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08/23 18:13:26
Name Let It Be
Subject [잡담] 읽지는 못할, 그러나 (공개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 (To. NaDa & Yellow)
언제였던가요.
그리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난 늘 당신이 나오면 채널을 돌렸던 것 같습니다.

천재 테란, 토네이도 테란.
당신에게 주어진 별명이 참으로 싫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당신이 아주 작은 꼬마인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참 뒤에 본 당신은 나보다 키가 큰 아주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동생은 늘 당신을 응원했습니다.
저는 늘 당신의 상대를 응원했습니다.

그랜드 슬램.
항즐이님께서 그러셨지요.
당신의 그랜드 슬램이 너무 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다고.
사실 난 그 말이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다른 선수도 못한 그런 일을 아직 어린, 아니 내 눈엔 어리게만 보이는 사람이 그랜드 슬래머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당신의 카페에 가입했음에도 늘 관심 밖의 일이라 믿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정회원이 된 뒤에야 본 당신의 일기장.

너무너무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내가 했던 말들.
어쩌면 당신에게 너무나도 큰 비수가 되었을 말들.
언제나 당신을 짓눌렀을 말들.

내가 생각하던 그저 작기만한 소년에게는 너무나도 지고가기 힘들고 벅찬 말들.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줄 알지만,
순간 너무 가엾어 졌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내가 함께 나온 사진을 찾았습니다.

그 사진을 한 번 쓰다듬고는 다짐했습니다.
미약하나마 방패막이가 되어드리고 싶다고 말입니다.

늘 사람들의 표적이 되는 당신에게 방 3업된 하루살이님의 그런트 같은 존재가 되어드리겠다고 말입니다.













GG 음반에 딸려 들어온 건 당신의 싸인이 된 티셔츠였습니다.
솔직히 내가 바라는 선수의 싸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탓이 아니었음에도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옛날의 당신을 기억해 봅니다.
말을 많이 해야하는 자리에 있는 당신이 싫었습니다.
너무 어눌하게 들리는 당신의 말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는, 유난히 당신을 아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는 알았습니다.
당신은 내가 사진 한 번 같이 찍자는 말에도 인상 한 번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신의 싸인티를 그 분에게 드리고 나서야 난 내가 당신에 대해 많은 오해를 했다는 것 역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승전의 인사이드 스터프.
그리고 당신의 눈물.

누구보다 강한 줄로만 알던 당신.

늘 그렇게 팬들의 뒤에서만 흘려야 했던 당신의 눈물.
난 너무 늦게야 알았습니다.

내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뻗어있는 당신의 섬세함을 말입니다.

그 분께 다 드리고 한 장 남아있는 당신과 나와의 사진.
그 위로 떨어지는 그 무언가는 이 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어제의 경기로 다들 나름대로의 말들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다들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 한 경기를 위해 몇 일의 밤을 지새웠는지,
그 한 경기를 위해 얼마의 땀방울을 흘렸는지,
무심코 뱉는 그 한 마디에 그들이 입는 상처는 얼마나 되는지,
그 상처는 아물 수 있는지,
아물 수 있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지.

예, 시각이라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 같은 경기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명경기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MBC game 워3 프라임리그의 프라임매치에서 지니어스 오크 한석희 선수가 헌트리스의 달인 박외식 선수에게 졌습니다.
캐스터 이현주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긴 선수에게는 박수를, 진 선수에게는 기대치만큼의 격려를 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한 번 지니어스면 영원한 지니어스라고 말입니다.

아마 어린 한석희 선수가 기대치만큼 경기에 부흥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거나,
많은 시청자들의 실망에 한석희 선수가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해서 하신 말씀이실 것입니다.




너무 길었지요.
이제 내가 윤열님과 진호님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을 하겠습니다.

당신들은 영원한 프로이며, 내가 사랑하는 게임을 그 이상으로 멋있게 만들어주는 주인공들입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인줄은 알지만, 난 정말 당신들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ㅡㅡ)(__)(ㅡㅡ)(__)

이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다음 번엔 그 누가 뭐라하든 당신들의 말처럼, 약속처럼
최선을 다하세요. ^^

당신들이 날 믿듯, 나도 당신들을 믿겠습니다.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8-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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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속이슬
03/08/23 18:22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들의 더 멋진경기가 보고 싶다면 선수들도 보호를 해줘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선수, 다음경기에 이번일이 지장없었으면 합니다.
항즐이
03/08/23 18:30
수정 아이콘
크으... 멋진 글입니다.

이윤열 선수가 꼭 이글을 읽기를 바랍니다.

안읽으면 제가 -_- 종용이라도 해야겠군요. ^^
뜻모를헛소리
03/08/23 18:47
수정 아이콘
추천글. 그 이상의 의미...
김평수
03/08/23 19:00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나 홍진호선수 모두 pgr에 자주 들어오시는것 같은데..읽으시겠죠.^_^
As Jonathan
03/08/23 19:45
수정 아이콘
"나는 무심코 던진 돌이지만, 개구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중대한 문제이다.."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난다는^^ 그리고, 미안하다는,,
이윤열 선수, 홍진호 선수! 항상 멋진 모습 부탁드립니다!^^
은빛사막
03/08/23 20:07
수정 아이콘
추천게시판으로 옮기죠..... 멋진 글 정말 잘봤습니다
하늘여운
03/08/23 20:16
수정 아이콘
이 글 어제 경기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시는 분들이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인걸요.. 두 선수 맘에 상처가 크게 남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이리와.
03/08/23 21:27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
Legend0fProToss
03/08/23 21:33
수정 아이콘
선수들이 일주일 동안 뼈빠지게 연습해서 만들어낸 경기인데
짯느니 어쨋느니 하지맙시다.
진호선수는 열심히 연습해서 이겨놨더니 짜서 이겼다는식으로 사람들이말해서 다음경기에 김빠져서 좋은경기 못하는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진호 선수 화이팅~! 윤열선수too
Lolita Lempicka
03/08/23 22:05
수정 아이콘
요즘 옐로우와 나다 두 선수는 왜이리 안쓰러워 보이는지..
힘내세요~ 두 선수~!!
03/08/24 00:02
수정 아이콘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다는것을 생각하며
홍진호, 이윤열 이 두 선수 힘내셨으면 좋겠네요.
03/08/24 00:10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 글을 보니 안쓴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추천합니다. ^^b (여기에는 왜 이렇게 글 잘 쓰시는 분이 많은거야 ! )
felmarion
03/08/24 00:12
수정 아이콘
좋다는 말 외에는 글이 주는 여운을 헤칠까 두려워 하지 못하겠습니다.
안전제일
03/08/24 00:20
수정 아이콘
두선수 모두 힘냈으면 합니다. 아자아자!
몽땅패하는랜
03/08/24 00:22
수정 아이콘
felmarion님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큰 동의임을 믿습니다
03/08/24 00:24
수정 아이콘
추게로 왔네요 ^^
정말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은빛사막
03/08/24 00:25
수정 아이콘
와우 제 바람대로 추게에 왔네요~~~~ 나다 화이링!~~ 옐로우 화이링~~
박영선
03/08/24 01:15
수정 아이콘
거하게 바람 맞혔는데...이렇게 고마운 글을 올려 주다니...
Let It Be님...고맙습니다.(_ _)

부산에서 그들의 경기를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그대와...함께입니다.
03/08/24 01:28
수정 아이콘
박영선님 바로 밑에 코멘트를 달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이윤열 선수를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가 나올 때마다 채널을 돌리곤 했습니다.

그의 완벽한 모습이 싫었다고 보면 될까요?
그에게 패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까요?
이윤열 선수를 그 당시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묻어 나오더군요.
길게는 결승전에서의 잇다른 패배에서부터 프로리그에서의 부진, 그리고 어제의 패배까지.

이제는 저도 나다의 한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윤열 선수 건승하시길.
03/08/24 02:50
수정 아이콘
헉 영선님 다시 돌아 오셨군요 (_ _);;;
일전에 잠실 체육관에서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
어쨌든 돌아오신거 환영합니다.
Kim_toss
03/08/24 12:06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글입니다..
저도 이윤열선수의 완벽함이 솔직히 싫었는데요..
요즘 보면..이윤열..그도 역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안타깝기까지 하더군요..
이윤열 선수도 화이팅입니다~!^^
03/08/24 13:35
수정 아이콘
Let It Be 님, ^_^ 저한테는 '푸른 달'이 더 정답습니다.
언젠가 울산의 봄님께 어떤 소녀가 찾아와서 지노선수의 사인이 든 티셔츠를 주고 갔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Let It Be 님이셨죠?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 글 속에 진정이 묻어 있어 감동을 줍니다.
요즘 많이 무덥습니다. 공부, 하느라 힘들죠?
저는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손수건을 두장 씩 가지고 다닌답니다.

'블루 문'이란 소녀가 대학을 들어 가고,
그리고 그 때에도 날 기억하고 '밥 한번 같이 먹자' 라고 말해 줄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그 기회가 예상보다 일찍 올지 모르겠군요.
봄님과 렛잇비양의 응원이 힘을 발하길 바래야 겠네요.
공부도 중요 하지만, 건강에 항상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Let It Be
03/08/24 18:13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이런 말도 안되는 글을 추게로 옮겨주시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ㅡ^;
felmarion님, 몽땅패하는랜덤님// 여운 같은 걸 느끼신 것은, 아마 두 분께서 저보다 더욱 선수들을 사랑하시는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선님// 보시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 너무 부족하기만 한 것 같아 안보시길 바랬는데.;; 영선님의 사랑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예, 진호선수를 함께 부산에서 보게 되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
p.p님// 제가 대학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밥 한 끼 사달라고 부탁해도 되는 겁니까? ^^;; 물론 영선님과 함께 말입니다. 공부요, 남들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에겐 p.p님 같으신 분들이 힘이 되어주신다는 것이 남들과 다른 것이겠지요. ^^ 늦더위에 p.p님 역시 건강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과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읽었을지도 모를 두 선수.
내 작고 미약한 힘이나마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영
03/08/25 15:22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in-extremis
03/08/26 00:18
수정 아이콘
마음에서 나오는 좋은 글 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__)
angelmai
03/08/26 04:15
수정 아이콘
음~~~ 좋은글이군요. 추천에 온것이 잘된것 같군요 ^^
03/08/27 01:48
수정 아이콘
아...많이 찔리네요...저도 솔직히 윤열 선수랑 진호 선수 나오면..;;...사실 스타리그 할때 자주 나오는 선수들 나오면 자주 틀어버리는데...아..정말 좋은글입니다..매일 같이 그 선수들이 리그에 나올정도로 그 선수들의 재능과 노력은 뒷전으로 해 버렷군요..윤열 선수와 진호 선수 외에 그밖에 선수들에게도 미안함 맘이 드네여...아 엄청 찔리네여..;;
03/08/28 15:06
수정 아이콘
Zenithal Zerg, Yellow !
Tarnal Terran, Nada !
Show me the final !
03/08/28 22:50
수정 아이콘
믿음.....제가 팬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큰 박수를 치고 있는 선수에게 늘 쓰는 얘기.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의 팬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쁘네요 ^^ 그네들....프로라는 이름으로 많지 않은 나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포기해야만하고....설령 내가 칠 수 있는 박수의 크기가 선수들 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할 지라도, 기본적으로는 그들 모두를 좀더 애정어린 시각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셨으면.....쉽지 않은 것 일까요?
나다....옐로우...나아가서 게임앞에서 늘 성실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네들 모두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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