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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6 20:47:17
Name esotere
Subject [일반] (강강강스포) <오징어 게임>의 자본-인간 관계의 고찰에 대하여 (수정됨)
요즘 요 <오징어 게임> 이 핫하다고 해서 1화를 봤는데, 그냥 9화까지 쭉 달렸네요. 아니, 내 주말 어쩔… 여튼 참 즐겁게 봤고, 뜬금없이 글도 쓰고 싶어지네요. 여하튼 글 시작하겠습니다.



0. 자본주의 체제와 인간성의 기본적인 관계에 대해서
밀턴 프리드먼의 제자인 토머스 소웰이라는 경제학자는 자신의 저서 Basic Economics를 다음의 인용과 함께 시작합니다.

“경제학은 여러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희소한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학문이다” – (리오넬 로빈스, 영국 경제학자, 1898-1984)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모든 것은 재화로 치환되고,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기본적인 자원 중 적지 않은 것들이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은 최소한의 생존을 영위하기 위해서 재화의 가치가 있는 생산활동에 좋으나 싫으나 참여하게 됩니다 (평생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부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면요). 이렇게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생산활동에 사용하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는 궁극적으로 재화의 획득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싫어도 일을 합니다.

싫어도 일을 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못한다. – 좋아요 좋아요. 애덤 스미스가 일찌기 알아내었듯, 생존에 대한 위협은 가만히 허송세월 하면서 먹기만 하는 식충이들을 구조적으로 뿌리뽑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체제에서 사람들은 때때로는 주객이 전도될 때도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죠:

1.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어.
2. 돈을 버는 건 좋아.
3. 좋은 건 다다익선이지.
4. 그러니까 최대한 열심히 삶의 모든 것을 돈을 만드는 데 사용해야지..

와우. 굉장하네요. 그리고 일견 옳아보이는 논법입니다. 하지만 물론 1-4를 극한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야근해서 돈을 버는 대신 파트너와 저녁에 넷플릭스를 같이 본다거나, 주말에 특근을 하는 대신 아이와 같이 놀아준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제가 어디서 들었는데, 워렌 버핏은 돈을 불리는 데에서 삶의 행복을 찾는다면서요? 그래도 그런 워렌 버핏도 가끔씩은 시간을 내서 와이프와 외식을 한다거나 하는데 시간을 쓸 겁니다. 뭐 이런 내용을 어디서 인용할 출처는 없어도, 사람이면 다 그렇잖아요?.



1. 왜 선이 중요한가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구성에 기본적인 생존 이외에도 여러 방식의 비생산적인 수단으로서 이르게 되는 행복추구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참이지 않을까요? 예컨대, 사람이 금전적으로 엄청나게 곤궁해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정도라도 그 덕분에 그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무언가를 오롯이 다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금전적인 곤궁함은 생존에 대한 위협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아니라는 것이겠죠.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도입부에 바로 이 질문을 던집니다. 성기훈은 금전적으로 무능한 남자입니다. 돈을 벌어오지는 못 할 망정 그 돈을 도박에 전부 다 갖다 박고, 거기에다가 사채까지 써서 엄청난 월이자까지 떠안다니. 정말 이런 폐급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금전적인 무능함이 성기훈에게서 부성애를 빼앗고, 아들로서의 자격을 빼앗고,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을 빼앗을 근거가 되는 걸까요? 일견 이는 옳은 듯 해 보입니다. 돈이 없으면 당연히 이혼을 당하고, 당연히 자녀를 잃어버리고, 당연히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잃어버립니다. 왜 당연하냐면, 그건 그것이 사회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사회일반적으로 당연한 시선을 성기훈은 거부합니다.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돈을 건네는 전처의 현 남편에게 주먹을 날리며 일갈하죠: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냐?”

하지만 그건 이상론이고, 실제로 돈에 쪼달리는 성기훈에게 현실은 지옥입니다. 돈을 못 벌면 기본적인 사람으로서 생존을 할 수가 없고, 생존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부분을 추구할 수 없죠. 현실이 지옥인 이들에게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서 다시 사람다워질 수 있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그 달콤한 희망을 대가로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들에게 생존 이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을 종용합니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람을 포기하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선택은 극중 두 인물로서 화합니다:

1. 성기훈: 생존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성(선)은 버리지 않겠다.
2. 조상우: 선 이전에 생존이 있고, 따라서 생존을 위해 일단은 선을 포기하겠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일차적으로는 그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성기훈의 이상적인 고결함은 오일남과의 대결에서 승패를 기만하려는 유혹에 넘어가 무너지고, 조상우의 현실적인 냉정함은 친우였던 알리를 떨어트려야 하는 선택 앞에서 위기를 맞이합니다. 현실의 복잡성 하에서 한갖 인간의 접근법 따위는 너무나 유약하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이차적으로는 성기훈의 손을 들어줍니다. 예컨대, 선에 대한 몇 가지 법칙만으로 현실세계의 무한다변함을 모두 대응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에 맞닥뜨렸을 때에도 선에 대한 희망 혹은 열망 그 자체는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말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그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괴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괴물의 흉물스러움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가에 대해서 극은 장덕수를 이용합니다.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는 장덕수는 배신도, 살인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사람 언저리도 못 되는 끔찍한 괴물 그 자체지요. 그리고 극은 선량한 보통 사람도 이 선에 대한 희망을 저버린 순간 장덕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상우를 통해 보여줍니다. 알리를 살해한 이후에도 마지막 남은 인간성의 편린을 잡고 있던 조상우는 징검다리 게임과 강새벽의 살해를 통해 완벽하게 장덕수로 화합니다. 모든 악인이 애초에 괴물로서 태어나는 것만은 아니고, 자신의 이기를 통해 선량한 자들도 괴물로 태어난 악인 못지 않게 타락할 수 있다는 메시지일 겁니다.

그 반대급부에 서 있는 것이 성기훈입니다. 성기훈은 극 내내 자신의 생존과 선에 대한 열망 두 가지 가치를 양립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이 선택이 비일관성을 만들 때도 있고, 위선처럼 보일 떄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오일남을 기만하여 게임에서 승리하려고 했고, 징검다리 게임에서 조상우가 동료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서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어떻게 했어야 했냐” 는 항의를 받고는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일관성 사이에서도 성기훈의 접근법은 일관적입니다: “그럼에도 선한 행동을 하려 해야 한다” 죠. <오징어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가 생각할 때 ‘때때로 선을 따를 수 없을 때에도 저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그만두면 안 된다’는 결론으로 향하는 듯 보입니다.



2.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영혼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마16:26)
그리고 이 맥락에서 조상우의 퇴장은 여러 가지 논점을 자아냅니다. 예컨대, 왜 조상우는 자기 생명을 버려가면서 성기훈을 승자로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말이 되는 접근법은 ‘조상우가 자신이 괴물이 되었음을 깨닫고 죄책감에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정도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살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빈털터리로 사회에 돌아갔을 때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성기훈에게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라도 온전한 삶을 주고 싶었던 것인 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거액을 얻고 자본주의의 승리자로서 사회로 돌아간 성기훈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혜택를 누리는 것은 거부합니다. 왜일까요? 이에 대한 단서는 사회에서 재회하게 된 오일남과의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나는 돈을 버는 사람이야. 돈, 자네도 벌어봐서 알잖나. 그게 쉽던가? 아직도 사람을 믿나? 그 일을 겪고도? 자네가 상금은 손도 대지 않고 그
    대로 산다고 들었어…. 자네, 돈이 너무 많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의 공통점을 아나? 사는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돈이 많으면 아무리 사고, 
    먹고, 마셔도 결국 다 시시해져 버려.”

돈이 과하게 많은 오일남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삶의 행복을 잃어버렸습니다. 그가 말했듯이, 마치 가난한 이 처럼 말이죠. 성기훈이 바랐던 행복은 460억의 대부호로서의 부의 실현이 아닌, 단순히 어엿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실현이었다고 극은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그리고 이는 돈으로서 실현되는 부류의 것이 아니였다는 것이겠죠. 행복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오징어 게임>이 생각하는 것은 ‘돈 이전의 그 무엇’이라는 입장인 듯 보입니다.

물론 성기훈이 애초에 실패자가 된 것에는 자기 책임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사회가 좀 이상한 점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오징어 게임>은 내비칩니다. 예컨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는 매우 제한적인데, 어떻게 이런 큰 대부자들이 사회에는 속속들이 생겨나고,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득은 크지 않은데 어떻게 큰 빚더미에 나앉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인가?”의 생각이죠. 혹시 지금 사회에 더없이 부족한 것은 물질적 번영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로에 대한 따뜻함이 아닐까요? 하고 <오징어 게임> 은 묻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오일남의 내기가 이해될 수 있을 겁니다.

    “저어기, 저 남자 말이야. 술에 취한 건지, 벌써 몇 시간 째 저러고 있어. 행색으로 봐서는 노숙자 같은데. 저대로 놔두면 금방 얼어죽을 텐데 아
    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자네라면 어쩌겠나? 가던 길 멈추고 저 냄새나는 인간 쓰레기를 도와주겠나? 나랑 게임 하나 하지. 자정까지 저 사
    람이 그대로 있으면 내가, 누군가 저 사람을 도와주면 자네가 이기는 게야.”

그리고 이런 사회에 대한 가능성에 있어 <오징어 게임>은 긍정적입니다. 자정이 되기 직전 성기훈은 한 사람의 행인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노숙자를 돕는 걸 목격합니다. 이 사회가 아직까지는 오일남이 생각하는 것 만큼 도덕적으로 허무주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겠죠.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할 수 있고, 그래야 하고, 그럴 것이라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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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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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의 퇴장이유는 극에 나온 그대로 아닌가요?
성기훈의 의도대로 되면 게임은 무효가 되고 목숨은 건질지언정 인간다움을 포기하면서까지 결승에 도착한 목적은 사라지죠
그리고 그 목적은 지옥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도 있지만 최소 모친에게만큼 그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것이 있구요
그렇기때문에 마지막까지 성기훈에게 모친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봅니다
어려서부터 그리고 마지막 오징어게임까지 봐온 성기훈을 볼 때 그 상금을 독식하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확고해지면서요
21/09/26 21:27
수정 아이콘
근본적으로 옳은 해석인 듯 합니다. 다만 그 해석에 있어 제가 의문을 가진 건 왜 조상우가 칼을 뽑아서 성기훈에게 날리는게 아닌 자살을 선택했느냐입니다. 성기훈을 찌르고 자기가 살면 말씀하신 것 전부 다 가능하고 또 자기도 살 수 있거든요. 계속 자신의 생존을 강조한 캐릭터가 급변한 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건데, 그 심경의 변화가 좀 불확실하네요.
21/09/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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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오징어게임의 주인공은 이정재이기때문에 조상우 홀로 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결말이고
이건 좀 재미가 없죠?
두번째는 극중으로만 봤을때 무기를 집었다고 성기훈이 100% 죽는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다시 전세가 뒤집히면 본인 목숨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없는 성기훈 성격상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죽는 개죽음이죠
그렇기때문에 최소한 모친의 행복은 보장할 수 있는 죽음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21/09/2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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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마음속의빛
21/09/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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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와 성기훈 두 사람은 마지막 게임에서 서로의 신념을 걸고 목숨을 내놓고 싸웠죠.

그리고 승부는 났습니다.

성기훈은 승리를 눈앞에 뒀고, 조상우는 주변에 있던 관리자들에게 총이 겨눠져 죽을 위기였었죠.
이 순간 성기훈이 뒤돌아서서 조상우에게 다가오며 게임 포기를 선언하였습니다.

저는 이 순간 조상우가 모든 걸 내려놓고, 성기훈을 재평가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초한지의 유방처럼, 그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릇이 큰 사람이라 생각했거든요.
조상우 역시 마지막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해도 성기훈을 굉장히 낮게 봤었지만,
우승 상금을 목전에 두고도 자신이 알던 그 욕심없는 성기훈의 모습을 유지한 체로 게임을 포기하겠다고 외치는 동네 형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성기훈의 그릇이 생각보다 컸고, 서로의 욕망을 내세워 싸우고 조상우가 땅바닥에 쓰러졌을 때
이미 조상우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을 거에요.

그리고 성기훈이 게임 포기를 선언하는 순간, 내려놓았던 욕심이 다시금 생겨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상우가 게임 포기에 동의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성기훈이 꽂아놓았던 칼을 집는 순간

1. 성기훈을 죽이고 내가 우승한다.
2. 내가 죽고 성기훈을 우승시킨다.

두 가지의 선택지가 머릿 속에 떠올렸을테고, 잠깐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그였기에
내가 죽고 성기훈이 우승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성기훈을 우승시켜준 게 아닐까 싶네요.

죽기 직전 유언으로 자기 어머니를 돌봐달라는 말을 하고...
21/09/26 21:48
수정 아이콘
마지막 성기훈이 상금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상우가 피지컬에서만이 아닌 자기가 자신 있는 멘탈에서도 패배했다고 느꼈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은 해석인 것 같습니다.
21/09/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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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21/09/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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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21/09/26 21:57
수정 아이콘
칼이 아니라 총이였으면 조상우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생각하지만 칼이라서 납득합니다.
솔직히 일반인이 심신이 너덜한 상태로 쓰러져 있는데 칼을 던져서 저격한다는 너무 말이 안되죠.

조상우는 극 중 초반에 알리에게 돈을 주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말씀하신대로 최소한의 선조차 넘고 본인의 생존을 갈구하는 합리적인 인물이기도 하지요.
본인이 쓰러진 시점에서 본인의 승리는 사라졌습니다. 남은건 성기훈의 선택인데 성기훈은 돈을 포기할려고 하죠.

합리적인 선택은 성기훈을 강제로 우승자로 만들고 본인의 어머니를 부탁하는거였기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21/09/27 09:52
수정 아이콘
조상우가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철저한 인물이어서, 따라서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서 게임포기보다는 성기훈을 우승시키고 주변인들의 구제를 부탁하는 걸 선택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치에 맞는 해석인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21/09/26 21:58
수정 아이콘
문제는 이런 주제의식을 전달하기에 인물-사건-결과의 관계가 너무 느슨했다는 점이네요. 캐릭터 구성만 봐도 이런 의도가 명백히 보이긴 하는데, 사건과 결과를 보면 딱히 그런 건가 싶을 정도로 느슨해서... 그래서 마지막 오일남의 "자네는 사람을 믿는가?"라는 질문이 다소 맥빠지게 다가오게 됩니다.
21/09/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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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데에 있어서 충분히 타이트하게 극이 짜였다고 느끼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런 건 분명 개인의 선호도가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9/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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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한가지 약간 다르게 느낀건

장덕수의 악함은 원초적인 이기적인 악함- 내가 살려면 남을 짓밟아도 된다 - 라면

조상우의 악함은 이성적인 악함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을 위해서 약자나 도태된 사람은 어쩔수 없이 희생 되도 된다 - 이라고 봤거든요.

새벽이를 죽인것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 이정재와 새벽이가 게임 포기하면 다수결에 의해서 아무도 - 우리 공동체가 - 돈을 못번다.. 라는 거였고, 마지막 자살도 이정재가 돈을 타면 나의 어머니와 친구들을 위해 돈을 쓸것이다. 라는 이성적인 판단 에 의한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전 장덕수와는 다르게 조상우의 악함은 시스템에 의해 희생을 강요한다거나 대테러전쟁도 감수하는 현재 민주 자본 주의의 악함을 표상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만약에 조상우가 우승했더라도 알리나 새벽이 이정재 가족들은 그돈으로 보살피긴 했을 것 같아요. 장덕수와 다르게요. 그게 우리 현대 자본주의의 시스템이긴 하거든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9/26 22:45
수정 아이콘
어라 제가 쓸때는 댓글이 없었는데 크크 쓰고나니 많은 댓글이 달렸네요. 오징어게임이 핫하긴 한가봅니다.
21/09/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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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조상우의 해석은 저와 좀 다르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조상우가 말씀하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소위 '공리주의적 기계'로 해석될 수 없는 이유가, 조상우의 행동은 그 기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생존이다라는 생각을 깔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자기 자신의 생존 > 다른 모든 이의 생존)의 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통적인 공리주의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9/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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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도 자신은 개중 우수한 개체로 생각해서 그래서 내가 생존하는게 모두에게 나아.. 이런 계산적인 공리주의 혹은 현대 자본주의 효율성 추구 .. 요런식으로 봤습니다. 물론 제가 꼭 맞다고 보기는 힘들고.. 아마도 님 해석이 더 맞을 가능성도 높겟지만 .. 그래도 단순하게 말해서 장덕수보다는 조상우의 그것이 더 “선”이 가까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어요.
김솔라
21/09/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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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도 조상우가 서울대와 금융인이라는 배경을 볼 때 악에 가깝기 보다는 [계산적인]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기훈이의 능력을 저평가하여 달고나 게임에서 함정을 파고
팀을 만들 때도 기훈이가 아니라 초면이지만 힘이 있어 보이는 알리와 같이 하려는 선택.

그래서 마지막 새벽이를 죽임으로써 게임 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협상이 가능한 기훈이를 남긴 선택.

마지막 칼을 쥐었을 때도 기훈이를 죽인다는 희박한 가능성이나 우승 상금이 포기되는 최악의 결과보다
기훈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살을 함으로써 456억으로 자기 엄마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훈이의 선을 베팅한 선택.

선물 거래를 할 만큼 자신의 판단을 신뢰한 그는 끝까지 계산적인 면모를 보이며 죽은 거 같습니다.

이세계의 흑막 또는 악을 표현하는 1번 오일남과 선을 표현하는 456번 성기훈의 번호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의 218번 조상우는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며 계산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표현했던 것 같으며,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상우에게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재밌게도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67번 강새벽, 101번 장덕수, 111번 병기는 모두 오일남과 번호가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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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경쟁이라는 가치도 단순히 VIP들의 즐거움과 오일남의 욕망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자본주의 속 평등과 경쟁이 옳은 것인가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기서 작품은 성기훈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세상은 조금 더 선에 다가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말한 것 같습니다.
21/09/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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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하신 것 중 두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 조상우의 행동은 장덕수와 그 본질이 다른데, 조상우는 계산적으로 결과에 다다르려는 캐릭터이고 장덕수는 저돌적으로 눈 앞의 이득만을 좇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장덕수가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악에 가까운 어떤 것이지만, 조상우가 표현하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어떤 것이다.

일단 제가 생각하기로 <오징어 게임>이 표현한 장덕수란 캐릭터는 악을 상징한다는 것에 김솔라님이나 저나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부터 생각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극 중 장덕수는 이후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눈앞에 닥친 이익에 부합하냐 부합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타인을 재단합니다. 그래서 장덕수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으로만 판단하여 협동과 배신을 종용하고,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빈번히 협동과 배신을 오갑니다. 조상우는 장덕수보다 인텔리인 면이 있고, 계획적으로 생각할 줄 알기에 일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조상우는 배신을 하는데에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길게 보면 자신의 신뢰성에 해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해 필요할 때 배신을 하는 데에 있어 거리낌이 없다는 점은 조상우도 장덕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순히 조상우는 장덕수보다 더 길게 보고, 더 계획적인 것이 다를 뿐인 겁니다. 제가 볼 때 <오징어 게임>이 나타내는 바는 장덕수이든 조상우이든 그들의 개인주의 자체가 인간성(혹은 선)과 반하는 것이라는 것인 것 같습니다. 칸트의 표현을 빌려 이야기해보면,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지 않을 것'에 반하는 인물들인 것이죠.

2. 참가자 숫자는 참가자의 어떤 특질을 줄세우는 장치이다.
이 해석은 제가 보기엔 비약이 있습니다. 일단 이런 방식의 장치는 기본적으로 너무 작위적이고, 이 장치를 그렇게 해석하는게 맞다고 가정해도 어째서 두 주인공인 성기훈과 조상우 사이의 인간상에 대한 고민보다 오일남과 조상우 사이의 인간상에 대한 고민을 우선시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성기훈과 조상우 사이의 인물 중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건 240번 지영 한 명 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식의 줄세우기는 에피소드에 따라 각각의 캐릭터를 개발하기에 너무 뻣뻣합니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어떤 캐릭터들은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번호가 변해야 맞는데, 그런 건 없거든요. 예를 들어 67번이었던 강새벽이 극 중 지영의 사망으로 타인을 (이후 피날레 전날 밤 성기훈을 믿었던 것처럼) 믿는 방향으로 변했지만, 강새벽의 번호는 그대로였죠.
김솔라
21/09/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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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중도가 왼쪽, 오른쪽 중에서 가운데를 투표하는 의미가 아닌 것처럼요. 저는 조상우를 선과 악, 배신과 협력 사이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인물로 해석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배신을 하는데 조심스러웠던 것처럼, 알리에게 만원을 주는데도 조심스러웠고, 조상우는 길게 볼 줄 아니까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알리에게 만원을 주는 장면을 넣은 것을 보면 상우는 악을 상징한다기 보다는 현대인들이 적당히 공감할만한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팃포탯이나 협력도 길게 보면 자기 생존을 도모하는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그 선택 자체는 이타적인 행동이니까요.

근데 생각해보니 이게 악한 면은 또 맞는 거 같아서 말씀하신 걸 다 부정할 수는 없는 거 같네요. 아무튼 감독은 성기훈을 통해 그 다음 해답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ArcanumToss
21/09/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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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대흥행이라길래 기대하고 봤는데 그냥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그냥 보기 시작했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끝까지 봤을 뿐 엄청 재밌다거나 작품성이 좋다거나 한 게 아니라서 이런 흥행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흥행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평범한 이야기가 다른 나라들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게 소득이긴 하네요.

하지만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냐?”라는 성기훈의 대사와 마지막에 노숙자를 돕는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글쓴이의 말처럼 이 사회가 아직까지는 오일남이 생각하는 것 만큼 도덕적으로 허무주의적이지는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 맞고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할 수 있고, 그래야 하고,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삶이 의미있어지죠.


노숙자를 [도우는] 걸 목격합니다. -> 노숙자를 돕는/도와주는 걸 목격합니다.
21/09/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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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니 [도우는]은 정말 표현이 이상하군요.
가라한
21/09/2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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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나온 조상우에 대한 많은 분들의 평에 기본적으로 동감합니다만, 하나 의견이 다른 건 조상우의 마지막 선택은 계산적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거라고 봐요.

조상우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오징어 게임의 시스템(=현대 경제 체제에 대한 은유)에서는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남을 죽이거나 해를 끼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시스템 탓에 남에게 악행을 행하지만 그걸 즐기거나 이런 시스템이 없더라도 그걸 합리화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일남이나 장덕수와는 다른점). 사람을 죽이고 자신을 믿던 사람(알리)를 배신하고 하면서 본인도 스트레스가 극심했을겁니다.

마지막 게임에서 기훈이 상금을 포기하면서 자기 목숨을 살리는 선택을 하는 걸 보면서 본인도 느끼는 바가 있었을거고 거기서 모든걸 내려 놓았을겁니다. 본인 역시 욕심을 버리면서 마음은 편안해 질 수 있었지만 ,기훈과는 달리 자신은 어머니마저 경제적 파국으로 몰았기에 이것만은 해결해야 했고(= 이 역시 순수한 의도), 본인의 자살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봐요. 마지막 순간엔 이젠 더 이상 양심의 가책과 함께 이것 저것 따질 필요가 없어서 마음만은 편안했을 것 같습니다.
21/09/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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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상우의 죽음을 정말 낭만적으로 해석하셨는데, 저도 사람이 좀 이상가인 면이 있어서 조상우의 선택을 비슷하게 해석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극중 정말 거의 일관적으로 물질적 이득을 추구하는 캐릭터가 마지막에 가서 그렇게 돌변하는 건 어떤 면으로 좀 위화감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해요. 조상우의 죽음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ArcanumToss
21/09/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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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21/09/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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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장덕수는 chaotic evil 느낌이지만 조상우는 lawful evil 느낌이라 더 싫었습니다.
구슬치기에서 보인모습은 정말 사회에서 사기꾼이었을 모습 그 자체였죠.
성큼걸이
21/09/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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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그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거죠
기훈은 상금 쟁취가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 자기한테 게임을 포기하자는 소리나 하고 있고
그대로 포기하고 나가봤자 현실은 60억의 빚으로 자기와 어머니 둘다 파멸, 현재 자기 몸은 그로기 상태...
기훈 말대로 해서 상금이 날아가느니, 자살 막타를 치면 상금이 날아가는 상황 방지+기훈이 더 이상 손을 안 더럽히게 하고 기훈에게 마음의 빚을 만들게 하고 어머니를 부탁해서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구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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