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0/28 13:31:42
Name 인간흑인대머리남캐
File #1 kangwk.jpg (139.7 KB), Download : 65
Subject [일반] 관저 식탁에서의 2시간 강의: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아래 글은 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이 쓴 책 "대통령의 글쓰기 (2014,메디치미디어)" 의 한 대목이라고 하는데,

새삼 요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국과 관련이 있을까요?

---------------------------------------------------------------------------------
관저 식탁에서의 2시간 강의
–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연설문을 준비할 사람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지시내용을 비서실장이 수석에게, 수석은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행정관에게 줄줄이 내려 보내면, 그 내용을 들은 행정관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한 내가 좀 눈이 높거든.”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그런 표현방식은 차차 알게 될 걸세.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문단의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그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서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네.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영토 보다는 땅, 치하 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되네.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중략)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학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설비서실에서 쓴 초안에 대해 단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다.


출처: https://acase.co.kr/2013/12/24/writinglecture27/
(중략 부분은 글이 너무 길어진다 판단해서 두었습니다. 출처에서 그 부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참 빡셌겠다 싶네요. 연설문 정도는 그냥 외주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혹시 인용에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10/28 13:35
수정 아이콘
읽어봤었는데, 정말 좋은 교본이더군요.
nearfield
16/10/28 13: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얻고 갑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종류의 글을 쓸 일이 많이 있을텐데,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린사랑
16/10/28 13:38
수정 아이콘
아 3번 29번

글쓰기를 떠나서 인격적으로 훌륭함이 느껴지네요
아점화한틱
16/10/28 13:41
수정 아이콘
적어둔것도 제대로 읽지도못하는 사람에 비하면 정말 비교자체가 수치네요. 기본적으로 카이사르의 명연설들에도 많이 해당하는 원리들이군요.
써니는순규순규해
16/10/28 13:42
수정 아이콘
http://news.joins.com/article/20781268
그리고 중앙일보에는 특이점이 왔습니다.
아점화한틱
16/10/28 13:55
수정 아이콘
죽은 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궁디팡팡하는군요. 아니다... 고 사마의님 죄송합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군요.
롤링스타
16/10/28 13:43
수정 아이콘
리더에게 있어서 글쓰기와 말하기의 중요성
문과 흥했으면...
강동원
16/10/28 13:45
수정 아이콘
이게 바로 팩트폭행을 넘어선 추억폭행인가요 ㅠㅠ
그립네요
16/10/28 13:48
수정 아이콘
본문에 인용된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연설문을 작성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께 꼭 필요한 책입니다. (저도 이 책 덕분에 인사말씀 쓰기가 한결 수월했네요)
16/10/28 13:48
수정 아이콘
대통령의 글쓰기 좋은 책 입니다. 한번쯤 읽어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글쓰기 전반에 도움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여러 애피소드들이 들어가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cluefake
16/10/28 13:52
수정 아이콘
아..정말 참고하기 좋은 교본이로군요
표절작곡가
16/10/28 13:55
수정 아이콘
에이 연설문은 외주줘서 받아오는건데
잘 모르고 계셨군요~~크크
미나사나모모
16/10/28 14:04
수정 아이콘
연설문 뿐만 아니라 좋은 글쓰기의 표본이 되는 지침이네요...
취업하고싶어요
16/10/28 14:12
수정 아이콘
그냥 굿좀하고 접신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면 됩니다. 지금 높으신분들은 그걸알아요(??)
16/10/28 14:15
수정 아이콘
그립습니다...
Biemann Integral
16/10/28 14:17
수정 아이콘
대통령은 아무나 모시는게 아니네요. 저걸 저렇게 정리하고 알아듣다니..
16/10/28 14:20
수정 아이콘
전부 주옥같은 얘기들이네요. 글쓰기에 엮인 사람으로써 항상 기억하고 실천해야겠습니다.
냉면과열무
16/10/28 14:22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책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 같습니다.
비단 연설문 작성 관련자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예요.

여담으로 개인적으로 이 책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 여의도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퇴근 후 할 게 없어서 직장근처 IFC몰에 있는 영풍문고에 가서 책 읽는게 소소한 재미였는데요.
글쓰기 코너 새로나온 책에 이 책이 있어서 좀 읽어보다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습니다. 당시 글쓰기 책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봉투값도 아까웠던 인턴생활이었던지라 책을 들고 버스에 앉았는데요. 제 옆자리에 앉은 성경을 들고 계신 60대? 아저씨께서 제 책 표지
(표지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잠깐 봐도 될까요? 하셨습니다. 저는 아 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구나 하고 책을 잠시 빌려드렸는데요.
책 앞표지의 저자 약력을 보시고는 쯧쯧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왜.. 라고 혼잣말 하시는게 아니겠어요??(저자는 서울대 출신)
그 때부터 뭔가 기분이 나빴는데.. 스스륵 읽어보시는데 고졸 출신의.. 말만 번지르르.. 이러니 나라를.. 막 이러는거예요. 제 옆자리에서!!!
그러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책을 줄 생각을 안하길래 저 내릴거니까 책 주세요. 이랬던 기억이 나네요.
정치적 성향은 둘째치고서라도 그 책을 막 산 사람이 옆에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 기분이 무척 나빴던 기억이 납니다.

흐흐흐
꽃보다할배
16/10/28 15:14
수정 아이콘
이건 욕이 아니고 칭찬이군요 욕하먼서 책을 놓치지 않는다라 크
F.Nietzsche
16/10/28 14:22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말하기' 두 권 바로 이북으로 샀네요.
사실 말과 글은 평소 사고의 깊이와 철학에서 나오는거라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되는게 아니긴 합니다만...
16/10/28 14:2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너무 수준이 높은 대통령이었네요.
Korea_Republic
16/10/28 14:33
수정 아이콘
이게 원래는 당연한건데......
홍승식
16/10/28 14:52
수정 아이콘
모야. 그냥 작문 교과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 적은거네.
이걸 밥먹으면서 술술 말하다니 진짜 크라쓰가 다릅니다.
유지애
16/10/28 14:56
수정 아이콘
너무 멋지네요. 두고두고 읽어봐야겠습니다
한길순례자
16/10/28 15:26
수정 아이콘
대통령의 글쓰기 읽다가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리워지더군요... 좋은 책입니다.
arq.Gstar
16/10/28 17:22
수정 아이콘
???? 그냥 대리쓰면 되는거 아닙니까?????? 젠장 ㅠㅠ;;;
마스터충달
17/08/13 08:47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다시 봅니다.
33번은 정말 대단한 조언입니다.
이게 되야 좋은 글이더라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236 [일반] 2008년 6월을 기억하며.. [52] StayAway5499 16/10/28 5499 28
68235 [일반] 일베와 신천지와 새누리 [101] 쪼아저씨15115 16/10/28 15115 0
68234 [일반] 조갑제 노인의 논평(제법 제정신) [37] 삭제됨8240 16/10/28 8240 0
68233 [일반] 前 연설비서관 조인근 증권금융 감사, 오후 3시 입장 발표 [75] 마음을잃다9974 16/10/28 9974 0
68231 [일반] 주변반응보니 새누리는 박근혜 못 버리겠네요 [45] 삭제됨9484 16/10/28 9484 2
68230 [일반] 혈우병과 무당 라스푸틴 [16] 모모스201310141 16/10/28 10141 13
68229 [일반] 관저 식탁에서의 2시간 강의: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7] 인간흑인대머리남캐6049 16/10/28 6049 15
68228 [일반] 황제를 위하여(1982), 이문열 [11] 뭐로하지6711 16/10/28 6711 13
68227 [일반] 10/28 갤럽 여론조사 - 10월 4주차 [112] Vesta10675 16/10/28 10675 1
68225 [일반] 잘 나가던 LG V20에 악재가 하나 떴습니다. [65] 삭제됨11194 16/10/28 11194 1
68223 [일반] [정치] 더불어민주당 특검협상 중단, 3대선결조건 내세워 [146] 아우구스투스13445 16/10/28 13445 20
68222 [일반] 터치바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출시되었습니다 [51] 무민7274 16/10/28 7274 0
68221 [일반] <진서> 제기 - 혜제편 [7] 경성아재3311 16/10/28 3311 3
68219 [일반] 독일어독해.... 최순실 관련 10.26일자 기사 [5] 표절작곡가6749 16/10/28 6749 8
68218 [일반] 뻘글 - 거국내각의 총리가 되기 위한 조건 [41] Mizuna7624 16/10/28 7624 4
68217 [일반] 우병우가 시나리오 쓰고있는거 같지 않나요? [42] 삭제됨11842 16/10/27 11842 2
68216 [일반] 세월호 관련 팩트와 의문 [105] 은각12031 16/10/27 12031 9
68215 [일반] 여론 참여 심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65] OrBef5082 16/10/27 5082 10
68214 [일반]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 [32] 삭제됨10292 16/10/27 10292 1
68213 [일반] 압수수색 쇼 [35] 어강됴리8401 16/10/27 8401 5
68212 [일반] 더빙 "지금 그분의 심경" [47] 북텔러리스트9839 16/10/27 9839 84
68211 [일반] 최순실이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를 좀 받을까요? [70] 임전즉퇴8635 16/10/27 8635 5
68210 [일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정종섭 의원의 견해 [28] Marcion7226 16/10/27 7226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