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24 13:47:37
Name 박진호
Subject [일반] PGR식 소개팅 법
얼마전에 소개팅 글이 올라왔길래 생각나서 써봐요.

나는 이렇게 소개팅을 성공했다는 성공담은 아니고
피지알인의 한 사람으로 소개팅을 어떻게 했는가 경험담을 이야기하고자 해요.
왜냐면 심심하기 때문이에요.


몇년간 한달에 한 두번씩 소개팅을 했어요.
왜했냐면 심심했기 때문이에요.
소개팅을 하면 부담되고 힘들고 잘 안가려고 했던 초창기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놔버렸어요.
나와 전혀 다른 직업과 취미 성향 성별을 가진 사람을 만나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정의 인물을 만나 연애의 시초가 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누는 자리로 생각하자.


혼자 자취를 하면서 집 직장만 오가고 주말에는 롤하고 하스스톤하고 인방보고 배달 음식 시켜먹고 그러다보니까
좀 인간다운(?) 행동도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일단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깎게 되고, 옷도 좀 사게 되고, 맛있는 음식점 검색도 해보게 되더라구요.


소개팅에 나가서 앉아서 얼굴을 마주하는 세팅까지는 되는데 이제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가 문제가 되었네요.
무슨 일하냐, 뭐 좋아하냐, 취미가 뭐냐, 서로 문답하면 할 얘기가 없어지더라구요.
어쨌든 하루 재미있게 노는 시간인데 어색한 시간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에 준비를 해봤어요.


크게는 두가지에요. 내가 할 이야기, 상대방에게 물어볼 이야기.

할 얘기가 딱히 없죠. 영화나 음악 취미 이런거 사실 길게 얘기하기 어려워요. 게임이랑 인방보는 얘기를 소개팅에서 하기가 어렵잖아요.
하지만 나 대신 책도 읽어주고 어려운 얘기도 풀어써주고 역사 공부도 해주고 경제 공부도 해주는 곳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PGR이죠!
PGR 글만 몇개 읽고 가도 소개팅 시간이 잘 채워졌어요.
제가 소개팅에서 했던 PGR에 올라온 글은
피케티, 알파고, 딥러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비트코인, 푸앵카레, 페르마와 밀레니엄 문제, 헤롯왕, 주식, 부동산 등등이 있겠네요.

이런 얘기를 하면 통하냐? 의문이 들겠지만 통한다는 건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될 사람은 내가 열심히 얘기를 하면 들어주고, 안 될 사람은 안 들어주더라구요.
얘기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듣는 사람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재미있어 하는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PGR 글들이 퀄이 좋고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듣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게다가 누군가에게 할 얘기를 준비하다보면 할 얘기의 몇 배를 공부하게 되는데 지식이 늘어난다는 점이 있어서 손해볼게 없었죠.


두번째 상대방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이냐.
블라인드 데이트라고 해도 보통 상대방의 분야는 알고 가잖아요. 인터뷰어의 느낌을 가져보는거죠. 나는 기자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지식은 필수죠.
사실 엄청 많은 지식은 필요 없어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화제가 되는 최근 소식들이 나와요.
그리고 평소에 궁금한 점이 있잖아요.
없어도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인연이는 늘지 못하더라도 지식이라도 늘어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렇게 쌓이는 지식은 결국 다음 소개팅에서 써먹을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이러다보니 상대가 누구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사진은 안봤죠. 얼굴이 중요한게 아니거든요. 나이도 많건 적건 관심이 사라지더라구요. 직업이나 하는 일 전공 이런게 중점이 되는거죠. 뭔가 특이한 직업이나 환경에 있는 사람은 무조건 만났어요.
부모님이 해주는 선 비슷한 소개팅도 부담스럽다고 거부하지 않게 되니까 소개팅 풀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물론 경과관찰을 자꾸 하시는게 귀찮고 짜증나기는 하는데. 부모님도 휴먼이야 휴먼.


어느새 소개팅은 그날 뭐 먹을까 고민하고(식당 여러개 준비해서 선택지도 던지고), 어떤 동선을 짜볼까, 무슨 얘기를 할까가 더 중점이 되더라구요.
동선 안꼬이게 이동이 잘되고, 음식이 맛있고, 이야기가 술술 잘나오고, 상대방에게 특이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거만으로도 만족감이 생기더라구요.


머리도 깎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지식도 느는
소개팅
안할 이유가 있나요?

있죠. 돈, 시간, 심적인 여유가 없으면 사실 어렵고 힘들죠.
모르는 사람만나는거 자체가 스트레스기도 하고요.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꼭 할 필요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어쨌든 해야할 거라면 하고 싶다면 소개팅 시간 그 자체를 즐겁게 보내는 방향은 어떨까라는 생각?
저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소개팅 경험이었거든요.


집에 와서 비록 문자에 답장이 없더라도 그래 참 즐거운 소개팅이었어. 그래 그거면 된거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하스페르츠
19/09/24 13:51
수정 아이콘
PGR식이라길래... 서로 대변을 보고 건강상태를 관찰하나? 이런 생각을...
덴드로븀
19/09/24 13:54
수정 아이콘
건강한 소개팅이네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장소를 어디로 해야 분위기가 좋으려나요...
덱스터모건
19/09/24 14:05
수정 아이콘
모텔?
미나연
19/09/24 20:06
수정 아이콘
병원 아닐까요? 같이 보건증이라도 발급받으러 가는거죠..
19/09/24 13:53
수정 아이콘
저도 엊그제 했는데 실패했습죠...
거의 2년만이라 너무 긴장하고 준비를 너무 잘해간게 잘못이었던것 같아요 크크
박진호
19/09/24 13:58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소개팅에 실패란 없습니다! 일어나세욧
티모대위
19/09/24 14:11
수정 아이콘
긴장은 소개팅의 최대 적이죠
하지만 많은것을 배우고 레벨업하셨으리라...!
슈퍼잡초맨
19/09/24 13:54
수정 아이콘
소개팅에서 pgr에 올라온 글을...
그래서 타율은 어떻게 되나요??
애프터 성사 횟수 / 애프터 신청건수
실제 연애까지 하게 된 횟수 등이 궁금합니다
박진호
19/09/24 14:00
수정 아이콘
왜 소개팅 성공담 글이 아닐까요.
19/09/24 14:03
수정 아이콘
아!
졸린 꿈
19/09/24 13:57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래 그거면 된거야에서 뭔가 ...
저였으면 슬펐을거 같습니다 ㅠㅠ;
교자만두
19/09/24 14:07
수정 아이콘
아주 저랑 일치합니다. 저는 부담감이 1도없었어요. 애프터에 대한것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 만난다는 그게 주가 되니까 너무 재밌었죠.
티모대위
19/09/24 14:10
수정 아이콘
음 정말 괜찮은 사고방식이라고 봅니다.
저도 처음엔 긴장하고 나갔다가 나중에는 좀 즐기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사람 만나서 새로운 삶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느끼고, 제가 하고싶은 얘기도 좀 하고.. 그러다 소개팅에서도 사귀고, 여성분들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주변 사람과도 잘돼서 사귀고 그렇게 되던..
19/09/24 14:12
수정 아이콘
똥싸는 얘기일줄 알았는데
19/09/24 14:28
수정 아이콘
저도 제목 보고 뭐 쌌나 이러고 들어옴..
19/09/24 14:29
수정 아이콘
피케티, 알파고, 딥러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비트코인, 푸앵카레, 페르마와 밀레니엄 문제, 헤롯왕, 주식, 부동산 등등이 있겠네요 << 이..이것은..
19/09/24 14:32
수정 아이콘
여자랑 한 시간 이야기하는 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여자분 옷차림이나 외모같은 거 보고 좋은 얘기하고 웃기고 하면서 분위기 풀어나가는 것도 한 30분이지 그 뒤부턴 힘들죠 여자도 나름 적응해서 잘 안 웃고
(저는 술을 전혀 안 마시지만) 괜히 남자들이 유흥가서 술 마시면서 여자를 같이 보려고 하는 게 아닌 듯
이응이웅
19/09/24 14:33
수정 아이콘
저도 소개팅을 꽤많이 하고 성공률도 매우 높은 편인데.. 제 기준에서는 첫번째에서 바로 거릅니다.

서로 상대가 좋아하는게 뭔지 탐색해가면서 조금씩 주고받으면서 대화에 깊이를 더해가는게 중요한 자리인데, 알파고, 딥러닝, 주식, 비트코인 등... 저렇게 주절주절 하는순간 상대방이 피곤해할 확률이 크죠. 지식 얻으러 온자리가 아니기때문에요.

귀중한 소개팅 시간을 저런 이야기들로 '채운다'고 표현하면 안되죠 ㅜ
사랑기쁨평화
19/09/24 15:15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짜피 사귈려고 만나는거에요.
티모대위
19/09/24 15:17
수정 아이콘
크크 저는 소개팅이 이성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없애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글쓴분 같은 방식도 좋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볍게 임하다가도 상대가 저를 맘에 들어하면 진지하게 더 알아보고 하는 거고...
及時雨
19/09/24 14:45
수정 아이콘
이 분 안할 이유가 없어서 다 하시는 분 크크...
Love&Hate
19/09/24 14:54
수정 아이콘
헤롯왕이 레알 뜬금포네요. 쟁쟁한 후보들 많은 왕중에서 유일하게 간택되신 헤롯왕.
19/09/24 14:56
수정 아이콘
글쓴분은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면 되게 재미있는 분일 것 같아요. 게임게시판 관리자 공모할 때부터 참 재미있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09/24 15:12
수정 아이콘
이분 그림실력도 후덜덜하죠. 거의 피카소급!!
19/09/24 16:5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오늘 소개팅에서 하루 종일 카레 얘기만 하는 인간 만남 ㅠㅠㅠㅠㅠ 프렌치 카렌가 몬가.. 근데 카레는 인도꺼 아닌가????
19/09/24 18:04
수정 아이콘
소개팅은 원래 즐거우려고 하는것 아닙니까?
김솔로_35년산
19/09/24 19:07
수정 아이콘
삐빅! 기만자입니다.
브리니
19/09/24 20:22
수정 아이콘
한달에 한 번 가능한데서 글쓴이의 능력치가 보입니다. 초인싸시군요
-안군-
19/09/25 13:14
수정 아이콘
한창 잘될때는 저도 한달에 두번씩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봐야 돈만 나가고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리고 그것도 한때입니다. 어느 순간 뚝! 하고 끊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851 [일반]  의식의 흐름으로 쓰는 모태솔로의 짝사랑 (2) [24] 아타락시아18019 19/09/25 8019 0
82850 [일반] (삼국지) 뇌서, 유비에게 날개를 달아주다 [23] 글곰10536 19/09/25 10536 19
82849 [일반] 부동산 갭투자의 실체 ㅡ pd수첩 [50] 산들바람뀨17190 19/09/25 17190 3
82848 [정치] 영장청구권 좀 부럽다 [98] 뽀롱뽀롱13988 19/09/24 13988 0
82847 [일반] 지금의 우리사회가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가능할까? [67] 아유12211 19/09/24 12211 6
82846 [일반] 석방 되었습니다.. [78] 전직백수19818 19/09/24 19818 25
82844 [일반] 독서가 부담되면, 한 걸음씩만 [34] cluefake7915 19/09/24 7915 6
82843 [정치] 검찰 수사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94] ArcanumToss24145 19/09/24 24145 0
82842 [일반] 회사에서 일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했습니다..... [63] 광개토태왕14190 19/09/24 14190 1
82841 [일반] 저의 소개팅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부제 : 박00님을 구하라) [50] 슈퍼잡초맨13645 19/09/24 13645 23
82840 [일반] 직장에서 번 아웃될때 [22] 브라이언9483 19/09/24 9483 0
82839 [일반] [역사] 로마제국의 멸망과 유럽의 탄생 [20] aurelius9355 19/09/24 9355 16
82838 [일반] PGR식 소개팅 법 [29] 박진호8917 19/09/24 8917 17
82837 [정치]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한 고용현황 변화 [20] 홍승식9199 19/09/24 9199 0
82836 [일반] 헬릭스미스, 황당한 임상오류 [68] probe15159 19/09/24 15159 4
82833 [일반] [책 소개]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12] sixpig6777 19/09/23 6777 7
82832 [일반] 예수 안믿으면 지옥가고,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간다 [97] 마스터리14166 19/09/23 14166 7
82831 [일반] 의식의 흐름으로 쓰는 모태솔로의 짝사랑...? [18] 아타락시아17187 19/09/23 7187 7
82829 [일반] 오늘 일하시던 실장님께 그만 두시라고 이야기 드렸습니다. [213] 한사영우24950 19/09/23 24950 57
82826 [일반] 온수매트 A/S 덕분에 화병날뻔 했네요.. [15] 헝그르르8316 19/09/23 8316 2
82825 [정치] 박사모와는 다르다 [120] 서양겨자16808 19/09/23 16808 0
82824 [일반] 모태쏠로 친구들 이야기 - 왜 탈출할 수 없는가? [198] RnR20781 19/09/23 20781 10
82823 [일반] [역사] 신앙을 찾아 전재산을 내려놓은 로마 최대의 부호 [4] aurelius9652 19/09/23 965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