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기로 언급하면서 총리 인선 등과 관련한 공은 이제 야당에게 넘어갔습니다. 이미 청와대는 김병준 카드를 야당의 반대로 철회했다느니, 본인이 갑자기 찾아가놓고선 국회까지 찾아갔는데 야당이 영수회담을 거절했다느니 이정현과 함께 언론플레이 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 시점에서 불안한 점은 이제 박근혜 정부가 표면상으로는 거국내각을 받아들이며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점점 야당이 박근혜 정부를 압박할 카드가 부족해지고있고 오히려 총리 인선을 두고 야당 내부의 갈등만 커질 것 같다는 점입니다.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과 그 핵심 동조인물이 대통령이었다는 희대의 사건은 뒤로 한 채 총리를 누가 할것이냐라는 소모적 논쟁이 계속 되진 않을 지 그러면서 밝혀져야할 중요한 문제들은 뒷전이 되진 않을까 우려가 듭니다. 더군다나 누군가가 총리로 임명이 되고 어느정도 권한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첫번째 문제이고 지금 주로 언급되는 인물들이 김종인과 손학규 등 적극적 개헌론자들이 많아 개헌이라는 또다른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진 않을까 하는 것도 두번째 문제입니다.

87년 6월 이후 이정도로 야당이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야당이 불과 10년전 탄핵 역풍에서 이득을 취했던 입장이니 이번 게이트의 초기 국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더라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2차 사과 이후에는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청와대의 출구전략이 될 수 밖에 없는 거국내각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았어어 한다 보구요. 탄핵을 논하면 자연스럽게 거국내각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보는데 거국 내각을 얘기하다가 이제와서 탄핵을 얘기하긴 어렵죠. 물론 산발적으로 하야나 탄핵얘기를 언급하는 의원이나 대권주자들이 있습니다만 일단 당장 더민주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3대 선결과제나 국민의 당이 이야기하는 해결방안에도 탄핵은 안들어가있습니다.

물론 탄핵이 쉽진 않습니다. 민주와 국민의당이 모두 힘을 합쳐도 비박계 40명을 끌어와야하니까요. 하지만 탄핵은 오히려 야권에게 꽃놀이패입니다. 탄핵안이 발의가 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탄핵안이라는 점에서 10년전과는 다르고 명백히 민주주의를 훼손한 측면이있어 실제로 헌재 통과까지 이끌어낼지도 모릅니다. 또 그 경우 비박계가 탄핵안이 동조하며 이탈 했단 점에서 새누리당의 공멸까지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만약 비박계의 이탈이 이루어지지 않아 탄핵안이 발의가 안된다 하더라도 야권은 그 책임을 새누리에 씌우고 하야 주장이나 거국내각수립에 있어 더더욱 유리한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해 나갈 수 있었을 거라 봅니다.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진행이 되던지 간에 야권이 주도권을 잡는 형태로 가야할텐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