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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31 21:54:35
Name 프즈히
Subject [일반] 건축학개론과 이종범
영화에 대해 워낙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듣고 갔었던지라, 상영관을 나올때의 내 심정은 다소 심심했었다.  

"커플 브레이커", "남자에겐 독만 되는 영화", "오빤 대체 지금 누굴 생각하면서 우는거야" 등등,

연인과 보기에는 대전차지뢰라는 평이 워낙많았었기에 뭔가 이따마한걸 기대했었나보다.

아니 뭐 물론 좋은 영화였다.

구성도 음악도 연출도 좋았고 남자라면 누구나 아련할만한 부분을 잘 찝었는지라 나도 찔금찔금 훌쩍거리긴 했다.

다만 내심 여친님께서 기대하시던, 옛여자에 대성통곡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는,

영화가 어쨋기 보다는 내 첫사랑의 그녀가 그다지 아름답게 남아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여튼, 무사통과.





종범신의 은퇴소식을 들은건 그로부터 너닷시간 후였다.

시범경기 중계글을 보러갔던 피지알에서 자유게시판 첫글을 보고서는, 저녁먹던 젓가락을 놓지 못한체 몇번이나 다시 읽었다.

순식간에 오만감정이 벅차올라 여친님 면전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걸 도저히 막을수가 없더라.

뭔가 멍한체로 계속 접시속에 젓가락만 헛질하면서, 조그만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한시간을 그렇게 울었다.

여친님은 나의 주저리 주저리를 무슨 생각으로 듣고 계셨을까.



"내가 아니 나에게 영웅이라고 할만한 콜록 유일한 사람인데.."

..뚝뚝

"여덟살때부터 이천원짜리 지갑에 사진 넣어 다니고 잡지 오려모으고 어린이 회원 가입하고 타율 외우고 다니고..."

뚝뚝

"실력이 안되는데 고집을 부리는것도 아니고 그냥 몸되는데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는데 그걸 그렇게.."

뚝뚝

"이건 아닌데.. 이런 마무리는 아닌데.. 행복한 마무리가 이렇게 어렵다니.. 이런 대접 받을 사람이 아닌데.."

킁킁 콜록

"뭔가 내 어린시절 소중한 것들도 한꺼번에 상처받은 기분이야. 아니 잘 모르겠어.. 안타깝고 슬퍼.. 그냥 너무 안타까워.."

뚝뚝


밥집서 나와 앉은 도넛집에 있던,

눈이 뻘개져서 혼자도넛을 씹는 옆테이블 아저씨를 보면서

저분도 나랑 같은 기분으로 저러시나 생각한건 너무 오버였을까.

도넛집 뒷골목 투구장은 왜 2년째 문을 닫고 있는지.. 공이라도 팔이 빠져라 던지면 이 분이 조금은 풀리련만..



여친님께선 나에게 아무무란 칭호를 하나 추가해 주셨고, 그 후로도 계속 질질 짜다가 그냥 돌아오게 되었다.

결국, 질질짜는 모습을 보여버리고 말았구나.

첫사랑때문은 아니지만서도 뭔가 비슷하게.. 아니 그냥 나에게 있어서 종범신은 첫사랑에 비견되지 않을련가.

내가 종범신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 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 있던가.




돌아오는길, 아무무가 뭐야.. 하면서도 버스에서 폰으로 타이핑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차마 고개를 창에서 돌릴수가 없다.



아,

올 여름, 그리고 앞으로, 정녕 다시한번 목놓아 외칠일이 없을까.


이이종범
이이종범

아안타 이종범



- From m.oolz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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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31 21:58
수정 아이콘
진지하신 글인데, 아무무때문에 터졌잖아요 크크크 종범신 은퇴관련글인데 웃으면 안되는데 아놔
12/03/31 21:59
수정 아이콘
하아..

저도 지금 울적하네요. 과제 하는 그 잠깐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과제 끝내고 시범경기 내용이나 볼까 하고 인터넷을 켰는데 그 후로 의미없이 인터넷 페이지만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네요.
12/03/31 22:02
수정 아이콘
전 홍진호 선수 은퇴했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납디다 ㅠㅠ
12/03/31 22:06
수정 아이콘
오늘밤은 모든 크보팬들이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
12/03/31 22:15
수정 아이콘
아. 이러면 안되는뎅 자꾸 눈물이 나넹 (박원순 서울시장 ver.)

뭔가 죄송하다는 마음이 드네요

저는 이종범세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글 읽으면서 울컥함이 있네요

저희 아버지는 진짜 타이거즈 골수팬이신대 어떻게 위로해드려야할지.
FastVulture
12/03/31 22:27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이건 아닌데요 ㅠㅠ
진짜 꼬꼬마 시절부터... 이종범 선수 일본 가기 전부터
이종범 이종범 이렇게 환호했는데

타이거즈 = 이종범인데...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시범경기도 내보내 놓고, 시즌 시작하기 1주일 전에 갑자기 이게 뭡니까
누가 이런 결말을 예상이나 했나요.
종범신 정도라면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서봤기에...
마운드 1번쯤 올라가셔서 공 1개 던지고 나서 은퇴하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아닙니다. 선동렬 감독이 실수한거에요.

은퇴식 공지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그냥 은퇴라뇨. 이게 뭡니까 진짜!!!
Empire State Of Mind
12/03/31 22:33
수정 아이콘
구단에서 '선동렬'이라는 방패를 삼아 이종범선수를 은퇴시킨느낌이 강하네요 ㅠ

09년에 코치제안했을 때에도.. 팬들의 거센 여론이 무서워서 어거지로 선수계약 해준 느낌이었는데;;
선동렬감독이 오자마자... 삼성시절 양준혁선수 건도 있고... 기회다 싶어서 냅다 지른게 아닐까 싶네요ㅠ
네버스탑
12/03/31 22:41
수정 아이콘
시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막시의 팀 분위기 자체도 그리 좋을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물론 이것은 현 코치진들의 선수 장악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이기도 하겠지요.. 그렇더라도 아쉽네요
선수들이 '이종범 선수를 위하여~' 하면서 설혹 우승까지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허한 기분이 사라질것 같지는 않네요..
09년 코시때 '종범신 결승타 대진성님 마지막 승리때 마운드에 있는 투수' 이기를 바랐던 팬들도 많은데 말입니다...
(장스나의 포시 3할 기대도 보너스였습니다 ^^;;)
이 선수들이 과연 최고의 전성기 였기 때문이었습니까? 아니죠.. 모든 팬들이 인정하고 팬들을 끌어오던 '레전드' 였기 때문입니다
은퇴가 문제가 아닌 시기가 정말 좋지 않다고 봅니다... 조만간 기자회견이라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를 감내하셔야 할겁니다
Mr.prostate
12/03/31 23:00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 이런 리플 달면 안되지만 아무무... 엌
12/03/31 23:53
수정 아이콘
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분의 중대사 때문에 눈물이 난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제 학창시절의 영웅이었습니다 이종범 선수는...
93년도 한국시리즈 종범 선수 하이라이트를 보는데 눈물이 떨어지더군요..
골수 타이거즈 팬인 제가 져지가 3벌있는데 전부 종범신 져지입니다..
오늘밤은 잠이 안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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