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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9 10:50:30
Name 소야테
File #1 b0039626_11121614.png (13.1 KB), Download : 62
Subject [일반] 마인밭 뚫던 저글링의 헛소리


자유게시판에 쓴 댓글들을 모아서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복붙같아서 부끄럽지만 아예 새로이 쓰긴 좀 거시기하므로(...)


얼마 전, 북한의 지뢰도발로 인해 국군 부사관 두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부상당한 와중에도 동료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폭발로 다리를 잃은 모습에서 서글픔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는데요. 최근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마치 제 다리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불과 몇 달 전에 발목지뢰를 한 발자국 차이로 밟을 뻔한 병사였기 때문이지요.


공병부대에서 복무했는데요, 지뢰제거작전 인원을 차출한답시고 싫어하는 애들 윽박질러가면서 데려가 놓고 온종일 그늘 하나 없는 불모지에서 하루종일 죽도록 굴립니다. 부모님이 반대하면 못 데려간다는 규정은 개나 줍니다, 안 그러면 머리수가 채워지지 않으니까요. 그러고선 '저희 지뢰탐지기로는 발목지뢰는 탐지가 안 되는데 어쩝니까?'(실제로 대부분의 부대에 보급된 지탐기로는 탐지판을 실재 발목지뢰에 딱 붙여놔도 경고음이 뜨질 않습니다, 경험했지요)라고 물어보니 '응, 다리 날아가고 국가유공자 되는거야, 잔말말고 닥치고 걍 해 ^^' 라고 대답하는 꼬라지를 보곤 뭐, 사후처리도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인밭 뚫는 저글링 취급이었단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좀 더 얘기를 해보자면, 제가 겪은 곳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장비를 투입할 땐 방호기능이 전무한 일반 굴삭기 및 도자를 사용했습니다. 확실히 중장비로 땅을 한번 뒤엎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승무원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이 고려되진 않더군요. 다들 '커다란 굴삭기에 타고 있음 안전하겠지 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던데, 글쎄요. 장갑차도 전복시키는 위력의 대전차지뢰의 위력을 얕보는 건지, 대인형 지뢰의 파편이 콕핏을 뚫고 들어올 경우는 생각하지 못하는 건지. 지들 딴엔 밟아도 무한궤도만 날아간다고 안심시키지만(실제로 궤도만 박살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애초에 지뢰화와 덧신만 신으면 발목지뢰를 밟아도 뼈에 금만 간다고 떠드는 애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좀... 게다가 장비를 써도 뒤엎은 흙에서 지탐기를 돌리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이 필요한데 얘네도 구형 지탐기를 쓰고 있는 이상 발목지뢰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사람만 데리고 돌리는 것보단 낫지 않나 싶어요, 지뢰를 육안으로 찾아낼 확률도 대폭 늘어나고. 아참, 지뢰화를 신으면 안전하지 않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맨발로 밟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무래도 확률성이 짙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들은 실험 및 피해사례를 종합해봤을 때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고, 실제 지뢰화 품질도 조악합니다. 게다가 지뢰화와 덧신을 한꺼번에 신으면 발이 너무 아프고 움직이기 힘들어서 전투화에 덧신만 씌우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여담으로 지뢰제거작전이 중대장의 소령진급심사일 이전에 끝날 수 있는가 여부가 병사들이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란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따라서 병사들을 지뢰지대로 얌전히 끌고가기 위해 '위험은 극히 희박한 확률일 뿐이며 거기에 연연하면 쫄보새끼'라고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가 은연중에 퍼졌는데, 정말 싫었습니다. 병사야 죽든 다치든 자기들 돈으로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음 교환하거나 반품하면 그만인가 싶더군요. 현역부적합심사를 받는 선임을 인솔하는 소대장이 '반품하러 간다'고 표현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윤일병 사건이 처음 일어났을 때 어떤 애가 냉동을 먹다 맞아죽었으니 앞으로 냉동 먹을 땐 평소보다 1분 더 데워먹으란 지침을 내린 것도요.


다시 돌아와, 저도 규정상의 이유로 부상당한 부사관의 민간진료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그들의 슬픔과 앞으로 그것을 마주할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국가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단 건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훨씬 더, 아주, 엄청나게 많이 노력해야 돼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장병들을 위해 처우 및 장비를 개선할 생각은 하는지, 군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의지는 있는 건지(하지만 저는 군병원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못 미덥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실제로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심장수술을 군병원에서 받고자 했습니다. 가정형편상의 이유가 크지만), 실제 부상 발생시 매뉴얼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또 그대로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등, 아직도 미흡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솔직히 어떤 부분은 개판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딸랑 21개월 의무복무했던 병사로선 모르는 부분도 많기에 침묵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 우린 1회용 소모품이므로 다치면 그대로 버려지니 X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당연하고 뻔한 얘기같지만 당최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분하고 갑갑할 뿐입니다. 장병들의 생명이 높으신 분의 골프채보다 하찮게 여겨지지 않을 그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군대에 대해 피해의식을 잔뜩 품은 어느 저글링의 넋두리였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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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컷
15/11/09 11:03
수정 아이콘
인간종족본성의 문제입니다. 포기하셔요.
소독용 에탄올
15/11/09 20:10
수정 아이콘
인간본성은 해당하는 편향성과 그 반대방향의 편향성 양쪽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편향성이 더 흔하게 관찰되는가는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고요.
현대사회는 그 기준하에서 긍정적인 편향성을 좀더 많이 발현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유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안녕을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제도를 굴립니다.

제도적 개선을 할 수 있는 일에대해서 인간본성의 문제라고 '정의'하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한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문제화 단계를 차단하는 것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것도 문제예방이긴 하니까요.
물론 이 방법은 비용을 은폐하고 분산함으로서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이 가진 '본성'이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제도적인 압력은 해당하는 본성을 다른형태로 드러나게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존재해온 수만년의 기간중 대부분동안 인간은 영아살해나 유기, 식인, 좀더 넓은 범주인 살인, 강간 등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범죄로 규정하는 다양한 일들이 당연시되는 상황이었고, 해당하는 행위는 영장류로서 인간이 친척 종들과 공유하는 본성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해당하는 행위는 다양한 제도들로 금지되고 해당행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습니다.
리스트컷
15/11/09 20:3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요. 법과 제도로 다스려야 하는데, 개인의 성향으로 생각하는게 싫을 뿐이었습니다.
Jace Beleren
15/11/09 11:03
수정 아이콘
내 생명이 당신 골프채보다 더 가치있다는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골프채는 할 수 없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어필하는 수밖에 없죠. 장성들이 상식이 있는 인간이면 인간이라는것 만으로 이미 아무리 비싼 골프채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존재라는것을 알겠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상식없는 멍청한 사람들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 주는 수 밖에 없는데, 지금 생각나는 방법들중에서 폭력을 배제한 방법이 있나 하면 없는거 같네요. 크크크...
우리는 하나의 빛
15/11/09 11:44
수정 아이콘
장병들 군복, 장비, 도구, 비품 등등 삶의 질보다 자기등 휴일에 칠 골프장이 중요한 분들 아니십니까.
지금 별들 중에, 국지전 외의 전면전을 겪어본 자들이 얼마나 있으려나요..
없다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K-FX, 줄줄이 이어지는 군납품 비리같은 게 나오는거겠죠?
캐터필러
15/11/09 12:06
수정 아이콘
아무리 긍정적으로봐주려고 해도 헬조선에는 답이없는듯.
arq.Gstar
15/11/09 12:25
수정 아이콘
지휘관 한번 해본 장교들은 병사들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고 느낀적이 많습니다.
저도 군대에서 위험한 작업. 한번 중심 잘못잡으면 사고사 당할수 있는 작업 해본 입장에서
당시에는 진짜 '우리나라 장교 새x들 족구하라그래'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물론 내뱉으면 영창이기떄문에 속으로만 생각했죠 ㅠ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제 한달 후임이 전역을 한달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그 후임은 전산병인데다가, 매일같이 사무실에서 얼굴 마주보고 일하는 영관장교들이 3-4명 이상 됐습니다.
그런데, 장교-병사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매일같이 보던사람이 죽었는데 장례식장에 얼굴이라도 비춰야하는거 아닙니까?
그때부터 장교들이 진짜 사람의 정신을 가졌는지 진지하게 고민되더군요.
'뭐지? 사람이 죽었는데 이사람들이..아무렇지도 않나? 맨날 얼굴보고 부대끼던사람이 죽었는데? 이인간들 싸이코패스인가?' 하는 그런생각들이요..
장교라고는 그때 저희부대의 지휘관으로 계시던분 밖에 못본것같네요.
정말 장교 교육받을때 병사는 그냥 소모품이라는 교육이라도 강하게 받는건지... 진짜 궁금했습니다.

의외로 얼굴도 제대로 모르고 오다가다 인사나 가끔씩 했을법한 타 부서의 부사관들은 거의다 왔더라구요.
이게 장교와 부사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15/11/09 12:40
수정 아이콘
그냥 군대가 그래요. 대부분의 간부는 병사를 사람취급 안합니다.
Arya Stark
15/11/09 12:56
수정 아이콘
군대있을때는 군대가 참 부조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이런 더러운 곳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는 업그래이드 판이더군요.
15/11/09 15:10
수정 아이콘
오늘 보니까 국방부 대변인이 곽중사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나왔더라구요. 제가 곽중사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국방부 담당자와 통화하고 또 어이가 없어서 대변인실로도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데 이런 결정나오는 데 일조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
스테비아
15/11/09 15:57
수정 아이콘
어딴 소리 하면 녹음해서 풀어버리는게 직빵인데 군대라는, 보안이라는 현실때문에 하지도 못하고..... 제가 고민한 모든 문제의 결론이 '여기는 군대니까'에서 막힌다는걸 느끼니까 잠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더라구요. 나와서 굶어죽더라도 거기서 사람을 한덩어리로 보면서는 못살겠다고 생각해서 눌러앉을까하는 마지막 1g도 버렸습니다.
제가 수류탄 교관하면서 느낀 심정도 지뢰밭 들어가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나오셔서 다행입니다.
열혈나엘
15/11/09 23:25
수정 아이콘
전 걍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라 남들처럼 군대 같서 훈련받다 다리 다치고 수술함며 느낀게
자식놈 안보낼수 있음 군대 절대 안보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는.....
파랑파랑
15/11/10 00:18
수정 아이콘
한국 국대는 안갈수있으면 안가는게 답이네요
15/11/10 01:16
수정 아이콘
지뢰주특기였는데 지뢰제거하러 안가본게다행이네요... 뭐 물론 손가락하나 부러지고 이빨하나 나가긴했습니다만 ㅡㅡ
광개토태왕
15/11/10 19:03
수정 아이콘
에휴 걍 기대하지 마세요 한국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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