 떠오르는데,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다. 아시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을(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림같이 위기를 극복했지만), 오세훈은 전임 시절에 무리한 시민 투표를 감행하고 패배하자 그대로 빤스런했다.

이러한 형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냥 지나가는 장삼이사의 조언이라고 치고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

박근혜처럼 누워서 드라마나 보고 띵가띵가 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략적 기다림을 가지라는 이야기다. 언제까지? 2024년 총선까지.
당장 취임뽕(?)을 맞은 당사자에게, 그리고 (보통이라면) 허니문 기간에 가장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시기에 참으라고 말하는 게 황당하게 들릴 것은 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현 정치지형은 결코 윤 당선인에게 이로운 지형이 아니다. 명장은 이기는 시간과 이기는 장소를 고른다. 질 거 같은 전장에는 애초에 발을 디뎌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선 직후, 바로 팔을 걷어붙이며 문 대통령의 색깔을 모두 걷어내려고 나섰다가는 윤 당선인은 아직 멀쩡한(그리고 정권을 잃어 날카로워져있을) 그의 정적들에게 역습을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참으면 된다. 나에게 유리한 전장과 시기가 올 때까지...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2년을 참더라도 총선에서 승리 후(승리를 가정한다면) 3년간 독보적인 대통령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날이 온다. 당장은 좀 꿀리고 열받을지 몰라도, 큰 그림을 그리자는 이야기다.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수동적인 자세라고 생각된다면, 다른 방법을 써볼 수 있다. 예컨데 실패할 것이 뻔한 정책 인사에 정적들을 앉히는 것이다. 가령,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부동산 정책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부동산 정책을 관장할 국토부 장관을 민주당 인사를 임명하는 것이다. 당분간은 누가 와도 부동산을 갑자기 진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적이 불가능한 일에 마주하여 허둥대는 동안 드러난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할 수 있다. 고단수의 정치 기법이지만 윤 당선인이 마음 먹으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전략적 철벽견수는,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분명히 초보 정치인인 윤 당선인을, 민주당은 총선 전까지 갖은 수단을 써서 흔들려고 할 것이다. 이것에 발끈해서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그러한 전략이 얼마나 치졸해보이는지 대범하게 받아넘길 필요가 있다. 방어가 최선의 공격인 셈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전략에는 대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당신의 당을 확고하게 장악하라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솔직히 말해서 국민의힘 당이 분명히 산통을 깨는 순간이 한 번... 아니 몇 번은 있을 것이다. 이 때 당을 장악해놓지 못한 상태라면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그네 신세가 될 것이다. 당을 어떻게 장악해야 하냐고? 그거야말로 윤 당선인의 정치력에 달려있는 바...

개인적으로는 이준석은 날카로운 양날의 검, 안철수는 타이머가 돌고 있는 시한 폭탄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바보와 가위는 써먹기 마련이라고, 모든 도구는 항상 다루기 마련이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으로 당을 쥐락펴락하는 정치력을 구사해야하는데... 솔직히 윤 당선인에게 그런 정치력을 바라는 건 무리일 거고, 차선책으로 나를 보좌할 제갈량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겠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면 자신을 보좌할 인재를 골라낼 눈이라도 있길 바랄밖에.


국힘당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대선 승리는 그야말로 반쪽의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승리에 안주해서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가는 총선에서 지는 순간 개쭈구리가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얌전히 윤 당선인을 따라서 '인내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위에서 다 언급한 것들 전부 국힘당에게도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품은 건 좋지만 항상 타이머를 잘 보고 있기를 바란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까지 안고 있으면 즉사다.

뭔가를 해서 실망을 시키는 것보다, 뭔가를 하지 않아서 실망을 시키는 편이 낫다. 총선까지 2년간, 다시 말하지만 윤 당선인은 분명히 몰아치는 허리케인을 맨몸으로 돌파하는 심정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참자. 참아라. 총선에서 이긴다면 윤 당선인은 민주 정부에서는 전무하게 행정, 입법, 사법 삼권을 모두 틀어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뭐? 총선에서 패배하면 어쩌냐고? 그 때에도 총선 전에 나대서 어그로를 잔뜩 끌어모았다가 몰락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잠적하고 있는 것이 아마 피해는 더 적을 것이다. 역대급 무존재감 대통령이 되는 길은 피할 수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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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22/03/10 14:27
수정 아이콘
요순시대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안할수도, 아무 것도 안할리도 없습니다.
총선까지의 2년간 얼마나 여론 추이를 잡을 수 있을지 문제인데 지금 더불어민주당만큼의 의석 확보는 아무리 그래도 어려울 거 같네요.
류지나
22/03/10 14:29
수정 아이콘
굳이 말하자면 '전임자의 색깔을 걷어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지 말라 정도로 해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及時雨
22/03/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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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로 찍은 유권자입니다만 그래도 대통령이 복지부동 하는 건 별로 원하지 않습니다.
국정 운영에서 어쨌거나 의지와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임기 초기 2년인데 아무리 여소야대 정국이라지만 뭐라도 해야죠.
류지나
22/03/10 14:31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여소야대'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게 해가 될 거라는 주장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뭘 이끌어내는건 훨씬 노회한 정치인에게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니까요...
22/03/10 14:36
수정 아이콘
"뭘 하려다 180석에 막히는 장면"을 얼마나 잘 연출하느냐에 달린 거겠죠. 그럴려면 그 [뭘]을 잘 골라야 될거고...
류지나
22/03/10 14:3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의 꽤 아픈 손가락이었던 전라도 지역의 복합쇼핑몰 주제를 슬쩍 건드려보는게 괜찮아 보입니다. 나는 실패해도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고, 상대는 대응하기 꽤 난감하고.
22/03/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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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느 당이든 180석은 다시 있으면 안될일이라 생각합니다.
22/03/10 14:30
수정 아이콘
총선까지 민심을 반반이라도 만들어놓으면 그 이후부터 뭔가 해볼수 있을거 같은데
똥볼차서 또 민주당 과반 만들어놓으면 임기내내 식물대통령 되던지 탄핵당하는 결말이 나올거 같네요.
류지나
22/03/10 14:32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핵심은 총선까지 제발 똥볼차지 말라는 거죠.
22/03/10 14:30
수정 아이콘
민주당은 아쉬운차이로 진게 두고두고 발목잡을겁니다 크크
Endless Rain
22/03/10 14:32
수정 아이콘
다른건 여소야대 때문에 어렵더라도
조선제일검의 칼춤 추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류지나
22/03/10 14:33
수정 아이콘
총선에서 승리만 한다면야 칼춤이 아니라 무한의 검제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22/03/10 14:33
수정 아이콘
저도 굳이 한마디를 하자면..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서 당선된건 맞는데 그렇다고 전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하지말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본인도 전정권에서 발탁된거나 마찬가지인 인사이기도 하고.. 옥석을 가려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미국에서도 아들 부시가 "Anything but Clinton'이라고 무조건 안티 클린턴만 하다가 결국 폭망한 예가 있기도 하니 이 부분을 잘 생각해서 통합... 까지는 아니더라도 갈등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류지나
22/03/10 14:34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만 과연 그의 '씽크탱크'들의 생각은 어떨런지...
22/03/10 14:37
수정 아이콘
윤석열 본인의 의중보단 윤핵관들의 의중이 더 중요하게됐죠 이제는요

윤석열은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겐 그냥 하라고 재량권 쥐어줄 것 같네요 지금까지 모습으로 보면...

그래서 그냥 여가부 폐지만 하고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윤핵관들이 그럴리는 없겠고...

결국 실정은 예정된 수순인지라... 국힘은 총선과 대선이 험난할 거 같습니다
류지나
22/03/10 14:38
수정 아이콘
솔직하게 말해서 윤핵관을 컨트롤 못하면, 1년차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진귀한 장면을 볼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22/03/10 14:39
수정 아이콘
대통령이.아니라 마치 타노스를 뽑은 듯 하네요
완성형폭풍저그
22/03/10 14:43
수정 아이콘
다른 것보다 여가부의 실체를 파헤쳐 깨끗히 잘 정리하고, 문재인대통령이 다 정리못한 적폐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여야를 떠나 최대한 정리해주면 참으로 고마울 것 같습니다.
아따따뚜르겐
22/03/10 14:43
수정 아이콘
국힘에선 어떻게든 야당때문에 못 했다라는 프레임 잡을거라. 총선까지 민심 변화를 봐야 될 것 같아요.
22/03/10 14:44
수정 아이콘
뭐 안 하면서 지지율 관리 잘 한 게 바로 전 대통령이라 진짜 저러면 좀 극혐일 거 같네요.
스띠네
22/03/10 14:52
수정 아이콘
어차피 뭐 안 할 사람이라 뽑았다는 여론도 있긴 있었죠.
22/03/10 15:00
수정 아이콘
그건 정말 소수일 거 같은데요?? 당장 윤석열을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은 여가부 폐지 및 페미 박멸을 하라고 뽑았을 거고, 문재인이 싫은 사람들은 문재인을 감옥에 보내라고 뽑았을 거고요.
22/03/10 15:01
수정 아이콘
아니죠 여가부 폐지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말라는게 오히려 다수일 것 같습니다

그것만 하라고 뽑은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22/03/10 15:15
수정 아이콘
여가부 폐지는 20대 남자들 사이에서나 의미 있지 그 위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아직도 도대체 왜 여가부 폐지에 젊은 애들이 열광했나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ioi(아이오아이)
22/03/10 14:48
수정 아이콘
아마 아무것도 안하고 버티고 앉아있으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뭐야? 아무것도 안해? 응 그럼 아예 식물대통령 만들어 줄게, 5년동안 쭉 앉아있어

대선을 몇년마다 한번 일어나지만, 지지율 여론 조사는 심심하면 하죠.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밥먹듯이 감옥에 보내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대통령에게 그만큼 커다란 기대를 하기 때문이죠.
스띠네
22/03/10 14:51
수정 아이콘
바지 사장이라고 하기엔 본인의 에고가 있어 보이고 실질적인 통치 행위를 하기엔 본인의 지식과 능력이 부족해 보이며
둘러싼 정치 지형은 초보 정치인이 헤쳐나가기엔 헬 난이도...
이게 국가 운영인지 다크소울인지 크크크
류지나
22/03/10 14:53
수정 아이콘
저도 윤석열의 남은 앞길이 결코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Sky콩콩
22/03/10 15:01
수정 아이콘
아무것도 안하는건 말이 안됩니다. 적극적으로 민주당과 협상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놔야죠. 민주당도 모든 건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하면 국민들에게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겁니다.
류지나
22/03/10 15:03
수정 아이콘
저는 윤석열이 정말로 노회한 정치인이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동정표를 얻어내는게 최상의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썩 기대가...
22/03/10 15:07
수정 아이콘
['반대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동정표를 얻어내는게] 윤석열이 이거 원툴로 대선주자 된 거 아닌가요 크크.. 추미애가 다시 당대표가 되길 기원합니다..
스띠네
22/03/10 15:04
수정 아이콘
일반론은 이게 맞는데 윤석열에게(혹은 이준석이나 윤핵관 등에게) 그 정도의 정치적 역량을 기대할 수 있는지 조금 의문이 들어요(...)
22/03/10 15:04
수정 아이콘
그걸 유도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하는게 국힘쪽 입장에서 좋다는 겁니다
HA클러스터
22/03/10 15:10
수정 아이콘
여가부는 제발 빠르게 없애주길.
에우도시우스
22/03/10 15:15
수정 아이콘
노동 정책이나 복지 정책에 손대지 않는다면 만족합니다만 과연 그럴지 모르겠네요
밀리어
22/03/10 15:24
수정 아이콘
여가부 폐지가 윤석열의 주요 캐치프레이즈중 하나였으니 하긴 해야될텐데, 더민주의 동의를 받아야 실현시킬수 있는 문제라면 설득이 어려운 정책은 미뤄두고 더민주가 받을수 있는것중에 국힘이 밀고싶은 정책을 우선 던지는것도 좋겠네요.
모두안녕
22/03/10 16:18
수정 아이콘
민주당 지지자분들 희망사항이 대단하네요. 문재인 정권에서 그렇게 말아먹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가 없죠. 싲지어 자당 후보가 선거 며칠전엔 했던 모든 정책을 부정하며 뒤집었는데요? 민주당이 협치 안하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심판 받을 겁니다.
SG워너비
22/03/10 16:42
수정 아이콘
다들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길 바라고 찍긴 하셨으니까 아무것도 안하는게 나을 수 있겠죠. 안철수라는 변수는 어찌 작동할까요
지구 최후의 밤
22/03/10 23:07
수정 아이콘
뭐라도 할 겁니다.
현대 국가는 너무 복잡해서 잠시만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 고장나고 가라앉습니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현재 이 비율이면 2년 뒤 선거는 왠만해선 민주당이 승리할 겁니다.
과거는 미화되고 현재는 쓰거든요.
특히 현 정권의 마지막 지지율이 40프로대를 유지한 이상 다음 정권의 초반 지지율 추이에 따라 그 부분에 대한 억지력의 크기가 달라질 겁니다.
이제 윤석열이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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