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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17 09:20:40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전역한지 1년정도 되가네요.
그렇게 빠르게 흐르기만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군대안보다야 훨씬 빠르게 흘러가네요.
막상 나와보니 계획했던것과 전혀 다른 1년을 보내고 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한해였던것 같습니다.
전역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조금씩 흐릿흐릿 해져 갑니다.
1주년 기념으로 짧은 수필형태라도 남겨둘까 합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쓰겠습니다.



# 2009. 2. 16

아마 이 날짜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것 같다. 대한민국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행하기 위해 입대한날
그 날 어머니는 "추운데 들어가서 훈련하면 힘들지 않겠느냐", "가면 밥도 제대로 못먹을것 아니냐"
등 걱정을 많이 하신 반면 당시에 나는 무신경 했던것 같다. 걱정해봐야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것도 아니며
군대를 다녀오면 배우는것도 많고 "무엇보다 다시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 라는 메리트가 너무 좋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입대 직전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들었다. 나도 대부분 사람들의 범주에 들어갔나보다.
"소고기"를 먹었는데, 식탐이 강한 성격이 아닌지라 무슨맛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입소식후 아마 "담배"를 찾기 위한 알몸 검사를 당했고 특별히 한 일이 없음에도 굉장히 피곤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날 저녁에 "조미김"이 나온 기억이 생생한데 이렇게 맛없는 김을 처음 접해본 나는 일종에 컬쳐쇼크를 겪었다.


# 훈련단

7주 교육이었던것 같다. 교육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일주일간은 개인 물품을 받고 신체검사, 그리고 몸에 이상있는
동기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던것 같다.
일주차에 기억나는건 1. 순검시간에 말 절대 안듣는 꼴통들이 모여있다는 사실 2. 자기 사이즈 못받으면 병신 취급하는 D.I라고 불린 간부들 3. 누군가 담배 피다 걸려서 새벽에 밖에 연병장으로 끌려나왔을때의 환상적인 기분정도인것 같다.

기억나는 큰 훈련은 IBS라 불리는 고무보트를 이용한 훈련(이 날 낭만적인 겨울비가 주륵주륵 내려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얼어죽을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추진 온 점심밥 온기가 진짜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것 같다.), 유격(원래 놀이기구 정말 잘타는 편이라 레펠은 상관없지만 외줄도하가 정말 힘들었다. 또 유격체조였나 PT체조였나 뭐라 불렀는지 기억 안나는데 이것도 꽤 힘들었던것 같다.), 화생방(한 1분정도 안에서 군가 불렀던것 같은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행군(물집이 심하게 잡혀 다리 질질 끌면서 해냈는데, 사실 열외했어도 될것같기는 하다. 당시 훈련 열외하면 실무부대에서 괴롭힘당한다는 소문이 무서워 해내긴 했다.), 교육사열(총검술과의 악연의 시작), 사격(주간 3발, 야간0발의 전설을 남기고 보급으로 나오는 건빵을 못먹었다.) 이 정도 인것 같다.

일상생활에서의 기억은 저녁에 시비걸면서 보통 새벽 1~2시쯤 재우는 간부들, 불침번을 서야 하는 불합리함, 마지막으로 이 와중에 누군가 몰래 담배 피다 걸려 새벽에 기수 전체가 연병장 집합 당해 1~2시간 팬티바람으로 그냥 서 있었던 아름다운 밤의 추억과 식사 시간에 도수 체조를 배우며 무언가 꼬투리잡혀 기합을 주는 불합리함, 식사 후 반드시 10인 1조로 돌아가야 하는 규칙 (인원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긴빠이라 불리며 동기 물건을 훔치는 문화와 털리면 병신취급 받는 이상한 구조, 마지막으로 생활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편지를 쓰는 시간, 받는 시간, 일기쓰는 시간, 정훈 교육 시간 마지막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수님과 부처님을 사랑하게 만든 종교활동시간이었던것 같다. 여담이지만 훈련단에서 친했던 동기들과는 연락을 잘 안하지만 실무부대에서 군생활을 함께 한 동기, 선후임들과 연락은 종종 한다.


# 후반기 교육

내 병과는 "폭파병"이었다. "전차병"이 왠지 짜세나는것 같아서 전차부대를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난 "폭파병"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편한 보직 혹은 운전병 정도가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것 같은데, 그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니까 아는것이겠지,
( 지금 나는 3년째 장롱면허이기 때문에 수송병과로 갔다면 장롱면허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

어쨋든 나는 1주 대기후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되었다. (위탁교육인데 타 군과의 훈련기간 차이로 인해 대기기간이 생긴다고 한다.)
대기병 기간동안 주로 작업을 하면서 지냈다. 대기병도 흡연이 허용되지 않지만 담배를 잘 숨겨둔 동기 덕분에 훈련기간보다
비교적 약한 감시 아래 흡연을 즐겼다. 재밌는건 무언가 정말 힘든 작업을 한 후 2분간 전화 통화를 허락받았을때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잠깐 울컥하였던 기억이랄까, 아마 앞으로 내 인생에서 저렇게 울컥할만한 일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후반기 교육은 육군 공병학교에서 받았다. 전라도 쪽에 있는데, 위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타군과 받는 훈련이라 우리쪽과 육군병들 모두 10분정도 눈치를 보다 곧 친해졌던것 같다. PX이용과 흡연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이병 기간중 가장 편했던 순간이 아닐까 한다. 면회도 허용되기 때문에 부모님도 한 번 면회를 왔었고 당시 친구들에게 "161"을
이용하여 매일밤 전화 하였는데 친구들이 "군생활 편하냐?"고 물을 정도였다. 친구들의 지금 증언에 따르면 당시에 너의 목소리는
"매우 해맑고 신나보였다."라고 한다. 군인에게 활력소는 역시 가수들인것 같다. 케이블이 나오지 않는 TV지만 금토일, 공중파 음악방송을
보는게 생활의 활력소였고 당시에 "손담비의 토요일밤에"라는 곡이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

어쨋든 주구장창 교보재만 이용한 훈련만 하다 마지막으로 실물 폭파 훈련을 하였는데, 꽤 멀리 떨어진 방공호에서 관람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기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정도니 위력이 대단했던것 같다. (당시 나는 TNT를 설치하였는데, 이게 교보재보다 가볍고 신기해서 라이터로
한번 지져볼까하다 같이 훈련받는 동기들이 막아서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했던것 같다. 다행이겠지?)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실무부대로
가기 직전 "너무 편하게 생활하였기 때문에 실무부대에서 벌받는게 아닌가"라는 막연한 공포를 갖게 되었는데 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실무부대의 생활은 상당히 힘들었다.





실무부대에서의 일을 쓰려면 호봉제, 구타, 부조리등을 이야기 해야하는데 이거 쓰면 안될것 같기도 하고 해서
일단 보류해 두겠습니다.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동안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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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11/12/17 09:29
수정 아이콘
전라도에 있는 육군공병학교면 전남 장성(?)에 있는 상무대 아닌가요?
네랴님
11/12/17 09:48
수정 아이콘
불침번이 왜 불합리하죠?;;
스치파이
11/12/17 10:02
수정 아이콘
호봉제, 구타, 부조리는 군대 다녀오면 다 아는 건데 또 막상 까발리기는 참 뭐시기합니다....
choryuhyang
11/12/17 10:54
수정 아이콘
병 1079기 전역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디서 복무하셨습니까?
호느님
11/12/17 11:34
수정 아이콘
저보다 3주정도 늦게 전역하셨네요
갈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걱정입니다 ㅠ.ㅠ
밀가리
11/12/17 11:35
수정 아이콘
저는 현역 지뢰병입니다. 전라도 장성이죠. 반갑습니다.
넷째손가락
11/12/17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폭파병입니다 !! 1613 !!
전 특기병 지원 한 것도 아닌데 폭파병..
후반기 교육도 안받은 폭파병입니다..
세르니안
11/12/17 12:37
수정 아이콘
진짜 군대다녀오면 초과근무를 까발리고 싶긴한데... 그놈의 정때문에..
ミルク
11/12/17 16:58
수정 아이콘
저는 09년 4월군번입니다. 따라서 전역한지 10개월이 조금 지났네요. 그런데 예비군은 아직 빵년차 ㅠㅠ
곧 1년차가 된다고 생각하니, 시간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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