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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21 20:57
삶 전체를 비즈니스와 논문쓰기로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죠
철학은 답을 찾고 제공하는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고요 뜬구름 잡으면서 서로가 빈 공간을 함께 채워나가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유희'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5/06/21 21:41
(수정됨) 메시도 자기의 모든 플레이를 말로 설명하진 못하듯이, 인간에게는 경험을 통해 내면화된 암묵적 지식, 즉 직관이 존재하죠.
하지만 직관은 무작위가 아니라 반복된 경험과 훈련에서 오는 패턴 인식입니다. 직관을 억누르기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겠죠. 실패의 비용을 낮추고 실험을 장려하는 시스템이 창의성을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발달한 현대 사회는 적은 시간과 자원으로도 다양한 도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근거보다는 직관에 기반한 유연한 실행력과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25/06/21 22:26
흥미롭네요.
우리 생각보다 인간의 삶 중 직관과 본능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는 교수님의 옛날 강의 썰이 생각나네요…
25/06/22 00:08
(수정됨) 흥미 있는 주제의 글이네요.
전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순순히 납득하지 못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어떤 설명을 들어도 '그건 또 왜 그런가' '정말 그럴까'라는 찝찝함이 남았는데, '더 물어봤자 좋은 소리 못 듣겠지' 라는 느낌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말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이건 이런 거야, 저건 저래야지 등등의 모든 말들에 대해서요. 그러니, 저는 그냥 세상에서 통용되어보이는 듯한 답은 하더라도, 뭔가를 '확신'하는 것도 없고, 그것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하지는 못합니다. 가령 답을 요구받을 때도 "뭐... 서로 사랑해야지(라고들 하던데)"라는 식의 대답을 마지못해 하는 식이지, "우리는 반드시 서로 사랑해야만 해!"라며 주장하지는 못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그런 확신을 자연스럽게 갖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그게 안 되는 거고, 늘 조금 떠 있는 느낌, 어딘가 어긋난 채로 살아가는 감각, 그리고 그런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 쌓여갔어요. 그러다가 스무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왜"라는 걸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뭐야?" "그 이유의 이유는 뭐야?" "이유의 이유의 이유는 뭐야?" "근거의 근거의 근거의 근거는 뭐야?" 역시나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고, 그냥 싸움이 되거나 비난을 받거나 할 뿐이었죠. 지나고 생각하기로는, 이유, 혹은 근거의 근거 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생각이라는 건 일종의 meme이고, 그건 gene(유전자)이 그렇듯이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 번식하기 유리한 쪽으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일 뿐, 인간의 생각이라는 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정당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침팬지의 유전자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옳은 유전자이고 보노보의 유전자는 그렇지 않은 틀린 것이 아니듯이.) 가령, 과거의 여러 사회 같은 환경에서는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meme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meme인 것이었고, 현대 문명이라는 환경에서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meme이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한 meme인 거라는 식의 생각이죠. 근거는 나중에 만들어서 갖다붙이는 것이고. 각각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평등하다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었고, 평등하지 않다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었죠. 애초에 '근거'가 없는,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한, (어떻게 말하자면 밑도끝도없는) '공리'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 '근거'를 만들어내고 합리화하는 거죠. (인간의 뇌의 작동방식과 생성형 AI의 알고리즘의 공통점은, 이것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머신들인데 이야기에 빈 곳이 있다면 그 빈 곳을 자동적으로 채우는 식으로 작동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근거가 없다면 근거를요. hallucination(환각)이죠.) '이유' '옳고 그름' '진리'라는 것 등도 결국 진화적으로 유리한 전략으로서 생성된 meme이자 신화, 혹은 환각일 거라는 식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헌법이나 수학, 과학적 방법론 등의 예처럼 어떤 전제나 공리계를 설정하고 논리를 쌓아가는 것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25/06/22 02:27
결국 결정권을 가진 자를 존중해라, 그 권리는 늬들이 준거잖아. 라는게 핵심이네요.
장황하게 별 쓰잘데기 없는 말 늘어놨는데, 그냥 그거에요. 늬들이 전두환이 뽑았으니까 광주에서 시민잡아죽여도 별 말 하지 마.
25/06/22 04:05
직관이 인간의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완전히 비언어적이며 비분석적인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건 비약입니다. 예컨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불쾌했다”는 감정도 사후적으로 맥락을 파악하고 감정의 원천을 설명하려는 노력 속에서 자기 이해의 진전이 일어납니다.
25/06/22 09:45
밀도가 높으면서 영양가있는 글입니다.
저는 남에게 피해주지말고 피해받지도 말고 살자는 주의라서 궁금해 하면서도 그걸 물어보지 않을때도 있었어요. 못참고 물어볼때도 있었는데 그땐 제딴에는 관심에서 비롯된거였어요. 이 글을 보고 나니까 지금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것같기도 해요. 왜냐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밝히고 싶지 않을수도 있거든요. 어른들이 말하는 오지랖을 제가 한거죠.제가 겪은 사례를 적어봤다가 주제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라 빼버리게 되네요. 깨달음을 얻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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