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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4/10/29 06:07:05
Name 슈니
Subject Plan B
처음으로 여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캐나다에 작은 교육도시에 살고 있으며, 한국에서 부터 C++ 개발자로 일해오다가 최근 빠른 은퇴를 하였고, 몇해 쉬다가 소일거리로 대학앞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편돌이+외노자 입니다.

사실 프로그래머직업을 관두면서는 작은 편의점이나 식당, 카페등을 운영해보러고 했었는데 때마침 코로나세상이 되버리는 바람에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쉬다가는 작년에 편의점이 가장 만만해 보여서 알아보기 시작하고, 아는 분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작은 에피소드를 하나 올릴께요.
일한지 1년쯤 되어가니, 편의점이라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야 물건 정리하고 손님오면 물건값 스캔해서 돈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을 하지만, 사장님 부부는 늘상 물건 주문하고 운반하는 일같은 비교적 쉬운 일부터, 진상손님, 앞에 불법주차하는 사람들 단속, 가끔 오는 담배, 복권의 미스테리 쇼퍼(담배나 복권을 사겠다고 해서 그냥 주면 나 미스테리 쇼퍼인데 왜 id검사 안해? 라고 하며 페널티를 부가합니다.), 그리고 대형 담배회사의 갑질등 머리 아픈 일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일도 할 일이 못된다. 그만두면 이건 하지 말아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한 젊은 커플이 와서는 여자는 편의점을 둘러보고 남자는 제게 조용히 묻습니다.
“Do you have plan B?”
순간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편의점이 그래도 가장 쉬워보이는 일이었는데 이것을 안하면 무엇을 하지? 그래도 식당보다는 낫지 않나? 식당은 가족이 다 덤벼들어서 해도 될까 말까라던데… 카페는 돈안된다고 하고, 무엇보다 작은 가게 하나라도 권리금이 너무 올라서 본전 찾기도 쉽지 않다던데… 아니 근데, 얘는 뭔데 나한테 plan b를 묻는 거지?

그냥 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No, I don’t have it”
그러자 그 친구는 별 말 없이 둘러보던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러고 난, 구글을 켜서 plan b 의 다른 뜻을 검색하려 했는데, 다른 뜻이 아니라 그들이 찾던 plan b(사후 피임약)가 제일 처음으로 올라왔습니다.
다행히 우리가게에는 없는 물건이었네요.

* 아야나미레이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9-08 14:03)
* 관리사유 :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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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맨
24/10/29 06:50
수정 아이콘
와 그런뜻이!
24/10/29 07:56
수정 아이콘
뜻이 그런게 아니라, 상표명이에요. 
썬콜and아델
24/10/29 06:53
수정 아이콘
자~ 이번에 할 게임은 Store planB 라는 해외현실공포게임이라고 하구요

이 게임의 스토리는 한 커플이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찾다 나간 후 생기는 일 이라고 하네요.

그럼 한 번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 계림.
24/10/29 07:58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한참 찾아보았네요. 
고 계림이 유명 게임스트리머가 하는 말인듯한데 여기까지 찾고는 해석을 포기하였습니다. 죄송해요.
썬콜and아델
24/10/29 08:24
수정 아이콘
아니 한참 찾아보셨다니 오히려 제가 죄송스러운데..

제가 무리수를 좀 뒀나봅니다. (사실 원댓글 내용 완성은 진작 해놨는데 이걸 댓글쓰기 버튼 눌러야되나 말아야되나 한참 고민하긴 했습니다. 역시 해도 되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면 안 하는게 진리인가봅니다.)

그냥 어떤 미천한 사람이 보편적으로 누구나 알 법 하지 않은 내용으로 무리하게 드립쳐보려다가 실패했다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제가 부끄럽군요.
24/10/29 08:35
수정 아이콘
주책맞게 젊게 살려고 젊은사람들이 하는 것을 이것저것 해보곤 하는데요.
인터넷 방송이나 온라인 게임은 익숙해 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뭔가 찾아보고 알아가는 것은 좋아하니 찾아보는것이 나쁜 경험은 아니에요.
다들 아는데 제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서 못알아듣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바트로스
24/10/29 08:24
수정 아이콘
유튜브에 수탉이란 이름의 공포게임 스트리머인데 게임시작 전에 저런 식으로 게임 소개하고 시작합니다.
사부작
24/10/29 08:59
수정 아이콘
플랜 에이도 없는걸요
24/10/29 09:45
수정 아이콘
플랜 에이는 그나마 해볼만하다고들 하는 편의점 하는 거였어요.
최종병기캐리어
24/10/29 09:22
수정 아이콘
제품명 잘 지었네요.
24/10/29 09: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죠. 찾아보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사후 피임약이 plan b 였다면 plan a 는 무었이었을까요?
그말싫
24/10/29 11:20
수정 아이콘
지뢰 발사..?
네모필라
24/10/29 13:11
수정 아이콘
콘돔 등의 일반적인 피임방법이 아닐까요
及時雨
24/10/29 17:21
수정 아이콘
낳는 거 아닐까요?
깃털달린뱀
24/10/29 09:43
수정 아이콘
해외살이가 쉽지 않으실텐데 그마저도 원래 직업도 관두셨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습니다.
굉장히 짧게 산 인생이긴 한데, 인생 어차피 계획대로 안되더라고요. 몇 년 전의 나에게 '나는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개소리하지마라'라고 돌아올 정도로 뜬금없는 길만 밟아왔던지라... 어떻게든 흐름으로 살아지더라고요. 너무 걱정 안하셔도 우연찮은 계기로 뭔가 트이는 일이 있으실 겁니다.
24/10/29 09:53
수정 아이콘
그럴까요? 사실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라.
시린비
24/10/29 09:48
수정 아이콘
플랜 A - 콘돔, 플랜 B - 사후피임약인가요? 플랜 C 이후는 없으면 좋겠네요
24/10/29 09:54
수정 아이콘
플랜 a가 콘돔일 것이라는 것도 편견아닐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pull out이 아닐까 싶네요.
담배상품권
24/10/29 10:51
수정 아이콘
플랜 C는 육아인가요
시린비
24/10/29 10:58
수정 아이콘
좋은 플랜 C는 그렇겠고 원 목적을 이어간다고 하면 중절이겠고 뭐 여튼 보통 거기까진 생각할 필욘 없을듯도
다크드래곤
24/10/29 17:50
수정 아이콘
제대로 전략적인데요
24/10/29 10:34
수정 아이콘
세상에 진짜 쉬운 일이 없는 거 같아요. 불교에서 말하는 삶이 곧 고행이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24/10/29 23:03
수정 아이콘
요새는 그냥 기본급 받으면서 아껴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그데부르크
24/10/29 10:39
수정 아이콘
유튜버를 하는건 어떨까요
"에라이 나도 유튜버나 할까"
24/10/29 23:03
수정 아이콘
유투버를 하기에는 
얼굴도 못생겼고, 목소리는 최악이며, 컨텐츠도 없어서요.
24/10/29 11:10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취업 방향 플랜 B를 가동할까 말까 고민 중 인데, 이 글 읽고 나니 해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슈니님도 빨리 플랜B를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24/10/29 23:04
수정 아이콘
네 16k님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유료도로당
24/10/29 13:18
수정 아이콘
[가끔 오는 담배, 복권의 미스테리 쇼퍼(담배나 복권을 사겠다고 해서 그냥 주면 나 미스테리 쇼퍼인데 왜 id검사 안해? 라고 하며 페널티를 부가합니다.)] 오 캐나다엔 이런 제도도 있군요... 그럼 아무리 늙어보여도(진짜 막 할아버지라도) 무지성으로 무조건 id를 요구해야 맞는건가요? 한국은 애매한 경우에만 신분증을 요구하는것같은데...
24/10/29 23:07
수정 아이콘
담배, 술은 19세, 복권은 18세 미만에게 팔면 안되지만, 증검사는 25세까지 해야합니다.
미스테리 쇼퍼는 좀 나이있어보이는 23-4세 정도의 사람이 많이 오는데, 가끔 너 25세 넘어 보인다고 티켓에 싸인안하고 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각 인종 -인도나 아랍인, 흑인들의 나이는 전혀 종잡을수가 없다는 거죠.
24/10/29 13:58
수정 아이콘
이런글 좋아요 크크
24/10/29 23:07
수정 아이콘
이런 댓글 좋아요 크크
꿈트리
24/10/29 14:31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하하
24/10/29 23:08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CanadaGoose
24/10/29 14:36
수정 아이콘
저도 프로그래머로서 최근 들어서 일에 대해 강박이 좀 느껴져서 탈주하고 싶은데... 그 옵션 중의 하나로 캐나다에서의 삶은 어떤지 궁금하더라구요.
근데 은퇴하시고 편의점 하고 계시다니... 캐나다에서 프로그래머로 사는게 녹록치 않은 걸까요ㅠㅠ
어쨌든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크크크
타츠야
24/10/29 15:14
수정 아이콘
빠른 은퇴를 하신 것으로 보아 Exit를 하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24/10/29 23:11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머리쓰는 것이 지겹고 똘아이 상사에게 치대는 것이 지겨워
사표내고 나온건데 그것이 말씀하신 Exit인지는 잘모르겠어요.
타츠야
24/10/30 00:40
수정 아이콘
앗.. 고생하셨습니다 ㅠㅠ
휀 라디언트
24/10/29 17:10
수정 아이콘
저 코스를 도전해서 실패하고 돌아온 입장으로 딱 요약해서 한문장 드립니다.
- 미혼으로는 가서 대학교 석사까지 졸업을 하거나, 기업 스폰서 비자로 가거나 둘중 하나가 제일 확실합니다.
아이가 있으면 다른 방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잘...
CanadaGoose
24/10/29 21:15
수정 아이콘
오 귀중한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저도 어서 경험해보고 싶네요
24/10/29 23:10
수정 아이콘
캐나다에서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할 수 있다면 전 적극 권장합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취업의 문도, 이민의 문도 많이 좁혀놨거든요.
CanadaGoose
24/10/30 00:16
수정 아이콘
역시 쉽지않군요 감사합니다...!
24/10/29 16:1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재미있게 봤습니다! 
24/10/29 23: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따숩소
24/10/29 19:51
수정 아이콘
추천했습니다.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
24/10/29 23:13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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