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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4/03/31 18:02:05
Name 헥스밤
Subject 꼬우면 부자 아빠한테 태어나던가


<태어나'든'가>가 맞춤법에 합당한 표현이겠으나,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할 때 쓴 원 제목이 태어나던가, 였기에 그냥 고치지 않고 태어나던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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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희귀동물 수입 사업을 해서 일 년에 20억대 매출을 벌고 있다는 27세 훈남 사업가의 이야기였다. '창업 성공기'로 시작하는 흥미로운 기사였다.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역시 "중학교 때 TV에서 악어를 보고 키우고 싶었어요. 당시 아버지께서 1천만 원짜리 악어를 수입해서 선물로 주셨어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얼마나 흥미로운지 다음 날 수정된 기사에서는 저 천만 원 부분이 삭제되어 있어 이제는 기사의 댓글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십몇 년 전, 서울 변두리의 동네 중학생들도 당시 IMF 총재 미셸 캉드쉬의 이름을 외우던 그 시대에 악어를 키우고 싶다고 천만 원짜리 악어를 사주시는 자상한 부모님 아래서 훌륭하게 자란 청년은 역시 사업 수완이 남다르다.

비꼬는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나 사실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자기 일로 성공한 친구들에 대해 딱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도성장기와 부동산 상승기에 부모님이 어렵사리 고생해서 입에 물려준 금수저로 똥이나 퍼먹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다 불우한 무도회장 경비원과 시비가 붙어 청계산에 오른 사건이라거나. 금수저라고는 구경도 제대로 못 해본 나 같은 천것이 어찌 그것을 물고 태어난 귀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헤아릴 수 없다고 해서 감정을 가진다면 어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역시 이 금수저에 대해 가끔 묘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두 가지 경우가 그러하다. 첫째, 내가 하는 일의 영역에서 그런 상황을 마주쳤을 때. 이런 때는 역시 개인적인 좌절감이 꽤 크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지금은 바를 열고 바 마스터로 일하고 있다. 저 '이런저런 일'을 하던 시절에나 지금 바를 운영하는 시절이나 때로 반짝반짝 빛나는 수저를 물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을 마주치고는 한다. 당신들이 가끔 그런 일을 겪는 것처럼 말이다. 집에서 충분한 돈을 받아 목 좋은 데서 좋은 가게를 하다가 말아먹고 아무 일 없었던 듯 툭툭 털고 다른 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역시 기분이 묘할 수밖에.

두 번째 경우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분들이 자수성가 어쩌고 하는 가난에 기반을 둔 자기 서사를 늘어놓을 때다. 거의 한 십 년쯤 전에 어떤 기사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학생 재테크의 달인 어쩌고 하는 기사였는데(정확한 금액의 수치와 나이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기사의 핵심은 이러하다. '중학생 시절 모은 천만 원의 용돈으로 어린 시절부터 재테크를 시작한 김 군은 대학생이 되자 재테크 전문가가 되었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 구두를 닦아주고 10만 원씩 받아 천만 원을 모아서 후에 재테크의 달인이 된 사람들이 없지는 않겠지. 한 달에 88만 원 벌어 버티는 세대도 있고 몇 백억의 세금과 벌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주했다가 붙잡혀서 하루 노역 일당으로 5억씩 벌어 과징금을 몸으로 때우는 사람도 있는 나라에서 중학생이 천만 원쯤 만지는 게 뭐 그리 특별히 이상한가. 그리고 중학생 때 천만 원의 돈을 만져본 모든 애들이 재테크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니 저 재테크의 달인은 유능한 친구일 것이다. 금수저로 똥을 말아먹거나 범죄적으로 쓴 애들도 적지 않을 텐데, 이 정도면 양호하다(라고 자위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안 양호한 건 이를테면 이런 거다. 대기업 회장님의 둘째 사위님께서 '취업이 힘든 요즘의 젊은이들을 위해'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회 초년병 시절 미국 취업 실패기를 구구절절 올리며 이 시대의 진정한 힐링 멘토로 거듭나려는 시도는 역시 좋게 보아주기 힘들 것이다. 사실 이런 게 한둘인가. 스타강사 힐링 멘토로 활약하시다가 논문표절 의혹으로 가실 뻔하다가 최근 컴백을 준비하신 어떤 분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개천에서 용 못 나는 시대라고? 너희가 봤어? 난 지금도 용 나는 거 보고 있어!" 라고 일갈한 그녀는 연세대 작곡과를 수석으로 들어갔지만, 졸업 후 남은 이십 대를 서울 송파에서 피아노학원 원장으로 보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20대에 돈이 없으면 송파에서 피아노 학원을 열면 된다. "마흔 넘은 학원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를 다루는 것도, 깐깐한 건물주를 상대하는 것도 내게는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는 그녀의 술회를 읽으며 마흔 넘어서 학원 버스 운전을 해야 하는 아저씨의 삶도 버거운 삶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겠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수성가 신화를 만들어 팔아먹는가. 솔직히 이제 자수성가 신화를 까는 글을 쓰는 것마저도 유행이 너무 지나서 구린 시대가 되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미학적으로도 구리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의문이다. 그러니 제발 그런 더러운 꿈을 팔지 말고 솔직한 절망을 제시하면 안 되나. 이게 너무 직설적이라 힘들다면 그냥 금수저 물고 잘 태어나서 자기 일 잘해서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하면 되지 않나. 왜 구질구질하게 이상한 자기 서사를 만들어내서 자기도 구려지고 그걸 보는 사람도 구려지고 그걸 비판하는 사람도 구려지는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건가.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한때 논술 강사로 일하며 고등학생들에게 고타 강령 비판 독해와 통계표 독해를 가르친 적이 있는 내 생각에는 글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의 멋진 귀족이었고, 민중의 러시아 혁명이 그의 인생과 가족을 말아먹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귀족으로 살며 좋은 글을 썼으며, 러시아 혁명에 대해 구질구질한 코멘트를 별로 달지 않았다(안한 건 아니지만 그의 방식은 매우 세련된 방식이었다). 그냥 집에 돈이 있는 현대적 귀족이면 자기 하고 싶은 거 돈 들여 잘하면 되지 않나. 예술적 고뇌나 사업가적 고뇌는 '가난한 자의 고뇌'에 후행하는 것인가. 그냥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라 자신의 '실존적 고뇌'라 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인가.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 앤 패디먼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난 뉴요커 여성'이다. 그녀는 그녀만의 감성으로 사물과 삶에 대한 유쾌한 글을 풀어낸다. 만화 '페르세폴리스'의 마르잔 사트라피는 어떤가. 그녀의 자전적 만화에 따르면 그녀의 집안에 유력한 정치인이 있었고, 그 엄혹한 시대에 어린 시절 프랑스 유학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유복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이란의 격변기를 멋지게 그려낸다. 그들이 질질 짜거나 '가난'을 극복하는 자기 서사를 풀었더라면 아마 참을 수 없이 역겨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영역-예술-으로 자신의 삶을 말했다. 사업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잘 모르겠지만, 사업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말하는 방식도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대학 시절 상당히 부자였던 친구가 있었다. 건물주 아들도 아니고 그 자신이 아버지가 사준 건물의 건물주였던 명랑하고 쾌활한 친구였다. 한 달에 월세를 천쯤 받는다고 했나.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친구였다. 어느 날엔가 나와 그와 다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만두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쟈니스 덤플링이 맛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건물주급은 아니지만 나보다 두 배는 더 잘 살던 다른 한 친구가 말했다. 야, 그거 비싸지 않냐. 역시 부자는 다르구나. 그리고 건물주 친구가 그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래? 꼬우면 너도 부자 아빠한테 태어나던가.

심지어 차라리 이게 낫지 않냐.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힘들게 살았네 어쩌네 하는 구질구질한 자기 서사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처참하게 구리며, 모욕적이다. 차라리 명랑하고 쾌활하게 살고 웃으며 모욕적인 농담을 던져라. 진심이다. 나는 저 농담을 던진 건물주 친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저 농담을 딱히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저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언일지도 모른다. 처연하고 서글픈 자기 서사는 금수저가 의미를 잃는 어떤 특정한 시대에서나 이야기할 만한 무엇이 아닌가. 그 시대가 '정말로' 존재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 오게 될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http://www.huffingtonpost.kr/youngjune-joo/story_b_5018386.html?utm_hp_ref=korea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5-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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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폴리스
14/03/31 18:08
수정 아이콘
친구 중에 제일 부자 아빠를 둔 친구는 제가 34인데...
수능 본 순간 부터 한달에 천만원씩 썼어요....아버지 카드로......친구들 다 사주고...

한동안 못 보다가 2년전에 우연히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습니다....전 야근하고 집에가는데 누가 뒤에서 빵빵 하길래
빡쳐서 뒤돌아 봤는데...그 놈 이더군요..제가 차는 잘 몰라서 차종은 모르겠는데 벤츠더군요
저보고 놀다오냐고 하길래 일하고 온다고 했더니
"이 시간까지 일하고 얼마 받냐?" 이러는데 때릴뻔 했습니다 크크크크
외국유학 명목으로 계속 외국에 있다가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고 하더군요......


아 그냥 예전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14/03/31 19:50
수정 아이콘
그러게 하하 하면서 친하게 굴면서 좀더 뜯어먹어야죠. 크크크.
인터넷 그만해
14/03/31 22:16
수정 아이콘
그런 말을 쉽게 하는 건 왕재수거나 성격이 좋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흐
히히멘붕이삼
14/03/31 18:14
수정 아이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수성가 신화를 만들어 팔아먹는가. 솔직히 이제 자수성가 신화를 까는 글을 쓰는 것마저도 유행이 너무 지나서 구린 시대가 되었다.

요 부분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네요. 그건 그렇고 앤 패디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이 글에서 어떤 예시로 그녀를 언급하게 됐는지 조금 이해가 안가네요.
헥스밤
14/03/31 18:17
수정 아이콘
저도 앤 패디먼 팬입니다. '잘 태어났다면 징징되지 않고 자기 예술을 멋지게 완성하는 것으로 세계에 자신을 보여주는 예술가'의 긍정적인 예시로 패디먼과 사트라피, 그리고 나보코프를 들었습니다.
히히멘붕이삼
14/03/31 18:29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저는 앤 패디먼이 금전적으로 유복한 가정 출신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어서 어리둥절했나 봅니다. (그저 그 집안의 무시무시한 지적 수준과 분위기에 압도돼서;;) 하기야 아버지가 편집장이고 어머니가 기자였는데..
도시의미학
14/03/31 18:15
수정 아이콘
헉. 얼마전에 진짜 재밌게(?) -라고 표현을 해도 될까요?- 읽었던 사설인데, 헥스밤님이 쓰셨던 거군요.
그 때도 역시 읽으면서 참으로 많이 공감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의 그 능력자가 피지알러셨다니. 흐흐흐.
1일3똥
14/03/31 18:20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 보았던 기억이.. 헥스밤님 글이었군요!
14/03/31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 금수저 물고 태어났는데 글처럼은 아니지만 그렇게 티내지도 그렇다고 마치 힘든것처럼 내색하지도 않았네요
지금은 물었던 금수저 뱉어버리고 후회막심이네요
금수저 물으신 피쟐러 계시면 감사히 물고 계시길
양념게장
14/03/31 18:24
수정 아이콘
근데 원래 관용구가 은수저 물고 태어나는건가요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건가요? ~_~?
아이지스
14/03/31 18:25
수정 아이콘
silver spoon입니다
헥스밤
14/03/31 18:25
수정 아이콘
은수저가 맞습니다. 근데 제가 그걸 잘 몰라서 글 쓸때 확인 안하고 그냥 금수저라 써버림..
王天君
14/03/31 18:24
수정 아이콘
오옹 재미있네요. 저도 집이 잘 사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이랑 놀 때 약간 묘한 기분이 들긴 해요.
맞아요. 괜히 겸손 떨 것도 으시댈것도 없죠. 거기에 저를 비롯한 서민들이 비아냥대거나 폄하할 필요도 없고.
MLB류현진
14/03/31 18:24
수정 아이콘
이 글에는 요즘세대를 관통하는 맛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yangjyess
14/03/31 18:27
수정 아이콘
이정도 글이면 구리지 않은것 같습니다 킄.
저는 다만 '요즘세상은 개천에서 용 못나고 자수성가도 불가능해' 라는 주장이 약간은 획일적인 범주에서성공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관상(대부분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장 전형적인 88만원세대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아 이사람은 용이다. 혹은 그래, 이런 삶이야말로 성공이다 라는 케이스를 많이 봐 와서요.
yangjyess
14/03/31 18:29
수정 아이콘
아무튼 글자체는 추천입니다! ^ㅡ^
꽃보다할배
14/03/31 18:32
수정 아이콘
금수저 있다가 없어지는게 없다가 금수저 마련한거보다 상실감이 백만배는 클겁니다.
쨋튼 크리스피 도너츠 들여올때 롯데 3세가 들여와서 칭송 받다가 지금은 파리만 날리죠...그래도 금수저가 있어서 들여올때 스폿 라이트 그냥 그걸로 그만인겁니다.
14/03/31 19:22
수정 아이콘
없다가 금수저 마련했는데 왜 상실감이 들어용..
없다가 계속 없으면 몰라도..
에프케이
14/03/31 18:34
수정 아이콘
심정적으로 크게 와닿는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Je ne sais quoi
14/03/31 18:35
수정 아이콘
저도 허핑턴포스트에서 읽었습니다 ^^
14/03/31 18:3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쥴레이
14/03/31 18:40
수정 아이콘
돈 한푼없이 서울 올라와 월세 걱정, 집걱정 없이 서울집에서 사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주위에서 저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하나도 없네요.

어떻게 보면 다 고만고만하면서도 딱 한명 부자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중 가장 잘 살고 아버지가 부동산을 하시면서 재테크와 돈버는 법을 아는 집안 같았습니다.
대학교 시절 카드 쓰는 친구도 그 친구 혼자뿐이었죠. 지갑도 수표가 있었고요.

가끔 아버지 차도 끌고 오고 그랬죠.

항상 술자리에서는 그 친구가 술값을 계산 했습니다.
그리고는 항상 내가 맨날 니들 사줘야 겠니, 내가 돈 쓰는게 얼마인데 부터..
원래 내가 수능 답안 하나 안 밀려썼으면 여기 대학 안왔다부터.. 여튼 뭔가 우리들과는
다른 너희보다는 내가 좀 뛰어난데 실수로 온곳이다라는 마인드를 저희에게 보여주었죠.

참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그런 친구 더 부추겨 너 부자고 돈 많으니 니가 쏴라는 식으로
많이 긁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정작 뭔가 얻어먹은 기억은 정말 없네요.
언제가부터 집안 금수저 물고 태어난거는 자랑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여러 친구들한테 까였던거 같네요.

그뒤로는 그 친구가 우리집은 가난하고 빚쟁이들한테 몰려서 집안 차압까지 몰리고 했었던적도 있다.
니들이 가난을 아냐 등등, 주말에 알바를 해서 자기가 돈 벌어온거다. 아버지 밑에서 부동산 건수 채우고
몇십에서 몇백 받아온거다등..시한부 가슴아픈 옆집 첫사랑,보컬 제의,학원강사,용돈.. 말하자면 하나둘 뻔한
거짓말적인 온갖 이야기들이 많지만 전 그저 잘난척 하고 싶은 약간에 허세가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였죠.
그 친구 덕분에 허언증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뒤 진짜 허언증 사람도 만났고요.

연애도 그랬고 모든 행동에 진실이라기보다는 아버지 교육관으로 인해서 그런것인지
모르지만 일반같은 우리랑은 자기가 좀 달라야 된다는 압박감이 사람이 진솔되지 못하게 된거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신경 안쓰는데 본인은 더욱더 신경쓰는거라고 할까요.

결국 자기는 이곳으로 올 곳이 아니라던 그 친구는 군대 갔다오고 나서 3학년전에 해외 학교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뒤 유학 마치고 돌아왔을때도 정말 온갖 이야기거리들이 많지만..

지금도 그 친구 보고 있으면 아버지 금수저 밑에서, 그냥 나 집안 잘 만나서 금수저 물고 지금까지
놀면서 그냥 있어 라고 하면 참 솔직하고 더 좋은 친구로 지낼수 있었을텐데.. 본문에 헥스밤님이 쓰신것처럼요.
억울하면 금수저 물고 태어나던지. 크크크크

이 얼마나 좋아요.
14/03/31 18:42
수정 아이콘
"그래? 꼬우면 너도 부자 아빠한테 태어나던가"..
이 말을 본문처럼 매끄러운 글에 섞여 읽으면 쿨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도 같은데, 실제로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 재수없음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네요. 주변에서 잘생긴 놈이 인물 값 안하는 것이나, 가진 놈이 있는 척 안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그 인성을 인정해 주고 싶어요. 말은 쉬워도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유명인이 억지성의 자수성가 신화를 스스로 선전하는 것은 현재의 성공을 이슈화 하거나 출판을 통해 돈을 더 챙기고 싶다는 의지표명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성공으로부터 감동이나 서사를 쥐어짜내야 지갑이 열리니까요..
이쥴레이
14/03/31 18:45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있는 사람이 잘난척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수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장점을 아는것이니까요.

너 재수없어 X끼 야.. 라고 한마디 하면 얼마나 속시원해요. 크크
있는데 없는척하기
있는데 있는척하기
없는데 있는척하기
없는데 없는척.............................은 안되구나.. ㅠ_ㅠ
14/03/31 18:48
수정 아이콘
그 정도 친한 친구사이라면 그렇게 갈구는 재미도 꽤 쏠쏠하겠네요..크크
Darwin4078
14/03/31 18:44
수정 아이콘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헥스밤님처럼 쿨하게 부의 세습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건 아니고,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달콤한 사탕발림의 환타지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수성가 내지는 신데렐라 모델은 앞으로도 인기있는 주제이겠죠.
캄캄한 절망보다는 바늘구멍같은 희망을 보여주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면 신세계가 열린다고 하고...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웬지 가슴이 더 갑갑해지네요.
비토히데요시
14/03/31 20:37
수정 아이콘
오히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부의 세습을 인정하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상속세를 많이 걷는다고 하더라구요.

스웨덴인그 덴마크인기는 상속세가 0% 이고 유럽에서 정말 높은축이라는 벨기에가 45%가 최대라던데 한국일본은 50%부터 시작이라던가..
소독용 에탄올
14/03/31 20:53
수정 아이콘
2005년인가 스웨덴에서 상속세가 폐지되었죠...,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사회적 타협이 변화한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물론 해당국가들에선 벌금, 과태료도 재산비례로 냅니다.
도쿄타워
14/03/31 18:45
수정 아이콘
이 글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헥스밤님이 쓰신거셨군요. 잘읽었다고 인사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최강삼성
14/03/31 18: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켈로그김
14/03/31 19:03
수정 아이콘
저는 제 나름의 어려웠던 시절의 감성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일하는 도중 머리에 튀었던 오물이 점심으로 나온 국에 퐁당했을 때, 숟가락으로 얼른 걷어내고 '휴.. 먹을 뻔 했네..' 한다든지..
실수로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닭을 못 보고 밟았는데, 그게 야참으로 나와서 반가워 한다든지.. (내가 아까 밟은 놈이 딱 이렇게 찌그러졌어!)
일과시간 안에 일을 끝내고, 데리러 오는 차를 기다리며 막걸리 일잔을 기울이다가 안주가 남아서 버리려는걸 주머니에 담아가면서
'오늘 저녁도 푸짐하겠군..' 한다든지..
반지하 방에서 아르바이트 출근을 하는데, 간밤에 술취한 여자가 현관 앞에 싸놓은 똥이 안녕하세요 한다든지..

객관적으로 비교적 풍요롭게 사는 현재를 더욱 확실하게 주관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지금같지 않았을 때의 감성인 까닭에..
곰씹는 맛이 있더라고요.

최대한 선의를 갖고 해석해주자면,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일종의 선의에서 출발했다는 쉴드 살짝 쳐보기도 하고..
(나는 그 시절 회상해보니 참 좋더라.. 이 좋은 기분.. 여러분들도 누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민폐라는 점도 한 번 더 강조해봅니다.

그놈의 상대적인 감성의 차이가
그들에게는 '그땐 그랬지' 겠지만, 우리에게는 '어이구.. 그러셨쎄요? 아주 귀한 분께서 개고생 하셨구만?' 하고
내 인생의 팍팍함을 더 실감나게 해준다는거.. 작동원리가 똑같아요 아이고..
끵꺙까앙
14/03/31 19:10
수정 아이콘
힘든 이야기 와중에도 피잘러의 본성을 잃지 않으시네요(?)
저글링아빠
14/03/31 19:21
수정 아이콘
현관 앞에 있는 똥을 보면 그게 남자똥인지 여자똥인지 파악되시는군요.
사스가 똥 전문가 클라스....
켈로그김
14/03/31 19:27
수정 아이콘
팬티 벗어놓고 갔어요..
기아트윈스
14/04/01 03:25
수정 아이콘
엌ㅋㅋㅋㅋ
14/04/02 17:23
수정 아이콘
엌크크크크크
wish buRn
14/03/31 19:17
수정 아이콘
금수저물고 태어난 놈이 개념까지 있다면.. 그때가 정말 무섭죠..;;
당할 수가 없다!!
그아탱
14/03/31 19:44
수정 아이콘
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은근히 있어서...

최근에 그런 케이스가 10년여간 알고 지낸 정말 겸손하고, 성실하고, 착한 어떤 친구의 아버님이 정치인이란걸 대충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누구나 다 알법한 유명 정치인 따님이라는거 알고 멘붕 직전까지...
그 정치인을 아직도 좋아하진 않지만 그 친구를 보면서 다시 보게됐다는...
14/03/31 20:16
수정 아이콘
지방에서 자라다가, 서울로 대학을 가서 처음 OT를 갔을 때, 교수님과 함께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동안 스스로를 그렇게 어른스럽다 여겼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 철없고 어리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회계사니, 외국계 컨설팅기업이니 뭐니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떠들어대던 제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참담한 패배감을 느꼈던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거라고는 문제 푸는 것 밖에 없었는데, 이 아이들은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한참 동안을 혼자 고민했었죠. 그 때 느꼈던 그 괴리감이란.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들이 가진 '부'가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 '부'를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이 정말로 부럽다고.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두 달 동안 갔다오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실상은 '부' 자체가 대물림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축적되서 자연스럽게 부가 대물림되도록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었더랬죠.
소독용 에탄올
14/03/31 20:49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적어주신 부분에 대해서,
경제적인 소유를 구준으로한 집단이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한 사회문화적인 공통경험에서 나오는 공유점들을 기초로한 계층이 되는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비교적 최근에 사회경제적으로 기둥뿌리가 흔들린 경험(식민지+한국전쟁)을 한 이후 고도성장기를 보낸 사회라 계층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었는데, 안정기에 접어들며 계층이 자리잡아간다고 보는 것입죠.
실제 상대적으로 한국사회보다 더 이른시기에 선진경제가 된 국가들의 경우 중산층 등에 관한 정의에 악기활용능력, 기부경험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14/03/31 21:0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이를 테면 '부자가 될 소양'이라고 하면 될까요.
어쩌면 말씀하시는 경제적인 구분과 사회문화적인 구분은 별개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회의 기득권층이 단지 경제적으로만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부분에서도 차별점을 두어서 계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바람꽃
14/05/08 09:37
수정 아이콘
그들이 가진 '부'가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 '부'를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이 정말로 부럽다.....
-> 저도 대학와서 돈있는 친구들 보면서 느낀게 바로 이 문장대로입니다. 걔네들은 해봤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선택지가 달라요..
호랑곰
14/03/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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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알티로 보고 헥스밤님의 글이라 반가웠던 글이네요. 일면식도 없는데 괜히 우쭐해서 아는 척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4/03/31 22:51
수정 아이콘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속에서 말씀하시는 바에 동의하는 편인데,

친구가 꼬우냐?라고 물으면
전 꼬울 거 같아요..유유
14/03/31 23:28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언제나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전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저와 비슷한 것 같아서 그리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왜사냐건웃지요
14/04/01 00:02
수정 아이콘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정말 와 닿는 글이에요.. 제가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거든요.
왜 나는 내가 무엇을 하려면 오롯이 내 힘만으로 모든걸 해내야 하는걸까? 어느 누구는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자식이 자리잡을때까지만이라도 지원할 형편이 되는데... 왜 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헝그리 헝그리일까.. 왜 남들이 행복한모습을 부럽게 바라보아야만 할까.. 언제까지일까...
솔직히 슬픕니다.
나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건 아닌데.. 나도 어릴땐 때로는 귀여운 아이였고, 꿈 많은 청년이었는데... 살아남고자 처절히 몸부림치다보니..
밑바닥이네.. 내인생이 과연 희망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을 열심히 살아봐야죠!
몽키.D.루피
14/04/01 00:03
수정 아이콘
그들이 절망을 제시 못하는 이유는 가난을 극복하는 자기서사가 없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그들에게 절망을 제시한다면, 그들의 성이 무너지기 때문이죠. 피로사회라는 책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 없는 자기 착취로 작동하는 사회입니다. 그들에게 레 미제라블(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착취로 끊임없이 자신들의 부의 동력을 이끌어줘야 되는 엔진과 같은 거죠.
부기나이트
14/04/01 06:3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자랑은 그냥 쿨하게 자랑하면 됩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 그 정도는 되요.
뵈기 싫은건 이른바 '앓는 소리'를 동반한 내심 자랑이죠.
'사회초년생 연봉 6000인데 많이 받는건가요? 결혼할수 있을까요?' 같은거.
YoungDuck
14/04/01 09:41
수정 아이콘
부러우면 지는거죠.
김성수
14/04/01 21:32
수정 아이콘
이 주제가 아이러니 한것은 대게 부의 관점은 상대성에 기인 할 때가 많다는거죠.
저기에 나온 부자들도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돈이없다고 느낄 수 있는거죠, 우리 끼리 통용되는 정도의 부자들 앞에는 우리가 가난한것처럼

실제로는 중고등학교 잘 다니고, 라면이라도 끼니 때워 살고, 원룸이라도 가스가 끊겼더라도 집이 낙후되었더라도 그 마저라도 있어서 밖에서 잘 걱정은 안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그런분들도 자신들이 성공하면 자수성가지만, 그 만큼의 반도없는 사람들은 그들에게는 멀쩡한 몸 물려주고 학교갈 차비 쥐어준 부모의 자산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결국에는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되고 될 수 있다 호언장담을 하지만 결국에는 저의 성공도 나라와 부모와 빵빵한 인터넷 속도의 산물이겠죠.

제가 말 하고자 하는것은 저들과 마찬가지로 나와 우리, 우리가 말 하는 것들 또한 영악함이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솔직해져야 하는 대상은 우리 모두이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난의 감정을 느끼듯 상대방의 감정도 이해할줄 알고 내 감정과 공유하여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죠. 우리 보다 가난한 자들에게 노력을 묻지말고 먼저 들어줘야할 것이며 부자들에게 환경을 묻지말고 먼저 들어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Acecracker
14/05/08 10:32
수정 아이콘
아 MSG 글 쓰셨던 분. 그때 재밌게 봤었는데.
화술이 좋으셔서 이번 글도 맞게 들리긴 하지만, 사실 꼭 부유함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세상 밑바닥에 있어야만 고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세상 모든 사람은 더 비참하고 더 힘든 사람의 관점에선 배부른 고민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것도 그 배부른 고민을 자기에겐 세상 문제의 전부라도 되는양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지요.
땅집고 헤엄치기한 주제에 자랑하냐 싶은 그 '원래 부자의 자수성가 회고담'이라는 것도 속내를 살펴보면 진지한 도전이었고 심각한 고민이긴 했을 거에요.
14/05/15 16:13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잘사는 놈도, 못사는 놈도 다 배부른 고민이에요.
롤내일부터끊는다
14/05/08 23:59
수정 아이콘
읽고 나서 '그래서 어쨌다고?'라는 허무한 기분이 들게 하는게 글 쓴 분의 의도인가요?
그냥.. 말은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너무 간단한 것을 길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글은 잘 쓰시네요. 꼭 담배를 물고, 담벼락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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