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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22 23:19
크게 말해서, 저는 지금 보수와 진보가 모두 붕괴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세상이 평평한 평지라면, 지금의 세상은 폭풍우가 부는 바다 위입니다.
예전에는 대충 진보는 세상을 바꾸자!! 라는 생각이고, 보수는 바꾸지 말고 이대로 살자!! 라는 생각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중에는, 양 쪽의 생각이 다 공허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제 진보 진영이 하는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자!! 가 아닙니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자!! 입니다. 진보의 담론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PC를 부정한다고 성소수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지구 온난화도 마찬가지구요. 기본소득도 그렇고 대충 생각해보면 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보수진영인데, 냉정하게 말해서 답이 없어요. 지금 바뀌는 세상을 멈출 방법은 없거든요. 결과적으로 보수는 아주 괴상하게 됩니다. 그냥 유명한 보수정치인들을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겁니다. 결국 보수의 방법론은 무제한의 권력으로 사람들의 눈을 무제한으로 가리겠다...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Don't look up하는 거죠. 그래서 윤석열과 트럼프는 비슷비슷하게 보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보수에 빠지기 쉬운 시대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니깐요. 심지어 20대(가장 진보적인) 조차도 세상의 변화는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요즘이라고 봅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세상의 큰 화두에요. 모두가 다 보수적이고 싶어하지만, 누구도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는 세상인거죠...
25/06/23 08:30
변화가 너무 급속도로 이뤄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혼란과 불안에 빠져있는 거 같긴 합니다. 정치적 의사도 길을 잃었구요.
25/06/22 23:20
(수정됨) 우파가 안정성, 질서, 정체를 의미한다면 좌파는 다양성, 혼돈이죠.
자연스럽게 우파는 생각이 경직될 수 밖에 없고 학문과 사상의 정체가 일어난다고 보고, 좌파의 다양성 추구는 블랙홀처럼 좌파라는 틀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의미를 포섭하려들게 마련입니다. 좌파가 길을 잃게 되는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거죠. 다양성이라는 가지의 확보와, 동시에 가지치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동안의 좌파는 가지치기가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거죠. 우주의 진화라는 구조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가능성 중에 적정 경로들만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적절한 수준의 안정성과 다양성의 균형이 맞춰져야 가능한 것이거든요. 단지 물질계만 그런게 아니라 형이상학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25/06/22 23:27
"내 능력이 '전혀' 포함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면, 그건 '공정'한가?"라는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추첨제 같은 방식이 나오는 거기도 합니다.
능력주의가 기본적으로 개인의 실적에 따른 보상을 정당한 것으로 보는 체제인데, 개인의 실적이라는게 사실 개인의 능력이 포함될 수 없고 개인이 할 수 있는게 없는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까요..... 일단 태어나는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서(...) 실적을 결정하는 요인 중 거의 전부가 아니라면 굉장히 큰 부분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합니다.
25/06/23 08:32
약간 뭐랄까, 허무주의적 생각이 들수도 있고, 적당히의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러니까, 물론 내가 이뤄낸 거에 대해 운이 들어가있음을 인지하는 건 좋지만, 그게 내 노력과 보상을 압도하는 느낌이 되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25/06/22 23:38
불평등이라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해요.
나라가 발전하면서 임금이 오르면 그 임금 이하의 생산성을 가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은 사라지고, 노동자의 일자리는 줄어들죠. 최저임금 상승이라는 건 그 임금 이하의 일자리를 줄여서 그 이상의 생산성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거니까.
25/06/23 08:33
여기서의 두명은 다 거기에 대해 국가가 더 많은 곳에 개입해야한다 쪽에 가깝긴 합니다. 더 가파른 누진세와 더 많은 세금을 통해서 국가가 더 강하게 많은 개입을 가져야한다… 는 논지로 읽히긴 했습니다.
25/06/23 09:14
(수정됨) 스웨덴이 90년대 그렇게 하다가 기업들, 부자들 다 떠나서 2000년 이후로는 완전 부자들 우대해줘서 불평등 더 심해졌다더군요.
결국 글로벌 시대에 부자나 기업을 쥐어짜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떠나면 그만이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빚을 끌어 쓰고 경기가 과열되면 긴축을 시켜야하는데 긴축을 시키면 서민들이 고통을 겪으니까 결국 적당한 선에서 다시 완화하면 자산가격은 또 오르고..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점이기도 하구요.
25/06/23 00:43
진보라는 건 대개 어떤 방향성이 있지만 보수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미국에서 트럼프나 대안우파 지지세력의 사상적 스펙트럼도 진보진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걸로 나오죠
25/06/23 08:34
어찌보면 위에서 아이군님 말씀처럼, 혹은 모링가님 말씀처럼 너무 많은 변화와 혼돈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수가 되기 쉬운 구조일 수도 있겠네요. 더 다양한 사람이 보수라는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25/06/23 09:35
이미 옛날의 "진보"라고 말하던 것들은 세계의 기본 상식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보수와 진보라는 말 자체가 갈곳을 잃은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한국어든 영어든 보수와 진보라는 말 자체가 세상의 기초가 "보수"라고 불리던 가치에 기초했을 때 적합한 말이죠.
진보가 왜 길을 잃었냐, 이제 진보세력이 소수자가 아니라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어느정도의 패권을 쥔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새롭고 공격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죠. 막말로 네오나치들 조차도 나는 "인종차별"은 안한다고 주장하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반대로 왜 보수가 보수적이지 못한 담론을 못 만들고 계속 세상을 때려부수는 반동적인 얘기밖에 못하느냐, 이제 걔들이 혁명세력입니다. 그러니까 "반"자 붙이고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25/06/23 10:27
"사회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보수 세력(konservative Kräfte)은 기회주의자로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좌파(die Linke)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그들의 이상을 지키는 데 있어 보수적이 되어가고 있다."
─니클라스 루만 70년대 루만이 하버마스와 논쟁하는 와중에 내놓은 문장인데 21세기 들어서 더욱 빛이 발하는 통찰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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