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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0 19:44:07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396211057
Subject [일반] 룰라는 타락했는가? 브라질의 비극
오늘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발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라질에 대해서는 여러 편의 글을 써왔는데 룰라의 기소를 계기로 룰라와 노동자당의 부패에 촛점을 둔 정리 글을 올려봅니다.
2015년 봄부터 썼던 글들 중 필요한 부분만 발췌한 것이다 보니 연결과 시점이 다소 어색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통령 룰라의 기소

브라질 정국이 검찰의 페트로브라스 부패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점점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방금 전(한국 시각 2016.03.10 9시경) 브라질 검찰은 전 대통령인 룰라를 돈 세탁과 고급 리조트의 불법 소유 혐의로 기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3월 4일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일시 구금이 이루어졌는데 검찰은 나름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했다고 자신(?) 하는 것 같습니다.
룰라에 대한 주요 혐의는 페트로브라스 발주 건설을 카르텔을 형성하여 독점적으로 수주한 브라질 대형 건설사들의 뇌물이 룰라의 부인 마리사와 룰라 재단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과 아래 사진에 있는 고급 리조트를 건설사 OAS로부터 뇌물로 받아서 소유하고 있다는 혐의입니다.
현재 룰라 재단에 페트로브라스 관련 대형 건설사들이 기부한 돈은 약 8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 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의심하고 있는 Guaruja의 펜트하우스 사진


* 내부 구조(652 평방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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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룰라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치적 탄압에 맞서 2018년 대선에 후보로 다시 나설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 룰라 전 대통령

 

2012년 브라질 연방경찰은 돈세탁 사건을 수사 중에 Tower Gas Station(한때 세차장으로 사용되어 작전명이 세차작전이 됨)의 소유주를 감시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도청 중 우연히(?) Youssef의 대화가 청취되었습니다. 

 

* 스캔들의 한가운데 있는 Alberto Youssef: 그는 수감되면서 내가 입을 열면 공화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다고 합니다.

 

경찰은 Youssef의 휴대폰을 도청하기 시작하는데 Youssef는 당시 이미 최소 5번 이상 체포된 경력이 있었습니다. 그의 죄목은 전자제품 밀수부터 횡령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5번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Youssef는 감옥에서 15개월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Youssef는 원래 파일럿으로 세금이 싼 파라과이에서 전자제품을 밀수해 들여왔는데, 당시 파일럿 출신으로 하원의원이 된 Jose Janene와 친분을 쌓게 됩니다. 

2006년부터는 Janene 의원이 다리를 놔서 Youssef는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에 간여하기 시작합니다. 

Youssef와 세차작전의 수사를 맡은 검사들은 9명에 이르는데 책임자는 35세 Deltan Dallagnol라는 검사였습니다.

이 젊은 검사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22세에 검사가 된 수재로 Youssef를 형기 감량을 대가로 구슬려 협조를 받기로 합니다. 

 Youssef가 털어놓은 사건의 규모는 수사진의 상상을 넘는 것으로 당초 예상의 100배를 넘는 규모의 초대형 스캔들로 커졌습니다.

 

* 수사책임자 Deltan Dallagnol 검사

  

페트로브라스 부패의 구조적 특징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미래전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한때는 시가총액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기업이었으며 대략 브라질 GDP의 10%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페트로브라스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넘어 브라질인들의 자존심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바르가스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를 설립하면서 '석유는 우리 것이다.' 라는 구호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트로브라스는 그 규모에 걸맞게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을 설비 확장 등으로 지출하고 있었는데 원래 이 계약들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 전인 2004년부터 업체들 간 경쟁이 갑자기 멈추고 담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룰라의 노동자당 집권과 맞물려 있습니다.)

업체들은 카르텔을 만들고 사전에 담합으로 다음 계약을 누가 따갈지 결정했는데 당연한 결과지만 승자의 이윤은 경쟁 시절보다 증가했습니다. 이 카르텔은 자신들을 클럽이라고 불렀는데 2006년까지 16 멤버가 카르텔에 있었습니다. 

브라질 대형 건설사들인 Odebreht와 Correa가 멤버로 카르텔에 속하였습니다. 

멤버들은 스포츠 토너먼트 형식으로 다음 계약자를 뽑았는데 이렇게 정해진 승자의 입찰을 페트로브라스 내부의 협조자들이 뒤를 봐주면서 카르텔 멤버가 페트로브라스의 거의 모든 계약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카르텔은 페트로브라스의 중역들인 내부 공모자들에게 계약 금액의 1~5%를 뇌물로 제공하였습니다. 

페트로브라스내 공모자들은 받은 뇌물의 일부를 정치인들에게 뿌렸는데 그 대상은 노동자당을 포함한 6개 정당의 50여 명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방식은 돈 세탁이 필수적이다 보니 카르텔과 내부 공모자들은 중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다음 이 회사를 경유하여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Youssef가 이 돈을 나누어서 정치인들에게 제공하는 배달 책임자였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실제 돈을 배달한 배달책은 옷안에 비밀 공간을 만들어 연간 수백 차례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한 배달책은 50만 유로를 전달한 것으로 기록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Youssef는 총 4억 4천4백만 달러를 외국은행에 송금했으며 2011~2014년 사이에는 3,500여 회에 걸쳐 거래를 했습니다. 

한편 송금 배달이 늦어지는 일이 많다 보니 Youssef는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불만을 처리하느라 점점 일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합니다. 경찰이 그의 전화를 도청했을 때도 그는 배달이 늦어진 정치인의 불만을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페트로브라스는 상장 공기업으로 51% 주식을 정부가 소유했는데 다수 중역들은 선출직 공무원 덕분에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이 브라질 사람들을 경악시킨 것은 부패 자체 보다도 그 스케일이 남달랐기 때문인데, 2014년 12월 전 페트로브라스 직원이었던 Pedro Barusco는 자신이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액수가 1억 달러였습니다. 

2015년 2월 바루스코는 몇 년 동안 집권 노동자당에 흘러들어간 돈이 2억 달러라고 말하면서 브라질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캔들의 전개: 경제적 측면

 

이 스캔들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물 액수만 해도 20억~30억 달러 정도에 이르면서 실제 페트로브라스가 입은 손해액은 추정치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Youssef는 페트로브라스 돈세탁 혐의로 2014년 3월 수감되면서 내가 불면 공화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협박할 정도였습니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는 3천 달라 짜리 와인, 롤렉스 시계, 요트, 헬리콥터, 매춘부 등 모든 종류의 부패 도구들이 총 망라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캔들은 페트로브라스의 여러 사업을 멈추게 함으로써 브라질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6년 전 페트로브라스는 리우데자이네루 북쪽에 석유화학공장 Comperj를 건설하려고 하였는데, 당초 61억 달러가 소요될 이 건설은 계속 지체되어 예산이 500억 달러까지 커졌으나 이번 스캔들로 건설이 백지화되었습니다. 덕분에 수천 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어야 했으며 4개의 건설회사가 파산하였습니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브라질 최대 전력 공기업인 일렉트로브라스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브라스는 44억 달러짜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었는데 여기에도 뇌물 커넥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페트로브라스 직원은 86,000명으로 비록 극소수만 스캔들에 간여하였으나 한때 3천억 달러 근처였던 페트로브라스의 시가총액은 10년 전으로 후퇴하여 전성기의 1/6 수준인 500억 달러(2015년 4월 기준)까지 하락하여 브라질 경제에 큰 주름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 페트로브라스의 주가 추이


 

* 주요 에너지 기업의 부채 규모(페트로브라스의 부채는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스캔들의 전개: 2명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그리고 하원의장(2015년 9월 시점)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그 막대한 규모와 브라질 경제에서 페트로브라스가 차지하는 위상으로 경제적 충격도 크지만 사실 정치 스캔들로 인한 충격이 더 커 보입니다. 실제로 S&P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경제 정책의 문제보다 정치적 실패를 더 크게 고려하였다 밝히고 있습니다. 

당장 이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만 해도 2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를 받았으며 현직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고 현직 대통령의 탄핵의 프로세스 개시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하원의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우선 콜로르 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올라 가택 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0년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된 콜로르는 룰라와 맞붙었던 선거에서 빗자루를 들고 나와 자신의 청렴 의지를 강조했던 인물입니다.

 

콜로르 대통령은 집권 후 대통령 궁을 거부하고 사저에서 살았는데 당시 250만 달러의 돈이 그의 사저를 꾸미는데(8개의 인공폭포가 있는 가든 오아시스 수리 등으로) 사용된 것이 1992년 문제가 되어 결국 탄핵되었습니다. 

당시 콜로르 대통령의 탄핵은 선명 야당으로 깨끗한 정당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노동자당이 주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콜로르 전 대통령은 탄핵을 받았음에도 다시 정치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을 통해 그의 수뢰 혐의를 벗을 수 있었고 자신의 고향에서 상원의원으로 재기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콜로르는 2003년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의 집권 파트너가 되었으며 협력은 호세프 집권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 다시 한 번 콜로르가 연루되면서 수사진이 그의 사저(이전에 문제가 된 바로 그 집)를 수색했을 때,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가 발견되어 압수되었으며 총 700만 달러 정도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지지율이 80%를 넘기며 세상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대통령이었던 룰라 전 대통령도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페트로브라스 수사진은 2003년에서 2010년 브라질을 통치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허락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그의 재임 시절 노동자당의 연립 파트너 중 소규모 정당 PP당의 요청으로 부패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페트로브라스 내부 협력자인 Costa를 페트로브라스 중역에 앉히기 위해 페트로브라스 CEO인 Dutra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룰라에 대한 조사는 분명 그의 개인적 명예와 노동자 당의 평판에 큰 흠집으로 남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룰라의 후계자로 2014년 10월 재선에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의 운명이 더 불확실해지는 것입니다. 

 

* 연방수사관의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인 룰라 전 대통령

Former Brazilian President (2003-2011) Luiz Inacio Lula da Silva gestures during a meeting with the Workers' Party (PT) members in Sao Paulo, Brazil on March 30, 2015 AFP PHOTO / Nelson ALMEIDA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집권 시절 페트로브라스의 이사회 의장을 줄 곧 맡았으며 나중에는 페트로브라스를 관할하는 에너지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경력으로만 보면 호세프 대통령과 페트로브라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호세프 대통령 본인이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지만 젊어서 공산주의 무장게릴라 활동을 한 전사였으며 군사정권의 혹독한 고문에도 동료 이름을 발설하지 않던 호세프 대통령의 인생 여정을 보면 뇌물을 직접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그러나 룰라의 사례처럼 자신의 치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해 이런 부패 커넥션을 눈감아주거나 또는 방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페트로브라스의 검은 돈이 호세프 대통령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태가 점점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것은 하원의장 쿠냐 기소입니다. 

쿠냐는 브라질 최대 정당이자 호세프 정권의 연립 파트너인 PMDB 정당의 핵심 지도자로 쿠냐는 자기가 수뢰 혐의를 받는 것이 호세프 정권의 음모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 절차의 개시를 선언할 수 있는 하원의장으로서 탄핵 찬성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브라질 의회의 구도는 작년 2014년 10월 선거에서 전체 512석 중 노동자당(PT) 70석(13.65%), PMDB 66석(12.87%), 제1야당인 PSDB 37석(7.21%) 순이었으나 2015년 5월 현재 PMDB 67석, 노동자당 63석, PSDB 53석으로 PMDB가 1당이 되었습니다.  

호세프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부통령을 맡고 있는 PMDB 소속의 테메르가 당초 연정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다가 쿠냐 하원의장이 8월 말 기소되자 호세프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점입니다. 

테메르 부통령은 자신이 그동만 맡았던 의회와 정부의 교섭창구 자리를 사임하겠다고 8월 말 발표했으며 다음 2018년 대선에서는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이로써 호세프 대통령은 의회와 자신을 중재해 줄 조정자를 잃으면서 의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부통령

Brazilian President Dilma Rousseff (R) and Vice-President Michel Temer attend the launching ceremony of the Investment Program in Energy at Planalto Palace in Brasilia, on August 11, 2015. Analysts say Brazil's once booming economy suffers deep underlying illnesses, notably the massive corruption scandal unfolding at national oil company Petrobras and rippling across other top companies and into political circles. It is also on the brink of recession. According to a recent poll that put Rousseff's approval rating at eight percent, she is now Brazil's most unpopular democratically elected president since a military dictatorship ended in 1985. AFP PHOTO / EVARISTO SA (Photo credit should read EVARISTO SA/AFP/Getty Images)


노동자당은 왜 타락했는가? 연립-대통령제라는 기묘한 시스템의 유지비용

 

작금의 문제를 노동자당의 타락으로 볼 수도 있지만 브라질의 정치 시스템을 보면 보다 구조적 문제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노동자당의 타락은 사실 룰라의 힘겨운 집권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임에도 매우 독특하게 연립정권의 형태(coalitional presidentialism)입니다. 

군소 정당의 난립 속에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는 의회의 과반을 얻기가 매우 힘든 구조이다 보니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 혼자의 힘만으로는 법안 처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노동자당의 인기는 항상 룰라 개인의 인기에 미치지 못하였는데 룰라 집권 1기의 경우 하원 의석 513석 중에서 노동자당은 과반인 257석의 반도 안되는 91석을 차지하였습니다. 

상원 전체 81석 중 노동자당의 의석은 겨우 14석입니다.  

전임 카르도주 정권에서도 집권당인 PSDB 당의 의석 비중은 과반 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당시에는 다른 당 의원을 입당시키는 방법으로 간신히 과반 가까이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카르도주 1기 정권 기간인 1995~1998년 사이 230명의 의원이 당적을 옮겼을 정도로 권력을 쫓은 철새의 대이동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당은 기존 정당과 달리 소속 의원들에게 당에 대한 높은 수준의 충성을 요구하다 보니 노동자당으로 이적을 하려는 의원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3~2006년 사이에 단 두 명의 의원만이 노동자당에 입당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당은 집권 이후 많은 군소 정당들과 연립을 해야 했고 그 수가 무려 10개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제 아래서 연정이란 것이 좀 낯설기는 하지만 브라질 사례처럼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노동자당이 연정의 명분에 걸맞게 장관의 자리를 나눠야 하는 것을 꺼려한 것입니다.  

룰라의 오른팔이었던 지르세우는 PMDB 당(나중에 호세프 정권의 핵심 파트너가 됨)을 연정에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그 대가로 이권이 많이 있어 핵심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교통부 장관과 지역발전부 장관 자리를 넘겨주려 하였으나 노동자당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초기 내각에서 노동자당은 거의 모든 주요 장관 자리를 독차지하였습니다. 

룰라는 다른 연정 파트너들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2만 개의 기존 자리에 2,700석의 정부 지원 공직을 더 만들어 이들에게 나눠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당의 인기가 높지 않다 보니 파트너 정당은 점점 늘어 호세프 정권에 들어서는 무려 17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치이념적으로 노동자 당과 거의 관련이 없거나 반대인 세력을 단지 다수표를 얻기 위해 묶어두기 위해서는 결국 공직 자리를 알선하거나 다른 당근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노동자당의 타락이 본격적으로 노출된 것은 룰라 집권 1기 말인 2005년의 멘살라웅 스캔들이었습니다. 

 

멘살라웅(Mensalao) 스캔들

 

2005년 중순 룰라 정권의 연립 정당 중 하나인 PTB 당 대표 제페르송(Jefferson) 의원의 대리인이 뇌물을 받는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됩니다. 동영상 공개 후 궁지에 몰린 제페르송은 신문 인터뷰에서 자신과 PTB 당 소속 12명 의원들이 그동안 룰라 정부의 입법안을 지지하는 대가로 노동자당으로부터 의원당 매달 12,500 달러씩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제페르송은 이 돈을 월급(mensalao, 영어로는 stipend)이라고 불렀는데 그래서 사건 이름이 멘살라웅(멘살렁?)이 되었습니다. 

멘살라웅 스캔들은 소수 여당인 노동자당이 연립 정당의 지지표를 얻어내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금전을 살포한 것을 지칭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돈이 얼마나 많은 의원들에게 뿌려졌는가 였는데 이어지는 조사는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듭니다. 

  

* 2005년 중순 공개된 제페르송 부하의 뇌물 수수 동영상 중 일부 



제페르송의 폭로로 의회에서 조사 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이런저런 추가 증언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습니다. 한 중소정당 정치인은 노동자당이 원래 1천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실제로 2백만 달러만 줬다며 억울해하였습니다.

특히, 노동자당 대표의 형제 한 명이 상파울루 공항에서 멘살라웅 스캔들과 관련하여 체포되었는데 체포당시 속옷에 10만 달러 수표를 숨겨놓고 있던 것이 발각되면서 막장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 아래 자료는 노동자당 대표 동생인 Jose Genoino가 상파울루 공항에서 10만 달러 수표를 속옷 속에 숨겨둔 채로 체포된 것을 풍자화한 것입니다. 



막장으로 치닫는 멘살라웅 스캔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당에서 제휴 정당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 중간에 있었던 광고인 발레리오의 전 비서 소마기오(Somaggio)가 폭로전에 동참한 것입니다. 소마기오는 발레리오가 개인 비행기 편에 돈이 가득 담긴 서류 가방들을 실어 날랐다고 증언했는데 일약 스타가 된 그녀는 또 다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바로 그녀의 미모를 알아본 플레이보이지 브라질 판에 모델로 데뷔한 것입니다.  

제페르송의 의회 증언이 있고 나서 이틀 후 노동자당을 이끌며 룰라 대통령을 보좌하던 핵심 측근 10여 명이 대거 자리에서 사퇴합니다. 룰라의 오른팔로 비서실장이었던 지르세우도 멘살라웅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만둡니다.  

 

* 권력을 잃고 물러나는 비서실장 지르세우.

 

사법당국은 지르세우를 비롯한 30여 명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였고 하급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선고 되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사법시스템이 원칙적으로 최종심 유죄 선고까지 무죄로 간주하는 이탈리아 사법제도와 비슷하다 보니 부패정치인들이 극악한 조건의 브라질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 재판에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는 것도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멘살라웅 스캔들은 그동안 기존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에서 자유롭다고 알려진 노동자당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합니다. 그나마 룰라 대통령까지 사태의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이 노동자당으로서는 다행일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컸던 지르세우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증언을 하면서 룰라는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테플론(teflon)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습니다.  

노동자당의 반대자들은 멘살라웅 스캔들로 혼자 고고한 척하던 노동자당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노동자당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노동자당의 고위 인사인 델가도는 야당 의원 100여 명을 노동자 당과 제휴하고 있는 중소정당으로 이적하도록 독려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노동자당은 다른 정당이 운영비를 조달하는 수단인 기업 등 민간으로부터의 후원금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스스로 이권에 개입하여 자금을 마련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노동자당 소속 지자체 단체장이나 중앙당 고위 간부들은 복권사업이나 여객 운수권 등 인허가에 개입하여 이를 매개로 정치자금을 수수하였고 이를 당의 별도 계정에서 관리하였습니다.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같은 부패지만 좌파의 부패는 모럴 해저드에 기인한 우파의 부패와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브라질 좌익게릴라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은행강도와 요인 납치였던 점을 상기하면 지르세우 같은 완고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본주의적 질서를 꼭 지켜야할 가치체계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주의 무력 혁명이 이제 자기정당의 영구집권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상파울루 인근 소도시의 노동자당 출신 시장이 금전문제로 납치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는 노동자당의 금전문제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한편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부패가 비단 노동자당 집권 시절에 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반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임인 카르도주 시절에도 재선을 위해 개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당 의원들에게 금전을 살포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설사 카르도주 정권에서 의원 표 매 집행위가 있었다고 하여도 이 것이 기존 정치인들을 사리사욕에 물든 퇴물들로 간주하며 고매한 도덕성을 늘 자랑으로 여겼던 노동자당의 땅에 떨어진 명예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룰라는 자신의 오랜 동지이자 룰라 정권의 실질적 기획자였던 지르세우가 실각하자 에너지 장관인 호세프를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합니다. 지르세우의 몰락은 자연히 양대 참모였던 팔로시 재무장관의 입지가 커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예상보다 팔로시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팔로시도 멘살라웅의 유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팔로시는 브라질리아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고발당하여 2006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멘살라웅 스캔들로 룰라는 결국 오른팔과 왼팔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나마 호세프를 후계자로 발굴하여 노동자당의 집권을 이어갔지만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다시 한 번 노동자당과 룰라를 벌거벗겨 버렸습니다. 

어쩌면 현재 노동자당이 겪는 위기는 멘살라웅 스캔들을 구조적 개혁의 계기로 삼지 않고 핵심 측근의 숙청으로 얼버무린 것에서 비롯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대대적인 반부패 및 호세프 대통령 탄핵 시위와 친노동자당 시위

 

브라질 사람들은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이 실제 처벌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권력자들과 고급 공무원들의 부패 혐의는 콜로르 전 대통령의 재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에게는 피자파티로 끝나는 것("It always ends with a pizza party.")을 수차례 목격해 왔습니다. 즉, 교도소를 가지 않게 된 유력자들이 피자를 주문하며 이를 축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브라질 사법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상류층에 대한 특혜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브라질 사법시스템은 이탈리아식 사법시스템의 흔적으로 모든 상고가 완료될 때까지 피고가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등은 재판을 무한정 오래 끌면서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설사 유죄로 확정되어 교도소에 가는 경우도 열악한 시설과 처우로 악명 높은 브라질의 일반 교도소가 아닌 별도 시설에 수용되는 특권을 누린다고 합니다.  

결국 2014년 월드컵 때로 나타났던 경제난에 대한 민심 이반은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 급격히 커지면서 2015년 3월 15일 160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폭발했습니다. 반정부 시위대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는데 8월 들어서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3월 상파울루 시위 모습

massive brazil protest march

 

* 또 다른 베네수엘라가 되고 싶지 않다는 시위대의 푯말

Protester in Sao Paulo

http://www.bbc.com/news/world-latin-america-31899507

 

* 탄핵 시위대는 171번호의 죄수를 자주 들고 나왔는데 171은 브라질 슬랭으로 사기꾼을 지칭합니다.


1992년 8월 16일 콜로르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 탄핵 시위의 23주년을 맞은 2015년 8월 16일 60만 명의 시위대가 다시 거리에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대 중 일부는 3월 시위 때에 이어서 노골적으로 군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 급기야 군부의 개입(쿠데타)을 호소하는 반정부 시위대 

Figure 1: Protesters in São Paulo Plead for a Military Coup, March 15, 2015 (Source: Nelson Almeida / AFP)

 

* 군부개입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그러자 2015년 8월 20일에는 룰라-호세프 정권 시절 가족기금 등 여러 복지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빈곤층과 노동자당(PT) 지지자들, 그리고 전통적으로 무장투쟁도 마다하지 않던 무토지노동자운동단체(MST) 등이 거리에 나와 호세프 탄핵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 8월 20일 호세프 지지 시위대

Members of social movements, unions, and left parties march in Sao Paulo in support of President Dilma Rousseff on August 20, 2015.


맺음말을 대신하여

 

얄팍한 브라질 정치 경제에 대한 지식이지만 브라질 정치의 질곡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정치인이 미국 정치인에 비해 더 탐욕스럽기 때문에 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브라질 사법시스템의 결함이 미국에 비해 너무 큰 것이 문제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사법제도의 신뢰성이 브라질에 비해서는 미국이 높겠지만 브라질 정치인이 더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탐욕스럽고 권력 지향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미국 정치인은 공공부문의 성공적 커리어를 바탕으로 더 큰 파이가 있는 민간부문에서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반면 민간부문이 발달하지 않은 브라질의 정치인은 공공부문 그 자체를 전리품으로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겠지만 아무리 도덕성을 강조하고 사법시스템을 뜯어고쳐도 전리품을 취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의 욕심을 근원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브라질 정치의 비극은 사실 줄 수 있는 전리품이 국가 그 자체라는 점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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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종머앟괴꺼솟
16/03/10 19:46
수정 아이콘
오 반갑습니다. 제가 아는 한 커뮤니티상에서 최고의 퀄리티 게시물 올려주시는 분... 올려주시는 글들을 클릭 몇 번만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santacroce
16/03/10 21:43
수정 아이콘
외신을 간추리고 올렸던 글 다시 재탕하는 수준인데 정말 과찬이십니다.
16/03/10 19:52
수정 아이콘
룰라대통령이 서민에게 인기많은 대통령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정말 굉장하네요.
데로롱
16/03/10 19:52
수정 아이콘
헛 여기도 글 올려주시네요
잘 보겠습니다!
santacroce
16/03/10 19:54
수정 아이콘
초보다 보니 편집에러로 당초 글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첨부한 링크 글들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할러퀸
16/03/10 19:56
수정 아이콘
브라질 정세에 대해 룰라의 기소에 대해 알고싶은게 많았는데 해소가 되네요~고맙습니다!
16/03/10 19:56
수정 아이콘
이게 문제가 단순 정국이 시끄럽고 말 문제가 아니고 지역적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정치성향에 힘입어서 내전이 일어날 확률이 좀 있다고 하더군요.

모쪼록 내전만은 안 일어나길...
16/03/10 20:03
수정 아이콘
정독하기전에 추천합니다.
16/03/10 20:08
수정 아이콘
와 진짜 글 잘 쓰셨네요. 추천했습니다!
복정동치킨도둑
16/03/10 20:10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브라질의 과거와 현재상황에 대해서 알게되었네요.
16/03/10 20:11
수정 아이콘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맞네요.
16/03/10 20:16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자발적으로 군부의 개입을 요구하다니 놀랍네요. 브라질은 군부에 의한 혹독한 독재시대가 없었나요?
군부까지 거론 되는거 보면 룰라가 억울한 면이 있지 않나 싶지만 그건 제 경험만의 판단이겠지요.
ohmylove
16/03/10 20:17
수정 아이콘
저도 군부 개입 요구는 어이가 없네요.
santacroce
16/03/10 20:19
수정 아이콘
1964년에서 1985년까지 21년 간 군사독재 정부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아래 글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http://santa_croce.blog.me/220348523411
16/03/10 20:21
수정 아이콘
알려주신 곳도 참고할게요. 딱 보는데 고문 자세라는 단어가 보여서 황급히 닫았어요ㅜㅜ

이런데도 군부를 원한다니..쩝....
룰라가 억울하게 당하나 싶은 감정이 더 드네요ㅜㅜ
santacroce
16/03/10 20:32
수정 아이콘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룰라가 개인적으로 억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당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적 범죄가 처음이 아니다 보니 정치적 탄압으로만 밀고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16/03/10 20:21
수정 아이콘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16/03/10 20:2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내일은
16/03/10 20:25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가 참 어려운게... 정치인도 엄연한 직업인데
고정되고 안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합니다.
그 자리에 들어간 사람들한테는 수입이 일정기간 동안 보장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싸우는 기간 동안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자리를 잠시 차지한 사람들도 언젠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 수입이 없을 떄를 대비해서 부를 어느정도는 축적해둬야 합니다.
게다가 민주주의 정치라는게 방법상 누구를 만나고 이벤트를 벌이고 일을 벌여야 하니 본인 수입 외에도 돈이 필요한데
정치적 자리를 맡지 못한 사람에게 안정된 수입이 없다면 변호사 같은 언제든 자기가 원할 때 돈을 벌 수 있는 특정 전문가 집단 외에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나라가 클수록 인구가 많을 수록 정치비용이라는게 급격히 커지는 단점이 있어서...

미국처럼 정치인이 선출직이 아닐 떄 민간 기업에서 로비스트 역할 하면서 또는 싱크탱크에서 밥벌이를 책임져주거나 등으로 정치인의 생계와 정치자금을 책임져주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간에 정치자금은 필요한 법인데... 또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그런 민주주의를 하기위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을 잘 안만들어주죠...
santacroce
16/03/10 20:46
수정 아이콘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요 정치인이나 장관들을 보면 퇴직 이후에도 단순한 로비스트를 벗어난 경영 지원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행정 경력이 업무의 시야를 넓혀주고 전문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행정부 경력을 잘 마무리 짓고 민간의 보수 좋은 자리에 가려는 커리어 관리 유인이 장관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단순 로비스트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긴 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6/03/10 20:46
수정 아이콘
미국방식 이외의 접근으로는 의원1인당 인구수를 크게 줄이고, 개별 정치인이 그자리에서 해야하는 일/할 수 있는일 양쪽 모두를 낮추는 방법이 있기도 합니다.

1~4만명당 1명 정도로 국회의원양반이 많아지면, 다른일을 하던 양반들이 관심을 가지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자리 정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풀뿌리 기반으로 당원양반의 당비로 굴러가는 정당이 잘 자리잡으면, 지역의원->정당 지역 당무자->정당의원 경로를 밟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santacroce
16/03/10 20:57
수정 아이콘
경제적 안정 기반을 이룬 인구 소국이라면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인구가 2억 명인데 모두 유권자라고 치고 4만 명당 의원 1명이면 의원 수만 산술적으로 5천 명이 나옵니다. 의원이 1천 명을 넘기 시작하면 그 자체의 진행도 만만치 않을 듯 싶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6/03/10 21:07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단일한 의정공동체 인구가 1000인을 넘기면 진행이 어려워지는 등의 이유로, 인구가 1억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의원당 인구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의원 1인당 인구수 줄이기는 '한국'정도 규모의 국가언저리까지 작동하는 물건이라서 브라질에 적용하긴 어렵죠.
당비로 굴러가는 정당에 기초한 활동도 현재 브라질 상황에선 어렵고요.
미국식으로 가는 일은 일단 외부에 뭐가 있어야(ㅠㅠ) 가능한지라 브라질의 현 상황에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나마 현재 가능할 일이라곤 '당비'+'중간규모의 민간정치자금'정도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당무자 급여지급을 통해 '당선되지 않은 시기'에 먹고사는 형태가 될 듯 합니다. 당선을 위한 '시스템'을 당이 갖추고, 인적자원은 다른직업이 있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식으로요.
santacroce
16/03/10 21:22
수정 아이콘
당비로 당 운영과 인력 지원이 가능하려면 결국 다수의 정치적으로 각성된 당원들의 소득 수준이 일정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그런 여유가 없는 국가에서 산별노조와 같은 대형 조직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모델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소다수
16/03/10 20:36
수정 아이콘
헬조센 소리 듣는 나라보다 더 의식수준이 저열하군요. 민주주의 국가 국민이 군부 쿠데타를 요구하다니. 의식수준이 저러니 정치도 저 모양이죠.
santacroce
16/03/10 22:00
수정 아이콘
반 룰라/호세프 시위대 중 극히 일부의 목소리로 보입니다. 반부패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모두 군사 독재 추종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친 룰라/호세프 시위대에서는 그점을 문제로 삼으려 하고는 있습니다.
16/03/10 21:06
수정 아이콘
요새 다당제 이야기 심심치 않게 나오는대 다당제라고 좋은건 아니군요.
영원한초보
16/03/10 21:4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 석유가 나고 삼성이 석유기업이였다면
한국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겠죠
아모르
16/03/10 22:33
수정 아이콘
옆동네 팁게에서 자주 뵌분이네요. pgr도 하시나보네요 크
이센스
16/03/10 23:00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추천하라 배웟습니다
16/03/10 23:50
수정 아이콘
읽기 전 추천합니다 크... pgr 쪽이 읽기가 좀 편한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이쥴레이
16/03/10 23:50
수정 아이콘
읽다보니 룰라 전 대통령이 억울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악을 선택한건가라는 생각이...
은때까치
16/03/11 00:03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11 00:15
수정 아이콘
알파고 때문에 룰라가 잡혀들어간 건 잊고 있었는데
암튼 등장 즉시 흥미진진한 글을 많이 쓰시는군요
santacroce
16/03/11 00:17
수정 아이콘
엄밀히 보면 체포가 된 것은 아닙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11 00:23
수정 아이콘
통상 '잡혀들어갔다'는 말은 체포와 구속을 포함하는 인신구속을 당한 경우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일상용어로는 내사나 임의동행요구까지 포함해서 등등 법의 부름(?)을 받은 경우 일반을 전부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댓글은 그냥 별 생각없이 후자를 의미하고 쓴 것이었습니다 낄낄
굳이 따지면 본문에 '일시 구금'이란 말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법체계상으론 일시구금=체포이긴 합니다(장기구금=구속)
하지만 브라질에선 아마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지요
santacroce
16/03/11 00:29
수정 아이콘
사실 이글이 여러 건의 글을 발췌해서 쓴 것이다 보니 배경 설명이 많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일시 구금은 3월 4일 조사에서 있었고 그후 바로 구금상태는 해제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오전에 검찰이 기소를 발표한 것입니다.
현재 룰라는 인신구속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11 00:4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중대범죄 피의자 대상으로는 체포 후 구속영장까지 신청해버리고
영장이 발부되면 체포가 구속으로 전환이 된 상태에서 구속기간 중 기소를 하거나
영장이 기각되면 별수없이 일단 석방한 뒤 수사를 계속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를 하거나
피의자가 워낙 거물이라 터치하기 어려워서 애초에 체포든 구속이든 시도를 않는 경우가 있을 따름인데
우리나라의 예와 비교해보면 다소 특이하게 진행된 셈이군요.
랜슬롯
16/03/11 06:15
수정 아이콘
군부의 개입을 요구한다니 -_-; 너무나도 위험한 일인데요 정치권에 군이 끼는건... 이건 한나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이 몸으로 증명했는데.
16/03/11 08:58
수정 아이콘
헐 클량이랑 블로그에서만 뵙다가 여기도 오셨네요
신용운
16/03/11 09:21
수정 아이콘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정어리고래
16/03/11 09: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은 추천부터 하라고 배웠습니다
유니브로
16/03/11 10:18
수정 아이콘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이네요 :)
16/03/11 10:25
수정 아이콘
오.. 좋은 글에 죄송하지만
천사를 찾아봐사바사바~ 한번 외치고 정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tarscape
16/03/11 10:39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도 뵙게되네요.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16/03/11 11:14
수정 아이콘
정말 잘읽었습니다^^
덕분에 오전시간이 잘갔어요!
걱정말아요 그대
16/03/11 11:59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 누르고 밥먹고 오후에 느긋하게 읽겠습니다
살려야한다
16/03/12 08:07
수정 아이콘
주말 아침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Judas Pain
16/03/12 20:0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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