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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25 13:34:09
Name mumu
Subject [일반]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쓸 때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쓸 때'
혹은 '다른 의미를 서로 같은 단어로 쓸 때'
상당히 많은 논쟁이 이 문제로 겉돌거나 지루하고 핵심을 잃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탕수육은 부먹? 찍먹?

이 간단한 문장에서 수많은 논쟁과 조선시대 당파 공부까지 해낼 수 있었는데요.
우선 '탕수육'이란 무엇인가를 정하고 시작했어야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탕수육 糖水肉
중화요리의 하나.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녹말을 묻혀 튀긴 것에 초, 간장, 설탕, 야채 따위를 넣고 끓인 녹말 물을 부어 만든다.

중국집에서 먹을 경우, 부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붓고 볶아서 만듭니다.
그러니 부어 먹거나, 찍어 먹을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완성된 탕수육을 만나니까요.
그런데 배달 탕수육은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즉, 소스가 따로 옵니다.
논쟁은 여기서 시작되는데요.

용어를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탕수육의 반제품 재료는 두가지 입니다.
고기튀김과 소스.
다시말해서 고기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고 탕수육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먹, 찍먹 논쟁은 '탕수육'과 '고기튀김'을 구분해 사용하면 피아(?) 식별하기 좋습니다.

여기까진 농담이고요.


회사에서 늘 일어나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단어 사용에서 시작된 논쟁입니다.

'아이디어'

상당히 많은 사람이 '번뜩 떠오른 착상'을 아이디어라고 여깁니다.
착상을 실행에 옮기려면, 더 많은 착상과 착상이 필요합니다.

"휴대폰에 인터넷, MP3플레이어, 카메라를 넣으면 편할 것 같아."
이 아이디어로 스마트폰이란 장르가 생깁니다.
초기엔 PDA폰이란 이름으로 거대하고 두툼한 저성능 기기였다가
지금은 당연한 듯 누구나 쓰게 됐습니다.

같은 아이디어지만, 블랙베리OS, 안드로이드OS, iOS는 방식이 다릅니다.(요즘은 안드로이드와 iOS가 비슷하지만요)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추가 아이디어를 적용했으니까요.

가끔 회의에서 아이디어라고 떡하니 내놓는 발언.
막상 실행할 생각을 조금만 더 해보면, 실현 가능성 없는 게으른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구현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아이디어 아닌 공상적 아이디어.
그러면서도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야"를 외치면 참 답답합니다.

하나의 발상에서 시작해 구현을 위한 여러 착상과 착상이 모여 결실까지 가려면
정말 수 많은 아이디어가 모여야 합니다.

세상엔 수 많은 기초 아이디어가, 다른 말로는 불편함이 널려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실현하려면 많은 노력과 리스크를 떠 앉아야만 합니다.
제품 구현을 결정하고 실행에 필요한 자금과 기회비용 등의 리스크.
실제로 특허나 인정받는 아이디어는 모두, 구현 방법이 병행된 것을 말합니다.

요즘 창의력, 아이디어가 중요한 세상이라고하니,
모두들 그것을 쫒지만 원래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게,
세상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게 훨씬 나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디어'를 단순한 발상, 착상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과
'아이디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생각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갈등
이것 역시 단어의 규정이 다르기에 생긴 일 아닐까요.


쓰고 보니 잡담이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맞춤법 지적이나, 논리 오류 지적 모두 환영합니다.(아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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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탄
15/10/25 13:50
수정 아이콘
수출 어떻습니까?
15/10/25 13:57
수정 아이콘
헉, 간단한 한 문장으로 정곡을 찔러 주시네요.
얼마전 임원회의에서 정말 그렇게 이야기한 분이 있었어요.
수출입 관련 실무 아무 것도 모르고, 현지 바이어, 판매 타깃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요. ㅜㅜ
류시아
15/10/25 13:54
수정 아이콘
직장 상사가 그런 스타일이면 피곤하죠 ㅠㅠ

되도않는 '아이디어' 만 툭툭 던지고
구체적인 실현방법에 의문을 표하면

[그건 니가 생각해서 알아서 해야지]

...-_-
키위새
15/10/25 13:56
수정 아이콘
그렇게 오늘도 공돌이들은...
15/10/25 14:00
수정 아이콘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하는게,
외국기업에서 일하다보니 타 국가 사무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 보면 참 한심하고 실현성 없어보일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루어들 내거든요. 요컨데 열정이 있는 사람이 그거 하나 책임지고 맡아 하다보면 한심해 보이는거라도 이루어 낼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기회비용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를 하지요. 그런데 회사에서 그것을 뒷바침해줄 여건이 되어있냐는 또 다른거거든요.
막상 시간을 빼주세요. 자금을 대주세요. 하면 한국에서는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도움을 못받는 경우가 많아요.ㅠㅠ
실현성 없어보이는 프로젝트, 간단한 아이디어들이 현실이 될 때 비로서 더 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수 있다고 봅니다.
15/10/25 14:03
수정 아이콘
동의 합니다.
저와 다르게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 같은 생각이군요!
아이디어를 밀어붙일 뒷힘,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뻣는 것.
다시말해 리스크를 감당하는 책임감.
그런 것들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킨다고 생각해요.
종이사진
15/10/25 14:07
수정 아이콘
예전에 샘물교회 피랍사건으로 시끄러울 때,
'봉사=전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15/10/25 14:07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릅니다.
공밀레 공밀레...
바보왕
15/10/25 14:12
수정 아이콘
아이디어라는 게 원래 착상이고 발상이란 뜻입니다.
여기에 목표달성을 위한 계획을 얹으면 그 때부턴 '플랜'이라고 부릅니다.
뭐든지 거창하고 구체적인 차원에서 다루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플랜은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만 내놓고 배째라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15/10/25 14:14
수정 아이콘
아, 정확한 단어 사용.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브레인 스토밍 단계에서 아무 생각이나 다 꺼내놓는 것.
그 중에 가려 아이디어화.
여기서 아이디어가 조금 더 큰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바보왕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보왕
15/10/25 14:25
수정 아이콘
브레인스토밍이 끝나고 걸러진 건 아이디어 결과 혹은 최종 아이디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결국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이유가 수많은 (그리고 그 중에 90%는 쓸모없는) 아이디어 중에서
계획(플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옥석 같은 아이디어를 가려내기 위해서잖아요 허허허

그런데도 끝까지 플랜은 접어두고 아이디어만 방출하려는 사람이 정말 있더라고요. 어흑
주커버그
15/10/25 14:13
수정 아이콘
사실 스티브 잡스가 그런 상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디자인 만들어놓고 공돌이 갈아넣기... 삼성보다 어찌보면 더 했을 것 같은데..
15/10/25 14:16
수정 아이콘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개발기간, 물량, 자원을 몰아줬으니,
무작정 몰아붙이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처럼 행동하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지원하는 사장은 드문 것 같아요.
그리고 쟈니 아이브가 디자인만 툭 내놓는 사람은 아니었고 재료, 소재 가공법까지 연구한 걸 보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사이에 많은 협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catharsis
15/10/25 15:39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는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는 동시에 일어나기 어렵고 서로 방해하기 때문에 따로 구분되어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특정 한 가지에만 뛰어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 없는 게으른 아이디어, 구현을 고려하지 않은 공상적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가 많다는 걸 답답하다고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정한 형태의 사고만이 대단하거나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현되기까지 공헌한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동등한 인정이나 보상이 더 중요하지 않나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야 무의미한 경쟁 구도보다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고 결과물도...
15/10/25 20:15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면서 한 단어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진보][좌파] 라는 단어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세인트
15/10/26 11:58
수정 아이콘
일단 우리나라에서 Garden 은
정원이 아닌 숯불갈비집 인 걸로...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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