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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 있구나.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자 옷소매가 흘러내리며 팔뚝이 보인다. 이곳저곳에 검버섯이 피어난 피부는 주름투성이였지만 아직 헤어지지 않았고, 그 아래 있는 근육은 젊은 시절보다 줄어들었을지언정 아직 시들지는 않았다. 나는 오른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펴 본다. 수십 년간 병장기를 들고 휘두른 탓에, 내 양손바닥은 물집이 터지고 딱지가 앉기를 반복한 나머지 흡사 울퉁불퉁한 나무껍질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손에는 아직까지 힘이 남아 있다. 칼을 내리쳐 적의 몸을 양단할 힘이.
오늘도 나는 살아 있다.
내가 일어나는 기척을 들었는지 당번병이 물이 담긴 놋쇠 대야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 나는 세수를 하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얼굴과 수염에 묻은 물을 닦아냈다. 수염은 허옇게 세었을망정 지금도 젊은 시절과 다름없이 억세고 뻣뻣하다. 그런 보잘것없는 일로 자부심이 생겨나는 스스로가 우스꽝스러워 나는 실없이 웃었다. 당번병이 그런 나를 흘끔 쳐다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곧게 자세를 잡았다. 아직 얼굴이 앳된 그는 나의 손자보다도 어려 보였다.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이라고 하는 편이 차라리 더 어울릴 지경이었다. 저런 젊은이들까지 전장에 나와야만 하는 전쟁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겠지만, 이 전쟁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패한다면 갓 건국한 이 나라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고향이 한중이라고 했지?”
그가 군기가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내게도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네.”
“장군님의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장군님!”
거 그놈의 장군님 소리만 좀 덜 해도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술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재작년 정월이었다. 그해 겨울은 내내 추웠지만 그날 정군산에서만큼은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북을 울려 전군이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자 적은 우리를 막지 못했다. 마침내 하후연을 참살해 목을 장대에 내걸자 우리 군의 위엄이 한중을 진동시켰다. 직접 대군을 이끌고 온 저 조조마저도 우리의 기세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 전쟁에서 나는 항상 우리 군의 선봉에 섰다. 거의 나만큼이나 늙은 엄안이 내 오른팔이었고, 내 아들과 동년배였던 효직이 내 왼팔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둘 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차라리 전사(戰死)였다면 나았으련만, 병마가 작년에 두 사람을 차례로 데려갔다. 가장 늙은 나만을 남겨둔 채.
문득 강남의 끈적거리는 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살갗에 닿는 갑옷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비록 늙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하늘이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은 아직 내게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칼을 움켜쥐었다. 반 백 년을 나와 함께 해 온 칼자루의 익속한 감촉과 함께 몸에 힘이 돌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눈을 감을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뒷방 늙은이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늘도 나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로 적들과 맞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창으로 찌르고 활로 쏘고 칼로 베어 마침내 물리칠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두 장군은 도착했나?”
“이미 도착해 계십니다.”
나는 투구를 쓰고 활과 전통을 둘러맸다. 그리고 대도를 쥐고 군막을 나섰다. 군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젊은 장수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갑옷 위에 걸친 흰 천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