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지알에 제대로 글을 써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뒷북이 참 많았는데, 최근에 좀 화가 난 일이 있어서 기회가 된 김에 이번에도 뒷북을 좀 쳐보려 합니다.

<<충격과 현실감각>>
다들 아시는 것처럼 윤석열은 12.3 불법 계엄으로 친위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실패하고 탄핵을 거쳐 21대 대선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대선 당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41.15% 득표 결과가 나올때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현실합리화(?)를 하고선
옆에 있는 누나의 "내란 할 만 하네. 어떻게 40%가 넘게 나와?"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에 속으로
'그래서 뭘 어쩌겠어, 일단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을 생각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 패널들도 국민의힘 득표율에 대해 뭐랄까,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저 인정만 하고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김문수 후보를 찍은 사람들도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니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반대합니다. 그들은 틀린 선택을 했고 비판받아야 합니다.

<<권리와 야생성>>
여기 배가 고픈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와서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호랑이를 맞닥뜨렸는데, "나에겐 인권이 있으니 잡아먹지 말아 주세요"
라고 한다고 "네 말이 맞다" 하는 호랑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 녀석이 말을 할 줄 안다고 해도요.

저는 "권리"란 실존하는 무엇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합의"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합의에는 욕심과 욕심이 맞부딪혀 피를 흘리든 침을 튀기든 정치를 하든 치열한
무언가가 항상 따라오겠죠.
즉, '어디까지가 내 권리인가?'를 정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고 필연적으로 "싸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시민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소수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을 다수에게 분배하는
과정은 많은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싸워서 쟁취해 냈습니다.
타인이 나의 권리를 무시하고 그 영역을 침범하면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겠죠.
동물들이 영역에 침범하는 존재와 싸우는 것처럼요.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여겨진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시민권을 얻었고, 땀도 흘리지 않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며(아 그때는 개도국 이었습니다) 굶을 걱정 안하고 편하게 고등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은 운빨X망겜 배부른 소리를 달고 살긴 합니다만...

사람은 그런 것 같습니다. 가족이든 물이든 공기든 시민권이든 그냥 얻은것, 늘 주변에 있는 것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여러분 대부분은 운이 좋게도 시민권을 쉽게 얻었습니다.
그리고 12월3일 그날 밤 조차... 운이 좋았습니다.

<<21대 대선의 의미와 러시안 룰렛>>
21대 대선은 사실상 내란정권에 대한 정권교체 찬반 투표였습니다.
[2번을 찍어서 쿠데타 자유이용권을 준다 VS 나머지 중에 골라서 윤석열정권에게 레드카드를 준다]의 싸움이었습니다.

이제는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로 다들 아시는 것처럼, 윤석열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계엄을 통해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자 했고, 여당은 그런 윤석열을 탄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론으로 걸었습니다.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99.9% 독재로 가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시민권은 떡락하게 됐겠죠.
그러니 우리는 한마음으로 싸워야만 했습니다...만 각지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우리는 갈라져서 세력 대결을 해야 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설마 다시 내란 같은거  하겠어? 군대도 안 움직일 테고 시민들도 가만있지 않을 텐데..."
단순 확률로는 국민의 힘이 다시 정권을 잡아도 내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윤석열이 실제로 불가능해 보이는 그 짓을 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게임에선 러시안 룰렛을 해도 현실에서 내 목숨 걸고는 못합니다.
왜일까요? 게임과 다르게 내 목숨은 하나뿐이고 아주 소중하거든요.
만약 "시민권"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듯이 다시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러시안 룰렛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것도 내 동료의 것까지 같이.
김문수 후보를 택한 분들은 시민권을 잃을 위험성에 대해 안일한 판단을 했습니다.

<<얘가 싫어서요>>
또다른 누군가는 이재명이나 다른 후보가 싫어서 김문수 후보를 찍었노라 말할 것입니다.
축구 경기를 하는데 레드팀이 공을 손으로 잡고 100미터를 달려가 골을 넣으려고 했으면
응당 레드카드를 주어야 함이 상식입니다. 블루팀이 침대축구를 했다고 해서 그러한 이유로
블루팀도 맘에 안드니까 레드팀을 퇴장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권리의 뒷면>>
"권리"의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의무"

민주 시민의 권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시민의 의무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야만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야생성을 잃어서도 안 되는 것이죠.
윤석열 정권은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려 했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그에 대한 시민의 깨끗한(물리력을 제외한) 싸움 방식은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탄핵과 정권교체.
김문수 후보를 택한 분들은 민주 시민으로써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감히 발칙하게도 여러분의 선택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김문수 후보 투표자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의 권리를 쉽게 생각하고 빼앗으려 했던 저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옆사람이 맘에 안들어도 이번만큼은 다른 시민들과 함께 외쳤어야 했습니다.
내 시민권에 손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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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던 "개,돼지"를 "무너뜨릴"로 수정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