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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01 17:46:38
Name 스타슈터
Subject [일반] "내가 더 잘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야"
어렸을 때는 과정이 어쨌든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수학문제에 왜 풀이가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고, 그냥 답만 맞으면 된게 아니냐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돌아봐도 딱히 그렇게 생각하는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들,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는 나를 현실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과정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과가 나쁘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다고 결과가 좋고 과정이 나빠도 다 인정받는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적절히 잘 포장하기만 해도 대체적으로 결과만으로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정이 좋고 결과가 나쁜 사람들이 같은 선망을 받을 기회보다는 높다고 내 소소한 경험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좋지 않은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힘들때가 많다. 여러가지 어려운 경험들을 해봤지만,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그 결론에 빗대어 다른 사람들이 나의 과정에 대해 들이미는 잣대였다. 학생시절 시험을 망쳤을 때도, 아니면 뭔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도, 사실 나는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그 결과를 예측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과정에 쏟은 노력에 따라 결과를 보기 전에 미리 만족하기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정이 얼마나 좋았든, 과정의 옳고 그름은 결과로써 평가되는게 이 세상의 법칙이자, 암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인생게임의 룰이다. 과정이 얼마나 허술해도 그동안 부정적인 결과가 없었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고,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한번 부작용이 있었다면 그걸로 신뢰는 바닥을 친다.

* * *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이 거하게 뒤통수를 맞은 사건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내가 그동안 그 과정을 지켜온 바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분의 잘못이 아니였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그분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더 잘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야, 그치?"]

난 순간 할말을 잃었다. 뒤통수를 맞는게 언제부터 뒤통수를 맞는 사람의 잘못이 되었을까. 하지만 더욱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은, 그 말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었던 내 자신이였다.

['그렇지. 분명 더 잘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야.']
속으로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내 속은 뒤집어지고 있었지만.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강자들은 굳이 조심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조심히 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이 더 잘났으면 이 모든 문제를 회피하는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난 그 말이 틀렸다고 대놓고 부정할수가 없었다. 왜냐면 회피가 가능했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내가 그 말을 당당하게 부정할 수가 없었다는 점은 너무나도 싫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더 잘나서 이 문제를 회피할수 있었다고 한들, 그렇다고 그게 당신의 잘못이 되지는 않아요. 그 과정을 다 보고 있었던 나와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그 과정은 헛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다음에 맺을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힘내요."]

다행히도 그분이 "그래서 내가 얻어가는 게 뭔데?"라는 질문을 이어서 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내 자신에게 되묻게 된 이 질문은, 그분과 헤어진 후에도 내 머릿속을 맴돌며 새벽 늦게까지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분의 과정을 알아준 사람은 분명 소수일 것이지만, 그분이 얻은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이다. 그 결과만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게 될 그분의 상황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힘을 내라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마디 해주는 것 뿐이였다. 그 억울함과 홀로 싸우고 있는 것이 외롭지 않도록, 혼자가 아니라고 외쳐주는 것 뿐이였다.

분명, 그 과정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는 말해줬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냐면 이 세상이 어떤 법칙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나도 이젠 잘 모르겠다. 부디 다음에는 그 과정을 소중히 여겨줄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 순수한 소망이 짓밟히지 않는 곳에서 새싹을 틔우도록, 속으로 바라고 있을 뿐이다. 요새 일어나는 일들과 겹쳐 보여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런 세상의 법칙을 후대에게 물려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노력의 과정이 무시당하지 않고, 나쁜 결과도 존중받는, 그런 세상이 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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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이없어졌어요
16/06/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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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16/06/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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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6/06/01 18:28
수정 아이콘
[당한사람 잘못이다] 라는말은 자기자신에게는 충분히 할수있고 또 반성이나 자기성찰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사람한테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과정이 중요한것은 그 과정이 결과를 바꿀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중요한것은 맞는데 그 중요한 결과를 위해서는 먼저 과정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거죠.
[fOr]-FuRy
16/06/01 18:29
수정 아이콘
깊이 공감합니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안군-
16/06/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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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현재 이 사회에 깔려있는 불만들의 대부분은 '억울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부터 결정되어버린 빈부차, 성별, 지역... 등등에 따라서 출발지점이 현저하게 다름을 느꼈을 때의 억울함.
부조리와 비리로 얼룩진 자들은 오히려 잘 나가고,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손해로 다가오는 것에 대한 억울함.
노오력을 해도 이미 앞서가있는 자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억울함.
하필이면 헬조선에 태어나서, 이 모든 불리한 조건들을 떠안은 채로 살아가야만 하는 억울함...

그 억울함의 감정이 이젠 증오를 넘어서서 혐오의 감정으로 치닫고 있는게 현재의 상태라고 봅니다.
정치인들과 지도층들이 이것을 인식하고,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억울함의 감정은 복수의 죽창이 되어 그들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는, 안철수씨를 비롯한 '힐링'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의 화두였죠.
그러나... 지금은, 그 '힐링'조차도 허허로운 소리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누구도 '힐링'을 말하지 않아요.
자기계발을 넘어서 힐링으로... 그리고, 그 다음엔 무엇일까...가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아무것도 없을 줄이야...
광기패닉붕괴
16/06/01 18:49
수정 아이콘
재미난건 그 안철수 씨가 이번 지하철 사건에 대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트윗을 했다가 지웠다는거겠죠.
-안군-
16/06/0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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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우;; 그건 몰랐는데... 한때 '청년멘토'의 대표격이었던 사람 맞는지...
16/06/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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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런식으로 해석하나요?
타인의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해먹는거 이제 안 지겹나요?
광기패닉붕괴
16/06/01 21:16
수정 아이콘
그럼 어떤식으로 해석하나요?
위의 글의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이 부분과 다를바 없는 말인데요?
'여유가 있었으면 다른 일을 했을거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말고 다른 뜻으로 해석이 되나요? 저만의 아주 유별난 해석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렇게 해석을 했기에 이 트윗이 문제를 일으켰던거구요. 안철수 쪽에서 해당 트윗을 허겁지겁 지운데는 다 이유가 있죠.
아무 생각없이 저 말을 했다면 할 말을 잃게 만드는거고 좋은 뜻으로 말했다면 아주 멍청하게 말한거죠.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 타인의 죽음을 이딴식으로 밖에 표현 못하는걸 쉴드치는건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게 왜 정쟁의 도구가 되나요? 고인에 대해 모독적인 말을 한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조차 정쟁의 도구라면 앞으로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하든 비판하면 안되겠네요. 정쟁의 도구로 삼는거니까.
16/06/01 21:27
수정 아이콘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을 어떻게 님처럼 해석할수 있는지 전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요.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이 어떻게 너가 못해서 그렇다로 둔갑하죠?
제가 보기엔 좀 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면 저런 곳에 몰리다가 죽음을 당하지 않을수도 있었을텐데 정도로 해석해야 맞는거 아닌가요?
제가 이상한 겁니까?

그리고 트윗을 지운 이유야 당신같은 깨시민들이 죽어라 물어뜯으니까 그런거죠.
도데체 무슨 사고방식으로 저 말을 고인모독으로 생각할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광기패닉붕괴
16/06/01 22:05
수정 아이콘
바로 남을 깨시민으로 몰아가시는거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굉장히 어리둥절한데

'여유가 있었으면 다른 일을 했을거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좀 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면 저런 곳에 몰리다가 죽음을 당하지 않을수도 있었을텐데'

제 말과 퐁퐁님 말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퐁퐁님도 고인이 조금 더 유복했으면 저런 곳으로 몰리지 않았을테고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뜻 아닙니까? 이거랑 제 말이 뭐가 다르죠? 아 제 말이 단정적인가요? 저도 가정법 좀 쓰고 문장을 살짝 바꿔보죠. 뭐.

'여유가 있었으면 저 일을 하다가 죽음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른가요? 대체 뭐가 다른지 좀 말해주세요. 전 능력이 안되서 다른걸 모르겠습니다.
16/06/01 22:11
수정 아이콘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이 말이 어떻게 제가 한 말이랑 똑같은 말인지 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데요.

안철수가 한 말의 의도는 저 청년의 능력을 탓하는게 아니라 청년이 처했던 가난같은 구조적 환경이 좀 더 좋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 라는 뜻인데 이걸 어떻게 너가 이걸 못해서야로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16/06/01 22:28
수정 아이콘
퐁퐁 님의 발언을 더 이해못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이게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 아니면 뭐죠?
착취적 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죽음의 책임을 위험한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에게 돌린 거 아닌가요?
16/06/01 22:35
수정 아이콘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에서 이미 착취적 구조에 대한 개탄이 들어있는거 아닌가요?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사회적으로 저런 일에 내몰리지 않고 비극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보이던데요 저는
16/06/01 22:41
수정 아이콘
퐁퐁 님//
도대체 어디에 착취적 구조에 대한 개탄이 있는 거죠?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덜 위험한 일을 선택했을 거다.
이 말 속에 이미 해당 일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 않나요?
청년이 덜 위험한 일을 선택해도, 다른 누군가가 와서 똑같이 위험한 일을 했겠죠.
덜 위험한 일을 안전한 일로 바꿀 생각은 안 하고, 참사의 원인을 여유, 즉 가난이라는 개인의 재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착취적 구조에 대한 개탄인가요?
그냥 가난하니까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가난을 무시하는 시선이 들어가 있는 것이죠.
저건 착취적 구조에 대해 개탄하는 게 아닙니다.
착취적 구조에 개탄하려면
"근무 환경이 좀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돼야 하는 겁니다.
16/06/01 22:52
수정 아이콘
글밥 님// 그러니까 그 가난이 구조적 가난이라는거 아닙니까?
안철수가 언제 위험한 일을 안전하게 바꾸지 말자고 한 적 있나요?
그리고 안철수가 저런 성명이라도 낼 동안 문재인하고 박원순은 뭘했는데요?
16/06/01 22:53
수정 아이콘
퐁퐁 님//
그리고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청년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선택한 것이다."와 동일한 뜻입니다.
이 말은 "가난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선택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라는 뜻이 되고,
"네가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도 되며
이건 궁극적으로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와 비슷한 뜻이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너' 혹은 '가난'이라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난이란 사회의 부조리한 가난이 아니라 개인이 위험한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개인재산의 문제이기 때문에 착취적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16/06/01 22:56
수정 아이콘
퐁퐁 님//
또한 애초에 저 사고의 원인을 '위험한 일'에서 찾지 않고, '가난'에서 찾는 것도 정말 우스운 발상입니다.
만약 사고를 당한 청년이 가난하지 않아 다른 일을 선택했더라면 또 다른 가난한 누군가가 저 일을 했을 겁니다.
그럼 또 똑같은 참사가 발생했겠죠.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지 의심조차 될만한 트윗입니다.
16/06/01 23:02
수정 아이콘
글밥 님//
"가난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선택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가 어떻게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와 비슷한 뜻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굉장한 악의적 해석 아닌가요?

(사회적으로)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청년이 저런 식으로 내몰리지 않았을거라는 간단한 말을 굉장히 악의적으로 해석하는거 같은데요.

그리고 안철수가 저런 성명이라도 낼동안 문재인 박원순은 어디서 뭘 했나요?
16/06/01 23:05
수정 아이콘
퐁퐁 님//
1. 악의적 해석 아닙니다. 충분히 똑같은 뜻입니다. 그래서 안철수가 비판받는 겁니다.
2. 도대체 여기서 문재인과 박원순은 왜 나오는 거죠? 물타기인가요?
못 알아들으시는 거 같기에 상당히 풀어서 설명했는데... 이상한 프레임 덮어씌우려고 하시네요.
시간 낭비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답글 달지 않겠습니다.
16/06/01 23:11
수정 아이콘
글밥 님// 이게 프레임 덮어씌우기인가요?
전 단지 동일한 잣대로 정치인들을 평가해달라는 뜻이었는데요.

제가 보기엔 악의적 해석으로 보이고 저도 이제 더 이상 이런걸로 왈가왈부하기 싫네요.
연환전신각
16/06/02 10:34
수정 아이콘
퐁퐁 님//
애초에 위험한 일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게 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전제를 깔고 한 말이라 제가 보기엔 개인탓이 아니더라도 문제성 발언같아 버이는데

여유가 있으면 덜 위험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은 그 청년이 여유 있으면 안전한 일을 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입니다

그리고 그 청년이 여유 있어서 안전한 일을 했을 것이고 살아남았을 가정을 하더라도 여전히 여유가 없는 다른 누군가가 위험한 일을 할 것이라는 전제는 달라지는게 없는거죠

그러니까 저 발언은 저 청년이 여유가 없었던걸 안타까워 하는거지 여유 없는 사람들이 위험한 일로 내몰리는 상황을 안타까워 하는건 아닙니다

원래 위험한 일을 하면 그만큼의 수당을 더 받고 더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가난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안전스칙도 안 지켜지는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니 옳은 방향은 가난을 탓하는게 아니라 가난과 무관하게 누가 그 일을 하더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안전이란 가치가 자본논리에 의한 갑을 관계보다 우위에 있었어야 함을 말했어야겠죠

가난 때문에 그런 일 하다 죽었다는 한탄은 가난한 사람이 안전수칙도 지킬 수 없는 위험한 일을 하는건 당연한 일인데 가난한게 잘못이라 그런 일 하다 죽었다는 한탄이 됩니다

가난의 이유를 개인탓으로 돌리는 건지 아닌지는 저 문장만으로 판단하기 미묘하지만 제가 보기엔 가난에 의한 부조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전제 위에 하는 안타까움이라는게 별로로 보입니다
광기패닉붕괴
16/06/01 23:00
수정 아이콘
'여유가 있었으면 다른 일을 했을거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전 이렇게 해석했다고 말했는데요?
저도 고인의 능력을 탓한적 없습니다. 여유가 있었으면을 경제적 여유로 보통 해석하지 않나요? 그래서 안철수가 말한 여유를 그대로 들고 왔을 뿐이며 '결국 퐁퐁님도 고인이 조금 더 유복했으면 저런 곳으로 몰리지 않았을테고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뜻 아닙니까? 이거랑 제 말이 뭐가 다르죠?' 라면서 제 해석이 퐁퐁님처럼 경제적인 문제가 없었으면 다른 일을 했을거라는 말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는데요?

여타 문장 다 무시하고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이 부분과 다를바 없는 말인데요?]
라고 말해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이 말이나 안철수의 말이나 결국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이 부분과 다를바 없다는건데......
["네가 이걸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야" "네가 이걸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이건 개인의 능력에 관한 거고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이건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긴 한데 결국 둘다 개인의 문제로 돌린거죠.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무슨 구조적 문제가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구조적인 문제는 하나도 말하고 있지 않아요. 가난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다 구조적인 문제를 말하는게 아니에요. 그냥 고인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라면서 개인의 경제적 형편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거라고 하는 말이에요.

그냥 아무 뉴스에서 들고온 문장인데 "벌써 세번이나 반복된 스크린도어 수리 참사는 서울메트로측의 무리한 감원과 관리부실 등이 빚은 인재임에도 하청노동자가 돈이 없어서 위험한 일을 선택하다 사망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라고 버젓이 말하고 있는데요? 저만의 독특하고 괴상망칙한 해석이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안철수, 19세 노동자 사망에 “여유 있었다면…” 발언 논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311025011&code=910100 … 좀 거시기하게 들리네요." 이거 진중권의 말인데 진중권도 깨시민인가요? 깨시민 발언이 좀 충격적이라 어떤 인물이 안철수의 말을 비판해야 깨시민 소리를 안 들을까 싶어서 뒤져봤는데 진중권도 깨시민인가요?

하여튼 전 퐁퐁님에게 제 의도를 더 명쾌하게 전달할 능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기에 댓글 다시면 읽기는 하겠지만 이만하겠습니다.
16/06/01 23:0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저런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열악한 일에 내몰리지 않았을거라는 소리 아닌가요?
결국 가난이 저런 위험한 일자리로 청년을 내몰았고 이런 비극적인 일의 원인이 되었다는거잖아요.
안철수가 말을 좀 애매모호하게 한것도 있습니다만 이걸 죽은 청년이 못나서라고 해석하는건 지나친 악의적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중권은 원래 깨시민 대장이죠.
이번 홍대사건에서는 맞는 말 했습니다만
광기패닉붕괴
16/06/02 00:38
수정 아이콘
더 이상 계층 답변을 달 수 없다고 해서 여기다 댓글 답니다.
그만하겠다고 해놓고서 다시 댓글을 다는게 굉장히 구차한 일인건 알지만 깨시민과 해석에 관한게 너무 궁금해서 마지막으로 댓글 답니다.

'구의역 사고로 오늘 논란의 중심에 선 정치인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인데요.
먼저 안철수 대표, 어젯밤에 추모글 썼다 논란되자 지워서 문제가 됐는데요.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는데요. 그러자 '여유가 없으면 위험한 일을 해도 되는 거냐'는 지적들이 나왔었고요.
"본질은 개인적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후진적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건데 이런 걸 지적하지 않았다"는 비판들이 나왔습니다.
논란 일자 곧바로 삭제하고 수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수정을 했냐고 또 비판이 나왔는데…

[앵커]
그래서 썼다 지웠다 얘기가 나온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는 "부모님 마음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던 게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겠다 싶어 수정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43893&pDate=20160531)

남의 말을 빌려와 권위에 의한 비판을 하는 것 같아 정말 싫지만 제 능력이 부족하기에 뉴스룸의 구절을 끌고 왔습니다. 어제자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기자가 나눈 대화인데 손석희도 깨시민이고 해석이 잘못된건가요? 안철수의 말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데요. 답변만 보고 정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16/06/02 01:05
수정 아이콘
제가 기사를 다 봤는데 글로만 봐서는 손석희가 안철수의 말에 대해서 개인의 문제로 돌린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구절은 없네요.
동영상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저 기사내용은 안철수만 언급한것도 아니고 유력 정치인들과 관련해서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쭉 나열한 기사라 전체적으로 비판인지 아닌지도 애매해 보입니다.
스타슈터
16/06/01 18:50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 처럼, 그분이 힐링을 받기를 원하면서도 내심 이 세상에서 과연 그 힐링이 가능할까 싶은 심정에 글을 이렇게 마무리짓게 되었네요.

그저 바라는것 외에 당장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는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카루스
16/06/02 03:20
수정 아이콘
자기계발, 힐링 그 다음은 '증오'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좌우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남녀갈등 등 수많은 갈등 속에서 서로의 증오를 부추기는 것이 요즘 트렌드(?)죠. 씁쓸하지만...
내부적인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한 원초적인 방법으로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증오를 유도하는 통치기법은 꽤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인권을 상승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성 인권을 추락시켜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상승된 것처럼 눈속임 하는 것이죠.
정치경제학
16/06/01 18:42
수정 아이콘
위로할거면 돈으로 주세요 흐
스타슈터
16/06/01 18:48
수정 아이콘
돈으로 위로에 보탬이 되는 문제라면 저도 늘 주는 습관이 있습니다만, 이번 일은 아쉽게도 힘내라는 말 외에 해줄수 있는게 없더군요. 그래서 더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ㅠㅠ
정치경제학
16/06/01 18:58
수정 아이콘
아! 본문의 내용하곤 크게 상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위에 자기계발/힐링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스타슈터
16/06/01 18:59
수정 아이콘
크크 괜찮습니다 글에서 쓸까 하다가 놓친 부분이기도 해서요!
재활용
16/06/01 18:53
수정 아이콘
이치에 맞지 않는 규율권력의 내면화를 일상적으로 접한다는게 슬픕니다.
요즘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보도를 보면서 인간이라는 그릇에 맞지 않는 뭔가를 쑤셔넣으니
그렇게 무언가를 억지로 집어넣으면 엉뚱한 곳에서 삐져나오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MoveCrowd
16/06/01 19:1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이게 '누군가는 이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성공-권력,명예,돈-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일단 성공하고 나면 본인은 이 시스템에 잘 적응해서 올라왔다고 느끼기 때문에 근원적 문제에 접근하길 은연 중에 거부하게 되는 겁니다.
심하게는 '나는 이렇게 힘들어도 성공했는데 너네는 왜 징징대냐'라는 생각은 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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