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0이 되는 순간, 이란이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면서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으로,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유조선이 공격을 당합니다.(공격은 2척씩, 2차례에 걸쳐 발생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럽 순방 중에 갑자기 독일과의 약속을 캔슬하고 이라크에 날아가고, 시리아에서 철수한다던 미군이 다시 1500명, 1000명 증원되어 중동에 배치되었습니다.
급기야는 한 대에 2000억이나 하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가 이란의 대공미사일에 격추당했습니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제한적 폭격을 지시했다가, 15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예상된다는 소식인지(공식적인 철회 이유), 걸프전 때문에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는지 폭격을 취소했습니다.


#이란 핵합의는 왜 취소되었는가?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룩한 모든 성과를 부정하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이 많이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란 핵합의가 취소된 후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했던 새로운 조건을 살펴보면, 미국이 더 얻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2가지를 더 얻고 싶어합니다.

  - 핵동결이 아닌 핵폐기
  - 범 시아파 동맹의 해체

이 중 범 시아파 동맹의 해체에 대해 살펴보죠. 이건 사실 이란 핵합의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사이드이펙트입니다.
이란 핵합의가 체결되고 이란의 제제가 해제되면서, 이란은 석유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이란에는 '혁명수비대'라는 기존 이란군과는 다른 별개의 군대가 있었고, 저소득나라의 군대가 흔히 그렇듯이 혁명수비대는 다양한 기업체를 거느린 재벌그룹같은 군대였습니다. 그리고 제재 해제로 벌게 된 돈을 이란 바깥에 풀기 시작하죠.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군(시리아 정부 자체는 시아파가 아닌 이슬람 소수종교입니다.), 예멘 후티반군 등등

심지어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정부를 전쟁으로 날려버리고 이라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자유를 찾아준 덕택에 이란과 저 세력들은 육로로 아주 쉽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시아파 민병대에게도 혁명 수비대의 자금이 들어가죠.
그렇게 형성된 이란발 시아파 동맹은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자극받은 두 나라가 점점 긴밀해져가던 사이, 두 나라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대통령이 미국에서 당선됩니다.


# 2017년 한반도 전쟁위기와 비교하면

2017년 한반도 전쟁위기에 비해 2019 이란 전쟁위기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2017년과 달라진 미 행정부내 매/비둘기 지도

2017년에는 미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면 전쟁을 논하는 다른 각료들이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경했죠.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관련 각료들 중 가장 온건한 것처럼 보입니다. 볼튼과 쿠슈너는 대 이란 강경파의 최고봉을 달리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하면 강경한 편입니다.

2. 주변 미 동맹국의 여론

2017년에는 일본, 한국 중 미국의 역내 동맹 중 한국이 강하게 전쟁을 반대했습니다.
북한과 전쟁 시 미군의 증원이나 한반도 내 미국 시민들의 탈출에서 협조를 받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대는 크리티컬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평창 올림픽이 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탈출로를 찾게 됩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 사우디 등 미국의 역내 동맹은 모두 강경합니다. 

전쟁까지는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과 이란과의 화해도 주선할 생각이 없죠.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미국과 이란을 화해시키려고 움직이는 역내 동맹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그리고 2017년과 2019년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세계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위기

한반도를 위시한 동아시아는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세계 제조업 중심지입니다. 그 지역이 전쟁으로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경우 세계 경제에는 큰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죠.(2017 전쟁까지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중동 또한 현대 산업의 쌀인 석유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전쟁은 석유가격을 올려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정작 미국은 세일 가스 덕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나라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중동의 석유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래서 어떻게 될까요?

전쟁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바로 내년이 미국 대선이니까요.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미국인이 좋아하는 중대형 차량에 필요한 휘발유 가격을 올려놓고 선거를 치르고 싶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이란은 북한과는 다르게 지역 패권국 중 하나이고, 위에서 소개한 딸린 식구들도 많습니다. 그 딸린 식구들도 각자 자신의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당장 사우디, UAE와 전쟁 중인 후티 반군의 경우 전쟁의 확대를 바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이렇게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 시민이나 군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리 재선이 걱정되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현재 상황은 외교적인 탈출구도 마땅히 보이지 않고 있죠.
이란은 점점 핵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미국을 압박할 것처럼 보이고요.

오만이나 카타르의 중재 노력이 성공해서 화해의 길을 잡아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