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동정의 대상이 될 정도로 안타까운 처지였습니다. 국민의당이 빠져 나가면서 일여다야 구도가 벌어진 대다가 텃밭이라고 불리던 호남의 민심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한때는 그야말로 “80석만 되어도 다행이다”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총선 결과는 대반전이 벌어져서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원내 1당이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총선 후 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급똥이 마려워 화장실 찾을 때와 마침 들어간 화장실에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하고 나온 후의 심정은 좀 달랐던 걸까요?

포문은 정청래 의원이 열고 있네요. 정 의원은 연일 당 지도부,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날선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 의원의 발언들을 요약해 보면

"이번 총선 승리의 1등 공신은 문재인...김종인은 오히려 더 큰 승리의 걸림돌이 되었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추대는 절대 불가...민주적 절차에 따라 경선을 치러야 함..."

"비리전력으로 감옥 갔었던 사람(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지칭)이 당대표 자격 있나?..."

"사심 공천한 5인이 있다..."

정도입니다.

정 의원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손혜원 당선자: "정 의원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하고 있다.") 김부겸 당선자 ("당내 강경파가 실력보다 큰 정치적 후광을 누려왔다.")처럼 반박하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어제는 이해찬 당선자가 복당신청을 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잘못된 정무적 판단에 대한 사과를 받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대응 했습니다.

총선 전에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갈등의 씨앗들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당이 시끄러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선 전 100석도 어려울 것 같다던 더불어민주당...뜻하지 않던 승리에 도취된 것일까요?...아니면 정 의원 말대로 더 나은 당이 되기 위해서 당장은 시끄럽더라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는 모습일까요?...더불어민주당이 불거져 나오는 당내 갈등들을 어떻게 수습하고 지지자들의 소망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