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8/07 00:12:0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176631434
Subject [일반]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이야기.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앨범이자, 셀프 타이틀인 <장기하와 얼굴들>은 개인적인 선호나 그런걸 떠나서 꽤 자주 찾아듣게 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노랫말'이라는 범주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잘 구현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앨범의 후반부,  부터에서요.





그러니까, 2010년대 초반의 TV의 위치를 스마트폰이 대체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나요? 스마트폰을 쥐고 누운 채로 이런 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웃으라면 웃고, 화내라면 화내면서, 그 사이와 사이의 공허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꽤 활기차고 밝은 곡들이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의 곡들은 이 공허함과 외로움에 대한 노래들이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보고 싶은 사람도 없으면서, 하고 싶은 말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찾게 되고, 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노랫말을 가진 곡이면서, '잠깐 사라진 웃음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리워하고, 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연결되는 곡에서 <깊은 밤 전화번호부>는 '가나다 순으로 줄 세우니 300명 쯤'되는 지인 중에서도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으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소리를 듣기는 어려워 하는 순간들을 노래합니다. 깊은 밤에 전화번호부를 들여다 봐도 내 얘기할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만한 여유는 없는 상황에 대한 노랫말이라고 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 라이브로 넣었습니다.)


이러한 밤 중의 서사는 결국 <마냥 걷는다>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했던 모든 곡들은 정확하게 따지면 정서, 내지 상황만 공유하고 똑같은 상황은 아니긴 합니다. 여기선 갑자기 계절감과 외로움, 그리움이 섞여서 마무리되는 곡이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감정의 마무리가 '좋았던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마냥 걷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곡 중 하나만 고르라면 이 곡을 고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외로움, 내지 공허함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수 있는 곡이 중간에 현대카드와의 협업, 그리고 3집에 리마스터 수록된 <좋다 말았네>라고 생각해요. 이래저래 준비하고, 또 노력을 쏟아부어도, 내 노력과 준비는 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의 성질인지는 돌이켜 봐야하는 것이라는 뮤비와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어지는 <사람의 마음> 앨범에서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싸구려 커피>와 이 앨범, <장기하와 얼굴들>까지의 이야기는 묘하게 투박하면서도 현실적이고, 또 세련되진 않았지만, 진솔하면서 공감가는 가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묘하게 폭발 직전의 나른함 같기도 하구요. 물론 지금의 장기하도 좋은 아티스트고, 좋아하는 이 앨범 이후의 곡들도 많지만, 그 공허함과 외로움, 이상하고 또 묘한 기분에 대해서는 이 앨범을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8/07 00:26
수정 아이콘
마냥 걷는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너무 힘들었을때 계속 반복하면서 들으면서 힘을 얻은 곡인데 노래방엔 없어서 아쉬운..
aDayInTheLife
23/08/07 00:32
수정 아이콘
너무 좋아요… 개인적으로 몰랐다가 콘서트 가서 알게 된 곡인데 그 이후에 미친듯이 돌려 들었네요.
23/08/07 00:49
수정 아이콘
앨범 전체 미친듯이 돌려듣던 시절도 있었는데 장얼 해체전에 콘서트 한번 안 가본게 아쉽네요..
Dreamscape
23/08/07 00:41
수정 아이콘
오 2집, <그 때 그 노래>도 되게 좋죠
aDayInTheLife
23/08/07 00:42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그 때 그 노래>는 마냥 걷는다의 감성과 유사하네요. 흐흐
설탕가루인형
23/08/07 03:10
수정 아이콘
젤 좋아하는 앨범
aDayInTheLife
23/08/07 07:52
수정 아이콘
저도 최애앨범입니다 크크
Yi_JiHwan
23/08/07 05:53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많이 들었던 앨범입니다
aDayInTheLife
23/08/07 07:52
수정 아이콘
그 공허함이 처음에는 몰랐는데 점점 다가오더라구요.
Yi_JiHwan
23/08/07 08: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너무 너무 보고 싶네

그리운 마음도 없는데
너무 너무 그립네

이 사람일까 저 사람일까 생각을 해봐도
나는 모르겠는데 아무도 없는데

이 가사에 정말 꽂혀있었습니다

정서는 찌질하지만 덤덤하고
사운드는 옛스럽지만 세련된 앨범입니다

상황만 됐으면 마지막 콘서트는 갔어야했는데...
*alchemist*
23/08/07 09:01
수정 아이콘
2집 참 좋아해요.. 흐흐 이상하게 그 이후 앨범들은 좋기는 한데 희안하게 손이 안 가더라구요
aDayInTheLife
23/08/07 09:05
수정 아이콘
저도 딱 그정도 느낌이긴 합니다. 흐흐
VinHaDaddy
23/08/07 09:05
수정 아이콘
저는 2집을 처음 들었을 때, 1집에 비해 신디의 비중이 늘어난 거 등 몇 가지 때문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놓고 수없이 돌려가며 들었지만...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귀에 남는 노래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나중에 장얼이 각 곡을 어떤 생각을 하고 작업했나,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나 하는 내용을 인터뷰나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적었던 걸 읽고 나서는 원래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때 그 노래>의 감성을 참 좋아하고, <우리 지금 만나>도 리쌍과 협업했던 오리지널보다 장얼 버전의 감성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3/08/07 09:10
수정 아이콘
저는 1집의 소박함도, 2집의 밴드 사운드도 참 좋더라구요.
외려 이후의 작품들이 더 세련되긴 했는데 잘 손은 안가는 작품들이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지만.. 크크
VinHaDaddy
23/08/07 09:12
수정 아이콘
'더 세련되긴 했는데 잘 손은 안가는' 이 표현에 적극 공감합니다.
*alchemist*
23/08/07 09:48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합니다 크;
리얼포스
23/08/07 10:11
수정 아이콘
저도 마냥 걷는다를 가장 좋아합니다
aDayInTheLife
23/08/07 10:28
수정 아이콘
참 좋아요. 저 노래가 땡기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흐흐
리얼포스
23/08/07 10:39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장기하 음악 중에서는 이질적인 곡 아닌가 싶어요.
예민한 감성을 평탄한 목소리와 익살 뒤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숨겨두는데 이 곡에서는 아낌 없이 드러낸달까... 창법도 그렇구요.
노랫말도 너무 좋아요.
실제상황입니다
23/08/07 10:44
수정 아이콘
노래 잘 들었습니다. 장기하 노래 좋네요
aDayInTheLife
23/08/07 10:49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굴곰
23/08/07 14:02
수정 아이콘
발매 직후에 CD 사서 열심히 들었던 곡들이네요. 특히 '그 때 그 노래' 좋아합니다.
예쁜 물감으로 서너 번 덧칠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 덮여버렸구나 하며 웃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오래된 예배당 천장을 죄다 메꿔야 하는 페인트장이였구나
이부분 가사가 너무좋음...
aDayInTheLife
23/08/07 14:10
수정 아이콘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저는 이 구절도 참 좋아해요. 그걸 참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던져놓는 창법도 좋구요.
지니쏠
23/08/07 14:15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좋은 앨범이죠
aDayInTheLife
23/08/07 16:46
수정 아이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좋은 가사가 돋보이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마법사21
23/08/07 14:42
수정 아이콘
저도 2집은 정말 좋아합니다.

마냥 걷는다를 포인투도 동일한 분을 보게 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3/08/07 16:47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니시아
23/08/07 14:56
수정 아이콘
[빵! 터져버렸네~]
이가사 정말 좋아합니다
aDayInTheLife
23/08/07 16:47
수정 아이콘
이번엔 정말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사람의 마음이란게.
No.99 AaronJudge
23/08/07 17:56
수정 아이콘
저도…!!
aDayInTheLife
23/08/07 18:29
수정 아이콘
잘 몰랐던 감성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오는 거 같아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453 [일반] [노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 2편이 보고싶은 잘만든 영화 [17] 만찐두빵7329 23/08/09 7329 2
99451 [정치] 보직해임 +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조사받는 해병대 수사단장의 실명 입장 전문 [57] 겨울삼각형10917 23/08/09 10917 0
99450 [일반] 지금까지 사서 사용해본 키보드 [37] Klopp8324 23/08/09 8324 1
99449 [정치] 예산펑크로 올해 상반기에만 113조원 급전 당겨쓰는 정부 [50] 사브리자나10565 23/08/09 10565 0
99448 [정치] 생각보다 준수했던 여가부(잼버리) [315] rclay18543 23/08/09 18543 0
99447 [일반] 지자체별 태풍 카눈 특보 시작과 종료 예상 시점 [26] VictoryFood11665 23/08/09 11665 5
99446 [일반] 칼에 찔려 대항했더니 피의자로 전환 [86] Avicii16817 23/08/08 16817 23
99445 [정치] 국가행사에 군 장병이 동원되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51] 깐프13234 23/08/08 13234 0
99444 [일반] 집 IOT 구성기 [16] 그림속동화8880 23/08/08 8880 11
99443 [일반] 새롭게 도약하는 라이프 스타일 - 2012년 [15] 쿠릭7851 23/08/08 7851 1
99442 [일반] 오래 준비해온 대답 [17] 레몬트위스트10587 23/08/08 10587 35
99441 [일반] 롤스로이스 사건 경과 [51] 빼사스13877 23/08/08 13877 0
99440 [일반] 샤니(즉, SPC)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수정: 심정지 → 현재 소생하여 수술 대기중) [82] jjohny=쿠마13811 23/08/08 13811 12
99439 [정치] 조선일보: 칼부림은 게임탓 [76] 기찻길13361 23/08/08 13361 0
99438 [일반] 태풍에서 자주 보이는 hPa 는 얼마나 큰 힘일까? [18] VictoryFood12053 23/08/08 12053 0
99437 [일반] 두 초임교사의 죽음, 이 학교에서 무슨일이 벌어진것일까요? [34] nada8213048 23/08/08 13048 4
99436 [정치] 경찰 4명째…"이태원 보고서 삭제 지시 받았다" 줄 잇는 증언 [38] 톤업선크림14838 23/08/08 14838 0
99434 [정치] 해병대 1사단장 수색 압박 혐의 삭제, 국방부 위법 논란 [52] Nacht11864 23/08/07 11864 0
99433 [정치] '잼버리 불만족' 고작 4%? 해외대원 "긍정적 말 해야 한다는 압박받아" [76] Pikachu15687 23/08/07 15687 0
99432 [정치] 우리는 뉴스의 어디까지를 믿어야하는가? (feat. 잼버리) [55] 덴드로븀12832 23/08/07 12832 0
99431 [일반] 러시아 개발자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없게 됩니다 [29] Regentag11560 23/08/07 11560 2
99430 [일반] 주호민 변호인 이틀 만에 '전원 사임' [148] 그말싫23573 23/08/07 23573 30
99429 [정치]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 99번 해외출장간 공무원들 [81] rclay14043 23/08/07 1404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