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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1 23:55:00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역사 공부에서 무엇이 중요할까요
에... -_-; 쓰다가 지쳐서 잠깐 뻘글 하나 올려도 될까요.

이른바 역덕으로 역사 커뮤니티에서 키배 떠 보셨던 분들이라면 느끼실 겁니다. 사학 공부하는 분들이야 말 할 것도 없구요. 역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무엇을 우선시 해야 되는지에 대한 거죠. 역사는 입문이 참 쉽습니다. 공부 하나 안 해도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말이야~"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요.
글 쓰다보니 얻는 게 정말 많은 거 같습니다. 그냥 제 생각 몇 가지 써 보고 싶네요.

1. 일단 찾아보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왜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냐"고 하는 이른바 "민족사학자"들이 많죠. 이들은 당연히 역사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정신적 뿌리는 신채호라고 하죠. 정말 신채호에 대해서 조금만 비판적으로 말 하면 바로 역적 내지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그런데...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는 "역사는 객관적인 그대로를 봐야지 어떤 목적을 위해서 꾸며내면 안 된다."고 시작부터 적고 있습니다. 중간 부분을 보면 (일제시대에) 조선의 학자들이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기록을 봐도 찾을 수 없다. 최초의 철갑선이라고 하면 자랑스럽긴 하겠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므로 주장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죠. 이게 민족사학의 뿌리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입니다.
신채호라고 입으로만 외칠 게 아니라 조선상고사를 한 번이라도 보기만 했으면 알 수 있는 사실이죠. 그런데 안 봐요 (...)
위서로 분류되는 단기고사의 중간본을 쓴 사람이 신채호라고 하는데, 이건 조선상고사만 봐도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선상고사에서는 "한자 이전에 우리 문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거짓이다" -_-; 조선상고사를 쓴 게 단기고사 중간본이 나왔다는 연도보다 이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공개된 건 신채호가 죽은 이후였죠.

가령, 모호한 기록 중에서 부여의 어떤 학자가 물리학을 발명하였다든지, 고려의 어떤 명장이 증기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문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조선상고사의 한 부분입니다. 딱 단기고사의 내용을 부정하는 거죠. 단기고사를 세상에 내 놓은 게 신채호와 친했던 이화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도 알고는 있었을 거고, 딱 그걸 저격한 멘트입니다. (단기고사에서 우리 민족은 사천년 전에 9행성과 지동설을 알고 있었고, 자전거와 망원경을 발명했으며 태양고 지구의 생성 원리를 알고 있었고 빛이 7개로 쪼개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_-; )

마찬가지로 이병도는 단군을 신화로 보는 것에 대해 무모하고 비과학적인 거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고, 위만을 동이족이라고 주장하는 등 오히려 민족주의적인 면 때문에 비판당합니다. 우리 민족을 포괄한 만주 지역의 동이와 산동 반도의 동이가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최남선은 불함문화론을 내세우고 고구려 고토 회복을 부르짖죠. 최남선은 일제가 단군을 없애려고 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한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 간단히 말하면 지금 민족사학, 재야사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오히려 그들이 욕하는 이병도, 최남선 등 친일파, 나아가서 식민사관과 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민사관에서는 기자의 동래설을 부정하는데 신채호는 오히려 기자동래설을 긍정했죠. 실제 이런 위서들을 지은 사람을 찾아가면 다 친일파였습니다. (...)

이건 다른 이론들, 특히 제가 가루가 되도록 깠던 원균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이순신이 임금의 명을 거부하기는커녕 스스로 자원해서 출전했고 부산포를 아예 휩쓸고 온 것이 바로 실록에 나오죠. 옛날처럼 기록들이 한자로 돼 있어서 찾기 어려웠을 때라면 몰라도 현대는 왠만한 게 다 번역됐고 검색 몇 번이면 찾을 수 있죠.

이걸 알면서 왜곡한 놈들이 더 나쁘긴 하지만, 찾아보지도 않고 이걸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역사 공부는 정치적인 구호랑은 다르니까요. 거기다 사료와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지금 직접 찾지 않는다는 건 공부 안 하겠다는 말이죠.

2. 사료는 성경이 아니다
하나의 주장, 하나의 사료, 한 명의 말만 믿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나온 지 몇 년 안 된 학설도 무참하게 난도질을 당하는데 나온 지 수십년 된 학설과 백 년 전의 사람, 수백 년 전의 사료를 신봉하면 안 되죠.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 학설을 세울 때는 거기에 관련된 여러 개의 학설, 유물과 유적을 통한 고증 등을 거칩니다. 이것이 바로 교차검증이죠. 여러 사료 및 유물에서 교차되는 게 많을수록 신뢰성은 높아집니다. 일본서기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은 것도 중국, 한국의 사료들과의 교차검증을 통해서였고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게 교차 검증이 되는 부분도 많은데다가 가야에 대한 기록이 정말 풍부해서죠.
하나의 사료, 하나의 주장만이 다 맞는 말이고 다른 건 다 거짓이라는 건 종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건 역사가 아니죠.
설사 기록이 워낙에 적어서 그것만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경우 이것을 분명히 단서로 걸어야 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시면 날짜가 ???로 된 부분이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를 찾지 못 했다는 거죠. 실록도 하루 이틀 단위로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당장 난중일기만 해도 급히 남은 수군을 수습하러 가다가 헷갈려서 도착한 다음에 날짜에 맞춰 다시 썼다고 합니다. 이게 옛 사료로 가면 더 심해져서 적게는 1~2년의 차이가 나고, 여기서 무엇을 더 신뢰해야 될 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르죠. 보통 연대는 금석문 쪽을 신뢰하는 모양이긴 합니다만.
특히 개인 기록은 더더욱 의심해 봐야 됩니다. 그것이 행장처럼 그 인물과 가문을 띄우기 위해서 쓴 거고, 그마저도 그 인물이 죽은 지 한참 뒤에야 써진 거라는 걸 생각하면요. 개인의 일기라 하더라도 그 개인이 잘 못 안 게 적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교차 검증이 필요하죠. 난중일기가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은 그만큼 제대로 교차검증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3. 성급한 일반화
임진왜란 처음 시작할 때 조선의 전쟁 준비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통설은 "하지 않았다"였죠. 하지만 여러 기록들을 보면 제대로 했던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뭐 어차피 그렇게 털린 전쟁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비리도 많았다고 하나 (전쟁을 대비하자는 목적으로 쓴 책에서 "우리는 준비 다 했고 철저히 했는데 이렇게 털렸다~ 라고 쓸 순 없잖아요) 그렇지 않은 게 많이 발견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됩니다. 어떤 부분에서 준비를 안 한 거고 어떤 부분이 돼 있었는지 말이죠.
고려 때부터 조공을 명목으로 중국에 뜯어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조공이 무조건 뜯긴 거고 사대가 무조건 고개 숙인 거다는 일반화를 무력화시키는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시대에서 사대, 조공으로 불만도 표시하지 못 하고 많이 뜯긴 왕 중 한 명이 세종대왕입니다. 어느 쪽이든 성급하게 일반화 시킬 수 없는 부분들이죠.

4. 목적보단 사실
교장선생님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도 백성들이 철쇄를 끌고 강강수월래를 해서 도왔듯이 우리도 이렇게 어쩌구저쩌구" 거기에 이렇게 말 해 보죠. "선생님. 철쇄설은 거의 전설 수준으로 기록된 사료도 어쩌구저쩌구" 그럼 이러시겠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역사와 학계에서 논의되는 역사가 너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이겁니다. 환단고기류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고 말하면 대번에 식민사학자라고 욕 먹을걸요 -_-;

어떠한 목적을 위한 가설을 세우더라도 그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면 가설을 바꿔야 됩니다. "사실이 이렇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위대한" 것이지 "이순신 장군이 위대하니까" "이게 사실이다"가 아닌 거죠.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많이 보입니다.

솔직히... 어렵긴 해요. 저번 편에서 명량 해전과 일본군 총퇴각의 관련성을 쓸 때도 그렇게 길게 쓸 필요 없었습니다. 어차피 그게 통설이니까요. 이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쪽, 특히 김경진, 윤민혁님 등 임진왜란 저자진의 주장을 신뢰하기는 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이 제가 만족하기에는 너무 뭉뜽그려져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_=;; 그 분들이 직접 찾으신 내용인데요. 그것 때문에 실록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케이넨의 일기와 비교해보고 이런저런 주장들과 비교해 보고 당시 일본군의 진로를 몇 번이나 그려보면서 결론을 냈지만, 아직도 그냥 "이순신 킹왕짱!"을 주장하기 위해 내가 일부러 짜 맞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어차피 역사가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측면이 더 크긴 하니까요. 그리고 바로잡거나 그러자니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찾아 본 것들에 대해서는 이런 걸 알 수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부분에서는 저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합니다. 정치적으로 왜곡된 부분이 얼마나 많을지 예상하기도 힘들죠.

그래도 그냥 역사 가지고 큰 소리치는 게 아닌, 역사를 공부한다고 생각한다면 프로든 아마추어든 사실을 중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가치관은 그 다음에 덮어 씌우는 거죠. 마찬가지로 어떤 목적을 위한 주장 역시 그 주장 자체와는 별도로 주장에 딸린 근거들이 얼마나 정학한가에 대해서 찾아봐야 됩니다. 물이 반이나 차 있다, 물이 반밖에 없다처럼 똑같은 사실로도 전혀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고, 그렇다면 일단 물이 정말 얼마나 차 있었는가를 봐야 되는 거죠.

뭔가 횡설수설입니다만... 최대한 이 쪽으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역사 공부의 목적은 鑑입니다. 거울처럼 옛 일로 현대를 살펴본다는 거죠. 역사로 현대를 평가하는 건 아직도 힘듭니다만... 그 이전에 이 거울이 볼록 거울도 오목 거울도 포토샵도 되면 안 되죠. 완벽한 거울을 만들 순 없겠지만, 최대한 완벽하게, 최대한 사실을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라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하겠다고 하면요.

+) 절대 글은 제대로 안 써지고 위키백과 들렀다가 원균 항목이 원균옹호론으로 떡칠돼서 홧김에 쓴 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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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ed_In
11/05/12 00:13
수정 아이콘
저는 사료비판이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금령이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사실이 존재한다"
역시 무슨 학문이든 "사실"(이건 기본이죠) 그 이상을 넘어 올바른 해석과 비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05/12 00:25
수정 아이콘
역사는 가장 기초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아보아 잘못한 것은 고치고 잘한 것은 계승하자는게 역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활이겠죠. 그렇기에 철저히 사실에 가까워랴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번글은 눈시BB님의 역덕으로서 순수한 고민이 느껴지네요. 참으로 뻔뻔스러운 말이지만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 [m]
카서스
11/05/12 00:35
수정 아이콘
다른 학문은 모르겠지만, 역사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것과 자신이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실들, 그리고 그 외 모든 사실에 대해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오직하면 역사학자 직업병이 '글쌔...' '그런것 같기도 하다' 이겠습니까 -_-;;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다보면 과연 이게 쓸모있는 것인가... 라는 회의감도 듭니다. 알려진, 혹은 새로 발견한 몇몇 사실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 한다 하더라도 이게 사실일 가능성은 상당히 적습니다. 언젠가 다른 사료가 등장하게 되면 뒤엎어질 운명이 되겠죠. 예를들어, 미륵사를 새운건 선화공주가 서동요와는 다르게 익산 지역 호족의 딸이였고 이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려던 무왕의...어쩌구저쩌구라는 수십년동안 학자들이 연구해온 학설은 미륵사지5층석탑?(갑자기 헤깔리는군요)을 해체 보수하는 도중에 발견된 문서로 인해 단번에 폐기된것처럼 말이죠. 내가 지금 공부하는것은 무엇을 위한것인가? 단순히 나 자신의 도야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면 역사학이 필요하다고 과연 말할수 있을까... 라고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렷을때 수학 과학 영재교육을 받았지만 역사만큼 다이나믹한 학문은 없는것 같아요. 이게 역사의 매력이랄까...
무리수마자용
11/05/12 02:3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지금 제목보다는 '올바른역덕이되는마음가짐' 이 어울릴것같네요
보통 사람이 사료를 찾아보고 있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ㅜ [m]
진리탐구자
11/05/12 03:38
수정 아이콘
에릭 홉스봄은 "당파성 없는 객관은 없으며, 당파성에 기반한 역사 연구가 없었다면 역사학이 이 정도로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논지로 <<역사론>>의 한 파트를 쓴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얄다바오트
11/05/12 05:41
수정 아이콘
근현대사 연구자가 60년 이전에는 영호남 지역감정이란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을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박정희를 옹호할 목적으로 어느 역사학자가 백제/신라로 거슬러 가는 칼럼을 냈습니다. 둘다 학계의 어엿한 인물들이겠지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고, 환단고기처럼 노골적으로 사실을 굽히게 만드는 경향도 있는 게 분명하나, 역사에서 당파성 없는 객관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학만 해도 당대에 흩어진 경험 사실들을 해석하는 큰 틀은 단 하나만 가능한 게 아니었는데요.
11/05/12 09:19
수정 아이콘
딴것보다 역사에는 '사실'을 중요시 해야한다는것에는 공감을 합니다.
어떤 사실을 가지고 어떤 목적과 결과가 있어서 지금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주장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릴정도 입니다. ;
'사실'을 깔고 그 이후에 자신의 생각은 이러이러하다. 그 두개를 구분할수 있는게 역사 공부에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사람이라 절대중립과 객관이라는 눈으로 결과를 낼수는 없거든요. 노력은 해야겠지만.

사료는 의외로 찾으려면 찾아볼수 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공개된 유물도 많고, 그에 대한 연구자료가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원사료/2차 사료의 양이 가면 갈수록 방대해지고 있다는거지만.. 흑흑.
11/05/12 10:5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역사는 과학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과학적 실험의 결과물이 자신의 목적이나 바람에 부합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실험이 제대로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되어졌는지 아닌 지가 훨씬 더 중요하겠지요.

수학적 증명도 그 증명이 되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증명되어진 그 방법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더 중요하듯이요.

역사도 역사적 내용이나 그 목적이 우리 입맛에 맞느냐 아니냐가 아닌
그 결과물을 내기 위한 방법이 얼마나 옳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나온 결과물이 내 입맛에 맞으면 좋고 빠는 거고
아니면 아쉽고 씁쓸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게 종교와 역사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하네요.
루크레티아
11/05/12 15:07
수정 아이콘
역사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 저것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극으로 빠지면 나쁜 곳으로 흘러갑니다. 보수가 극으로 흐르면 수구꼴통이 되고, 진보가 극으로 흐르면 사기꾼이 됩니다. 역사공부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식민사학이든, 민족사학이든 그들이 나름대로 분석한 자료들에는 분명 같은 자료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사료라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체로 된 물질이고, 그 물질은 한정된 양이니까요. 다만 해석이 반대로 갈릴 뿐이죠. 그렇다면 이것을 섞어놓는 것이 어찌 본다면 가장 진실에 근접한 역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것을 섞어서 보는 것이 좁아터지고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옛날 황희의 고사에서 말하듯이 '이것도 옳고 그것도 옳다.' 정신으로 하나하나 섞어나가면서 정말 아니다 싶은 것을 쳐내면 그나마 제대로 된 역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간혹 '그 아니다 싶은 것이 뭔데?'라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더군요. '댁들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구분을 못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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