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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26 21:38:27
Name 파우스트
Subject [일반] 젠더 글 어렵게 쓰기 (수정됨)
최근 어떤 기자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화제의 글을 남겼다. 아래는 그 글 중 일부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험적 맥락에서 '젠더갈등'이란 개념은 그 개념의 사용을 통해 여성차별이라는 이면의 진실을 가리는 데 사용된다.'

이어서 그 글의 댓글들 중 하나이다.

'…은 댓글로 지적 나태함과 천박함을 전시해도 방송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걸 역시나 잘 알고있네요.'

요즘에 활활 타오르는 젠더 문제를 지켜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를 할까
(사실 이 젠더라는 단어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지금은 '사람들이 흔히 쓰고 이미 의미하는 바가 고착화된 성별이라는 단어 대신에 젠더라는 새로운 단어를 가져옴으로써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개념을 불어 넣기 용이하게 만든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중이다.
하지만 서구권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성 불평등(gender inequality)에 처음 초점을 맞추었을 때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인 gender라는 단어를 썼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남아있긴 하다.)

한자어를 많이 쓴 글도 나름 어려운 글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 어렵게 글을 쓴다는 말은 '간단명료 하지 않은' 글을 쓴다는 말이다.
나는 가끔 심심할 때 혹은 필요에 의해 글을 쓰곤 하는데, 가장 중요한 철칙은 글을 간단명료하게 쓰는 것이다.
수많은 명작가들이 이 철칙을 강조하기에 나 역시 최대한 따라보려 하지만.
나의 보잘 것 없는 글쓰기 실력에는 아직도 이 철칙을 지키는게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간단명료하게 글쓰기'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글과 문장은 그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또는 달라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시에서는 운율을 위해 함축적이고도 아름다운 단어를 쓸 수 있다.
수필에서는 감상의 그 미묘하고도 복잡한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현학적인 단어를 택하기도 한다.
학술서에서는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자어의 생소한 조합(글을 많이 접하지 않는 사람에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설득을 위한 글에서는 어떨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글에서 현학적이고 함축적인 단어가 필요 할까?
젠더에 관한 글쓰기는 페미니즘 이데올로기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것을 전파하려는 목적이든, 거부하려는 목적이든
필연적으로 설득의 논조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설득의 대상은 이미 그 이데올로기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과연 보았을 때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맨 위의 두 예시 문장은 사실 어느 정도 수준의 문해력과 어휘량을 갖추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능 통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잘 쓴 글은 쉬운 글이다'라는 말은 차치하고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쉬운 글이 필요한 게 당연하지 않을까?
'댓글로 지적 나태함과 천박함을 전시하다' 라는 문장은 사실 상당히 생소한 문장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습이 어떠하게 보이다라고 자연스레 말하지 생각을 전시하다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문장은 설득하려는 의지가 내포 되어있지 않은 문장으로 보인다.

또한 경험적 맥락이라는 단어는 상황이나 사례등으로 충분히 바꾸어 쓸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바꾸어 쓰다를 굳이 '치환하다'로 적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

문제는 젠더 문제에 관한 글 중 상당수는 이런 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말하고 있는지 혹은
듣는 사람이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신경쓰기는 하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의 '지적 허영심과 위선을 전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현학적 단어의 사용을 통해 무근이라는 이면의 진실을 가리고 있는 것' 일 뿐이거나.

유시민씨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쉬운 글을 써야한다. 어렵게 글을 쓰는 사람은 사기꾼이다.]



덧.저는 페미니즘을 반대해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설득 좀 잘 해보라고 설득하기 위해 이 글을 썼을 뿐입니다. 피드백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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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ler
20/04/26 21:42
수정 아이콘
종교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 봐요. 종교가 돠면 자기들끼리만 이해하는 언어로 교리가 만들어지고 누구 해석이 더 정통이네 니가 이단이네 누가 진짜네가지고 선명성경쟁을 벌입니다. 작금의 페미니즘같지 않나요? 지들끼리만 통하는 말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분파가 생기고 교리경쟁하듯 선명성경쟁해서 제일 선명한 래디컬집단이 딴 집단들 후드려패고다니고
valewalker
20/04/26 21:42
수정 아이콘
난해하고 어려운 문장을 사용하면 자신이 더 똑똑해 보일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류지나
20/04/26 21:43
수정 아이콘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면 간지가 납니다 - 부기영화
유자농원
20/04/26 21:46
수정 아이콘
젠더글일줄 알았는데 글 어렵게 쓰는 것에 대한 글이었네요 예지력 하락
아루에
20/04/26 21:47
수정 아이콘
외국 사상이라, 주로 외서를 수입해 참조하고, 그러다보니 말투나 글투가 번역투가 되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원인 같아요.
사악군
20/04/26 21:47
수정 아이콘
쉽게 말하면 말이 안되는게 금방 들통나기 때문이죠. 할부원금은 절대 말안하고 복잡한 혜택 사실상 월 얼마인셈 얘기하는 폰팔이 같은겁니다.
-안군-
20/04/27 00:37
수정 아이콘
대공감. 댓추.
센터내꼬야
20/04/26 21:47
수정 아이콘
사실 문제는 어렵게 말한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틀린걸 어려운 말(정확히는 어려운 말도 아니죠. 오염된 말이지)을 사용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거죠. 대학교 사회과학 세미나 책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을 (네.. 저 20년전에 대학 다녔습니다....) 현시대에 평어처럼 쓰고 있는 객기들에 혀를 내두릅니다.
비바램
20/04/26 21:48
수정 아이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데, 하나의 사건을 쪼개고 부수다 보면 자신들의 취지에 맞는 논리적 지점이 나오거든요.
결론을 내놓은 상태로 거꾸로 논리 구조를 블럭처럼 맞추다보면 글이 길어지더라고요.
센터내꼬야
20/04/26 21:51
수정 아이콘
와.... 댓글 추천합니다.
니나노나
20/04/26 22:12
수정 아이콘
오 멋집니다.
GRANDFATHER__
20/04/26 21:49
수정 아이콘
지적 나태함 어쩌고 하는건 진짜 할말이 없군요 -_-;;; 저런 사람들이 공감능력 어쩌고 한건가요?
Supervenience
20/04/27 06:08
수정 아이콘
모르면 공부하세요
20/04/26 21:50
수정 아이콘
간단명료하게 쓰면 쉽게 반박당해서 안됨
파우스트
20/04/26 22:07
수정 아이콘
저는 페미니스트 분께서 나름의 논거로 반박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썼는데 이 글도 너무 어렵게 쓰였나봐요
20/04/26 21:51
수정 아이콘
결국 상대적인 약자가 결국 권력을 가져 커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것을 빼았는 형태를 가졌을때 반대쪽에 자리하나 그 아래에 있는 자들의 밥그릇을 약탈당하는 현상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쓰면 되나요?
20/04/26 21:56
수정 아이콘
한편으로는 저급한 단어(한남충 재기해 등등)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니 참 특이한 집단이죠.
소독용 에탄올
20/04/26 22:00
수정 아이콘
사회운동으로서 동원력 싸움에서 저급한 단어와 단순한 논리를 결합한 극단주의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래서 그런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일은 특이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파우스트
20/04/26 22:03
수정 아이콘
트럼프가 초기에 저급한 단어와 단순한 논리를 결합한 극단주의를 전면에 내세운것도 같은 맥락일까요?
천원돌파그렌라간
20/04/26 22:02
수정 아이콘
간단합니다 본인들도 그것을 제대로 정의 내릴수 있을정도로 많이 생각해보고 잘 아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설명할때 장황해지는겁니다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간단명료하게 설명이 가능한 법입니다
20/04/26 22:07
수정 아이콘
어떤 분야든 이론적 기반은 어렵기 마련이죠. 근대 이후의 사회운동은 마르크스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이론은 자기만의 철학적 기반의 언어로, 사회운동은 대중의 언어로.
파우스트
20/04/26 22:1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다루는 문제는 위의 기자님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가벼운 공간에서 (학술지나 저널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는 뜻입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와 문장구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어휘와 문장구조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을 현혹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센터내꼬야
20/04/26 22:26
수정 아이콘
근데 저 글 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 즉 저런 단어로 밖에 대화가 불가능한 자기만의 언어가 확고한 사람이라 어느 부분들은 그러려니 해야하기도 합니다. 일반의 언어를 '득' 하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아이군
20/04/26 22:30
수정 아이콘
저는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진짜 문제는 신조어를 남발하고 그 신조어의 뜻을 흐려서 쓴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설정놀음]이죠

일단 여성혐오라는 단어부터 전형적인 일본어식 A라고 말하고 B라는 뜻이다...즉, 설정놀음적 단어입니다.
여성혐오를 반박하기는 쉽습니다. 남자는 단 한 순간도 여성을 혐오한 적이 없거든요.

이러면 나오는 이야기가 여성혐오는 그런 뜻이 아니고...로 시작하는 일장 연설입니다.
일단 그러면 그 단어가 여성혐오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죠.. 일단 혐오... 도 아니고 뭐 더 들어가면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하니깐요..

그러면 그냥 성차별과 다를바가 없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미소지니가 성차별과 다르게 쓰여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미소지니가 약간 광의적인 것이긴 한데, 그냥 성차별을 더 광의적으로 쓰는게 괴상한 여성혐오보다 훨씬 낫죠..
20/04/26 23:08
수정 아이콘
페미니즘 자체가 껍데기 밖에 없는 깡통이념 이라서 그런 태생적인 열등함을 감추기 위해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거나, 새로운 신조어를 만드는거죠. 뭔가 있어보이려고. 결국 지들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거죠 내가 빠는 페미니즘은 사실 개소리고 완전 쓰레기 라는걸.
20/04/26 23:55
수정 아이콘
호주제 폐지 이후 제도적으로 남녀차별을 걸만한 구실이 완전히 사라지니 페미니즘 운동을 유지하기 위한 장작을 위해 여혐이라는 가상의 허수아비를 만들어낸 것 뿐이죠. 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들 대다수는 사실 정말로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본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을 못할 겁니다.
-안군-
20/04/27 00:55
수정 아이콘
개신교인으로서 1부2단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맞설 논리를 찾지 못해 포기해버린 이후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고, 제가 여태까지 당하던(?) 논리로 똑같이 논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페미니즘(정확히는 TERF겠죠)이 지독한 종교성을 띄고 있다는걸 깨달았죠.
개신교를 싫어하는 분들이 아무리 개신교를 욕해도 제가 신앙을 포기할 일이 없듯이, 저들도 그럴겁니다.
한강두강세강
20/04/27 01:10
수정 아이콘
SNS의 어두운 이면이 한 몫을 하지 않나 생각도 합니다.
아무리 개떡같이 글을 써도 읽는 건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고, 달리는 댓글은 모두 좋은 글 감사하다는 내용 뿐이거든요.

과연 설득의 글이 맞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BibGourmand
20/04/27 01:11
수정 아이콘
이해와 설득이 아닌 자기편의 환호와 결집만을 바라는 글에다 뭘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말의 뜻을 흐리고, 용어를 멋대로 재창조하고, 일부를 전체로 침소봉대는 기본에 있지도 않은 허수아비를 쥐어패기까지 하는 '있을 수가 없는' 글이 '있어보이지조차 않으면' 답이 나오겠습니까?
20/04/27 12:24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니까 누가 생각나는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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