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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7 10:46:27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19624370
Subject [일반] 샌더스 후보의 의료개혁 고찰: 중산층 연대가 가능할까? 2

크루그먼의 등장과 샌더스 지지자들의 대응

 

한편 Vox에서 Thorpe의 샌더스 의료개혁에 대해 분석 기사를 내던 비슷한 시점(2016년 1월 말)에 폴 크루그먼 교수(NYT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샌더스 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보였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Vox 기사(위 Vox 기사 이전의 원론적 수준의 비판 글을 담은)의 분석처럼 샌더스 안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무시하고 낮은 세금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공화당에서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비판하였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사람들이 샌더스의 급진적 변화에 열광하는 것은 그가 미국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정직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실제 이슈를 외면하려고 한다면 그의 입지를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가 샌더스의 의료개혁에 비판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샌더스 의료개혁을 지지하는 이런 글들 대다수가 크루그먼이 진보진영을 배신하고 클린턴 후보를 밀고 있다는 진영론과 샌더스 후보의 진실됨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벗어나 Thorpe 교수가 지적한 숫자의 불일치에 대해 진지한 대응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크루그먼이 클린턴 후보를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크루그먼이 1월 28일 블로그 끝에 지적한 대로 숫자에 대한 의문 제기에 대해 그 동기를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샌더스 후보의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은 진보 후보에 대해서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피해 의식 속에 크루그먼을 공격하는 지지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 같습니다.  

 

* 크루그먼 칼럼니스트의 관련 블로그 글 모음

[]" class="content_image" src="http://www.motherjones.com/files/blog_gallup_uninsured_2015_q1.jpg" alt=""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width: 0px; cursor: pointer; vertical-align: top; max-width: 728px;">

 

특히 아래 그래프처럼 공화당 주지사 지역의 오바마케어 혜택은 매우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민주당 지역과의 체감도 차이가 매우 큰 편입니다.

 

* 비보험 미국인 비율 추이(공화당 지역, 전체 성인, 민주당 지역)

 

비록 합법으로 결론이 나고 최대 1,700만 명정도가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시행시기가 점점 지체되고 전산 장애가 맞물리고 특히 공화당의 반대 여론 몰이 등이 거세지면서 사람들의 만족도는 생각만큼 커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 오바마케어 지지도 추이(2015년 봄에는 찬반이 팽팽했음)

 

급기야 2014년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다른 이슈와 달리 공화당 후보들의 반오바마케어 캠페인에 대해 아예 무시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한마디로 오바마케어가 인기가 없다는 것을 민주당 후보들도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2014년 중간선거 중 후보들의 이슈별 언급 빈도(오바마케어에 대해 공화당은 반대 선전을 활발히 수행하였으나 오바마케어 지지 선전은 거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바마케어에 참여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점입니다. 최대 보험사인 UnitedHealth의 경우 2015년 오바마케어 프로그램으로 인해 7억 2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했을 정도입니다. 

당초 복수 보험사가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보험료를 인하시킨다는 목적과 반대로 현실은 보험사가 큰 손실을 보고 관련 사업을 안 하겠다고 떠나는 형국이고 남은 보험사들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보험료를 대폭 올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 주요 지역의 2015-2016 기간 동안 보험료 변동률 추정 비교 

http://www.ft.com/intl/cms/s/0/d8b606b6-c3ea-11e5-b3b1-7b2481276e45.html

 

샌더스 후보의 야심찬 계획에 비해 규모도 초라하고 진보성도 낮은 오바마케어의 안타까운 운명을 보고 샌더스 후보의 단일보험자 의료보험 도입이 터무니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샌더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다면 선동적 공격은 물론 관련 학자들의 진지한 물음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숫자로 답변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레이건 이전 시대로의 복귀가 가능할까?

 

아래 그래프는 Vox가 샌더스 후보의 여러 공약에 대해 필요한 재원을 추산한 증세 내용입니다. 물론 Vox가 반 샌더스 진영에 속해서 편파적 기사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숫자로 아래와 같이 증세율을 정리했다면 이 수치가 맞는지 혹은 터무니없는지는 구체적 숫자로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아래 도표는 각 임금 수준별 샌더스 공약의 세금 부담을 소득세(income tax)와 사회보장 비용이 포함된 임금세(payroll tax)로 각각 구별하고 있습니다. 

샌더스 안에 따르면 소득이 231,450 달러까지는 소득세는 2.2%만 증가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세금 대부분은 임금세입니다. 물론 샌더스 캠프 담당자 말대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더 깎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닌 경우입니다.   

 

* 샌더스 공약에 따른 소득세 인상 정도

 
* 자본이득세 인상 정도

http://www.vox.com/2016/1/22/10814798/bernie-sanders-tax-rates

  

샌더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그 정치적 공약이 모두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공약안이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11월 대선까지 온갖 토론회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공약의 숫자들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샌더스 후보가 진정성으로 승부를 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율만 보면 샌더스 후보가 추구하는 사회는 적극적으로 세금을 낮춘 레이건 시대 이전과 유사해 보입니다. 1964년까지 소득세 최고 세율이 90%에 이르렀던 상황에서도 미국의 패권은 유지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노르딕 나라들을 포함하여 80-90%가 넘는 최고 세율을 유지하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제시한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은 64.2%에 이르고 있는데 이 수치는 1차 대전 중 잠깐 동안을 제외하고 미국 역사에서 존재한 적이 없는 세율입니다. 

증세의 정당성이 무엇이든 레이건 시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할하게 만들었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세계 정상들과 합의하여 동시에 세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면 자본의 이동과 자국민의 이주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고는(막는다면 더 심각해지겠지만) 공약안 대로의 증세 효과를 얻기는 힘들 것(올랑드 대통령이 최고 소득세율을 75%로 일방적으로 올렸던 것 처럼) 같습니다.    

 

* 미국의 소득세,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 변화 추이

 

 

특히 미국 중산층들은 비록 경제적 불확실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의료보험 혜택을 현 세율로 보장 받았는데 딱한 처지에 내몰린 존 아저씨와 연대하기 위해 세금이 20%나 증가함에도 이전보다 수준이 낮은 의료보험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믿고 샌더스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평시에는 어떤 대통령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스웨덴 사민주의 체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1932년 사민당의 집권은 점진주의와 포용적 계급 타협 속에 가능했던 것이지 대공황의 혼란 속에 소비에트 혁명만을 추구한 볼셰비키들 덕분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크루그먼 교수까지 문제 제기를 한 상황이니 샌더스 후보측의 충실한 답변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제글 작성 이후 샌더스 캠프의 Thorpe 교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발표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에 대한 본격적 공방전이 진행되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 후 논란에 대해서는 다음에 정리해 볼까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dollarsandsense.org/Friedman-response-to-Thorpe-paper-02051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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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탄 초인
16/04/17 14:45
수정 아이콘
글을 읽어보면 결국 시작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피잘에서 읽은거 같긴한데 처음에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을 계획하다가 흑인이랑 백인이 같은 병원에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사보험화 됐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거 같네요... 미국도 뿌리깊은 인종 차별이 이렇게 스노우볼로...
santacroce
16/04/17 14:57
수정 아이콘
미국의 의료보험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해서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 의사들이 자신들의 서비스 가격을 자기가 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의료보험은 그 역사적 맥락이 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백마탄 초인
16/04/17 15:04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이 났는데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라는 책에서 인종 차별로 인한게 가장 컸었다라고 했던거 같네요.. 미국의 자유주의적 성향을 생각한다면 santacroce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Lich_King
16/04/17 17: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소득세와 자본이득세등 세금의 상승이 실질적으로 국가 재정 건정성과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또는 요즘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 양극화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글이 보고 싶네요!
16/04/18 00: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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