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12/02 17:16:58
Name 행복자
Subject [일반] 올챙이의 약속
버드나무 가지가 드리워진 연못에서
올챙이가 애벌레를 만났어요.
둘은 오랫동안 서로의 작은 눈을 바라보았지요.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졌답니다.
애벌레는 올챙이에게 아름다운 무지개였고,
올챙이는 애벌레에게 반짝이는 흑진주였죠.
"난 네 모든 것을 사랑해."
올챙이가 말했어요.
"나도 네 모든 것을 사랑해."
애벌레가 말했어요.
"약속해 줘. 지금의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올챙이가 대답했지요.

하지만 날씨가 변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올챙이는 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애벌레를 다시 만났을 때
올챙이에겐 두 개의 다리가 생겨버렸거든요.

"넌 약속을 어겼어." 애벌레가 말했어요.
"용서해줘." 올챙이가 간절하게 부탁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 이 다리는 내가 원해서 생긴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아름다운 무지개 너뿐이야."
"내가 원하는 것도 반짝이는 흑진주 너뿐이야.
약속해 줘, 더 이상 변하지 않겠다고."
애벌레가 말했어요.
"약속할게." 올챙이가 대답했지요.

하지만 계절이 변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애벌레를 다시 만났을 때,
올챙이에겐 두 개의 팔이 생겨버렸어요.

"넌 두 번이나 약속을 어겼어."
애벌레가 울면서 말했어요.
"용서해줘." 올챙이가 또다시 부탁했지요.
"어쩔 수 없었어. 이건 내가 원해서 생긴 팔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아름다운 무지개 너 뿐이야."
"내가 원하는 것도 반짝이는 흑진주 너뿐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애벌레가 말했지요.

그렇지만 세상이 변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올챙이는 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애벌레를 다시 만났을 땐, 올챙이의 꼬리가....
없어져 버렸거든요.

"넌 세 번이나 약속을 어기고 말았어.
넌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애벌레가 말했어요.
"그렇지만 넌 여전히 내 아름다운 무지개야."
올챙이가 말했지요.
"그래, 하지만 넌 더 이상 내 반짝이는 흑진주가 아니야.
이젠 정말 안녕!"

애벌레는 버드나무 가지를 따라 천천히 기어 올라갔어요.
그러고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답니다.

달빛이 하얗게 빛나는 어느 따뜻한 밤,
애벌레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하늘도 변하고, 나무도 변하고.....
모든 것이 다 변해 버렸지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나비가 되었어도
올챙이에 대한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답니다.
올챙이는 약속을 어겼지만
나비는 올챙이를 용서해 주기로 마음먹었어요.

나비는 날개의 물기를 다 말리고 나서
올챙이를 찾아 날아갔어요.

버드나무 가지가 드리워진 연못에
개구리 한 마리가 수련 위에 앉아 있었지요.

"실례합니다." 나비가 말했어요.
"혹시 내 반짝이는 흑...."

나비가 흑진주라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개구리가 펄쩍 뛰어올라 나비를 삼켜 버렸어요.

단 한 입에 말이지요.

그러고는 그곳에서 계속 기다렸어요.
아름다운 무지개를 생각하며.....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하면서 말이에요.






우리 딸 동화책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어주고 나서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게에 올릴까.. 자게에 올릴까 생각하다가
자게가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자게에 올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2/02 17:24
수정 아이콘
이 이야기의 교훈(또는 주제?)이 대체 무엇인가요 ...? ㅡ.ㅡ
Mithinza
11/12/02 17:25
수정 아이콘
그냥 인연에 대한 슬픈 이야기 같은 거 아닐까요? 뭐 교훈까지야...
No21.오승환
11/12/02 17:26
수정 아이콘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상대방 그 자체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사랑하는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상대방을 강제로 자신의 원하는 이미지에 끼워맞출려고 하는거고

그러다가 싸우고 화해하고 하다가 헤어지고

크크크..
Mithinza
11/12/02 17:2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예정된 비극을 끌고오는 이야기를 보면 그 결말을 알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자
11/12/02 17:27
수정 아이콘
보통 책을 읽고 딸에게 깨달은 것이라던가 교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몽키.D.루피
11/12/02 17:54
수정 아이콘
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비극이라는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거 아닌가요.. 동화에 굳이 교훈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
정해찬
11/12/02 17:57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읽다가 눈물이 찔끔 흘렀는데 제가 너무 감수성이 풍부한가요 ;;;;
그런데 왜이리 슬프죠....전생에 올챙이였나..
그늘진청춘
11/12/02 18:16
수정 아이콘
마음에 와닿는다면 굳이 주제나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저 역시도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해줄수가 없을거 같네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거죠.
헬리제의우울
11/12/02 18:38
수정 아이콘
제가 몇년전 병원에서 읽은 동화책은
말벌한테서 동물들이 불을 훔쳐오는건데
각종 동물들이 말벌에 쏘여가며 바톤을 넘기면서 불을 나르다
개구리가 불막대를 물에 갖고 들어가서 불이 꺼져버렸는데
여우 할아버지가 부싯돌로 불을 만들어 주셨다는...
새강이
11/12/03 09:35
수정 아이콘
순간 무서웠습니다. 잔혹동화였나 하고요..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는 물론 원작과 많이 다르게 각색되어 있기는 하지만..흠..밝은 세상도 보여주고 뭐 이런저런 세상을 미리 보여주자 아닐까요
스웨트
11/12/03 13:57
수정 아이콘
하긴.. 동화라고 죄다 교훈있는건 아니죠..
선녀와 나무꾼, 잭과콩나무 같은건 범죄에 대한 미화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최고는 중국동화였습니다..
놀이터에서 한아이가 다른아이를 심하게 괴롭히는것을 본 행인이 꾸짖자
어디선가 어머니가 나타나 "우리애에게 무슨짓이에요!"하더니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
교훈 : 남일에 신경쓰지 말자

어릴때 이거보고 으엉??? 이랬던 기억이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570 [일반]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2) 무쌍 [36] 눈시BBver.216083 11/12/03 16083 1
33569 [일반] 지식채널e - 슬픈 얼굴의 기사 [2] 김치찌개5314 11/12/03 5314 0
33568 [일반]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곳 [26] 김치찌개7558 11/12/03 7558 0
33567 [일반] [야구]두 명의 투수 이야기 [37] 레몬커피7020 11/12/02 7020 0
33566 [일반] 강호동이 누구에게 밉보였나요? [38] PokerFace9870 11/12/02 9870 0
33565 [일반] 나는 차였다. [23] 리신OP5964 11/12/02 5964 13
33564 [일반] 내가 제일 힘들다는 오만과 어리석음 그리고 자기합리화. [8] 민선예4988 11/12/02 4988 1
33563 [일반] 올챙이의 약속 [16] 행복자5621 11/12/02 5621 0
33561 [일반] 극단적인 팬보이들 [23] JunStyle5896 11/12/02 5896 0
33560 [일반] Thousand Foot Krutch - Christian rock band 에 대해 [8] Onviewer2936 11/12/02 2936 0
33559 [일반] 21세기 사사오입 사건 문제의 핵심 [46] 새파란달6985 11/12/02 6985 0
33558 [일반] [BBK]미국연방법원에서 다스에 대한 소 취하를 해줬습니다. [54] 전장의안개6646 11/12/02 6646 0
33556 [일반] [경향신문] "10·26 선관위 디도스 범인, 한나라 의원 비서였다" [161] Mithinza7702 11/12/02 7702 0
33555 [일반]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선관위 홈페이지 마비시킨 주범은? [22] 삭제됨4461 11/12/02 4461 1
33554 [일반] 지식채널e - 그의 특별한 여행 [6] 김치찌개4233 11/12/02 4233 0
33553 [일반] [야구] 아시아 시리즈 <삼성 vs 소프트뱅크> 오승환 9회말 투구 영상.. [12] k`6042 11/12/02 6042 0
33552 [일반] 올해 레지던트 지원율 -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 - [98] Timeless6152 11/12/02 6152 3
33551 [일반] 네이버 웹툰 - 우연일까? " 가 끝났습니다. [17] smallsteps9589 11/12/02 9589 0
33550 [일반] [야구] 삼성 투수 용병 미치 탈봇 영입 + 기아 박준수 영입 [37] Charles5031 11/12/02 5031 0
33547 [일반] 농협 전산망 마비 ...(북한의 소행 시즌2) [67] NexusOne6206 11/12/02 6206 0
33546 [일반] 노태우 前대통령 산소호흡기로 연명 [47] 제논7101 11/12/02 7101 1
33545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음악 15 [2] 김치찌개2957 11/12/02 2957 0
33544 [일반] [리버풀]오피셜-루카스 레이바 시즌 아웃 [97] 아우구스투스5397 11/12/02 53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