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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18 02:14:35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대몽항쟁 1부 - 5. 귀주성, 결사항전


1. 신에겐 아직 12명의 병사가 있습니다.
정주에서 탈출한 김경손은 같이 탈출한 12명을 데리고 7일 동안 몽고군의 눈을 피해 귀주로 향합니다.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음식을 날 것으로 먹으면서 힘겹게 도착했죠. 그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위주 부사 박문창, 삭주 분도장군 김중온 등부터 태주, 삭주 등 기존의 강동 6주, 청천강 북쪽에 있던 모든 병력이 패주하거나 미리 적을 피해 귀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점령되지 않은 지역도 있었지만, 싸우려 한 모든 서북면의 병력이 집결한 것입니다. 그 수가 많진 않았겠지만요. 서북면 병마사 박서는 그들을 맞아 방어 게획을 짭니다.


9월 3일, 몽고군 1만은 귀주성에 도달합니다. 이런 성을 함락하려면 1만은 필요하죠.

우선 박서는 김중온에게 동문과 서문을, 김경손에게 남문을 맡기고 자신은 북문을 맡습니다. 또한 각 병력 중 정예 별초군 250명을 뽑아 각 성문에 배속시키죠. 지휘관들은 달랐다 하더라도 병사들까지 그 모습을 보고도 멀쩡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걸 불태우며 오는 몽고군, 병사들은 두려워 떨었고 그건 성 전체로 퍼졌습니다.

이에 김경손이 나섭니다. 그는 이렇게 일장 연설을 하죠.


"서북면의 병사들이여, 나의 형제들이여! 제군들의 눈에서 나와 똑같은 공포를 보았다. 인간의 용기가 무너지고 친구를 버리고 성이 무너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몽고가 승리하고 고려의 모든 사람이 죽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 우린 싸운다! 이 땅에서 향유할 모든 걸 걸고 끝까지 싸우길 명령한다! 서북면의 병사들이여!"

... 라고 하진 않았구요.

"너희들은 나라를 위하여 몸을 돌보지 않고, 죽어도 물러나지 않을 병사들이다!"

라고 했죠.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여전히 두려워 떨고 있었습니다. 이에 김경손은 대담한 결정을 합니다. 성문을 연 것이죠.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단 열두 명, 정주의 대학살을 똑똑히 봤고, 김경손과 7일간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며, 몽고군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단 열세 명, 이 결사대의 돌격에 오히려 몽고군은 당황합니다. 김경손과 그 기세로 육탄전을 벌입니다. 서로 어우러지기를 4~5차례, 김경손을 팔에 화살을 맞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을 치며 싸움을 계속합니다. 그가 가장 앞장 서서 검은 깃발을 든 적장을 죽였고, 이런 매서운 기세에 몽고군은 등을 보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루어진 것이었죠. 선발대이니 소수긴 했겠지만, 기세 좋게 오던 몽고군이 단 13명에게 등을 보인 것입니다.
+) 캐릭터가 바뀐 건 신경쓰지 맙시다.

쌍소금(악기-_-a)을 불며 위풍당당하게 개선하는 김경손, 그 모습을 본 고려군은 함성을 질렀고, 박서는 직접 나와 울며 절을 합니다. 거기다 성의 모든 컨트롤, 아니 지휘를 자기보다 아래인 김경손에게 위임하죠.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그건 이어진 몽고의 총공격을 통해 나타납니다.


귀주성을 몇 겹으로 포위한 몽고군은 서남북문을 공격했지만, 고려군은 오히려 성문을 열고 나옵니다. 이번엔 성 내의 모든 고려군이 출동한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격전이 벌어졌을지는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몽고군이 먼저 등을 보입니다. 고려의 피해도 컸는지 위주 부사 박문창이 포로가 됐구요.

2. 항복은 없다
당황한 오야이는 포로가 된 박문창을 보내 항복을 권유합니다. 그의 역할은 측면을 안정시킨 후 본대와 합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 성에서 뜻밖의 저항을 만난 것이었죠. 일단 다른 성처럼 항복했으면 참 좋았으련만... 박서는 오히려 박문창을 참합니다. 그렇게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였죠. 뭐 -_-; 박문창의 경우 좀 안타깝기는 합니다. 박서가 그냥 죽인 건지 다시 고려군으로 싸우자고 설득했는데 안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오야이는 다시 공성을 준비합니다. 서북면의 남은 병력이 거의 다 모인 것이니 반드시 깨뜨려야 하기도 했고, 자존심 문제도 겹쳤죠. 측면이라는 비교적 덜한 임무를 맡은 만큼 그가 이끄는 군대엔 순수 몽고군의 비중이 적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왕영조 등 한인 계열 이름이 보이는 걸 보면 아예 한인, 그러니까 거란이나 여진병일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그들도 몽고군의 일원이었거든요.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북문 기습 공격, 300의 정예 기병으로 디스 이즈 몽골을 외쳤지만 박서가 직접 나서 이들을 격퇴합니다. 이제 단기간에 성을 함락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공성 병기를 준비합니다.


몽고군은 우선 수레에 풀과 나무를 쌓고 밀며 전진합니다. 방어벽을 쌓은 것이었습니다만, 김경손은 투석기에 쇳물을 담은 통을 실어 수레를 맞췄고, 명중합니다. 이 쇳물이 진짜 철을 녹인 건지, 끓는 기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 풀에 닿자 불이 났다는 것을 보면 기름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 수레는 느려서 명중률은 기가 막혔고, 그게 모두 타 버리자 몽고군은 후퇴합니다.

다음에는 누차와 목상, 누차는 망루를 설치한 수레고 목상은 나무로 만든 망루라는군요. 여기에 쇠가죽을 씌워 화살을 막고 안에 병사들을 숨깁니다. 그들이 성벽에 도달해 땅굴을 파자 박서는 그 구멍에 쇳물을 부어버리죠. 가죽에 쇳물이 닿으니 또 불이 나서 다 타 버렸고, 성 안쪽에서 땅굴을 파서 땅 자체를 무너뜨리니 몽고군 30명이 그대로 생매장 됩니다. 여기에 목상에 불 붙은 새끼줄을 던지니 그것도 다 타 버립니다. 이렇게 몽고군은 또 물러나야 했죠.

+) 저 쇳물 대체 정체가 뭐죠 -_-;;;; 석유라도 되나;;


다음에는 무작정 투석기로 공격해 옵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박서는 성 내에 장대를 설치하고 위에 투석기를 올려 대포병사격을 합니다. (...) 고려군이 더 높은 곳에서 쏘는만큼 위력과 정확도도 더 높았고, 몽고군은 다시 물러나야 했죠.

다음에는 나무에 기름을 가득 적셔 귀주성에 접근, 불을 붙입니다. 불은 곧 번졌고 귀주성 전체가 타거나 연기로 질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물을 뿌렸지만 기름 먹은 게 그리 쉽게 탈 리가요. 오히려 불길이 더 거세졌죠. 하지만 박서는 침착하게 컨... 아니 진흙을 던져 불을 끄게 합니다.

+) 이 때 무시무시한 게, 몽고군이 사용한 기름이 "사람 기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 진짜일지 소문일지, 소문이면 몽고군이 퍼뜨린 건지 고려군 내에서 퍼진 건지 참... 후에 동사강목을 쓴 안정복은 한 수 더해 "사람 기름은 물로 안 되고 진흙이 있어야 꺼지니 장수된 자는 기억하라"고 적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자 이번엔 마른 풀에 불을 붙여 돌격해 옵니다. 이번에는 물로 꺼 버렸죠. 다가온 몽고군은 화살 세례를 받고 도망칩니다.

꼼수가 안 통하자 오야이는 몇 차례나 총공격을 감행합니다. 그 때마다 김경손과 박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칩니다. 한 번은 김경손 바로 옆에 투석기에서 날아 온 바위가 들이닥쳤고, 그에 맞은 병사의 머리가 부서졌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에 위험하다 생각한 주변 병사들이 김경손에게 피신을 권유했지만, 그는 이렇게 거부합니다.

"안 된다. 내가 움직이면 병사들과 주민들이 흔들릴 것이다."

이렇게 귀주성은 무려 한 달을 버팁니다. 1군이 서경에서 개경까지 진입하다 동선역에서 고려군과 격전을 벌이는 동안, 그들은 성 하나에 모든 병력을 쏟고 있었던 것이죠.

오야이로서는 고개를 들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살리타 역시 골머리를 앓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동선역에서 고려 중앙군과 만나기까지 했으니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했죠. 우선 그는 1군을 후퇴해 안주에서 합류합니다. 그리고 2군을 귀주에서 후퇴하게 하죠.


이렇게 그들은 귀주성을 지켜냅니다. 비록 적을 요격하거나 막지는 못 했지만, 적의 측면을 지킴으로써 적의 행동에 큰 제한을 두게 되었죠. 무엇보다 고려에서 공성전을 벌인다는 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몽고군에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고려에 유리한 상황이 여러 개 더 벌어집니다. 살리타로서는 전혀 예상도 못 했을 겁니다. 그들이 아는 고려군은 거란의 유민도 제대로 못 막고, 동진에게서도 신나게 뜯기기만 하는 약한 나라였을 테니까요. 전술적인 승리, 전략적으로 적의 측면을 노리는 위치 외에 귀주에서의 항전은 이런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귀주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락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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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장군이 지켜준 것일까요. 그보다는 고려가 열심히 쌓아 온 강동 6주, 청천강 북쪽의 방어선이 썩어도 준치, 아직까지 어느 정도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Men of the North-west (...) 서북면의 병사들은 마냥 무너진 것 같지만, 이렇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선 별 활약이 보이지 않지만 손흥도라는 장수가 이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죠.

문제는 이런 좋은 걸 최우는 살리지 못 했다는 것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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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1/18 02:18
수정 아이콘
순간 오잉? 하며 클릭!
댓글달고 읽으러갑니다;)
12/01/18 02:42
수정 아이콘
공성 병기라는게 실제로 숙련된 기술자가 없으면 있으니 못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좀 더 세밀하게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 서양에서도 조잡한 투석기들은 아예 해체해서 차라리 간단한 사다리 같은걸 만드는데 썼다고 할 정도니까요. 몽골군 입장에서 고려군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아니 그것보단 공성전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12/01/18 02:48
수정 아이콘
에에잇 잘한다! 하지만 국가 단위로서는 결국 패배한 것을 알고 보느니만큼 마음이 편하질 않군요.
Je ne sais quoi
12/01/18 03:2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이런 일들도 있네요. 영봉패는 아니라고 위안삼아봅니다 -_-;
김연우
12/01/18 09:27
수정 아이콘
김경손의 활약이 이렇게 대단한줄 몰랐군요. 왜 '몽골의 1차 침공끝까지, 임금의 항복 사자가 올때까지 귀주성을 수비한 박서'라고 기억했을지.

활약은 대단한데 위인전에는 등록되지 못한 한국사 명장들 모아보면 재밌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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