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1/10 13:56:16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우리 때도 한 미세먼지 했지예~!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에 놓여 있어서 바람이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데 봄에는 황사로 신경 쓰이게 하고 가을에는 미세먼지로 혼을 빼 놓으니 이거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말입니다. 그나마 황사나 미세먼지 정도면 괜찮은데 혹시 어디 원전이라도 하나 사고가 나서 방사성 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우리쪽으로 넘어온다고 생각해보면 모골이 다 송연할 지경이지요.

이런 뉴스들을 접하다 보면 그래도 우리 조상님들은 다른 건 몰라도 공기하나만큼은 맑은 놈으로다 마음껏 마시면서 사셨을 테니 그거 하나는 복 받았네 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채 매연으로 가득한 도시의 탁한 공기를 마시다가 어디 가까운 근교의 작은 숲에라도 들어가 보면 벌써 공기의 질이 다르다는 게 단번에 감지가 되지요. 그곳의 공기는 마치 폐 깊숙이 쌓인 오래된 노폐물들이라도 바로 벗겨내 줄 수 있을 것 같고 그 청량감은 온 몸의 세포를 깨우는 듯 하다고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오랜 조상님들은 그렇게까지 행운아들은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공장이나 자동차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었던 그 시절에도 지구의 대기가 아주 형편없이 나빴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빙하기에 말이죠.

빙하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얼음의 형태로 갇혀있었습니다. 그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90미터 정도 더 낮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이 얼음으로 갇혀있다 보니 증발을 해서 수증기의 형태로 대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물의 양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졌습니다. 이는 곧 구름을 만들 만한 충분한 수증기 대기 중에 없었다는 얘기고 그 결과 비라는 놈이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러한 건조한 기후가 아프리카와 호주 남부를 휩쓸었고 비는 지금 우리 시대에 내리는 양의 절반도 안 됐다고 합니다. 적은 양의 비는 더 작은 수의 나무와 식물을 의미하고 이러다 보니 나무와 식물을 통해서 대기 중으로 보내지는 수증기의 양이 더 적어지고 따라서 다시 비가 더 안 내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됨을 의미했습니다.

비가 안 오다보니 땅은 건조해지고 먼지는 많아졌습니다. 이 빙하기 때의 토양의 시료를 채취해서 살펴보면 마치 수년 동안 청소기 한 번 돌리지 않은 침대 밑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온 사방이 먼지투성이입니다. 빙하기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결코 청명한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들은 뿌연 먼지 안개와 같은 상태의 대기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은 하부브(haboobs)라고 불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래폭풍(dust storm)이 붑니다. 이 모래폭풍이 얼마나 큰 규모냐 하면 인공위성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모의 모래폭풍도 빙하기 시대의 평균과 비교해 보면 겨우 60%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식량도 부족하고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던 기후 조건 속에서도 우리 호모 사피엔스 선조들은 살아남았습니다. 단지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호모속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구상 그 어디에도 손을 안 뻗은 곳이 없을 만큼 지구 구석구석 자리를 잡았습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관련 당사국들이 이기심을 조금씩만 버리고 머리를 맞대서 해결책을 찾는 다면 분명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왜냐? 우리는 호모속의 유일한 생존자...저 빙하기의 지독한 먼지 투성이 대기 속에서도 기어코 생존해 낸 "호모 사피엔스"들이니까요.

(오죽하면 악령조차도 영화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하고 쌍욕을 해댔겠습니까? "내 악령생활 오천년에 니네같이 독한 놈들은 처음이다...잠 좀 자자 이 XX들아!..." 뭐 이런 심정 아니겠습니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신의와배신
15/11/10 14:02
수정 아이콘
한때는 1억년간 비만 내리더니 또 한 때는 비가 안내려서 온통 먼지투성이라니...
이런 별에 생명체가 살 리가 없겠네요
15/11/10 14:1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순수한(?) 황사 미세먼지하고 오염물질이 잔뜩 섞인 황사 미세먼지하고는 질적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Neanderthal
15/11/10 18:34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그렇긴 하겠죠. 그래도 그 당시 모래먼지의 농도가 꽤 짙었다고 하니 생활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공기도 공기지만 식량 문제가 컸을 거 같아요...
15/11/10 14:22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 님 글은 선추천이라고 배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피지알에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호모 사피엔스 말고 거인족 소인족 같은 다양한 "호모"들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면서 우리 현생인류가 살아남았다는 설이 있는데, (그래서 "루저"들이 탄생한 셈) 그 얘기에 대해서도 한 번 다뤄주셨으면 해요.
15/11/10 14:38
수정 아이콘
아마 여기서 네덜란드님 글 검색하면 잘 나올 겁니다.
15/11/10 14:40
수정 아이콘
아... 네덜란드 님이 여기서 이미 다뤘었나 보네요. 전 그 얘기를 아는 교수님과 식사 하는 중에 들었습니다. 무슨 책에서 재밌는 내용을 보셨다며. 한번 검색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저 신경쓰여요
15/11/10 14:31
수정 아이콘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고 네덜란드님 글이라는 것을 맞췄습니다.

재밌는 글 언제나 감사해요.
강동원
15/11/10 14:34
수정 아이콘
호모나 세상에 네덜란드님 글이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먼지 구덩이를 뚫고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위협적인
현대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15/11/10 14:41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가 아니라 네안데르탈님이시네요...
...





(이쯤에서 이런댓글 하나 필요하죠..?)
불량공돌이
15/11/13 19:05
수정 아이콘
사실 빵재홍이 빵을 먹어서 빵재홍이겠습니까
一本道
15/11/10 14:43
수정 아이콘
닉네임에 대한 개그보다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게 글쓴이에 대한 예의 아닙니까? 물론 저는 문과라서 추천만 누르고 갑니다.
그대의품에Dive
15/11/10 14:58
수정 아이콘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늘 그랬듯이
Around30
15/11/10 15:33
수정 아이콘
그 시대에 맞춰서 우리의 폐는 분명 진화했을 겁니다. 라고 쓰고 자연이 강한폐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죽였겠지만.
그런데 현대의 미세먼지는 석탄화력의 미연분이라던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라는 것이고 중국에 들어서있는 환경설비가 장착되지않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위엄은 아마도 전세계 석탄화력을 합친 것에 능히 대항할만 할겁니다. 이것들이 편서풍을 타고 그대로 한국으로 직행하는 것이고.
그 옛날 미세먼지들의 입자가 얼마나 작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인위적으로 생성된 현대의 초 미세먼지보다는 분명히 컸을 겁니다.
물론 이것으로 인해 인류는 한번더 진화 할겁니다. 라고 쓰고 늘 그래왔듯이 자연이 초 미세먼지에 대항할 수 있는 폐를 가진 이는 살리고 아닌 자는 죽이겠죠.
마나통이밴댕이
15/11/12 15:36
수정 아이콘
저는 도태 .....
곡사포
15/11/10 16:06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 풍차를 돌려서 미세먼지를 막자~~!!
사티레브
15/11/10 16:13
수정 아이콘
검은 사제들 드립이 찰지네요
Neanderthal
15/11/10 16:52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악령이 더 불쌍하더군요. 가진 거라곤 말발밖에 없는데 그 두 사람한테는 씨알도 안 먹히니...--;;
단호박
15/11/10 16:18
수정 아이콘
우린 살아남은 호모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954 [일반] 저는 친일파의 후손입니다. [98] 짱세17623 15/11/11 17623 149
61953 [일반] [노스포] 응답하라 1988, 그 한국스러움에 대한 예찬. [59] 잉요미10198 15/11/10 10198 8
61951 [일반] 아이폰6S Plus 안바뀐거 같지만 많이 바뀐 사용후기 [26] 아이폰6s Plus10226 15/11/10 10226 0
61950 [일반] 27살 패기의 직장생활이야기.. [43] 삭제됨8313 15/11/10 8313 0
61949 [일반] '나쁜 놈'과 '나쁜 년', 그리고 그들이 되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변명. [52] 저글링앞다리9667 15/11/10 9667 38
61948 [일반] [UFC] 미르코 크로캅. 부상 아닌 자격정지로 UFC Fight Night 79 리타이어 [16] The xian6124 15/11/10 6124 0
61947 [일반] [야구] 여기도 비정규직 저기도 비정규직 [22] 이홍기9349 15/11/10 9349 0
61946 [일반] 우리 때도 한 미세먼지 했지예~! [18] Neanderthal8403 15/11/10 8403 19
61945 [일반] 아이의 순수함은 절대적인 걸까요? [89] John11036 15/11/10 11036 9
61944 [일반] 선양 등 中 동북지방 기록적 스모그…초미세먼지 기준치 56배 [26] 삭제됨6802 15/11/10 6802 0
61942 [일반] (피아노 계층) 체르니 몇 번까지 치셨나요? [110] 표절작곡가26605 15/11/10 26605 10
61941 [일반] 신승훈/타히티/딘x지코의 MV와 윤하/EXOxSTARWARS/서인영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2] 효연덕후세우실4449 15/11/10 4449 0
61940 [일반] 사도세자의 아들 - 홍씨와 김씨 (2) [11] 눈시5534 15/11/10 5534 10
61939 [일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소견 (제제와 제재) [30] cafri5705 15/11/10 5705 15
61938 [일반] . [44] 삭제됨7796 15/11/09 7796 7
61937 [일반] 박병호 포스팅 미국 구단 오리무중의 현장 (미네소타 트윈스 Win) [190] 어리버리17484 15/11/09 17484 0
61936 [일반] 무슬림에 "돼지고기 먹을래 아님 굶을래" 관용(tolerance)의 프랑스 급식정책 논란 [133] 군디츠마라16240 15/11/09 16240 2
61935 [일반] [한일전 토막리뷰] 전력을 다하지도 않는 일본에게 깨졌다 [81] 사장13823 15/11/09 13823 17
61932 [일반] 한심한 취준생의 일기 - 조언해 주세요.. [96] 삭제됨13920 15/11/09 13920 5
61318 [일반] 서버 오류 이후 쪽지 복구 안내 [3] IEEE5945 15/10/04 5945 0
61931 [일반] 아이유가 아티스트가 될 수 없는이유. [211] Helix Fossil18856 15/11/09 18856 9
61930 [일반] 마인밭 뚫던 저글링의 헛소리 [15] 소야테7332 15/11/09 7332 12
61929 [일반] 사는게 힘듭니다 [50] 설현보미팬Vibe10916 15/11/09 10916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