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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28 18:29:47 |
Name |
sylent |
Subject |
[스타리그 관전일기] 웰컴 투 'SO1 2005 스타리그' |
스타리그 관전일기 - SO1 2005 스타리그 조지명식(2005년 7월 27일)
웰컴 투 [SO1 2005 스타리그]
‘천재’ 이윤열 선수의 공백이 한 없이 커보이지 않는 이유는 ‘돌아온 황제’ 임요환 선수가 테란의 한 축에 기대어 서 있기 때문이다. 강민, 박용욱 선수가 잠시 놓친 프로토스의 자존심은 끝없이 불타오르는 ‘영웅’ 박정석 선수의 어깨를 빌리고 있다.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선수가 비운 자리는 오랜 기간 선전하고 있는 ‘조진’과 여전한 ‘변준’ 만으로도 비좁아 보인다. 그렇기에 [SO1 2005 스타리그]에서 ‘죽음의 조’를 찾으려 애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출전하는 선수들 사이의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객관적인 갭이 있을지라도 ‘전략과 전술’이라는 변수로 충분히 만회 가능한 정도이니 앞선 걱정은 금물이다.
스타리그 역사에 비추어볼 때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란의 진영에는, 그래서, 최강의 엔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역대 최강의 저그 플레이어 ‘투신’ 박성준 선수가 이끌고 언더그라운드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저그맨’ 박성준 선수와 차세대 저그 플레이어의 선봉 김준영 선수가 합세한 저그 진영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투기를 내뿜고 있다. 미래의 언젠가 ‘박정석 - 강민 - 박용욱’ 라인업을 대체할 프로토스 신인 3인방 ‘송병구 - 오영종 - 박지호’ 선수의 무서운 기세는 열혈 프로토스 팬들의 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SO1 2005 스타리그]는 이미 시작되었다.
A조 : 박성준(Z, 이고시스) - 박성준(Z, 삼성) - 안기효(P) - 임요환(T)
[EVER 2005 스타리그]를 통해 ‘저그 플레이어 최초의 메이저 대회 2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투신’ 박성준(이고시스) 선수, 그리고 스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와 티켓을 두고 결전을 펼쳐야 한다는 점은 비교적 무대 경험이 적은 박성준(삼성) 선수나 안기효 선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경기 내적으로는 박성준(이고시스) 선수의 미칠듯한 기량과 겨뤄야 하는데다가, 외적으로는 비록 그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임요환 선수를 향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기에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 테란전에 비해 비교적 저그전이 약한 안기효 선수, 언더그라운드에서의 명성을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박성준(삼성) 선수. 견고한 사슬에도 약한 고리는 있기 마련이다. 천하의 ‘투신’에게도, 그리고 ‘황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패기와 용기이다.
‘우승자 징크스’와의 일전을 치뤄야 하는 박성준(이고시스) 선수, 프로게이머 활동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싶은 임요환 선수에게는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정신이 강한 자야 말로 진정한 강자이고, 다가올 제국은 정신의 제국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쨌든 그들의 목표는 순수한 ‘우승’ 일테니까.
B조 : 이병민(T) - 박정석(P) - 송병구(P) - 이주영(Z)
한때 최연성 선수와 함께 슈퍼 루키의 길을 걷다가 잠시 주춤했던 이병민 선수는 어느덧 세계적인 고수들의 피라미드에서 계속 정점을 향해 올라 [EVER 2005 스타리그]의 준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비교적 프로토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이병민 선수에게 신구新舊 프로토스의 대표주자 박정석 선수와 송병구 선수는 쉽지 않은 벽이겠지만 ‘이미 한 봉우리에 도달한 자’로서가 아니라 ‘길 위에 선 자’로서 매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특성 상, 연승 가도를 통한 절대 강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하고 있다. 스스로를 산화해 고비를 넘고 넘어 정상을 향할 뿐. 날라와의 퓨전에 거의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박정석 선수와 프로토스의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송병구 선수의 분발이 모든 프로토스 팬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어차피 운명이란 없는 거다, 운명적이라는 해석은 있지만. 프로토스의 운명이 비관적이라는 호사가들의 입을 단숨에 막아버릴 재능을, 두 명의 프로토스는 가지고 있다.
아, 지적인 이미지와 성실한 플레이로 대표되는 GO의 대표 저그 이주영 선수에게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C조 : 서지훈(T) - 변은종(Z) - 박지호(P) - 조용호(Z)
시대가 급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경쟁력을 좌우하는 무기들은 점점 더 평준화된다. 그리고 ‘작은 차이’가 그 평준화 된 틈을 비집고 성패를 결정하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서지훈 선수는 그 작은 차이로 ‘3강 테란’의 한 축을 이루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며, 또한 그 작은 차이로 인해 양강 혹은 최강으로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함께 맛보고 있다. 초현실적인 경기 내용들을 아주 ‘현실적인’ 그림으로 능청맞게 보여주며 ‘퍼펙트 테란’이라는 닉네임을 거머쥔 서지훈 선수, 3위로 마무리 하며 도약의 발판을 만든 지난 시즌의 기세를 몰아 [SO1 2005 스타리그]에서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3강 테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지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을 열기 위한 열쇠는 늘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다.
‘공공의 적’ 박경락 선수에 이어 ‘저그신동’ 조용호 선수까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자 ‘조진락’의 이름은 곧 ‘변태준’으로 치환되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듯 했다. ‘변태준’의 시대가 오고 박태민 선수와 박성준 선수가 몇몇 대회를 휩쓸자 변은종 선수의 이름은 팬들의 가슴 속에서 잊혀져가는 듯 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변은종 선수와 조용호 선수의 행보는 2대에 걸친 저그 플레이어들의 공생이 가능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고, 우리는 그 결과가 저그 부흥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환란의 교차로’를 건널 때는 푸른 신호등이 켜지고도 남들보다 한 발 늦게 출발하는 것이 안전수칙 1호다. 하지만 아직 빨간 불과 오렌지색 불이 깜빡거리고 있는데 가속기 페달을 힘주어 밟고 있는 이가 있다. ‘박지호 정신’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몽상가’ 강민 선수 이후 프로토스의 전형에서 가장 먼 길을 가고 있는 박지호 선수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그의 시도가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또 다른 종류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천재’ 이윤열 선수든 누구든 개의치 않고 달려드는 박지호 선수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사뭇 기대된다.
D조 : 오영종(P) - 최연성(T) - 홍진호(Z) - 김준영(Z)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은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브레이크로 작동할 수도 있다. ‘공장장’ 오영종 선수가 스타리그 첫 경기의 상대로 ‘괴물’ 최연성 선수를 지목한 것을 신인의 무모한 호기豪氣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승리한다면 엄청난 탄력의 엔진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고 패한다면 스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한 뒤 다음 걸음에 브레이크를 밟게 될 것이기에 그의 도전은 [SO1 2005 스타리그] 뿐만 아니라, 길고 긴 프로게이머 인생의 향방을 결정할 첫 번째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송병구 선수, 박지호 선수와 함께 스타일리스트로서, 그리고 프로토스의 미래를 짊어질 새싹으로서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역시 프로토스 팬들의 큰 즐거움이다.
때론 펀치를 날리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너무 뒤로 물러서면 펀치를 날릴 수 없다. 최연성 선수가 챔피언 방어전에 실패한 이후 정상을 탈환하지 못한 것 역시 너무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물량의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후, 그저 ‘강한 테란’으로 치부되어온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비록 변화를 위한 첫 발을 떼는 데는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겠지만.
‘무관의 제왕’ 홍진호 선수가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만약 저그가 우승한다면 그 처음은 홍진호”라는 팬들의 기대와 예상은 이미 불발로 끝났다. 이제 ‘폭풍저그’에게 남은 것은 ‘우승’에 대한 열망 한 가지 일뿐. 꿈은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한 번 실패와 영원한 실패를 혼동하지 않는 다면 그에게 ‘우승’은 그리 먼 곳이 아니다.
[SO1 2005 스타리그]는 ‘조진락’과 ‘변태준’으로 대표되는 저그 명인의 길에, 순도 100%의 ‘퓨어pure 저그’ 김준영 선수가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의 장이 될 것이다. 이미 무서운 기세로 [우주배 MSL] 결승에 안착한 마재윤 선수와 함께 저그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야하는 김준영 선수, 저그의 내일은 그들에게 달려있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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