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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5/08/20 12:23:46 |
Name |
쉬군 |
Subject |
[일반] 소원 성취. 차를 바꾸다. |
드디어 새차를 받았다.
올해 초부터 고민했던 일이였으니 거의 8개월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예전부터 카니발은 우리 부부에게 현실적인 드림카였다.
큰차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카니발은 아예 사지 못할정도로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살 수 있을 딱 그정도의 차라 언젠가는 사야지 생각만 하면서도 원래 타던 차도 충분하다며 차일피일 미뤘었다.
그러다 올해 초 몇가지 이유를 핑계로 차를 바꿔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의 센터 라이딩을 위해 와이프가 운전을 해야했지만 이전차는 주행보조기능이 전무했다는 점
캠핑을 시작하니 지금 차로는 캠핑짐 적재하기엔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내가 차를 바꾸고 싶어졌다는 점
실은 앞의 두 이유는 핑계다.
주행보조기능이 필요하면 필요한 기능만 사제로 달 수도 있고, 캠핑짐이야 적절히 조절하면 그만이다.
근데 차를 바꾸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다.
첫 차를 샀을때는 차를 사고 싶었다기 보다는 아이가 생기니 차가 필요해서 샀던거라 큰 감흥이 없었다.
근데 이번에는 달랐다.
필요가 아니라 욕심이 생긴거다.
어릴때부터 이런저런 가족의 사정으로 나는 항상 가족을 위해 많은걸 포기했고, 양보해야 했다.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나보다는 가족이 우선이였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런 삶에 불만이 쌓였는지 갑자기 뜬금없는 방향으로 불만이 터져버린 것이였다.
차를 사고 싶다는 욕심이 올라왔을때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게 느꼈다. 터질게 한 번 터졌구나.
그래서 몇번, 몇십번의 고민을 하다가 눈 딱 감고 차를 계약했다.
일단 계약 했어도 나중에 취소하면 그만이니까.
차를 계약하고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내 욕심만 버리면 조금은 불편하지만 여유있게 살 수 있는데 내 욕심을 부리는게 맞을까? 이거만 아니면 가족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게 훨씬 많을텐데?
그런데 내 욕심을 포기하자니 너무 억울했다.
이번에 이렇게 포기하면 한동안 후폭풍에 우울함으로 삶의 의욕이 확 꺾일거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 와이프와 대화를 하면서 솔직히 털어놓았다.
차를 안바꿔도 그만이지만 평생 처음으로 내가 가지고 싶은게 생겼다. 내 욕심인거 안다. 차를 사면 지금보다는 좀 더 빠듯하게 살아야 할거고 내 욕심만 버리면 우리 가족이 훨씬 여유있을거다. 하지만 삶의 이유가 사라질거 같다. 그래서 너무 속상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고민하시다가 다음날 나에게 넌지시 꽤 큰돈을 쥐어주셨다. 당신차를 바꾸실려고 따로 모아둔 돈이였다.
"내 차 바꾸는것도 좋지만 우리아들이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게 생겼다는데 엄마가 이정도는 해줘야 할거 같으니 이걸로 보태서 꼭 사라."
어머니 말씀에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다. 받으려니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고 안받으려니 내 마음이 아쉬웠다.
일단 받아두고 좀 더 고민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동차 출고일은 다가오고 있었고 고민은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오죽하면 고민하며 이런저런 비교를 해주던 챗GPT 이놈도 그정도면 그냥 사는게 맞는거 같다며 넌더리를 쳤을까.
여전히 반반인 머리속으로 한창 복잡한 순간에 딜러쪽에서 연락이 왔다.
출고 예정일까지는 한두달 남은 상황인데 갑자기 앞에 계약이 취소되면서 차량 출고가 된다는 것이였다.
출고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이 출고를 위해 계약을 하고 서류를 준비했다.
이전까지 고민하던건 싹 잊어버렸다. 아니, 고민하던걸 잊어버리도록 누가 타이밍을 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묘한 시기였다.
결제를 하고 다음날 바로 차가 나왔다.
진짜 뭐때문에 고민했나 싶을만큼 차가 나오니 기다렸다는듯 결제를 한게 좀 웃기긴하다.
그냥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래도 될까 싶었던 양심이 내 고민을 잡아당기고 있었던게 아닐까, 빨리 차가 나와서 이 고민의 끈을 끊어줬으면 바랬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에 큰 소원 하나를 이루었다.
차 하나 바꾸는게 무슨 소원이냐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꽤 큰 고민이였고 선택이였다.
그래도 차가 바뀌고 소원을 이루니 세상이 조금은 더 밝게 보이고 더 기운이 나는걸 보니 사람은 가끔 욕심을 부릴줄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며 자랑 겸 소회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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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차를 바꾸며 제 머리속에 이래저래 복잡했던 심경을 어딘가에는 남겨보고 싶어 끄적여 봤습니다.
가족들도 좋아하는걸 봐서는 괜한 고민이였나 싶지만 그당시 저한테는 큰 고민이였습니다.
아무튼 차를 바꾸니 좋네요 흐흐
그냥 개인적인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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