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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01 18:55:33
Name 헥스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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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미드 <멘탈리스트> 리뷰 : 과장의 내적 리얼리티


본문에 예시로 든 몇몇 개별 에피소드와 초반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묘사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방해되지 않도록, 개별 에피소드의 내용은 같은 맥락에서 다른 사실로 바꿔치기하였습니다. 글의 맨 마지막에, 하얀 글씨로 스토리의 주요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으니 이미 보신 분이나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분은 긁어서 봐주시면 됩니다. 아, 혹시나 해서 가장 핵심적인 떡밥인 ‘레드 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덱스터'를 함께 보다 보니 덱스터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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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voila!


0. 패트릭 제인이라는 남자가 있다. 어린 시절 서커스단을 떠돌며 심리 마술(멘탈리즘)의 전문가로 훈련된 그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기예를 활용, 영매 노릇을 하며 돈을 번다. TV쇼에 출연할 정도로 잘나가는 영매사가 된 그는 어느 날 자신의 TV쇼에서 캘리포니아의 잘나가는 연쇄살인범 레드 존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다. ‘레드 존, 당신은 외롭고 나약한 존재니 어서 자수하시오’ 오만하고 잔혹한 연쇄살인범 ‘레드 존’은 자수를 하는 대신 패트릭 제인의 부인과 딸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패트릭 제인은 한동안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퇴원 후 영매사 노릇을 그만두고 FBI의 캘리포니아 지국 격인 CBI(가상의 단체다)의 수사 자문으로 일하며 CBI의 팀원들과 함께 레드 존을 추적한다.

이것이 ‘멘탈리스트’의 핵심 서사다. 기본적으로 수사물이며(매 에피소드는 한두 개의 독립적인 사건을 다룬다), 심리물이며(물증이 아닌 심리적 역학에 수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동시에 기나긴 복수극(시리즈 전체의 핵심은 결국 제인의 복수다)이다. 매력적인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패트릭 제인(심리 마술의 핵심이 되는 기초적인 기술을 넘어 독심술과 마인드컨트롤 등의 준-주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문따기와 카드트릭, 소매치기 등의 손재주도 일류 마술사급이다)과, 그를 농락하며 상대해주는 레드 존의 싸움을 그린 원맨드라마 혹은 이능배틀물로 봐도 될 것이다. 1시즌 당 22에피소드. 각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대략 40분으로 6시즌 만에 사실상 완결되었다. 현재 7시즌이 제작중이나 사실상 전체 서사는 6시즌으로 완결되었으며, 제작자인 브루노 헬러가 스스로 ‘7시즌은 사실상 앵콜에 가깝다’라고 밝혔으니 완결작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멘탈리스트는, 재밌다. 지금껏 꽤 많은 연속극을 몇 편 정도 보았으나, 한 시즌 이상을 완주한 연속극은 사우스파크, 사랑과전쟁, 왕좌의 게임, 덱스터, 배틀스타 갤럭티카 그리고 멘탈리스트 정도 밖에 없다. 그래서 리뷰를 빙자한 찬양글을 써보려고 한다. 아니 왜 이게 (상대적으로 유명한 다른 범죄수사물에 비해) 덜 유명하지, 하는 아쉬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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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멘탈리스트 패트릭 제인. 과장의 내적 리얼리티.

주인공 패트릭 제인은 초인의 영역에 근접한 심리 마술사이며 수사 자문이다. 정신계의 힌마 바키 급이다. 본업은 ‘멘탈리스트’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마술과 잡기에 능통하다. 카드마술은 물론이요 사기도박으로 손쉽게 백만 달러를 벌기도 하며, 문따기와 소매치기는 기본이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수사 과정에서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무마하기도 하고, 감옥도 편하게 들락날락 하는 것 보면 그야말로 ‘두뇌파 힌마 바키’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멘탈리즘은 기본적인 테크닉인 핫리딩(상대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상대를 파악하기)을 통한 연기와 콜드리딩(상대의 상황과 태도를 읽어 상대의 심리를 읽는 것)과 바넘 이펙트(모호한 묘사를 통해 누구에게나 맞는 말을 늘어놓아도 상대는 특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활용한 독심술, 기본적인 암시를 통한 최면과 이퀴보케이션(미리 깔아놓은 선택을 하게끔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유사-최면에 다른 마술적 장치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패트릭 제인은 이 정도의 ‘현실적’ 멘탈리즘을 넘어 준 초능력자급의 독심술과 최면술을 사용한다. 게다가 언제나 젠틀하고 유쾌하며 산탄총이 얼굴을 겨누어도 도끼가 손목을 겨누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독극물을 먹어 환각을 보게 되는 한 에피소드에서는 스스로의 환각을 분석해 수사에 활용한다.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마술과 심리 트릭에 정통한 유쾌한 수사관,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의 병적일 정도의 상습적 거짓말쟁이며(허언증은 아니다) 수사를 위해 용의자 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가 절도, 무단침입, 사기, 함정수사를 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단 하나도 없다(그리고 그는 언제나, ‘아, 저는 CBI소속의 경찰이 아니라 그냥 수사자문이라 책임과 권한이 없어요.’라고 둘러대고 자신의 책임자인 리스본을 고생시킨다). 때로 감금도 하고 고문도 하고 멀쩡하고 선량한 사람을 용의자 혹은 살해대상의 다음 타겟으로 꾸며내 위험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해당 살인사건의 진범만 찾으면 된다’는 일념으로 사건이 일어난 곳의 인간관계를 다 파헤쳐 ‘살인범은 잡혔으나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졌네요.’하는 상황이나 진범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 옆에서 진범을 공개하여 진범이 살해된다거나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총칼 앞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그의 평정심과 미소는 레드 존, 혹은 그 외의 ‘소시오패쓰 살인마’, 혹은 ‘복수/가족’이라는 주제 앞에서 완전히 무너진다(그리고 마지막 화에서도). 제인은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평정을 잃은 수준에서 옹호하며, 레드 존이나 다른 소시오패쓰 범죄자 앞에서는 스스로의 평정과 웃음을 거두고 굳은 얼굴로 상대를 감금하고 고문하고, 때로는 살해한다. 약간 짓궂은 구석이 있지만 젠틀하고 쾌활하고 유쾌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 유능한 전직 마술사이자 현직 수사관, 동시에 상습적 거짓말쟁이에 소시오패쓰 복수귀. 패트릭 제인은 덱스터보다 더 맛이 간 정신병자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상적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독백을 끊임없이 하는 혈흔분석관/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보다는 언제나 웃는 얼굴을 유지하다가 특정한 순간에만 눈빛이 변하는 수사자문/소시오패스 복수귀 쪽이 더 흥미롭지 않은가.

이러한 제인의 ‘비현실적인’ 초인적인 능력과 극단적인 성격은 작품 내에서 내적 현실성을 획득한다. 저 패트릭 제인을 농락하는 ‘언제나 다섯 수는 앞서 있는’ 연쇄살인마 레드 존, 그리고 실제로 ‘영과 교감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그려지는(그러나 끝내 확인되지 않는다) 극소수의 영매들과 대부분의 사기꾼 영매들. 그리고 젠틀하고 유능하며 쾌활하지만 어두운 과거와 현재, 혹은 뒤틀린 욕망을 가진 대부분의 등장인물 사이에서 제인은 ‘조금 특별한’ 수사자문일 뿐이다. ‘패트릭 제인’이라는 캐릭터만 두고 묘사하자면 과장된 캐릭터일 수 있으나, 작품 내의 그의 위상은 충분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쓸데없이 심리 트릭을 과학적으로 고증하거나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가 유사-과학적 설명보다 현실적인 서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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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사물로서의 멘탈리스트

기본적으로 멘탈리스트는 훌륭한 수사물이다. 그리고 이 수사물로서의 강점은 멘탈리스트의 ‘6시즌 22에피소드’의 개별 에피소드들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힘이 된다. 멘탈리스트의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지능범의 살인사건이며, 물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하여 제인과 수사팀은 정황 증거를 점검하고 사건에 관계된 여러 인물들의 심리적 역학을 분석한다. 그리고 제인은 분석된 상황에 심리적 타격을 가한다. 빙긋 웃으며, ‘아 그러니까 당신이 피해자랑 바람을 피고 있었단 말이군요? 라거나 ‘아, 그 정도라면 사람을 죽일 만한 문제죠. 그래서 당신이 피해자를 죽인 거로군요.’라고 비꼰 후에 얻어터지거나 다른 단서를 이끌어낸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해가며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며, 결국 진범을 잡아낸다. 여기서 수사물로서의 두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언제나 드라마는 ‘물증’을 직간접적으로 노출한다. 두 번째로, 언제나 인간관계의 심리적 역학이 꼬여있다.

드라마의 물증은 대부분의 경우 검시관이나 감식반, 등장인물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물증 자체가 관객을 속이거나, 전문적인 기술이나 기계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물증은 눈 앞을 슥 지나가거나, 항상 있지만 중요하지 않게 그려진다. 이를테면 매우 짧게 지나가는 용의자의 신체 일부분에 생각지 못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물증이 표현되어 있다거나, 에피소드 내내 어떤 인물이 걸치고 있는 복식에 쓰여 있는 문구라거나,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의 종류라거나, 사람 사는 집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물건이 너무 많거나/비어 있다거나. 수사의 진행과 관련성이 큰 물증들은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물론이지만 맥거핀도 많고, 이중 트릭도 많이 쓰인다). 수사물이나 퀴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눈 빠지게 소소한 증거과 장면들에 집중하며 수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리적 역학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수 많은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그런 것이다. 실은 두 사람 사이의 출생의 비밀이 있다거나, 실은 둘이 사랑하는 사이였다거나 이런 이야기들. 하지만 ‘실은 우리가 이랬음 짠’ 하는 아침드라마의 방식보다는 훨씬 세련된 복선과 장치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적은 물증과 많은 정황적/심리적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를 풀어나가기에 심리적 정황은 추리의 더욱 큰 정황이 된다. 용의자를 모아놓고 사건과 별 관계없는 소재에 대해 한두 마디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사람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거나, 계속 사람들의 위치가 바뀌는 데 어떤 두 사람만 항상 붙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리고 보통 이런 심리적 역학은 사랑과 전쟁 뺨치게 막장인 경우가 많다. 실은 새엄마와 붙어먹고 있었던 양아들이라거나, 어머니가 아들의 남자 비서와 붙어먹었는데 실은 아들은 게이 남자 비서는 양성애자였다거나. 아무래도 ‘심리적 행위’의 극한은 결국 사랑과 전쟁이기에, 치밀한 복선이 등장 인물간의 사랑과 전쟁을 추적해나간다. 뭐, 그래서 ‘결국 진범을 잡았지만 범죄가 일어난 커뮤니티는 박살이 나고 말았답니다, 하하하’ 하는 식의 결말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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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물론 : 젠틀하고 유능하며 구김 없는 살인자와 은행강도, 바람둥이들.


덱스터의 등장인물이 덱스터를 제외하고는 전부 관객을 빡치게 만드는 무능한 정신병자들인 것과 정 반대로, 멘탈리스트의 등장인물은 모두 매력적이고 젠틀한 능력자들이다. 덱스터의 주요 등장인물 중에 ‘매력적이며 인격자이며 정상인’은 덱스터 밖에 없다. 데브라는 경계성 인격장애며 라구에타는 싸이코패스고 마스카는 색정광이며 독스는 소시오패스고 라일라는 관심종자에 리타는 의존성 장애, 해리는 뻐킹 나르시스트다. 물론 대놓고 불쾌한 인물들의 노린 듯한 불협화음도 아름다운 드라마일 수 있으나, 멘탈리스트는 좀 더 ‘편안한’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주인공과 주인공이 보좌하는 수사팀, 그리고 몇몇 대형 범죄자들까지 대부분 젠틀하며, 매력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전체 서사의 전개 측면에서는 패트릭 제인의 원맨 드라마이나, 각 에피소드의 진행에 있어서는 주연급 배우들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핵심은, ‘사람을 빡치게 하지 않는다’에 있다. 악역과 선역 전반에서 대부분의 캐릭터는 ‘제법 유능하고 제법 착한, 그럭저럭 괜찮은 인물’로 그려진다. 좀 무능하면 착하기라도 하고, 성격이 개차반이면 유능하기라도 하다. 썅년이면 예쁘기라도 하다. 그래서 보다가 빡치는 일이 없다. 매 화 캐릭터 욕하는 재미로 보는 덱스터나 사랑과 전쟁과는 다른 재미다.

멘탈리스트의 여주인공 ‘테레사 리스본’은 제인이 속한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수사반장이며, 일종의 ‘왕언니’같은 캐릭터를 담당한다. 언제나 매사에 철저한 유능한 법 집행관으로, 제인의 어처구니없는 수사 과정을 수습하는 일을 떠맡는다. 강박적으로 자아를 통제하며, 종종 자주 혼자 술을 먹는 장면이나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수사팀의 부반장 격인 ‘킴벌 조’는 개인적으로 ‘외국 컨텐츠에 나온 한국인’ 중 가장 섹시한 한국인이 아닌가 싶다(일단 킴벌 조를 연기한 티모시 강은 외국인 게이들에게 가장 섹시한 아시아인 남자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언제나 과묵하며,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고, 대화는 전부 냉소 아니면 돌직구다. 어둡고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잠복 중에는 항상 고전 소설을 읽는 문학청년(그 두꺼운 근육질 팔과 무표정하고 큰 얼굴로 페이퍼백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주는 갭이란 참으로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킴벌 조는 패트릭 제인을 다음으로 멋진 남자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수사관 웨인 릭스비는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미국근육마초’다. 항상 쎈척하지만 실은 마음이 여리고 가정적인 남자이며 여자 앞에선 어쩔 줄 모르는 제멋대로의 어린애. 도넛과 단 음식을 입에 달고 살며 야채를 싫어한다. 이런 전형성을 띈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나마 비슷한 느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만화 펫숍 오브 호러즈의 형사 레옹 오르콧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펫숍 오브 호러즈는 환상물이고 멘탈리스트는 리얼물이다). 팀의 막내인 그레이스 반 펠트의 묘사는 더욱 훌륭하다. ‘소녀적 감성이 남아 있고, 종교적이며, 영성의 존재를 믿는, 중산층 출신의, 경찰과 정의에 대한 동경이 있는, 설정상 미녀’라는 설정의 캐릭터는 환상물로서의 수사물에서는 전형적 코드를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 있으나 리얼물로서의 수사물에서는 그냥 얼굴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폭발시킬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멘탈리스트는 이 인물마저도 꽤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그리고 수사팀 내에서의 입지도 병풍이 아니다). 거기 중간 중간 나오는 핵심적 조연인 JJ라로쉬나 메들린 하이타워, 로버트 커클랜드, 브렛 스타일스같은 ‘악역도 선역도 아닌 듯한’ 인물들도 매력적이다. 심지어 어깃장 전문인데 좀 무능하며 주인공들과 항상 대립각을 세우는 지방검사 오스발도 아르딜레스도 뭐 그냥 괜찮은 사람이다(모자람으로 관객을 빡치게 하는 인물은 전 에피소드를 통틀어 수잔 다시 정도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러한 ‘앞에서 보기에는 다 매력적이고 유쾌하며 유능한 인물들’의 뒤에서는 어두운 과거와 뒤틀린 욕망이 숨쉬고 있다. 멘탈리스트의 포스터는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바람피고 있는 자. 은행 강도. 부인을 살해한 자. 그들 모두 평범하고 괜찮은 이웃들이다.

분량이 너무 길다는 것과 중간 시즌에서 (3-5시즌) 메인 스토리가 너무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만 제외하면 충분한 재미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 시즌과 마지막 시즌의 속도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방학이 시작할 때 추천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당신들의 시간을 확실하게 날려줄 드라마, ‘멘탈리스트’를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최고다. 22화 6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전율이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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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대 서사의 아름다움 : 마지막 에피소드

표면적으로 멘탈리스트의 ‘거대 서사’는 레드 존에 대한 패트릭 제인의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작품 내적으로는 그보다 중요한 서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주요 서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보실 분은 드래그해서 보시길.

  패트릭 제인과 레드 존의 대립 자체보다, 패트릭 제인의 ‘삶’ 자체가 멘탈리스트의 더 핵심적인 서사일 것이다. 일평생 사기꾼으로 살아온 패트릭 제인, 자신의 기술에 화를 입게 되고 정신적으로 무너지다 -> 복수를 선포하고 복수귀가 되어 원치 않는 정의로운 선행(어쨌거나 여러 수사를 돕는다)을 진행하며 정의로운(?) 시민과 소시오패쓰 복수귀의 두 얼굴로 살아간다. ->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여기서 끝났다면 멘탈리스트의 거대 서사는 <복수극>일 것이다. 패트릭 제인은 6시즌 초반에 이미 레드 존을 처형하는데 성공해낸다. 하지만 6시즌의 후반 에피소드는 ‘거대 서사를 수습하기 위한 에필로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분을 감추고 남미에서 여생을 보내던 그는 또 사소한 복수심과 정의감으로 몇 가지 일에 휘말려들고, FBI 요원이 되어 10년간의 업인 ‘수사’에 다시 뛰어든다. 복수를 위한 수단이었던 ‘10년 간의 수사’가 마침내 그의 삶을 잠식하고, 그에게 없던 모종의 정의감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10년동안 그를 잠식한 것은 업무 뿐이 아니었다. 10년간 함께 지내온, 그리고 그의 과거 때문에 항상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던 리스본에 대한 감정도 그를 마침내 침몰시킨다.

마지막 화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파랑새’ (소소한 이야기로, 에피소드 1부터 레드존 스토리의 마지막 에피소드까지의 모든 제목은 붉은 색과 관련되어 있다. 레드존 스토리 종결 이후부터 그는 1화부터 계속 입고 있던 푸른 수트를 벗고 다양한 옷을 입기 시작하며, 에피소드의 제목에도 다양한 색이 등장한다). 리스본이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게 되고, 패트릭 제인은 완전히 평정심을 잃는다.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던 그는 되도 않는 자기 암시로 그녀의 전근 사실을 부정하며, 횡설수설하며 어처구니 없는 암시와 최면을 시도하다 리스본에게 욕을 처먹는다. 평소답지 않은 어설픈 실수를 반복하며 말도 안되는 계획으로 리스본의 전근을 방해하다가 그는 결국 리스본의 분노를 사고, 리스본은 공항으로 떠나간다. 그리고 제인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가면과 거짓이 아닌 자신의 ‘인간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10년간의 여정 끝에 패트릭 제인은 마침내 파랑새를 찾는다. 마지막 회를 세 번은 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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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무무
14/09/01 19:13
수정 아이콘
덱스터는 1시즌을 봤고 멘탈은 3시즌까지 봤는데
덱스터 1시즌이 그렇게 재미있다하지만 멘탈리스트 1시즌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덱스터 1시즌 결말이 정말 맘에 안 들어서.....(칠칠맞게 신발을 떨....)...2시즌을 안 봤고
멘탈리스트 1,2시즌은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단지 2시즌 결말이....
그래서 3시즌은 억지로 봤네요

물론 6시즌이 역대급이라지만 4,5,6시즌을 한꺼번에 보기에는 부담이 되서 빼둔 상태네요
아마 올해 안에 보지 않을까요 크크
헥스밤
14/09/02 14:05
수정 아이콘
덱스터 1시즌. 초반 에피소드는 인내와 근성으로 보다가 리타 남편 나오는 에피소드 즈음부터 그럭저럭 재밌어지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 뭐야 장난하냐 싶은 으으.
마스터충달
14/09/01 19:15
수정 아이콘
케이블에서 지나치듯이 볼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짧은 시간동안 시선을 끄는 그런 작품은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여기저기서 칭찬이 많던데, 기회가 된다면 정주행 해봐야겠습니다.
늘지금처럼
14/09/01 19:19
수정 아이콘
셜록을 먼저 봐서 그런지 제인을 보는 내내 셜록이 떠오르더군요 흐흐흐
리콜한방
14/09/01 19:23
수정 아이콘
약간 급하게 흘러간 감이 없지 않으나 마지막 에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도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몰라요.
미드를 보면서 생에 처음으로 울었던 에피입니다.
헥스밤
14/09/01 19:43
수정 아이콘
정말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실 저도 울면서 봤습니다.
밤식빵
14/09/01 20:24
수정 아이콘
저는 딸과 만나는 에피에서 눈물이 주룩흘렀네요. 마지막에 혼자서 벨라도나를 타서 마시는씬보면서 한동안 멍하고 눈물만 나오더라구요.
헥스밤
14/09/01 20:36
수정 아이콘
그 에피에 대해서도 다룰 이야기가 있었는데 까먹고 안썼네요 윽.
나일레나일레
14/09/01 19:26
수정 아이콘
저도 1,2시즌은 재밌게 봤으나, 3시즌은 너무 계속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통에 질려서 중간에 때려쳤는데, 마저 봐야겠네요.
유르유르
14/09/0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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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레드존따위는 누가됬건 관심없어지는 제인의 원맨쑈 드라마...
헥스밤
14/09/01 19:42
수정 아이콘
나만 3-5시즌을 근성으로 본 게 아니었군요, 흐. 하지만 저 시즌만 버티면 6시즌의 밀도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타이어
14/09/01 19:50
수정 아이콘
시즌6 1~8화까지는 저도 참 맘에들었습니다.
엔타이어
14/09/01 19:49
수정 아이콘
왜 미드는 극적인 장면을 공항에서 찍는걸 좋아할까요 ?
프렌즈도 그렇고 멘탈리스트도 그렇고 HIMYM도 공항씬이 정말 많았고...
미국에선 공항이 헤어지려는 연인을 다시 이어주는 공식적인 장소라도 되는거 같네요..
14/09/01 19:54
수정 아이콘
땅이 크다보니 비행기로 이동을 많이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14/09/01 19:53
수정 아이콘
너무 주인공에게 의존하는 것만 제외하면 재미있다고 봅니다.
14/09/01 20:05
수정 아이콘
조금만 봐도 패트릭제인의 매력에 푹 빠져서 계속보게 되더군요
14/09/01 20:20
수정 아이콘
패트릭 제인! 혹자는 레드존과 관련된 에피들이 질질 끌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많이 잃었다고 하던데
저는 패트릭 제인에 대한 연민이 커서인지 레드존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언제나 흥미진진하더군요.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본인의 과오때문에 잃어버리고
평생을 레드존의 표식 아래에 있는 메트리스에 쓸쓸히 잔다는 설정이 참 짠한거 같아요.

(스포주의!)
그나저나 한참 보다가 어디까지 봤는지 까먹어버렸는데...마지막으로로 본 에피가 레드존 용의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에피였는데 제가 어디까지 봤던걸까요?
14/09/01 20:23
수정 아이콘
그 이후에도 한참 나옵니다. 저도 근데 끝이 어디까진지 기억이 안나네요;
헥스밤
14/09/01 20:25
수정 아이콘
아마 시즌4인가 5의 막판일 겁니다. 다 왔으니 꼭 끝까지 보시길!
14/09/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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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으로 전부 모으는 에피라면 시즌6의 6화 일겁니다.
14/09/01 20:4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제가 시즌 6 까지 봤던거군요! 잘 보겠습니다!
타임트래블
14/09/01 20:51
수정 아이콘
킴벌 조는 계획 때부터 원래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었더군요. 묵묵히 자기 일 하면서 티나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믿음직한 동료로 한국인을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14/09/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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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작품을 보는 포인트가 다른것이겠지만 전 멘탈리스트를 보며 미스테리류 라노벨을 미드로 만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1시즌은 재밌게 봤지만 더이상 못보겠더군요.
하늘하늘
14/09/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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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글잘쓰시네요.
가장 재밌고 감동적으로 본 미드가 멘탈리스트였는데 표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넘 잘 표현되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14/09/0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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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떡밥 해결한다음이 오히려 전 좋더라구요
과거의 유쾌한 제인으로 돌아간느낌이기도 하고
CBS가 마지막날까지 시즌7 오더 안 내려줘서
다른방송사로 옴기네 어쩌네 했는데 마무리 잘 할수 있게 해줘서 다행입니다
The HUSE
14/09/0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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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 팬이지만,
2번 수사물로서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듯.
CSI나 크마에 길들여져서 인가???
뭘해야지
14/09/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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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5화까지 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기억상실로 csi 나갈려다가 마지막에 레드존마크보고 절규하는 에피네요.
그담이 csi를 들어오게된 과정을 얘기해준 에피..
에릭노스먼
14/09/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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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인도 좋은데 밴펠트도 좋아요
연필깎이
14/09/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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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가 몇시즌인가요?
순규하라민아쑥
14/09/01 22:03
수정 아이콘
전 레드존에 관해서 너무 질질 끌어서 중도 하차했네요.
아, 또 한가지. 여주인공이 별로...-_-안예뻐요.
랍상소우총
14/09/0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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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펠트의 어깨는 마이클펠프스급................

시즌6은 레드존완결까지보고 안봤는데, 이 글 보니 뽐뿌가 오는게 주말에 봐야겠네요.
제인이 참 랍상소우총을 맛있게 마시죠.
헥스밤
14/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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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 완결 후부터가 진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흐흐.
사악군
14/09/01 22:46
수정 아이콘
흠 지나가다 중간 중간 두편 정도 케이블에서 봤는데 굉장히 가벼운 농담따먹기 엉성한 수사물..-_-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거운 주제였네요? 완전히 예상 밖인데. 처음부터 한번 정주행 해봐야겠습니다.
14/09/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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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가짜 총으로 쏴죽이고 끝나는 피날레가 몇시즌인지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거기까지 봤던 것 같은데...

그리고 반펠트는 사랑입니다?!
헥스밤
14/09/02 14:03
수정 아이콘
광장 카페에서 제인이 사람을 쏘는 것으로 끝나는 피날레라면 3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14/09/02 14:23
수정 아이콘
넵 감사합니다.
14/09/03 10:10
수정 아이콘
이 미드는 범인 추측하기가 쉬운게..
러닝타임이 40분이라면 범인은 20분 전에 출연하고
첫번째 용의자로 의심받는 사람을 제외하면..
남는 사람이 별로 없어 추측하기 쉽더라구요
홍수현.
14/09/09 13:40
수정 아이콘
리뷰 제목만 보고 시즌 6을 보고 댓글을 답니다만, 재밌는 드라마죠. 정주행 한 몇 안되는 미드기도하고..
레드존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진 후에 전개가 더 깔끔한 느낌이 듭니다. 시즌 6에 레드존을 잡아내는 그 과정이 나오기 전까진 지루한 점도 분명 있었고, 쪼으기만 너무 쪼으고 전개가 더뎌진 부분도 있었거든요.

레드존이라는 존재를 거의 신급의 범죄자 느낌나게 묘사하고 그렇게 고생하고 몇시즌 간 못잡고 그래서 엄청나구나 정말 했는데 왠지 쉽게 죽은 느낌이라.. 살아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쪽 드라마가 원래 그런지 모르지만 멘탈리스트는 제가 예전부터 보면서 느꼈던 게, 크게 한 신이 끝나고 다음 신으로 넘어갈 때 보통 검은색 화면이 나왔다가 넘어가는데 이 텀이 되게 길더군요. 다른 드라마는 잠깐 검은 화면이 떴다가 다음 신이 나오는데.. 이게 의도한 건지 궁금하더군요. 그 검은 화면동안 시청자들이 제인이 되서 생각해보라는 뜻인지.. 분량 맞추려는 것인지 크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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