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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25 00:30:00
Name 글곰
Link #1 https://brunch.co.kr/@gorgom/39
Subject [일반] (삼국지) 뇌서, 유비에게 날개를 달아주다 (수정됨)
  뇌서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더군다나 유비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뇌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말입니다.

  뇌서는 사서에 자(字)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출신성분 또한 불명확합니다. 다만 양주 여강군 일대를 거점으로 삼았기에 여강 지역의 호족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할 따름이지요.

  장강 바로 북쪽에 위치한 여강은 본래 원술의 세력권 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년에 원술이 죽은 후 손책은 원술이 임명한 여강태수 유훈과 동맹을 맺는 척하다가 배신하고 기습하여 땅을 차지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조가 엄상이라는 자를 양주자사로 임명하여 파견하고, 다시 손책이 이술을 여강태수로 임명하고 그로 하여금 엄상을 살해하게 하는 등 여러 세력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 여강은 그만큼 요충지이기도 했지요.


image
(207년경 대략의 세력권과 여강의 위치. 지도의 출처는 http://blog.naver.com/sjkim2090 이며 별도의 표시를 덧붙임.)


  그 와중에 뇌서는 매성, 진란과 함께 각자의 무리를 모아 난을 일으킵니다. 무리의 수는 무려 수만에 달했으며 장강 일대를 휩쓸었다고 하지요. 당시 조조는 원소와 결전을 치르고 있던 터라 후방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다만 조조가 엄상의 후임으로 보낸 유복이 뇌서 일당을 어르고 달래어서 조조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설득합니다. 뇌서 일당도 조조가 마침내 원소를 격파하고 세력이 거대해지자 한동안은 조용히 엎드려 지내게 되었습니다.

  여강은 조조와 손권 사이의 국경선에 위치한 완충지대 같은 곳이었기에 조조는 굳이 뇌서 일당을 핍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9년, 조조가 적벽에서 대패하고 그들이 또다시 반란을 일으키자 조조도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더군다나 손권이 뒤에서 이들의 반란을 지원한 정황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조조는 자신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수들을 보내 진압에 나섭니다. 우금과 장패가 매성을, 장료와 장합이 진란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뇌서에게는 하후연이 파견되었습니다.

  매성과 진란은 한때 항복했다가 다시 저항했습니다만 결국 목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뇌서는 그 둘보다는 조금 더 판단력이 뛰어났던 모양입니다. 그는 하후연에게 패한 후 미련 없이 도망칩니다. 남쪽으로 장강을 건너서 다시 서남쪽으로 향했지요. 그리고 당시 형남 네 군을 평정하고 한창 기세를 올리던 유비에게 덜컥 항복합니다.

  이는 무척이나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조조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패한 자가 손권이 아닌 유비에게 귀순하다니요. 심지어 손권은 한당을 보내어 진란을 구원하려 시도한 적도 있는데 말입니다. 뇌서의 이런 선택은 곧 유비가 반 조조 세력 중에서도 필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만큼 유비의 세력이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뇌서는 혼자 온 게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무리 수만 명을 함께 데려왔습니다. 머릿수가 곧 군사력인 동시에 경제력이었던 고대 사회에서 이건 실로 어마어머한 소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후로 뇌서가 어찌 되었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거느렸던 세력은 유비에게로 고스란히 흡수되었습니다. 유비의 힘은 더 커졌고 명성은 더욱더 높아졌지요. 유비는 형주 남부 일대를 다스리며 스스로 형주목을 자처할 정도로 기세를 떨쳤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낀 손권은 여동생을 유비와 혼인시켜 동맹을 맺었으며, 유장은 장로를 상대하기 위한 지원군으로 유비를 불러들이기에 이릅니다. 이로써 마침내 유비는 형주를 근거지로 삼고 익주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유비의 세력이 급속도로 성장한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뇌서의 항복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꽤나 큰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뇌서의 항복이 이제 막 날아오르려던 유비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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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식
19/09/25 00:50
수정 아이콘
여강에서 형남까지 거리가 어마어마한데 패잔병 수만명이 다 갔다니 대단하네요.
지니팅커벨여행
19/09/25 09:01
수정 아이콘
당시에는 강하가 유비땅이었으니 아마 강하까지만 가면 탈출 성공이 아니었나 싶네요.
19/09/25 09:54
수정 아이콘
삼탈워 강남런은 현실고증 이였던것!!
뽀롱뽀롱
19/09/25 00:57
수정 아이콘
손권에게 가면 병력셔틀이지만
유비에게 가면 공신이 된다는 판단은 아니었을까요?

결론은 병력셔틀로 끝나버렸지만 말입니다
19/09/25 10:46
수정 아이콘
아니면 그저 손권과 사이가 나빴을지도 모르지요. 여하튼 병력셔틀이었지만 매우 소중한 셔틀인 셈입니다.
19/09/25 02:58
수정 아이콘
이런 이야기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은, ‘도대체 저런 군소 군웅들은 점점 커지는 조조나 원소 등에 빨리 항복하는게 당연히 정답인데 왜 저렇게 뻗대다가 나중에 참수나 당하는 걸까?’ 입니다.

근데 그걸 끝까지 밀었던 놈이 유황숙..... 역시 범인은 영웅을 가늠할 수 없나봅니다.
소독용 에탄올
19/09/25 03:14
수정 아이콘
현대식으로 말하면 정치인들이 나 아니면 안된다! 하면서 당선가능성이 낮아도 도전한다던가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뭐 현대엔 적어도 목이날아가진 않으니 저때보단 허들이 낮긴 하지만요......
19/09/25 03:46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 생각을 조금 했어요. 옆에서 보면 삽질도 그런 삽질이 없지만, 본인들은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더라고요.
19/09/25 10:48
수정 아이콘
정치쪽에 몸담은 아저씨랑 이야기한 바로는, 본인들은 정말로 자신이 당선될 거라고 굳게 믿는답니다. 여론조사 아무리 돌려도 바닥민심은 다르다 운운하는게 진심이라 하더라고요.
지니팅커벨여행
19/09/25 09:03
수정 아이콘
2002년 모 정당의 국민경선에 당당하게 후보로 나서던 한 분이 떠오르네요. 결국 당선이 된 것도 비슷...
최종병기캐리어
19/09/25 08:25
수정 아이콘
삼국지에 한줄 정도 언급되는 지방 군벌A지만, 현실은 동시대 신라, 백제보다 강합니다. 세개 군현을 통치하던 군벌이면 고구려보다 강합니다.
19/09/25 08:57
수정 아이콘
그건 그런데, 고구려 신라는 사실 오지의 듣보잡 국가니까 조조가 굳이 쳐들어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
19/09/25 10:49
수정 아이콘
요동의 공손씨들조차도 너무 멀어서 반독립 세력이었죠. 조예대에 사마의가 정벌하기 전까지는 왕이나 다름없었고요. 하물며 고구려 등은 거기서 다시 동쪽으로 더 가야 하니...
모리건 앤슬랜드
19/09/25 08:47
수정 아이콘
수만의 무리를 이끌고 투항이라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거의 유비의 엑소더스급 규모 아닐런지요. 대단한 인망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엔 틀림없겠습니다.
치열하게
19/09/25 09:35
수정 아이콘
현시대 시점에서 누구들은 배신의 아이콘이라 하는데 동시대 사람들은 따랐던 유비...
19/09/25 10:51
수정 아이콘
그만큼 힘이나 능력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요. 사실 조조야말로 가장 많은 항복과 귀순을 받아들였으니까요.
19/09/25 10:30
수정 아이콘
삼국전투기에서는 나름 존재감있게 나온..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단행본이 다시 나오고 있더군요. 냉큼 산
19/09/25 10:58
수정 아이콘
레드불 같은 존재가 여기에 있었군요
S.Solari
19/09/25 11:12
수정 아이콘
손권이 지원은 해주었지만 온갖 생색을 내면서 간섭을 심하게 했으리라 뇌피셜을 그려봅니다.
그래서 다른곳으로 간?
19/09/25 11:15
수정 아이콘
손권이라면 충분히 그랬을 법하네요...
파인애플빵
19/09/25 12:24
수정 아이콘
아 손제리 당신은 까임의 아이콘
19/09/25 16:22
수정 아이콘
본문의 해석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는데 이거를 조조찬가 창천항로에서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골치거리들 유비한테 떠넘기자' 식으로 처리하던
지금뭐하고있니
19/09/25 19:27
수정 아이콘
글이 너무 짧습니다 크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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